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우연히 TV에서 [한국사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신숙주와 성삼문이라는 두 인물에 대한 재평가가 주된 내용이었다. 프로그램의 도입부를 보지 못한 채 중반부터 나름대로 집중해서 지켜봤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끝나고 타이틀이 뜨기 시작하는데 당황스러웠다. 아무런 거리낌없이 핏빛 향연을 펼치다니...

상품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포장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포장을 아마도 매주 대해야 한다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실루엣으로 표현되어진 역사적 장면들. 하지만 왜 그리도 칼로 사람을 치는 장면이 많은가. 더군다나 검은 그림자에 선홍색 피가 뿌려지는 장면은 너무 자극적이다. 아마 제작자 입장에서는 실사가 아닌 실루엣이 주는 간접성이 잔인함을 누그러뜨릴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르나, 결코 그렇지 않다.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했던 [씬시티]라는 영화는 실루엣은 아니지만 모노톤으로 그려진다. 희미한 기억으로 피도 빨간색이 아니라 노란색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19세 관람가였을 것이다. 물론 이 이유때문만은 아니지만 그 표현이 너무 노골적이다보니 모노톤임에도 불구하고 잔인함은 전혀 바래지않는 것도 한 이유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우리 역사 중엔 반혁, 음모와 숙적 제거를 위해 칼과 독을 치켜들었던 것은 사실이나 타이틀 배경화면은 유독 그런 표현이 짙다. 더군다나 피가 뿌려지는 장면이 몇장면 계속되는 것은 아무래도 눈에 거슬린다. 주말 8시라면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또는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이 접할 수 있는 시간대다. 자극적 화면에 무뎌진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아니었겠지만, 제작자가 수용자의 감수성을 너무 무디게 만들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폭력적 영화나 만화로 인한 폐해를 말하기 이전에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이런 조그만 것들부터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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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07-07-09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처음 봐서 아직 그 내용에 대해선 판단을 못하겠구요 ^^;;
암튼 타이틀에 허걱! 놀랐더랍니다. 그날 따라 내가 예민해져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