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 공부 습관을 바꾸는 완벽한 기억법
군터 카르스텐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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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배움에 나이가 없듯이, 훗날 희끗희끗한 머리가 되도록 나이를 먹을 때까지도 배움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기존'에 알고 있는 것은 다시 배우는 재미가 있고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새로 배우는 재미가 있다.
학창시절에는 오롯이 이해보다는 암기에 의지해 공부했었다.
그렇게 습관화된 방식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았고 결국 이해력이 점점 떨어지니 모든 것을 암기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수학과 과학에 취약했던 나는 전형적인 문과였는데 당시 과목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공식은 기본이고 교과서에 있는 문제까지 통제로 외워서 시험을 봤었다.
이해는 정말 뒷전이었다. 머릿속에 그대로 외운 풀이과정에 숫자만 대입했으면 끝이었으니깐.
점점 학년이 올라갈수록 잘못된 습관임을 분명 인지하긴 했으나 고치지 못했고 그렇게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이 습관을 고쳐야겠다는 마음만 먹었었다.
이후 과외하던 때에 나와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학생들에게는 '무조건 암기' 방식이 아닌 첫번째는 '이해'라 강조하며 가르쳤었다.
('암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말을 한다는 게 이것저것 살이 붙어 이야기가 살짝 뒤로 빠졌는데 아무튼 나는 '암기'에 의존하는 타입이다.)
나름 암기 실력이 좋다고 자부했었는데 학창시절에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그 때 다치기도 했고 이런저런 일들로 스트레스도 많았는 등 여러 이유로 두통에 시달린다던지 여기저기 아팠었는데 건망증 없던 내가 건망증이 생겼고 살짝 심해지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그 사고가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거란 생각에 방치해두었다가 뒤늦게 치료를 했었는데 아무튼 그 때 이후로 기억법과 관련된 책을 종종 읽는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이 때문에도 메모하는 습관이 길러졌다.
아직은 이것저것 공부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 꾸역꾸역 머릿속에 온갖 지식들을 넣고 있는데 과부하가 걸렸었다.
그러다 저번주부터 이 책을 펴자마자 두어번 정독했고 현재 실천해보고 있는 중이다.

부제가 참 마음에 들었다. 공부 습관을 바꾸는 완벽한 기억법. (지금 내게 필요한 말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총 5부로, 1부 【기억력, 과학에게 묻다】에서는 실제로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들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다루었고 2부 【뇌가 좋아하는 창의적 기억 훈련】는 기억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훈련들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그 외 3부 【빨리 외우고 오래 기억하는 뇌의 비밀】, 4부 【공부법의 재구성】, 5부 【5부 기억력, 공부의 기술을 완성하다】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히 각 장에 대한 형식적인 내용만 담겨있다면 솔직히 추천할 마음은 없었는데 실제 각 내용마다 요약된 주석과 함께 실험결과까지 덧붙여져 있어서 와닿았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기억법'이라 앞서 말한듯이 두어번 정독하고나서 현재 실천해보고 있는 중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기억력은 자연스레 떨어져간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후 사회인이 되어도, 30대가 되어도, 40대가 되어도, 그렇게 나이를 먹어도 공부해야 하는 사람들은 효율적인 기억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휴대폰 하나만 있어도 검색이 가능한 시대이니 굳이 머릿속에 온갖 정보를 넣지 않아도 검색 하나로 온갖 정보를 알 수 있기에 즉, 스스로 기억하는 두뇌를 가지고 싶다면 이 책을 활용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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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왜 자신의 성공을 우연이라 말할까 - 성공을 소유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가면 증후군 탐구
밸러리 영 지음, 강성희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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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가면증후군을 가진 여성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메시지다.
운도, 우연도 아닌 오롯이 그것은 당신의 성공이라고.

1장에서는 가면 증후군을 가진 여성들과 그 의미에 대해, 2장에서는 가면 증후군을 가지게 된 일곱 가지 이유에 대해, 3장에서는 가면 증후군을 가진 것이 오롯이 본인의 탓이 아니며 이를 가지게 된 여러 가지 환경 혹은 배경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살펴본다.
4장에서는 가면 증후군을 가진 여성들의 대한 예시에 대해, 5장에서는 성공의 필수요소 및 이를 진정으로 소유하는 방법에 대해, 6장에서는 가면 증후군의 유형별로 능력을 보는 관점에 대해 나온다.
7장에서는 실패, 비판을 이기는 법에 대해, 8장에서는 배려와 관계에 대해, 9장에서는 성공을 꺼려하는 이유에 대해, 10장에서는 될 때까지 되는 척하는 전략에 대해, 11장에서는 모르는 길도 아는 것처럼 모험하는 전략에 대해, 12장에서는 대범하게 권리를 되찾는 방법에 대해 나온다.

여성들은 자기 능력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요.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스물한 살 여성, 갓 대학원을 마친 박사과정 후보자, 10년, 20년씩 일해 온 직장인, 어느 여성에게나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죠. _어느 명문여대 소수계학생처 처장

어쩌면 이 책은 저자 본인에게 필요한 책이었다고도 한다.
저자 또한 가면 증후군을 가졌었고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가진 여성들과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하며 가면 증후군을 가진 여성들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했다.
회사 임원, 의사, 대학교수 등과 같은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물론, 남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남자도 가면 증후군을 겪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가면 증후군이 여성을 더 많이 억압하기 때문에 이 책의 주 대상은 여성이라 할 수 있겠다.

· 자신의 성공이 타이밍, 운 또는 전산상의 실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 '내가 할 수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가?
· 업무상의 아주 사소한 실수에도 괴로워하는가?
· 건설적인 비판마저 내 부족함의 증거라고 여겨 절망에 빠지는가?
· 어떤 일에 성공하면 이번에도 사람들을 잘 속여 넘겼다고 생각하는가?
· 진짜 실력이 들통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걱정하는가?

이 질문에 일부 혹은 전부 해당된다면 본인 스스로에 대해 깊은 의심을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분명 어느 분야에서 무언가를 이루었고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마음 한 켠에서는 자신이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사기꾼 내지 가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면 증후군은 '나'가 아닌 다른 사람인 척 행동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진짜 사기꾼의 행동을 하는 것과도 다르고 속임수를 쓰는 행동을 하는 것과도 다르다.
또한, 가면 증후군은 낮은 자존감의 다른 이름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허나, 가면 증후군이 있다해도 실제로 이를 키우는 자기제한적 사고를 끊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 방법이 이 책 한 권에 다 들어있다.

앞서 목차를 소개했듯이 2장에서는 가면 증후군을 가지게 된 일곱 가지 이유에 대해서 나온다.
간단히 축약하자면 이렇다.
첫번째, 당신을 키운 건 인간이다. 예컨대 '나'를 키우는 건 '나' 자신이 아닌 부모이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부모들이 설계해놓은 목표에 맞춰 살아가는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부모도 인간에게, 즉, 부모의 부모에게 양육되었다.
결국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누군가의 기대치에 부합하기 위해 그 자리에 선 것과 나 스스로가 결정하여 선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두번째, 당신은 학생이다. 배우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고 배우지 않았기에 멍청하다고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즉, 나는 학생인 것이다.
세번째, 자기불신을 키우는 조직문화 속에서 일한다.
네번째, 혼자 일한다.
다섯번째, 창조적인 분야에서 일한다.
여섯번째, 당신은 낯선 나라에 들어온 이방인이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소속감은 자신감 나아가 자존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인데 자신이 스스로 아웃사이더라고 느낀다면 어느 순간 가면 감정이 쉽게 찾아올 수 있다고 한다.
일곱번째, 자신이 속한 사회집단을 대표한다.

난 운이 좋은 게 아니었다. 나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 _마거릿 대처

물론 성공에는 행운, 타이밍, 인맥, 성격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100%는 없다.
100% 행운으로 혹은 100% 타이밍으로 성공하지는 않는다.
뭔가 성공했다라고 하면 모종의 행운이 가져다주었다라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즉, 다가온 행운으로 무엇을 하느냐이다.
행운과 쌍둥이라 할 수도 있는 타이밍. 타이밍도 행운과 마찬가지다. 즉, 자신에게 타이밍이 주어졌을 때 이를 어떻게 유리한 쪽으로 활용하냐는 것이다.
이렇듯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운도, 타이밍도, 인맥도, 성격도 자신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물론, 나는 아직 어떠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 있기에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단 생각에 관심있게 읽었던 것은 사실이다.
굳이 예라고 할 순 없지만 어떠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 '응! 이번 프로젝트는 (내가) 참 잘해낸 것 같아.'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해당되는 부분이 있는데 아마 이런 이들이 꽤 많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론 '응. (내가) 유능해서 해냈어!', '응. (내가) 유능해서 성공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한 '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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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이단자들 - 서양근대철학의 경이롭고 위험한 탄생
스티븐 내들러 지음, 벤 내들러 그림, 이혁주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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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철학은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워 생각이 많아지는 학문인 것 같다.
답에 도달하지 못해도 그 근처에 갈 수 있을 정도로 생각하고 생각하는 게 좋아 고등학교 때는 경영학과가 아닌 철학과나 심리학을 선택할까도 했었다.
대학교 때, 서양철학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수강한 적이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종이 한 장 주고선 서양철학에 대해 아는 것을 전부 쓰라는 웃픈 기억이 생각난다.

책에서는 갈릴레오와 데카르트, 홉스, 스피노자, 뉴턴 등 저명한 철학자들이 등장하는데 연도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1600년대 철학자들을 나열하면 한번쯤을 들어봤을 정도로 굉장히 유명한 이들이 많다.
그만큼 철학이 빛나던 시기였지만 당시 상황에 비하면 철학자들은 이단으로 몰려 온갖 박해를 받았다고 한다.
갈릴레오가 교수로 있었을 당시 자연학과 물체의 운동에 관심을 두었지만 머지않아 그 관심대상을 천문학으로 옮겼다고 한다.
직접 망원경을 만들어 밤하늘을 살펴보던 도중 목성 근처에 며칠에 걸쳐 위치를 바꾸는 네개의 물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태양 표면을 움직이는 흑점이 있다는 것, 금성이 우리의 달처럼 위상이 변화한다는 것 그리고 달 표면이 육안으로 볼 때와 달리 매끄럽지 않고 산과 계곡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갈릴레오는 이 모든 것을 바탕으로 하늘이 불변하고 완벽하지 않다라고 생각하며 코페르니쿠스의 학설을 강력하게 옹호하기 시작했고 이와 관련해 책을 출간하게 된다.
당시, 교황이었던 바오로 5세는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이단설이라고 비판했었는데 이런 갈릴레오를 가택에 연금시켜 남은 생을 보내라 하였고 그의 책을 금서로 지정하게 된다.
무려 1600년대에 망원경을 제작해 이 모든 것을 관찰했다는 갈릴레오의 비상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교황이 그에게 처벌한 내용만 봐도 앞서 말했듯이 얼마나 많은 철학자들이 이단으로 몰려 온갖 처벌과 박해를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철학의 이단자들』은 만화로 구성되어 읽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철학책이다.
서양근대철학을 재미있게 접하고 싶다면 『철학의 이단자들』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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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정병호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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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북한과 관련된 책은 이번이 세번째인데, 책장을 딱 덮고나니 북한의 이념과 사상에 대해 배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2018년 4월 15일, 전세계의 모두가 주목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바로 남북정상들이 최초로 분단경계선을 함께 넘은 것이었다.
김정은 위원이 분단경계선을 건너와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북쪽으로 갔다가 다시 남한으로 넘어오는 장면은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정일이 사망하고 그 뒤를 물려받은 김정은은 연일 화제의 중심이었다.
이전까지는 보여주지 않는, 드러내지 않는 신비주의를 고수했다면 김정은은 보여주기 식을 행하였다.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와 달리, 지금은 외모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많이 달라졌는데 할아버지인 김일성을 연상케 한다고 평가받는다.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를 연상시키게 변한 것은 아니었다. 북한 내에서 신뢰도와 같은 입지적인 면에서 넓지 않았기에 많은 신뢰를 받았던 김일성을 의도적으로 따라한 것이었다.
또한, 아버지, 할아버지와는 달리 부인과 함께 공개석상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었고 기존과는 다른 파격적인 문화적 배경을 꾀한다.
그렇다고 호의적으로 변했다고는 할 수 없다. 북한 내에서는 고모의 남편인 장성택을 처형하는 등 자신의 길에 도움되지 않는다 싶으면 없애버리는 공포정치도 행하고 있다.
북한의 핵문제는 전세계적으로 매번 입방아에 오르곤 하는데 저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인들의 문화나 심리적인 측면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은 열려있지만 그에 반해 북한은 닫혀있다.
말도, 행동도 항상 조심해야 하며 국가에 대항하는 태도를 절대 보여서는 안 된다. 심지어 종교 생활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위반된 행동을 할 시에는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김씨 일가를 '장군님', '수령님'이라 깍듯이 받들며 신처럼 모신 북한인들이기에 민주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우리가 다 헤아릴 순 없다.
비록 두 갈래로 길이 갈라져 다른 방향으로 걸었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나 같이 걷게 되는 날, 그 때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
북한인들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게 그들의 문화를 심층적으로 다룬 『고난과 웃음의 나라』는 언젠가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 닥칠 우리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미리 들려주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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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한 삶, 존엄한 죽음 -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서 삶의 의미를 배우다 삶과 이야기 2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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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한 가지는 확실히 압니다. 원하는 것을 전부 얻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필요한 것은 항상 얻을 것입니다. _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세계 최초로 호스피스 운동을 일으켰던 저자는 병원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정신과 진료를 맡았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삶과 죽음에 대한 자세, 생각들을 수많은 강연회와 책들에 녹여냈다.
(내 기억으론, 타임지에서 선정한 20세기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나는 「인생 수업」과 「상실 수업」에 이어 『충만한 삶, 존엄한 죽음』을 읽게 되었다.

『충만한 삶, 존엄한 죽음』은 네 편의 강연을 담은 강연집으로, 정신과 의사로서 마주했던 죽음을 앞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에 관한 자세나 지혜에 대해 듣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두 편의 영화가 자연스레 생각났다.
첫번째 영화는 바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이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주인공 맥 머피는 범죄자로 교도소에서 정신병원으로 후송된다. 그는 규율에 맞춰졌던 교도소보다는 정신병원이 훨씬 자유로울 거라 생각해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오산이었다. 어쩌면 교도소보다 더 힘든 곳이었다. 병원에 있는 환자들 모두가 큰 문제 없어보여도 교도소 이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곳이기에 그 압력에 찌그러져 정신이 죽은 사람들처럼 지내고 있던 것이었다.
맥 머피는 환자들을 이끌고 반항을 시도하게 되지만 실세인 간호원에게 전혀 먹히질 않았고 꼭 정신병원을 탈출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영화 속 정신병원에서의 의료진들은 그들을 정신 나간 '것'으로 대한다. '것'으로 표현한 것은 의료진들은 그들을 '사람'이라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17호 정신분열증, 20호 조울증이란 명칭으로 환자들을 부르지 않고 각자의 이름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파악하며 다가가려 노력했고 그들도 그녀에게 차츰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희망없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건강하게 퇴원했다는 것이었다.
향전신성 약품과 전기충격 치료보다 더 나은 것이 존재하다는 것을 이 때 느꼈으며 진정한 사람과 보살핌이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두번째 영화는 바로 「미 비포 유」이다.
내게 한 외장하드가 있는데 영어공부용이자 TV 보지 않는 내게 볼거리를 주는 용이라 할 수 있다.
외장하드 속에는 CSI 전편, CHICAGO 시리즈 등 미드와 Me before you, Midnight in Paris, The Intern과 같은 영화들이 들어있다.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Me before you」는 종종 보는 편인데 볼 때마다 그렇게 눈물이 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윌이 루이자에게 그런 말을 남긴다. _Live boldly, Clark. Push yourself. Don't settle.
그 말이 내게는 꽤 인상깊었었는지 그 영화를 보고선 영화관에 나왔을 때도 그 말이 계속 떠올랐다.
사업가였던 윌은 불의의 사고로 인해 전신마비 환자가 되었고 그 사건으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어버린 윌은 스스로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한편, 다니던 카페가 문을 닫게 되자 돈이 필요했던 루이자가 직업소개소에서 소개받아 6개월 동안 윌의 임시 간병인을 맡게 된다.
솔직하고 밝은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패션 감각을 지닌 매력적인 루이자에게 차츰 반하게 되었고 루이자 또한 윌이 마음을 열자 그렇게 6개월 동안 함께 하는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긴다.
루이자는 윌의 선택을 바꿔보려 했지만 윌은 그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그녀의 곁을 떠나게 된다.
요즘은 안락사에 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물론, 아직도 사람의 목숨을 끊어내는 것은 잘못되었다며 안락사에 대한 반대도 꾸준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찬성하는 이들도 많아 아직까지도 안락사에 관련된 문제에 관해 의견이 분분하다.
세상이 바뀌면서 우리는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불치병과 같은 많은 질병들을 앓고 있다. (아이들 또한 선천적으로 질병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는데 이 또한 환경의 영향도 있다.)
대개 우리는 쳇바퀴 도는 반복된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동시에 '(세상에) 남아있는 날'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허나 불치병에 걸리거나 말기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세상에) 남아있는 날'을 디데이로 놓고 살아간다.
그 고통을 함부로 표현할 수도, 말할 수도 없지만, 고통을 감내하며 이 세상에서 살거나 혹은 고통없는 세상으로 떠나는 것에 대한 선택은 그들의 몫이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결정의 책임은 그 혹은 그녀가 대신 지어주는 것이 아닌 오롯이 본인의 몫이기에.
어렸을 때, 본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었는데 암 환자가 그런 말을 했었다. _'나같은 사람은 (죽을) 날을 받아놓고 사는 거야. 그래서 남은 하루하루 소중해. 근데 이 고통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어.'
이 세상에서 '생명체'로서 기회가 주어지게 되면 삶과 죽음을 꼭 겪어야 한다.
죽음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삶을 받아들였기에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것인데) 생명체로서 꼭 겪어야만 할 '죽음'을 인지하고 죽음을 맞닥뜨리기 이전에 후회없이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그 자세를 마음 속에 품고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죽음을 떠올리면 끝이 없는 어둠과 두려움 등을 생각하게 된다.
허나 저자는 죽음이 꼭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육체는 진정한 자아가 머무는 단순히 집에 불과하며 죽음의 과정에서 죽지 않는 자아가 물리적 껍질에서 해방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죽음 이후에 가지게 될 신체는 물리적 에너지가 아닌 심적 에너지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면서.
죽지 않는 자아가 물리적 껍질에서 해방되었다? 이 말을 아리송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터인데 저자의 경험담을 듣고나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것이다.
어느 날, 저자는 한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부탁을 받게 된다.
맡고 있는 반 아이 중 하나가 성적이 뚝 떨어졌는데 알고보니, 아이 엄마가 암에 걸려 2주 전에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상태인데 아무도 그 아이들에게 엄마의 상태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 아이 아빠도 병원과 회사를 오고갔기에 아이들 얼굴 볼 시간도 없었고 친척이란 분은 괜히 성만 냈다고 한다.
선생님도 꼭 같이 오란 조건에 따라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저자의 집으로 찾아갔고 저자는 아이들을 부엌으로 데리고 간다.
건강에 좋은지, 안 좋은지의 여부는 상관없이 아이들이 먹고 싶어하는 콜라와 도넛을 내주며 저자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눈다.
아이들은 분명 알고 있었다. 엄마가 곧 돌아가신다는 것을. 이 때, 평소의 어른들이라면 곧 죽는다 혹은 곧 돌아가신다의 말만 하겠지만 저자는 나비와 고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엄마는 며칠 후 나비가 될 것이란 이야기를 덧붙였다고 한다.
이튿날, 병원의 허락으로 아이들과 함께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아이들은 훌쩍훌쩍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엄마 침대를 향해 뛰어가 힘껏 안아주며 엄마는 하루나 이틀 뒤에 나비가 될거라 속삭였다고 한다.
이후, 수업 시간에 로리는 칠판에 고치와 고치를 빠져나오는 나비를 그리며 반 친구들에게 엄마의 병실에 갔던 이야기, 즉,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고 반 친구들도 로리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산더미 같은 우편물 속 어린아이가 쓴 큰 글씨가 적히 크고 노란 봉투가 눈에 띄어 열어보게 되었는데 바로 로리의 편지와 선물이었다.
'로스 박사님, 치료비를 드리고 싶어요.'로 시작된 편지와 함께 엄마가 돌아가신 후 반 아이들이 로리에게 준 위로의 편지를 선물로 보낸 것이었다.
반 아이 중 한 명은 이렇게 썼다고 한다. _'로리야. 네 엄마가 돌아가셔서 난 너무 슬퍼. 그래도 바깥의 몸만 벗은 거라고 생각해. 벗을 시간이 되었던 거야. 그럼 잘 있어.'
저자는 로리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앞서 말했듯이 죽음은 끝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덧붙여, 성숙한 어른들도 받아들이고 버티기 힘든 것이 '죽음'인데 미성숙한 어린이들은 어떨까. 부모를 혹로은 조부모를 혹은 애완동물과의 이별을 어린 아이들이 마주했다면 어른들이 오히려 솔직하게 아이들에게 감정을 털어놓고 무조건 막지만 말고 함께 이겨내는 것이 덜 힘들게 죽음을 마주할 수 있을거라 저자는 말한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말을 하는 것이 아닌, 말하는 쪽은 아이들이니깐.

저자의 말에 따라 어쩌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책을 읽고서 바로 리뷰를 쓰는 것인데 솔직히 리뷰를 쓰면서도 내가 제대로 리뷰를 썼나 싶을 정도로 너무 무의식의 흐름대로 쓴 기분이다.
아마 책 속 두번째 강연에서 나온 제피의 사연때문일지도 모른다. 제피의 사연을 읽는데 너무 감정이입을 해서 글에 담다보면 또 눈물이 날 것 같아 담지는 못했다.
그러다 문득 나연이의 사연이 떠올랐다. MBC 스페셜에서 방영된 [너를 만났다]라는 영상 하나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단순히 감기인 줄만 알았는데 희귀 난치병에 걸려 발병한 지 한 달만에 가족들 곁을 떠난 나연이.
미역국을 끓여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이 엄마의 바람이었고 VR을 통해 엄마는 나연이를 만나게 된다.
짧지만 나연이에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후-하고 초를 분 나연이의 생일을 축하해 준 엄마는 그렇게 소중한 추억을 쌓게 되고 나연이는 예쁜 나비가 되어 사라진다.
방송이 방영된 이후, 불편하게 바라본 이들도 있다고 하는데 오히려 나는 하늘에 있는 나연이에게도, 땅에 있는 나연이 엄마에게도 '행복한 기억'으로 각인되었다고 생각한다.
미국 병원은 아이들의 출입이 엄격해 로리도 엄마와 작별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건데, 저자와 병원 측의 배려로 로리와 동생이 엄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었고 이는 로리와 동생이 슬픔에 휩싸이지 않고 잘 견뎌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연이 엄마에게도 그런 기회가 아니었을까.


죽음이 끝이라 생각하면 앞서 말했듯이 끝이 없는 공포감과 두려움에만 휩싸일 뿐이며 세상에 남아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을수록 오히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알차게가 아닌 제대로 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죽음은 없다. 죽음은 또다른 시작이다.
죽음을 이렇게 인지하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후회없이 보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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