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장 피에르 카르티에.라셀 카르티에 지음, 길잡이 늑대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사자는 양을 잡아먹고 배를 채우지만, 나중을 위해 따로 저장해 두지는 않는다. 인간 약탈자들은 도가 넘칠 정도로 필요 이상의 것들을 원합니다. 15쪽

'언제나 더 많이 당신에게는 소비할 의무가 있습니다. 당신이 소비하지 않으면 경제는 무너지고 맙니다.' 이것은 피에르 라비를 가장 화나게 하는 슬로건이다. 그는 이런 슬로건들이 세계를 파멸로 몰고 간다고 여긴다. 왜냐하면 지구의 자원은 무궁무진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가 조화로운 곳이 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 184쪽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알제리 태생으로 프랑스 국적을 지닌 농부 피에르 라비는 자연 농법을 통해 현대의 문제점을 정면 돌파하고자 한 사람이다. 다국적 기업에 의해 죽어간 흙(농부들에게 종자는 제조업체들에게서 사야 한다고 강조해 말하지만 업체에서 판매하는 교배시켜 만든 종자들은 해마다 새로 사서 심어야 하고, 필연적으로 비료와 살충제를 많이 사용해야만 하는 씨앗들이다) 대신 자연농법을 통해 종자를 보존하고 빚 투성이 농촌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직접 실천을 통해 보여줬다. 또한 5명의 아이를 시골에서 키워내 사회를 위한 재목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이런 삶이 밖으로 알려지면서 제3세계 국가들이 그를 초청하기 시작했다. 대량생산을 통해 기아를 극복하겠다는 그들의 전략은 오히려 국민들을 더 배고프게 만들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배를 불리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그는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나라의 기업들이 플랜테이션을 통해 부를 챙겨가는 것을 막고, 제3세계 국민들이 자급자족 할 수 있도록 자신의 농업 기술을 전수한다. 그 기술은 자연의 순환을 가로막지 않는 퇴비와 흙의 되살림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이런 되살림의 철학을 영성으로 이야기한다. 피에르 라비의 국제적 활동이 가져온 변화는 그의 철학이 결코 몽상이나 꿈이 아닌 현실에 발을 내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으로서 나는 나에게 세계파괴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그것에서 탈출할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 방법은, 또다시 말하건대, 신성으로 되돌아가는 일입니다. 나는 모든 것이 신성하다는 이 말을 반복해 강조합니다. 이것은 시각의 문제입니다. 천지 만물에 속하는 것들은 아무리 보잘것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동물이든 식물이든 광물이든 모두 신성합니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그 존재들이 가지고 있는 성스러움은 우리의 심금을 울릴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존재의 행복입니다. 76쪽 
 

지금 당신이 행복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혹시 돈을 얻는 대신 영혼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