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MBC에서 정치에세이 '달콤 쌉싸레한 인생'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전직 국회의원들의 현재 모습을 비쳐주면서, 그들의 입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누군가에게는 면죄부가 될 수도 있을 성싶고, 이미지 전환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것 같다. 물론 프로그램이 이런 의도로 만들어진 것은 절대 아닐 것이며, 받아들이는 사람들 또한 그걸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무튼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장 크게 놀랐던 점은 의원직을 그만두고 나서 콘테이너에서 생활하는 노부부의 모습이었다.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때마다 돈을 쏟아붇고, 의원직을 수행하면서도 세비를 온통 활동비로 쓰면서 돈 한푼 모으지 못했기에, 선거에서 떨어지고 나서는 집 한칸 없이 콘테이너나 단칸방을 전전하는 모습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한편으론 그들이 권력의 핵심부에 이르지 못했기에 발생한 일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도, 안타까운 마음도 가득하다. 어찌보면 청렴결백한 삶을 살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과연 그들은 그래서 당당하고 떳떳하며, 또한 행복하다고 생각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들이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을지...
실은 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식욕과 성욕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한계를 깨닫고 만족할 줄 알게되죠. 그런데 권력욕은 한계가 없어요.라는 정신과 의사의 말 한마디를 전하고 싶었다.
기억이 희미한데, 달라이라마였는지, 틱낫한 이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불교계의 선승이 했던 이 말도 기억이 난다. 가장 끊기 어려운 욕망은 명예욕이다.
권력욕과 명예욕은 얼핏 달라보이지만, 이름만 다른 뿌리가 같은 욕망이지 않을까 싶다. 식욕과 성욕과 다른 점은 이 두 욕망은 상대적 잣대를 들이대야만 한다는 것이다. 권력이나 명예는 '남들보다'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주위에 아무도 없어도 성욕과 식욕은 일어나지만, 권력과 명예에 대한 욕망은 반드시 타인과의 비교가 필요하다. 대접받고 싶은 생각,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욕망.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상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욕망일 수도 있다. 상대적이라 함은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것. 그래서 달콤하고, 따라서 끝내는 내려와야 하기에 쌉싸레한.
정치의 끈을 놓아버리고 나서야 평온한 얼굴을 되찾은 그들의 얼굴 속에서 쉼없이 계단을 오르고자 하는 욕망을 잠시 놓고, 털썩 주저앉아 뒤를 돌아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