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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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호모사피엔스 등장 후 30만 년, 인류가 풍요를 누린 시간은 200년에 불과하다. 나머지 29만 년이 넘는 시간은 배고픔, 질병과의 싸움이었다.

최근에는 몇 년간 코로나가 전세계를 강타하지 않았는가!

이 질문은 앞으로도 인류의 영원한 숙명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해답을 찾아야 할까?

저자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 29만 년 전으로 돌아가보려 한다.


저자, 오데드 갤로어는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통합성장 이론’의 창시자이다.

통합성장 이론은 인류사 전체에 걸친 개발, 번영 그리고 불평등의 원인을 밝히고자 하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갤로어는 경제학자로서 일생을 바쳐 얻은 통찰을 세계 각지에 공유했으며, 그렇게 얻은 통찰과 발견을 모아 『인류의 여정』을 썼다.




Ⅰ 인류의 여정


카르멜산, 이스라엘 하이파 동남쪽에 있는 산악 지역으로 카르멜산의 여러 동굴로 가는 길을 오르다보면 선사시대가 자연스레 그려진다고 한다.

여러 산을 뚫고 굽이져 흐르는 시내, 산맥 옆자리 숲에는 사슴과 가젤, 멧돼지가 가득했을 것이고 사마리아산맥에 접한 광야에는 곡물과 과일나무가 즐비했을 것이다.

카르멜산 동굴에선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조우 가능성으로 관심을 끌었을 뿐 아니라 선사시대 정착지에 대해 증언하기도 한다.

고인류와 초기 현생인류는 불을 능숙히 사용하고 석회석 도구를 개발하며 꾸준히 나름의 신기술 또한 익혔을 것이다.

이렇듯 인류를 정의하고 인류를 다른 종과 구분해 주는 이 문화적, 기술적 진보의 핵심적 동력은 다름 아닌 인류 뇌의 진화이다.


인류 뇌는 비상하다.

지난 600만 년간 3배로 커진 인류 뇌 크기는 호모사피엔스 출현 전에 압축적으로 일어났으며, 발달한 뇌를 가진 인류는 지구상의 어떤 종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안전과 번영을 이루게 된다.

인류 뇌가 생존에 유리하다면 왜 수십억 년간 다른 종들은 뇌를 발전시키지 못했을까?

즉, 강력한 뇌가 명백한 이점을 가졌음에도 왜 자연계에선 드물게 나타난 것일까?

이 답은 강력한 뇌의 약점 두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우리의 뇌는 일반적으로 체중의 2퍼센트밖에 안 되지만 에너지 20퍼센트를 소비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크다.

둘째, 다른 종의 새끼는 태어난 직후 스스로 걷고 빠르게 먹을 것을 구하지만 인류 뇌는 다른 종보다 주름 잡혀 압축되었으며 인류 아기는 성숙기에 이르는 몇 년간 미세 조정이 필요한 반쯤 여문 뇌를 가지고 태어나기에 크기 때문에 태아의 머리가 산도를 통과하기 어려워진다.


생태적 가설에 의하면 인류 뇌는 환경상 노출된 데 따른 결과물로 보고 있으며 사회적 가설에 의하면 진화의 요인을 복잡한 사회 구조 안에서 찾고 있다.

문화적 가설은 정보를 흡수하고 저장한 뒤 다음 세대로 전해 주는 뇌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렇듯, 인류 뇌의 진화는 인류를 독특한 발전 경로로 나아가도록 한 주요한 추진력이다.


지난 2세기 동안 인류는 상전이를 경험했는데 정체에서 성장으로의 전환은 매우 급작스럽게 보이기까지 했었다.

지나고 보니 일찍이 상전이를 거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사이에는 거대한 불평등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류의 상전이를 불러온 것일까?

통합성장이론은 코페르니쿠스와 같은 확신에 자극을 받아 개발되었으며, 경제 발전의 요인을 연구하려면 한정된 기간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전체를 보며 밑바탕의 추진력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론이 무너지기 쉽고 불완전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통합성장이론을 통해 30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의 출현부터 오늘날까지 전 과정을 조망하며 인류의 여정을 담아내었고 그 과정에서 찾은 힘은 인류가 빈곤의 덫에서 탈출해 지속 성장의 시대로 가는 상전이를 촉발시키게 된다.

인류사를 정체기에서 성장기로 전환할 수 있게 한 촉매를 찾을 때, 산업혁명이 거론된다.

외부적 충격을 가했다고는 하지만 18-19세기를 살펴보면 실제 급격한 전환은 없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빨랐다고 느껴지는 것이지 그 당시에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극적인 변혁을 촉발한 변화의 톱니바퀴는 과연 무엇일까?

여러 요인들 중 하나가 바로 인구 규모이다.

기원전 1만 년 전에는 240만 명이 지구상을 돌아다녔고 로마, 마야문명이 정점에 이르던 기원후 1년까지는 전체인구 대비 78배로 불어나 1억 8,800명에 이르게 된다. 이후 산업화 초기인 19세기 초입에는 10억 명을 넘기게 된다.

인구 규모가 클수록 개개인의 전문화가 발달되니 기술을 발전시키고 기술 퇴보까지 막을 수 있어 기술 변화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기술적 혁신은 더 많은 인구를 떠받치면서 인류가 생태적·기술적 환경에 적응하도록 자극했으며, 규모와 적응력을 키운 인구는 다시 신기술을 고안하고 환경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도록 역량을 키웠다. 이것이 인류사 표면 아래에서 돌아간 변화의 톱니바퀴다. 마침내 인류사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규모로 혁신의 폭발을 불러온 것 역시 변화의 수레바퀴였다. 산업혁명은 그러한 혁신의 폭발이었다.




Ⅱ 부와 불평등의 기원


해마다 수천 명이 유럽과 미국 국경에 이르려다 죽곤 한다.

아마 뉴스에서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파도에 휩쓸려 혹은 배가 침몰하여 목적지에 이르지도 못하고 사망한 사람들을.

이들 대부분이 아프리카, 중동 지역의 이주자들인데 배를 타기 위해서 밀입국 브로커에게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목숨을 걸면서까지 쉽지 않는 여정을 걸어가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국가 간 생활수준의 엄청난 불평등' 때문이다.

기대수명, 평균 취학 연수, 유아사망률, 인터넷 서비스 확보 및 전기 사용 인구 비중은 각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다.

기본적인 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국가도 있기에 목숨을 걸면서까지 탈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글로벌 불평등의 표면에 드러난 사실을 놓고 봐도, 선진국의 1인당 소득이 개발도상국보다 상당히 높은데다 그만큼 투자에서 차이가 확연히 나타나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소득 격차는 부분적으로 노동생산성의 차이를 반영하기 때문에 각 국가 거주자들마다 상이할 수밖에 없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 농민 1인당 노동생산성은 케냐의 77배, 우간다의 90배, 에티오피아의 147배라고 한다.

미국 농민이 남쪽 아프리카, 남동아시아, 남아메리카 지역보다 소득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교육, 훈련, 경작과 수확 기술의 차이다.

미국 농민은 높은 수준의 직업훈련을 받고 유전자 변형 종자나 좋은 비료, 농약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애초에 실행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기술 진보와 물적/인적자본의 축적이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

그래서 20세기 후반 정책 결정자들이 이를 바탕으로 개발도상국들의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국가 간의 불평등이 너무 심해 정책 효과는 결국 제한적이었다.

불평등을 불러온 근원보다 표면상 요소와 드러난 불균형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요소가 투자, 교육 등을 가로막아 세계의 불균등한 발전을 조장했다는 것인데, 불평등의 근본적인 요인은 무엇이며 전 세계적인 번영을 방해하는 걸림돌은 무엇일까?


19세기 국제무역은 큰 폭으로 늘어나 유럽의 급속한 산업화를 촉발하게 하고 식민주의를 가속화시켰다.

당시 북서부 유럽 국가는 제조업 상품의 순수출국이었고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는 원재료와 더불어 농업 기반 생산품의 수출 비중이 높았었는데 국제무역의 도움 없이도 산업혁명을 낳을 정도의 기술수준이었는데, 서유럽 국가가 국제무역 덕분에 산업화 속도와 성장률 급성장을 이루게 된다.

즉, 자원, 식민지,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과 그 후손에 대한 착취에 더해 국제무역에 힘입은 결과가 서유럽의 성장이 된 셈이었다.

산업화 초기, 국제무역의 확대는 산업화된 경제와 그러지 못한 경제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불균형적 영향이었다.

산업화를 이룬 경제에서의 무역 확대는 숙련노동이 필요한 제품 생산에 대한 전문화를 촉진시키니 숙련 노동자 수요가 자연스레 증가하게 되고 이는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확대시키고 인구변천을 촉진시켜 기술 진보를 더 자극하고 관련 상품 생산에 대해 비교우위를 점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2세기 동안 이루어졌던 세계화와 식민주의는 국가 간 부의 격차를 더욱 키우게 되었다.


국가의 부에서 나타난 거대한 격차는 국가 간 기술과 교육의 차이 같은 근사 요인, 그 핵심에는 제도와 문화, 인구의 다양성처럼 모든 뿌리에 존재하는 근본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근사 요인과 근본 요인이 미친 영향을 구별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지만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무엇이 그 속도와 변화를 좌지우지한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짚어야 할 부분인 것이다.




참으로 대단하다!

인류가 이룬 발전만 놓고 보면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불을 통해 어둠을 밝히고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했으며 도구를 통해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것이 첫 시작이었고 인류는 이내 자동차, 기차까지 만들었으며 전자기기를 발명시켜 지금은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빠르고 쉽고 편리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인구가 증가하게 되었고 인구 증가는 더더욱 발전된 기술력을 가져오게 된다.


책에서도 나와있듯이, 생활수준만은 대체로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기술 진보도 빈곤의 덫을 막을 순 없었다. 기술 진보를 통해 자원이 늘면 이를 바탕으로 항상 인구가 늘어났으니 이는 진보의 과실을 더 많은 이들이 나눠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기술 진보와 혁신을 통해 몇 세대 정도는 번영할 순 있었지만 이후 인구가 증가하면서 또다시 생활수준은 생존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뒷걸음질 하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은 개개인이 가지는 기술적 능력만이 빈곤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기술과 지식의 역량을 키워 주기 위해 부모는 자녀 양육과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게 되는 것이다.

의학기술 발달에 의해 인류의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사망률이 낮아짐에 따라 교육투자에 대한 기간 또한 길어지니 이는 결국 인적자본 투자 증가와 출산율 감소를 촉진하게 된다.

참으로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는 게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경제 발전은 인구 증가에 따른 상쇄 효과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기술 향상이 불러온 번영은 영구적인 개선이 된 셈이다.


인류사를 돌이켜보면, 지난 200년간 1인당 평균소득은 14배로 높아졌고 기대수명 또한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지게 된다.

대중교통 및 배, 비행기를 통해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고 전자기기를 통해 곧장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국가 내에서는 물론 국가 간에서도 '차이'는 분명하게 존재했다.

효율적인 경제 정책이 있더라도 빈곤에 빠진 국가를 하루아침에 선진 경제로 바꾸는 것은 불가하다.

이것이 바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 격차이다.

이미 오랜 기간동안 여러 부분에서 뿌리를 두었기 때문에 따라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해도 실행시켜 성공시킬 순 없는 것이다.


특히 2장은 현 대한민국이 가장 고심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불평등 근본 원인을.

내용이 길어지는 것 같아 최대한 추려보았는데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꼭 확인해보길 바란다.



역사의 긴 그림자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운명은 돌에 새겨지지 않았다. 인류의 여정을 지배했던 거대한 변화의 톱니바퀴는 계속 돌아가므로, 성 평등과 다원주의, 차이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미래지향성을 강화하고 교육과 혁신 역량을 키우는 조치는 보편적 번영의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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