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폴란의 행복한 밥상 - 잡식동물의 권리찾기
마이클 폴란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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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는 서구식 식사가 가져온 병폐로 인해 지금의 세상은 건강도 잃고 음식문화도 잃고 맛의 즐거움도 잃었다고 진단한다. 

이 책은 일곱 개의 어절과 세 가지 규칙으로 시작된다. 음식을 먹되, 과식하지 말고, 주로 채식을 하라. 181쪽  

 병폐를 고칠 수 있는 해결책은 정말 간단명료하다. 하지만 어찌보면 당연한 듯 보이는 세 가지 규칙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음식을 먹으라는 첫번째 규칙은 영양주의와 관련되어 있다. 요즘 흔히 접하는 비타민 첨가, DHA 첨가와 같은 영양소를 넣은 제품(음식이 아니다)들이 건강한 듯 보이며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오히려 이것들이 소비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자연적 음식이 아닌 인위적인 화학적 요소를 집어넣은 것들은 일종의 산업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건강에 좋은 영양소라는 것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얻게 됐을까.  

1977년 1월, 맥거번의 위원회는 꽤 직설적인 일련의 식사 지침을 발표하여, 미국인들에게 붉은 고기와 유제품의 소비를 줄이라고 권했다. 몇 주 지나지 않아, 육류와 유제품 업계에서 쏟아진 격렬한 비난의 폭풍이 위원회를 집어삼켰다. 위원회는 권장사항을 급히 수정했다. 원래는 미국인들에게 고기의 소비를 줄이라고 충고했었던 위원회는 실제 음식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대신 교묘한 말재주로 타협을 구했다. 포화지방 섭취량을 줄여줄 고기, 가금류, 생선을 선택하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 이제 범인은 불분명하고 보이지 않으며 아무런 맛도 없는, 그리고 정치적 관련이 없는 물질이 되었다. 음식에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이 물질은 포화지방이라고 불렸다....33쪽 .. 맥거번의 실패가 보여 준 교훈은 식사에 관해 말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재빨리 흡수되었다. 몇 년 뒤 과학한림원은 식사와 암의 문제를 조사하면서 영향력 있는 특정한 이익 세력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권장 사항에서 음식 대신에 영양소에 대해 말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34쪽 
  

영양주의는 우리에게 세 가지 해로운 신화를 믿게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음식아 아니라 영양이라는 것, 영양은 과학자들 말고는 누구도 볼 수도 알 수도 없기에 무엇을 먹을 지 결정하는 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식사는 육체적 건강이라는 협소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세가지 생각이 그것이다. ㅡㅡㅡ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생물학적 필요성 이외에도 다른 많은 이유로 식사를 해 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음식은 또한 즐거움에 관한 것이고, 공동체에 관한 것이고, 가족과 영성에 관한 것이고, 우리와 자연 세계의 관계에 관한 것이고, 우리의 정체성 표현에 관한 것이다. 이렇게 인간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한 뒤 부터 식사는 생물학 못지않게 문화와 관련된 행위가 되었다. 식사를 할 대 가장 먼저 육체적 건강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는데, 이는 매우 파괴적인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식사의 즐거움을 파괴할 뿐 아니라 역설적으로 우리의 건강까지 파괴한다. .. 정말로 우리는 모두 건강음식강박증환자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16쪽 

현대 영양주의의 역사는 다량 영양소 간에 일어난 전쟁의 역사였다. 단백질이 탄수화물을 공격하고, 탄수화물이 단백질을 공격했다. 그 다음에는 지방이 등장해 탄수화물을 공격했다. .. 영양주의는 수많은 이데올로기와 마찬가지로 이원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언제든 추종자들이 저주를 퍼부을 악한 영양소와 반대로 신성시 여길 구원의 영양소가 함께 존재해야 한다. 현재는 트랜스지방이 악한 영양소 역할울 훌륭하게 하고 있고, 오메가 3 지방산이 구원의 영양소 역할을 하고 있다. 41쪽 

영양소별로 접근하는 영양학의 문제는 영양소에서 전체 음식의 맥락을 제거하고, 음식에서 전체 식사의 맥락을 제거하고, 식사에서 전체 생활을 제거한다는 점이다. ... 왜 영양학자들은 그런 일을 하는가. 왜냐하면 영양학을 비롯한 과학이 그런 식으로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분리할 수 있는 변수들을 연구한다. 변수를 분리하지 못하면, 그 변수의 존재나 부재가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말할 수 없다. ... 사물을 각 구성요소로 쪼개어 그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조사해야 한다. 미묘한 상호작용이나 전체적 관계를 무시해야 하고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거나 그와 다를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무시해야 한다. 이것이 환원주의 과학의 모습이다. 79쪽 
 

 자, 그렇다면 두번째 규칙 과식을 하지 말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보통 수력에 의존했던 거대한 돌 바퀴 분쇄법은 강이 흐르는 곳이나 적기에만 가동할 수 있었던 반면, 새로운 롤러는 증기기관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하여 서양인이 주식으로 먹던 곡물 하나가 시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영양적 가치가 아닌 이미지에 근거하여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흰 밀가루는 현대의 산업식품이며, 최초의 산업식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135쪽 

토양에서 식탁까지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일어난 음식사슬의 산업화는 화학적 생물학적 단순화 과정과 관련되어 있다. 우선 토양의 생화학을 형편없이 단순화시킨 화학비료가 있다. 리비히가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세가지 다량 영양소- 질소 인산 칼룸을 발견하고, 프리츠 하버가 화석연료에서 질소비료를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한 이래, 농경지의 토양은 갑자기 다량 투입된 이 세가지 성분 외에 다른 성분을 거의 공급받지 못했다. ... 식물들은 매일 이 화학적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살 수 있지만, 병충해에 취약해지고 영양학적 질도 떨어지게 되었다. 142쪽 

질이 낮은 음식을 먹으면 먹을수록, 결핍된 영양소를 찾아 더 많이 먹게 된다. 그 노력은 헛될 테지만, 어쨋든 식품업계에는 많은 이윤을 가져다 준다. 153쪽 

음식사슬의 토대가 녹색 식물에서 씨로 옮겨간 것은 서구식 식사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음식 시스템에 일어난 모든 변화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로 보인다. ...잎에서 씨로 옮겨간 변화가 우리 몸 안에 있는 오메가 3와 오메가 6의 수치보다 훨씬 큰 양향을 미쳤다. 이 사실은 현대 식사에 정제탄수화물이 범람하게된 이유와 많은 미량 영양소가 부족하게 된 사연 그리고 총칼로리가 크게 증가한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잎에서 씨로. 이것이 완전하지는않다고 해도 거의 만물 이론에 가깝다고 하겠다. 164쪽 

자연이 주는 음식이 아닌 화학성분으로 가득찬 영양소만을 먹기에 항상 허기진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과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두번째 규칙은 다시 첫번째 규칙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세번째 규칙 채식을 하라는 것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말이다. 특히 풀이 아닌 곡물과 사료를 먹고 자란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다시한번 영양주의의 함정에 빠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 그럼 이 세가지 규칙을 가지고 식사를 해볼까. 첫번째 규칙 음식을 먹기 위해선 우린 요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요리는 지역 농부로부터 음식을 사면서 생기는 건강을 위한 중요한 결과 가운데 하나다. 198쪽 

요리는 순수하게 문화적으로 기능하여, 사회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다른 사회와의 차이를 강조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화적 목적은 왜 요리에서 변화에 저항하는 경향이 나타나는지 설명해준다. 이민자의 가정에서 동화의 마지막 증거를 찾을 수 잇는 곳이 찬장이라는 말도 있다. 음식 심리학자 폴 로진이 지적했듯이, 변하지 않는 향신료들 지중해의 레몬과 올리브기름, 아시아의 간장과 생강, 심지어 미국의 케첩까지도 이질적인 맛으로 인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지 모를 타문화의 새로운 음식으 흡수하기 쉽게 만들어준다. 다만 식사는 다른 많은 문화적 관행들보다 자연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한쪽에는 인간의 생리 기능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자연 세계가 있는 것이다. 요리에서 음식을 조합하는 특정한 방식과 음식을 준비하는 특정한 방식은 식사와 건강과 장소에 관한 축적된 지혜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전통적 요리법은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인데, 그 독창성은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야 현대 과학에 의해 종종 밝혀지고 있다. 217쪽 

식사법은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고 보존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다. 따라서 미국화라는 이상을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각기 다른 식사법이 아무래도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었다. 음식 선택을 과학적인 방식에 맡긴다는 것은 음식에 민족적 색채와 역사적 내용을 없앤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 이런 점에서 보자면, 과학적 식사법은 미국인들의 집 앞에 깔려 있는 잔디 같은 것이다. 알다시피, 미국의 단조로운 집 앞 잔디밭은 차이를 덮고 풍경을 미국화 하기에 이의 없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두 경우 모두 미적 다양성과 감각적 쾌락의 희생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는데, 사실 그런 것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74쪽 

장황한 설명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한번 요약하면 음식을 먹자는 것 단 한가지인 셈이다. 자, 그럼 우린 이제부터 행복한 밥상을 차릴 준비를 해보자. 우리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나아가 지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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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디아스 매듭 -  제우스 신의 도움으로 프리지아의 왕이 된 고르디아스가 이를 기념하여 자신의 이륜마차를 견고한 매듭으로 제우스 신전에 묶어 두었는데, 이것을 푸는 사람은 온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신탁이 있어, 많은 왕들이 매듭을 풀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몇 백 년 후, 그 이야기를 들은 젊은 왕은 신전으로 가서 자신의 칼로 단번에 매듭을 내려쳐 끊어 버렸다. 그렇게 몇 백 년간 아무도 풀지 못했던 매듭이 풀리게 되었다. 그가 바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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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10-09-03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제 4킬로그램 막 넘어서려 해요 ^^ 엄마, 아빠 잠을 못자게 칭얼대는 것만 빼면 참~ 귀엽겠는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