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옳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위험할 때이다'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계속 맴도는 것을 보면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온 듯하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의 테리 존스라는 목사가 9.11 테러 추모일에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해서 지구가 들썩이고 있다. 한때 철회했다 다시 철회를 번복하는 등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 아마 존스 목사는 자신이 코란을 불태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때가 가장 위험할 때이다. -우리의 과거 역사를 돌이켜 봐도 이와 비슷한 일이 떠오를 것이다. 군부 독재시절 독재자들이 난 사리사욕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생각하진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만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삶 속에서도 이런 일들은 쉽게 벌어질 수 있다. 무엇인가 확신에 차 있을 땐 주위 상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법이니까. 그래서 생각해본다. 내가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행동하고자 하는 것, 진짜 옳은 것일까. 그런데 이런 번민이 자꾸 실행을 더디게 만든다. 그럼 이런 주저함은 옳은 일인가. 실소를 머금어 본다. (아무튼 자신의 행동이 주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해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 아니겠는가. 그러기 위해선 열린 귀를 가져야 할 것이다. 반면 때론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순간도 닥쳐올지 모를 일이다.) 오락가락한 날씨 마냥 머리속도 오락가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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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장 피에르 카르티에.라셀 카르티에 지음, 길잡이 늑대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사자는 양을 잡아먹고 배를 채우지만, 나중을 위해 따로 저장해 두지는 않는다. 인간 약탈자들은 도가 넘칠 정도로 필요 이상의 것들을 원합니다. 생존하기 위해 양식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은 필요에 의한 자연스러운 욕구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상에게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런 감사하는 마음이 곧 신에게 보답하는 일입니다.  15쪽 

나는 시간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시간은 고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 자신을 과거나 미래 속으로 내던집니다. 거기에서 고통이 오며, 그 고통은 우리가 현재 속에 살 때에만 사라집니다. 왜냐하면 현재는 영원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세계화의 가장 나쁜 점은 교환한다는것이 아닙니다. 세계화의 단점은 행성 전체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힘이 그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빠른 정보 전달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낳고, 젊었을 대는 그런 이데올로기에 저항하기가 힘듭니다... 덫에 걸린 세계가 의식을 갖도록 도와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44쪽

수익성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처럼 흙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단지 생산을 위해서만 일을 하지 않습니다 흙에서 일한다는 것은 삶의 기술을 가꾸는 것이고, 우리 자신이 밭과 자연, 그리고 계절에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56쪽

지금의 농업은 흙을 떠난 농업이 되었습니다. 대지는 이제 무기물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흙 밖에서 키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최상의 목적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본질을 비껴가고 있습니다.71쪽 

오늘의 어린이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불안해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이제 점점 더 어린 나이에 학교에 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세상은 자신들을 혼내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 세상은 존경받는 인간이 되기 위해 이겨야 하고, 권력과 돈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하는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들이 불안해하는 것이 걱정스럽습니까?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잘 왔다고, 각자는 서로를 보완해주는 존재들이며, 경쟁보다는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 주십시오. 만일 그것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계속해서 불안해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아이들은 먹고 먹히는 지배의 과정 속으로 무참히 내던져지고 맙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더 이상 겁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77쪽 

종자들이 사라져 가는 것은, 다국적 대기업을 소유한 제조업체들이 선별해 내놓은 종자들의 침략 때문입니다. 그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추악한 일입니다. 아득한 옛날부터 농부들은 스스로 씨앗들을 생산해 왔습니다. 그 씨앗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땅과 기후에 완전히 적응했습니다. 오늘날 마치 세뇌라도 하는 것처럼, 많은 광고 문구들은 농부들에게 종자는 제조업체들에게서 사야 한다고 강조해 말합니다. 하지만 업체에서 판해하는 교배시켜 만든 종자들은 해마다 새로 사서 심어야 하고, 필연적으로 비료와 살충제를 많이 사용해야만 하는 씨앗들입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그것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일들은 바로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 인류를 파국으로 이끄는 범죄 행위입니다. 이런 범죄 행위가 가장 가난한 나라들에서까지 번듯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124쪽

전문가들은 국민 총생산량에 따라 국가의 발전 등수를 매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발전만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경제적 발전 외에도 인간과 문화의 다양한 면들을 중요시해야 했습니다. 인간은 단지 위만 가진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130쪽

나는 사람들 각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먹을 거리를 재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말합니다. 내가 대지에 입문하는 수업들을 계속해서 기획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먹을거리는 추상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어디서 왓으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는 안심할 수 있습니다. 159쪽

우리는 생명 속에 깃든 영성과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존재들입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한의 부분에서만이라도 영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것이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변하게 만드는 열쇠가 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영성이 행동을 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내 몸과 손은 내 영혼이 하고자 하는 일에 쓸모가 있어야 합니다. 영혼이 바로 나의 몸과 손을 이끌었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은, 나는 재산을 모으겠다는 단순한 목적 외에 별다른 생각 없이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그냥 살았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허약한 존재입니다. 172쪽


일과 재산에 대한 숭배의식을 심어 주어서는 안됩니다. 177쪽

신성으로 되돌아오지 않으면, 우리는 길을 잃고 말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규칙을 정하고 멋대로 자연을 파괴할 수 있는 수단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길을 잃기가 더 쉽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어린아이들에게 자연을 신성한 것으로 보는 시각을 일깨우는 교육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입니다. 200쪽

교육은 이제 봉사와 타인에 대한 사랑, 공동체 의식 등 본질적인 가치들을 말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규격화된 사회인을 만드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오늘늘의 교육은 생산성과 경쟁력이라는 두 가지 개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험을 보는 것도 사회 안에서 우수한 자들을 가려내기 위한 것일 뿐이다.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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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장 피에르 카르티에.라셀 카르티에 지음, 길잡이 늑대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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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는 양을 잡아먹고 배를 채우지만, 나중을 위해 따로 저장해 두지는 않는다. 인간 약탈자들은 도가 넘칠 정도로 필요 이상의 것들을 원합니다. 15쪽

'언제나 더 많이 당신에게는 소비할 의무가 있습니다. 당신이 소비하지 않으면 경제는 무너지고 맙니다.' 이것은 피에르 라비를 가장 화나게 하는 슬로건이다. 그는 이런 슬로건들이 세계를 파멸로 몰고 간다고 여긴다. 왜냐하면 지구의 자원은 무궁무진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가 조화로운 곳이 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 184쪽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알제리 태생으로 프랑스 국적을 지닌 농부 피에르 라비는 자연 농법을 통해 현대의 문제점을 정면 돌파하고자 한 사람이다. 다국적 기업에 의해 죽어간 흙(농부들에게 종자는 제조업체들에게서 사야 한다고 강조해 말하지만 업체에서 판매하는 교배시켜 만든 종자들은 해마다 새로 사서 심어야 하고, 필연적으로 비료와 살충제를 많이 사용해야만 하는 씨앗들이다) 대신 자연농법을 통해 종자를 보존하고 빚 투성이 농촌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직접 실천을 통해 보여줬다. 또한 5명의 아이를 시골에서 키워내 사회를 위한 재목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이런 삶이 밖으로 알려지면서 제3세계 국가들이 그를 초청하기 시작했다. 대량생산을 통해 기아를 극복하겠다는 그들의 전략은 오히려 국민들을 더 배고프게 만들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배를 불리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그는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나라의 기업들이 플랜테이션을 통해 부를 챙겨가는 것을 막고, 제3세계 국민들이 자급자족 할 수 있도록 자신의 농업 기술을 전수한다. 그 기술은 자연의 순환을 가로막지 않는 퇴비와 흙의 되살림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이런 되살림의 철학을 영성으로 이야기한다. 피에르 라비의 국제적 활동이 가져온 변화는 그의 철학이 결코 몽상이나 꿈이 아닌 현실에 발을 내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으로서 나는 나에게 세계파괴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그것에서 탈출할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 방법은, 또다시 말하건대, 신성으로 되돌아가는 일입니다. 나는 모든 것이 신성하다는 이 말을 반복해 강조합니다. 이것은 시각의 문제입니다. 천지 만물에 속하는 것들은 아무리 보잘것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동물이든 식물이든 광물이든 모두 신성합니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그 존재들이 가지고 있는 성스러움은 우리의 심금을 울릴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존재의 행복입니다. 76쪽 
 

지금 당신이 행복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혹시 돈을 얻는 대신 영혼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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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남산에 들렀다.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들이 아직도 누워 있다. 아름드리 나무도 제 몸 하나 지탱하지 못했다. 그런데 나를 놀래킨 것은 쓰러진 나무들의 숫자가 아니였다. 그 큰 몸통에 비해 뿌리가 너무 짧다는 것이었다. 땅 속 깊이 뿌리를 박지 못하고 옆으로만 뿌리를 키우다 덜컥 이런 봉변을 당했다. 사람들이 뿌리 깊은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왔지만, 실제로 이렇게 뿌리 뽑힌 나무를 보고서야 그 말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 사람들에게 있어 뿌리는 무엇일까. 태풍보다 더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인생살이 속에서 쓰러지지 않고 굳건히 버텨나갈 수 있는 깊은 뿌리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해봤다. 이번 청문회에서 추풍낙엽처럼 스러져 간 사람들도 떠오르고, 정적들의 칼날 속에서도 살아남아 명성을 드높이는 사람들도 떠올랐다. 과연 뿌리를 깊이 내리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이란 말인가. 

그 뿌리의 생김새나 뻗는 양식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건강함을 뿌리뻗기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육체적 건강 뿐만 아니라 생각의 건강까지 모두 포함하는 전일적 건강함이다. 실은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나무들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표이기에 뿌리깊음과 건강은 똑같은 뜻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겠다. 어쨋든 건강한 사람은 비바람 속에서도 굳건하게 생을 헤쳐나갈 것이라 믿는다. 

그렇다면 건강함이란 무엇인가. 나는 공생이 건강함이라고 본다. 세포 하나하나가 경쟁 관계에 놓여 있지 않고 공생할 때만이 내 몸이 제대로 돌아간다. 마찬가지로 개인과 개인 사이, 개인과 자연 사이, 개인과 국가 사이 등등 관계 맺어짐은 공생이 전제로 되었을 때 건강함을 갖을 것이다. (생존 경쟁이나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속에서 어떻게 공생을 이야기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럴 땐 동학의 한울님 이라는 뜻을 가져오면 좋겠다. 더 큰 생명을 위한 희생의 정신과 경쟁은 그 시선 자체가 판이하게 다르다) 나무가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는 것도 나뭇잎이 썩고 그 썩은 나뭇잎을 먹고 미생물이 자라고, 지렁이가 꿈틀대고, 두더지가 땅을 파는 등등 생명체의 활동이 보장 된 살아있는 땅에서 가능한 것이 아닌가. 

비바람을 겁내지 않고 인생에 당당해지기 위해서 과연 나는 얼마나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한번쯤 고개 숙여 쳐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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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10-09-0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100일이 넘었어요. 태어날때부터 지금까지 사진을 죽 훑어보니 이제야 사람 꼴을 갖췄더군요. ^^ 그 생각에 빠지다 보니 저도 사람꼴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구요. 또한 아기가 진짜 사람꼴을 갖출 수 있도록 잘 키울지 걱정도 되요.^^;
 
마이크 폴란의 행복한 밥상 - 잡식동물의 권리찾기
마이클 폴란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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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구식 식사가 가져온 병폐로 인해 지금의 세상은 건강도 잃고 음식문화도 잃고 맛의 즐거움도 잃었다고 진단한다. 

이 책은 일곱 개의 어절과 세 가지 규칙으로 시작된다. 음식을 먹되, 과식하지 말고, 주로 채식을 하라. 181쪽  

 병폐를 고칠 수 있는 해결책은 정말 간단명료하다. 하지만 어찌보면 당연한 듯 보이는 세 가지 규칙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음식을 먹으라는 첫번째 규칙은 영양주의와 관련되어 있다. 요즘 흔히 접하는 비타민 첨가, DHA 첨가와 같은 영양소를 넣은 제품(음식이 아니다)들이 건강한 듯 보이며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오히려 이것들이 소비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자연적 음식이 아닌 인위적인 화학적 요소를 집어넣은 것들은 일종의 산업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건강에 좋은 영양소라는 것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얻게 됐을까.  

1977년 1월, 맥거번의 위원회는 꽤 직설적인 일련의 식사 지침을 발표하여, 미국인들에게 붉은 고기와 유제품의 소비를 줄이라고 권했다. 몇 주 지나지 않아, 육류와 유제품 업계에서 쏟아진 격렬한 비난의 폭풍이 위원회를 집어삼켰다. 위원회는 권장사항을 급히 수정했다. 원래는 미국인들에게 고기의 소비를 줄이라고 충고했었던 위원회는 실제 음식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대신 교묘한 말재주로 타협을 구했다. 포화지방 섭취량을 줄여줄 고기, 가금류, 생선을 선택하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 이제 범인은 불분명하고 보이지 않으며 아무런 맛도 없는, 그리고 정치적 관련이 없는 물질이 되었다. 음식에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이 물질은 포화지방이라고 불렸다....33쪽 .. 맥거번의 실패가 보여 준 교훈은 식사에 관해 말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재빨리 흡수되었다. 몇 년 뒤 과학한림원은 식사와 암의 문제를 조사하면서 영향력 있는 특정한 이익 세력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권장 사항에서 음식 대신에 영양소에 대해 말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34쪽 
  

영양주의는 우리에게 세 가지 해로운 신화를 믿게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음식아 아니라 영양이라는 것, 영양은 과학자들 말고는 누구도 볼 수도 알 수도 없기에 무엇을 먹을 지 결정하는 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식사는 육체적 건강이라는 협소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세가지 생각이 그것이다. ㅡㅡㅡ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생물학적 필요성 이외에도 다른 많은 이유로 식사를 해 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음식은 또한 즐거움에 관한 것이고, 공동체에 관한 것이고, 가족과 영성에 관한 것이고, 우리와 자연 세계의 관계에 관한 것이고, 우리의 정체성 표현에 관한 것이다. 이렇게 인간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한 뒤 부터 식사는 생물학 못지않게 문화와 관련된 행위가 되었다. 식사를 할 대 가장 먼저 육체적 건강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는데, 이는 매우 파괴적인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식사의 즐거움을 파괴할 뿐 아니라 역설적으로 우리의 건강까지 파괴한다. .. 정말로 우리는 모두 건강음식강박증환자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16쪽 

현대 영양주의의 역사는 다량 영양소 간에 일어난 전쟁의 역사였다. 단백질이 탄수화물을 공격하고, 탄수화물이 단백질을 공격했다. 그 다음에는 지방이 등장해 탄수화물을 공격했다. .. 영양주의는 수많은 이데올로기와 마찬가지로 이원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언제든 추종자들이 저주를 퍼부을 악한 영양소와 반대로 신성시 여길 구원의 영양소가 함께 존재해야 한다. 현재는 트랜스지방이 악한 영양소 역할울 훌륭하게 하고 있고, 오메가 3 지방산이 구원의 영양소 역할을 하고 있다. 41쪽 

영양소별로 접근하는 영양학의 문제는 영양소에서 전체 음식의 맥락을 제거하고, 음식에서 전체 식사의 맥락을 제거하고, 식사에서 전체 생활을 제거한다는 점이다. ... 왜 영양학자들은 그런 일을 하는가. 왜냐하면 영양학을 비롯한 과학이 그런 식으로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분리할 수 있는 변수들을 연구한다. 변수를 분리하지 못하면, 그 변수의 존재나 부재가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말할 수 없다. ... 사물을 각 구성요소로 쪼개어 그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조사해야 한다. 미묘한 상호작용이나 전체적 관계를 무시해야 하고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거나 그와 다를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무시해야 한다. 이것이 환원주의 과학의 모습이다. 79쪽 
 

 자, 그렇다면 두번째 규칙 과식을 하지 말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보통 수력에 의존했던 거대한 돌 바퀴 분쇄법은 강이 흐르는 곳이나 적기에만 가동할 수 있었던 반면, 새로운 롤러는 증기기관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하여 서양인이 주식으로 먹던 곡물 하나가 시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영양적 가치가 아닌 이미지에 근거하여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흰 밀가루는 현대의 산업식품이며, 최초의 산업식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135쪽 

토양에서 식탁까지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일어난 음식사슬의 산업화는 화학적 생물학적 단순화 과정과 관련되어 있다. 우선 토양의 생화학을 형편없이 단순화시킨 화학비료가 있다. 리비히가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세가지 다량 영양소- 질소 인산 칼룸을 발견하고, 프리츠 하버가 화석연료에서 질소비료를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한 이래, 농경지의 토양은 갑자기 다량 투입된 이 세가지 성분 외에 다른 성분을 거의 공급받지 못했다. ... 식물들은 매일 이 화학적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살 수 있지만, 병충해에 취약해지고 영양학적 질도 떨어지게 되었다. 142쪽 

질이 낮은 음식을 먹으면 먹을수록, 결핍된 영양소를 찾아 더 많이 먹게 된다. 그 노력은 헛될 테지만, 어쨋든 식품업계에는 많은 이윤을 가져다 준다. 153쪽 

음식사슬의 토대가 녹색 식물에서 씨로 옮겨간 것은 서구식 식사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음식 시스템에 일어난 모든 변화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로 보인다. ...잎에서 씨로 옮겨간 변화가 우리 몸 안에 있는 오메가 3와 오메가 6의 수치보다 훨씬 큰 양향을 미쳤다. 이 사실은 현대 식사에 정제탄수화물이 범람하게된 이유와 많은 미량 영양소가 부족하게 된 사연 그리고 총칼로리가 크게 증가한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잎에서 씨로. 이것이 완전하지는않다고 해도 거의 만물 이론에 가깝다고 하겠다. 164쪽 

자연이 주는 음식이 아닌 화학성분으로 가득찬 영양소만을 먹기에 항상 허기진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과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두번째 규칙은 다시 첫번째 규칙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세번째 규칙 채식을 하라는 것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말이다. 특히 풀이 아닌 곡물과 사료를 먹고 자란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다시한번 영양주의의 함정에 빠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 그럼 이 세가지 규칙을 가지고 식사를 해볼까. 첫번째 규칙 음식을 먹기 위해선 우린 요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요리는 지역 농부로부터 음식을 사면서 생기는 건강을 위한 중요한 결과 가운데 하나다. 198쪽 

요리는 순수하게 문화적으로 기능하여, 사회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다른 사회와의 차이를 강조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화적 목적은 왜 요리에서 변화에 저항하는 경향이 나타나는지 설명해준다. 이민자의 가정에서 동화의 마지막 증거를 찾을 수 잇는 곳이 찬장이라는 말도 있다. 음식 심리학자 폴 로진이 지적했듯이, 변하지 않는 향신료들 지중해의 레몬과 올리브기름, 아시아의 간장과 생강, 심지어 미국의 케첩까지도 이질적인 맛으로 인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지 모를 타문화의 새로운 음식으 흡수하기 쉽게 만들어준다. 다만 식사는 다른 많은 문화적 관행들보다 자연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한쪽에는 인간의 생리 기능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자연 세계가 있는 것이다. 요리에서 음식을 조합하는 특정한 방식과 음식을 준비하는 특정한 방식은 식사와 건강과 장소에 관한 축적된 지혜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전통적 요리법은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인데, 그 독창성은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야 현대 과학에 의해 종종 밝혀지고 있다. 217쪽 

식사법은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고 보존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다. 따라서 미국화라는 이상을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각기 다른 식사법이 아무래도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었다. 음식 선택을 과학적인 방식에 맡긴다는 것은 음식에 민족적 색채와 역사적 내용을 없앤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 이런 점에서 보자면, 과학적 식사법은 미국인들의 집 앞에 깔려 있는 잔디 같은 것이다. 알다시피, 미국의 단조로운 집 앞 잔디밭은 차이를 덮고 풍경을 미국화 하기에 이의 없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두 경우 모두 미적 다양성과 감각적 쾌락의 희생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는데, 사실 그런 것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74쪽 

장황한 설명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한번 요약하면 음식을 먹자는 것 단 한가지인 셈이다. 자, 그럼 우린 이제부터 행복한 밥상을 차릴 준비를 해보자. 우리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나아가 지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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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디아스 매듭 -  제우스 신의 도움으로 프리지아의 왕이 된 고르디아스가 이를 기념하여 자신의 이륜마차를 견고한 매듭으로 제우스 신전에 묶어 두었는데, 이것을 푸는 사람은 온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신탁이 있어, 많은 왕들이 매듭을 풀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몇 백 년 후, 그 이야기를 들은 젊은 왕은 신전으로 가서 자신의 칼로 단번에 매듭을 내려쳐 끊어 버렸다. 그렇게 몇 백 년간 아무도 풀지 못했던 매듭이 풀리게 되었다. 그가 바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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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10-09-03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제 4킬로그램 막 넘어서려 해요 ^^ 엄마, 아빠 잠을 못자게 칭얼대는 것만 빼면 참~ 귀엽겠는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