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무슨 일이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30여 년 전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당시엔 일 때문에 간 것이라 주위를 둘러볼 시간은 없었다. 그야말로 한 번 찍고 온 셈. 아버지 생신을 기념해 오랜만에 목포로 향했다. 아버지가 목포 해양대를 나오셨기에 생신을 맞아 과거를 회상해보시라는 의미로 목적지로 정했다.
먼저 향한 곳은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북항 승강장으로. 승강장에서 고개만 넘으면 바로 해양대학교다. 케이블카를 타면 상공에서 해양대학교를 볼 수 있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한국관광 100선으로 선정된 만큼 인기가 많다. 국내 최장 3.23키로미터에 케이블카 주탑 중 하나가 155미터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다고 한다. 북항에서 유달산 정상 부위 승강장을 거쳐 반달 모양의 섬인 고하도 승강장으로 간다. 북항에서 출발할 때는 유달산 승강장은 열리지 않고 지나친다. 고하도에서 북항으로 올 때는 유달산 승강장에서 하차 후 유달산을 둘러보고 다시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케이블카는 일반 캐빈과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 두 가지로 나뉜다. 줄을 따로 서야 하는데, 일반 캐빈 2~3대 올때마다 크리스탈 캐빈이 운행된다. 그래서 크리스탈 캐빈 줄이 짧아도 일반 캐빈이 더 빨리 탈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좋겠다. 가격은 일반이 22,000원, 크리스탈이 27,000원. 만 65세 이상은 2,000원 할인되고 만 76세 이상은 보호자 1인까지 2,000원 할인이 된다.(부모님을 모시고 간 덕분에 이 혜택을 봤다^^) 일반 캐빈을 탔는데, 개인적으론 궂이 크리스탈을 탈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아래 밑바닥을 쳐다 볼 일은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해양대학교를 비롯해 유달산 주위가 너무 많이 변해서 기억이 더듬더듬 난다고 하신다. 케이블카로 유달산을 거쳐 고하도로 가는 길목에선 유달산 자락의 달동네가 아직 개발이 덜 된 상태인지라, 제법 알아보시겠다고도 하신다. 자취를 했던 집 근처도 설명을 해 주시니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하다. 상하수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 우물물을 먹는데, 짠맛이 났다는 이야기 등은 흥미진진하다. ^^
155미터 주탑이 보인다
목포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하도의 해상데크. 저 멀리 보이는 것은 이순신 장군의 판옥선 13척을 형상화한 조망대.
고하도에 내려서는 둘레길을 한 바퀴 걸었다. 북항쪽은 주차장이 가득찰 만큼 사람이 많은 반면 고하도 쪽은 그나마 한산하다. 고하도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케이블카에 몸을 실으니 벌써 2시간 반 가량 시간이 흘렀다. 유달산을 둘러보기에는 부모님 다리가 불편하셔서 바로 북항으로 돌아왔다. 3시간 까지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주차료 무료.
두번째 향한 곳은 자연사 박물관. 이번 코스는 딸아이를 위한 것이다. 천연기념물 제535호로 지정된 최대 직경 230센티미터에 공룡알이 19개나 있는 원형 둥지화석이 전시되어 있다. 신안 압해도에서 발견된 것으로 아마도 이 화석 영향으로 자연사 박물관의 테마가 공룡이 된 듯하다. 공룡의 뼈를 전시한 중앙홀 천장은 360도 미디어 파사드가 있어 지구의 역사를 상영하는데 볼거리로 충분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생물들의 박제와 표본, 화석 등을 만나볼 수 있고, 광물 등 지구의 자연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박물관을 꽤 많이 다녔는데, 꽤 수준이 높다고 여겨진다. 딸아이도 껑충껑충 뛰며 즐거워한다. ^^
자연사박물관 티켓을 끊으면 옆에 위치한 도자박물관과 문예역사박물관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 이 두 곳은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평화광장 앞 바다에서 펼쳐지는 해상W쇼를 관람했다. 무료로 진행되는 터라 관람 1시간 전에 가도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좌석에 앉아 보지 못하더라도 뒤에 서서 관람하거나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볼 수도 있다. 얼핏 1만 명 가까이는 될 듯하다. 사회자 설명으로는 3만명 까지도 관람한다고 한다. 예전엔 주중과 주말 모두 쇼가 펼쳐졌지만 지금은 토요일 저녁에만 진행되고 있다. 시간도 유동적이긴 한데 8시에서 8시 30분 사이에 시작한다고 보면 될 듯하다. 해상 W쇼는 크게 분수쇼와 공연, 불꽃놀이쇼로 나눌 수 있다.
거의 맨 끝자락에 자리를 잡고 앉은 터라 공연은 잘 보이질 않고, 스피커 소리도 선명하지가 않다. 그래도 분수와 불꽃놀이는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어 좋다. 엄청나게 큰 규모는 아니지만, 20분 정도 눈요기를 하기에는 괜찮아 보인다. 공연장 오른쪽으로는 유달산으로 오르는 케이블카의 조명이 화려하게 보인다. 목포의 야경을 둘러보는 것도 꽤 운치가 있을 듯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당연히(!)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과 <목포는 항구다>를 들었다. 이 노래가 새삼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