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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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나, 책과 마주하다』


정신분석 전문의로, 두 아이의 엄마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 바쁘게 살았던 저자였는데, 그런 그녀가 마흔세 살에 파킨슨병을 진단받게 된다.

청천벽력같은 진단에 아무 것도 안 한 채 천장만 바라보며 한 달을 보냈지만, 아직 죽은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고 미루었던 일들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그간 살아오면서 깨달은 인생의 진리를 우리에게 말해주고자 한다.

과연 그녀가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저자, 김혜남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 정신병원(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다.

경희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인제대 의대 외래교수이자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으로 환자들을 돌보았다.

베스트셀러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를 비롯해,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당신과 나 사이》,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 등 10여 권의 책을 펴내 130만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또한 2006년 한국정신분석학회 학술상을 받은 바 있다.




명색이 정신분석 전문의로 30년 넘게 일해 오며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해 온 사람으로서 이처럼 못난 모습을 보이게 될 때마다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나는 그런 나를 용서하기로 했다. 하루를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내일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하는 나 자신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스스로를 닦달하지 말고, 매사에 너무 심각하지 말고,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당신은 충분히 즐겁게 살 자격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당신은 늘 응원할 것이다.

정신분석가인 융의 표현을 빌자면 마흔에는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 나 또한 마흔이 넘었을 때 마음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래서 그럴 때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나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마흔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을 추려 정리한 이유다.

하루하루 잘 버텨 내고 있지만 가끔은 힘들고 외로운 당신에게 내 이야기가 조그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_저자의 말




Ⅰ 30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깨달은 인생의 비밀


"파킨슨병입니다."

2001년 2월, 강의가 있던 어느 날 저자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게 된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산하는 뇌 조직 손상으로 인해 손발떨림과 근육 경직 그리고 행동이 느려지고 말이 잘 나오지 않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대개 65세 이후부터 나타나는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저자는 고작 마흔세 살이었다.

아직까지 치료법이 없어 희귀성 질환으로 분류되어 발병 후 15-17년 정도 지나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장애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저자가 60세 전에 끝난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의사여서 어떤 병인지 잘 알았기에 더 끔찍하게 다가와 꼼짝도 안 하고 침대에 누워 한없이 천장만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들게 된다.


'아니,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나는 그대로인데, 단지 달라진 게 있다면 내 미래가 불확실하고 현재가 조금 불편해진 것밖에 없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거야? 내가 왜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망치고 있는 거지?'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인데, 벌써부터 걱정하느라 침대에 누워 하루하루를 허비하는 것이 얼마나 아까운지 저자는 문득 깨닫게 된다.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쳐오곤 하는데, 신이 아닌 이상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후의 시간은 오롯이 내가 만드는 것이기에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똑같은 12년이라도 그 결과가 확실히 다른 것처럼…… 그것이 내가 2001년 2월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깨달은 삶의 진실이다.


병이 조금식 악화되어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도 미뤄뒀지만 결국 증상이 악화되는 바람에 저자는 병원 문을 닫고 요양을 위해 제주도로 내려오게 된다.

나홀로 선흘리에 있는 한 집에 머물며 치료에만 집중하니 조금씩 호전되는 기세가 보였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점점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진 것이었다.

어느 날,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데 내 다리임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자 이대로 실례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다 화장실 문을 바라보는 대신 발을 가만히 쳐다보았고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천천히 떼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2초 만에 갈 수 있는 화장실을 5분 걸려 도착했지만, 도착해서 볼일 봤으니 목적은 달성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저자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아, 한 발짝이구나.'

먼 곳을 쳐다보며 걷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자리에서 일단 한 발짝씩 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것이 시작이며 끝인 것이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씩 떼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Ⅱ 환자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


일곱 살 난 꼬마는 빨리 자라서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랐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를 만나 물어보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어른이 되나요?"

"기다려 봤니?"

"아니요."

꼬마는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된 뒤 꼬마는 다시 어린아이로 되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릴 적에는 신나고 재미있는 일들이 훨씬 더 많았으니까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

어릴 때는 마냥 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수식어가 많이 붙을 정도로 꿈이 많았다.

그러다 한 살, 두 살 먹고 나니 현실을 깨닫고 그저 돈만 많이 버는 것이 최고구나라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고 해서 아이 때 느꼈던 달콤했던 모든 순간들이 사라지진 않는다.

어른으로서의 지혜와 힘을 가진다 해도 '건강한 어른'은 어린아이로 되돌아 갈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한 어른은 떠날 수도 있고 혼자 남겨질 수도 있어야 하며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 사랑도 하고 기댈 수도 있어야 한다.

자신이 사랑스럽고 가치 있으며 성실하다고 느껴야 하며 늘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기력하고 나약한 사람이 아닌 자기 인생을 결정짓고 책임질 줄 아는 씩씩하고 능동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며 여러 각도에서 인생을 폭넓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양심과 죄책감을 느끼고 후회하는 능력과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하며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배우고 이룰 수 없는 것은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결국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전지전능함을 포기해 가는 과정인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적응하고 꿈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것이 슬픈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수많은 한계 속에서 선택하고 만들어 가는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으면 한다고 말이다.


'왜 그렇게 바보같이 굴었을까.'

돌이켜 보면 후회되는 일이 참 많다. 최선을 다했다해도 후회되는 일 한 두개는 품고 사는 게 인생이다.

후회는 고통스러우면서도 달콤하다.

과거 실수만 아니었어도 크게 달라졌을 현재를 가정법으로 상상함으로써 자존감을 회복시키고자 하는데에 있으니, 현재와 미래보다 과거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로 일할 때이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는 한 환자가 있었다. 그런데 성장하여 결혼해서도 폭력적인 남자와 만나 결혼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를 둔 여자가 알코올중독자인 남자를 만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 '과거'라는 우주복을 입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내면의 상처 입은 어린아이가 성장하고자 몸부림치고 있기에 도돌이표처럼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되면 그 문제로부터 거리 두기가 가능해진다.

과거 속에서 살 것인가, 현재를 있는 그대로 직시할 것인가.

현재의 고통이 과거에서 연결되었음을 아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니, 마음 속엥서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지금과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과거의 일이 지금의 심리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과거의 슬픔을 인정하고 슬픔을 이겨 낸 자신을 대견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믿는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사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분명 행복해질 것이라고.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정신분석 전문의로, 두 아이의 엄마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그녀에게 닥친 파킨슨병.

그리곤 그녀는 깨닫게 된다.

스스로를 닦달하며 살아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너무 많이 놓쳐 버렸다는 사실을.

더 충격적인 것은 자신이 없는데도 세상은 멀쩡하게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아직 죽은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고 미루었던 일들을 하기 시작하다 그간 살아오면서 깨달은 인생의 진리를 한데 모은 것이 바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다.


어린 시절 수영장에서 놀다 발을 헛디뎌 물에 빠져 큰일날 뻔한 적이 있었다. 그 날 이후로 수영장을 가본 적이 없다.

중학교 때 개조된 차량이 뒤에서 치는 바람에 붕 날라간 적이 있었다. 그 날 이후로 뒤쪽에서 나는 오토바이, 자동차 소리에 저절로 몸이 떨린다.

급하게 연락을 받고 차량사고로 인해 다친 아빠에게 달려간 적이 있었다. 그 날 이후로 구급차 소리가 들릴 때면 밤에 자다가도 발작하듯이 벌떡 일어났고 구급차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요동쳤다.

이를 포함하여 작고 큰 모든 사고들을 다 예측할 순 없었다.

그럼에도 벗어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며 애쓰고 노력하였다.

과거에 머물다 보면 그 굴레에 갇혀 계속 허우적거릴 뿐이고 일단은 하루하루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나는 평생 생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헤맸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어떤 길이 정답인지 우리는 알 수 없기에,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어떤 길로 가는 게 맞을지 모르지만 내가 선택한 길을 나의 길, 정답의 길로 만드는 것은 결국 내 몫이다.

완벽한 사람도, 완벽한 순간도 없다.

즉, 완벽한 때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빈 구석이 많은 것이 삶이고 이를 채우는 재미로 사는 것 또한 삶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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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1-27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열심히 살다가 저렇게 또 병을 얻으면 얼마나 억울할까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고 얼마나 억울했을까 막 그런 마음이 드네요 그걸 어떻게 견뎌냈는지가 너무 궁금하네요

2022-12-16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