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레뜨 1 창비세계문학 81
샬롯 브론테 지음, 조애리 옮김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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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님 외모의 왕자님이 나만의 ‘그’가 되어주기를 바랬던 나는, 그에 대한 애정을 우정으로 축소하려는 ‘이성’의 호통 앞에서 한없이 쓸쓸했다. 장난기 어린 그의 미소를 내가 얼마나 사랑했던지...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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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6-17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뭐야 뭐야 뭔데요. 이 책 뭐야 ㅠㅠ 뭔데 평이 이래요. 너무 읽고싶잖아 ㅠㅠ 어쩐지 넘나 내 스타일일것만 같다.
저도 읽을래요, 빌레뜨 읽을래요. 후려치는 이성 앞에서 저는 울게될까요?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20-06-17 16:48   좋아요 0 | URL
슬픈거는 우리에게 내장된 ‘페미니즘’ 의식이 나도 모르게 검열한다는 것.
전 2권 아직 읽기 전이라 답을 정하지는 아니하였습니다 ㅠㅠㅠ

다락방 2020-06-17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창비한테 빌레뜨 달라고 할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20-06-17 16:48   좋아요 1 | URL
창비야! 다락방님께 빌레뜨를 내어 놓으렴! 그렇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잠자냥 2020-06-17 17:53   좋아요 1 | URL
주군의 연인하고 교환해 달라고 메일 보내 보세요. 푸하하하하하하하. 그 순간 진상 다락방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6-17 19:31   좋아요 0 | URL
되돌아보면 너무 슬픈 이야기 아닙니까.... 다락방님에게도 빌레뜨를! 빌레뜨를! 빌레뜨를!

다락방 2020-06-18 08:35   좋아요 0 | URL
제가 진상이 되지 않을 수 있는건, 그렇다고 주군의 연인을 내보내고 싶지는 않은 마음 때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6-18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창비세계문학 81번은 표지 왜이렇게 예쁘게 만든거에요? ㅜㅜ

단발머리 2020-06-18 08:4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첨에는 빌레뜨는 그 시리즈가 아닌 줄 알았어요. 근데 <금색공책> 창비세계문학 73, 74번도 시리즈와 다른 표지더라구요. 더 팔고 싶어서 그런거 아닐까요? 아, 너무 상업적 마인드인가요? @@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었다. 한 문장을 읽고 다음 문장을 읽었다. 아니, 단어 단위로 쪼개어 읽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실체가 샬롯 브론테인지 아니면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인지를 확인해야 했다. 위대한 작품은 작가의 예상을 뛰어넘고 작가가 의도한 바를 넘어선다고 생각해왔다. 위대한 작가라는 말보다 위대한 작품이라는 말이 더 정확한 말이라 생각했다. 샬롯 브론테의 가장 위대한 작품은제인 에어』가 되어야 했기에 나는, 『빌레뜨』를 아주 천천히 읽었다. 소설 속에서 그녀도 모르는 흠결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금방 소설 속으로 빠져들었다.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트렁크 하나 들고 상복을 입은 채, 런던으로 향하는 가련한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

 

 

내 처지가 유령처럼 날 덮쳐왔다. 나는 아무 데도 어울리지 않고 쓸쓸하고 희망이 없는 처지였다. 이 거대한 런던에서, 여기서 혼자 무얼 하고 있는가? 내일은 뭘 해야 하는가? 내 인생에 무슨 전망이 있는가? 이 세상에 친구라고 누가 있는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로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70)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혼자 여행하는 여자가 흔치 않던 시대였다. 수수하다 못해 초라한 차림의 젊은 여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먼 여행을 떠난다.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애쓰는 그녀의 내면에서 오히려 강인함이 느껴진다.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그것을, 그녀는 가지고 있다. 더 안전한 세상, 더 개화된 세상을 살면서도 난 아직도, 세상에 대해 두렵고 떨린 마음이다.

 


 

침착하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주인공은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필요한 일들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 중의 하나가 외국어 공부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미루거나 서둘지 않으면서 꾸준히 외국어를 공부했고, 꼭 필요한 순간에 그 외국어를 이용해 자신의 처지를 바꿔나갔다. 베끄 부인과 주인공의 대화는 자주 프랑스어로 이어졌기에, 원문에 프랑스어로 표기된 부분은 각주에 ‘()’라고 표시되었다. 이런 식이다.

 

 




프랑스어를 아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샬롯 브론테가 전하고자 했던 느낌을 좀 더 세밀하게 가늠할 수 있었을 텐데. 『나혼자 끝내는 독학 프랑스어 첫걸음』도 마치지 못한 사람은 하릴없이 각주만 쳐다본다. 후회는 이제 그만. 다시, 루시 스노우가 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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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6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0-06-16 20:42   좋아요 0 | URL
👍🏼👍🏼👍🏼🎉🎉🎉🎉🎉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가 아는 단어로는 이런게 가끔 나왔어요.
Bon soir!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은 코로나 생각 뿐이다.


사실이 그렇다. 코로나19 이후 삶의 모습이 달라진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테다. 아침에 집을 출발할 때부터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고, 밥 먹을 때 잠깐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정도에서 재택근무하는 경우엔 작업 환경이 완전히 변한 경우다. 보고 싶은 친구들과의 만남을 기약 없이 연기하기도 하고, 여행 계획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을 테다. 이전과는 다른 업무를 처리해야 할 수도 있고, 이전의 업무에 더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새롭게 처리해야 할 업무도 있을 것이다. 나같은 경우,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으니 방학의 연속이다. 겨울에 두 달, 여름에 한 달이었던 방학이 1월부터 계속되다가 이제 6월이다. 이제 학교에 가기는 하는데, 한 명이 가면 한 명이 남는다. 남아있던 한 명이 학교에 가면, 학교에 다니던 한 명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한다. 아이들은 방학이고, 내겐 성수기다.


기본소득과 관련된 책 중 읽은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우리가 바라는 유토피아의 건설을 위해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기본 소득 지급, 주당 15시간 근무 그리고 국경 없는 세상을 주장한다. 2009 5월 영국 정부의 퇴역 군인 노숙자에 대한 실험 결과를 토대로 기본 소득은 현금으로, 모든 국민에게 지급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일에 대한 개념을 수정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는 신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의 정의 자체를 수정하면 가능하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이를 낳는 것, 아이를 먹이는 것, 아이의 먹거리를 만드는 것, 아이를 수영장에 데려다 주는 것, 아이와 함께 옷을 고르는 것. 이 모든 것이 일이다. 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다. 아이에게만 그러한가? 부모님과 함께 정형외과를 방문하는 것, 치과를 방문하는 것, 부모님의 핸드폰을 수리하기 위해 동행하는 것, 부모님의 새 구두를 사러 가는 것, 김장 배추를 사기 위해 함께 시장에 나가는 것. 이 모든 일이 이다. 새로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첼로를 배우는 것도, 요가를 배우는 것도 모두 일이다.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는 것,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는 것, 새 침대시트를 꺼내고, 집을 청소하는 것. 모두 다 일이다. ‘을 버는 행위, 임금과 관련된 행위만을 이라고 제한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일은 이 될 수 있으며, ‘이라 불릴 수 있다.  <출처 : https://blog.aladin.co.kr/798187174/9716576>




경제학자 다이앤 코일Diane Coyle이 지적했듯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통계 기관은 무보수 노동을 구태여 포함시키지 않는다’. ‘아마도 (무보수 노동의 대부분을) 여성이 담당하기 때문’(113)이라고 그는 말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다. 코로나19와 같은 초유의 상황이 아니라면, ‘나라에서 공짜 돈을 받는 일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나라 곳간을 걱정하던 평범한 시민들은 재난지원금을 들고 마트에 갔다. 외식을 하고, 식료품을 샀다. ‘재난지원금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접근해 전 도민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책이 더 나은 건지,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이해해 형편이 어려운 소규모 사업자에 대해 집중적인 지원할 것을 주장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이 나은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일상을 잠시 멈춰야 하고, 선택적 자가격리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을 시작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적인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직함이 내게 아무것도 줄 수 없는 세상이 도래한다면, 노동 없는 세상이 펼쳐진다면, 인간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전염병의 위험에도 안전한 AI가 노동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 준다면, 우리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임금노동으로 얻을 수 있는 소득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면, 생존 이상의 삶,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가.


가사부불노동과 돌봄노동이 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노동으로 인정하면 된다. 그런 활동을 이라고 규정하고, 그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면 된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존재하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위해 을 지급하면 된다. 정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새로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정당과 지도자를 통해서만 이 일은 가능하다. 물론, 그런 정당과 지도자를 알아보는 국민의 안목 없이는 안 될 일이다. 결국은, 우리에게 달렸다. 우리 스스로에게 달린 일이다. 




◆ 김누리> 첫 번째는 폐기하거나 아니면 자본주의를 인간화하거나.
◇ 정관용> 자본주의의 인간화.
◆ 김누리> 저는 휴머나이즈라고 부르고 싶은데요. 말하자면.
◇ 정관용> 북유럽형 복지모델은 인간화한 자본주의인가요?
◆ 김누리>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여기서 인간화라고 하는 것은 세 가지 측면이 있겠는데요. 첫 번째는 자본주의라는 게 인간을 소외시키거든요. 소외시킨다는 말은 사실은 인간의 삶을 전도시킨다는 거죠. 사물이 인간을 지배해요, 자본주의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소외시킨다는 거고요. 두 번째는 이 자본주의는 사회를 파괴한다는 말이에요. 사회적 공동체를 지금 파괴하고 일종의 정글로 만들어요. 세 번째는 좀 전에 말씀드린 대로 자본주의는 무한히 자연을 침탈하고 파괴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사실은 인간과 자연이 화해하면서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인간화해야 된다고 봅니다.

<코로나 사피엔스>, 김누리 중앙대 교수 "바보야, 문제는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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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0-06-15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기획했던 행사들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어요.
억지로 머리를 싸매고, 밤잠을 줄여가며 기획안 쓰고,
행사 준비로 며칠을 고생했는데, 그냥 취소해버리는 것도 엄청 스트레스네요.
이렇게 쉽게 취소할 행사였으면 그 고생은 대체 왜 했던 건지. ㅠㅠ

단발머리 2020-06-19 07:31   좋아요 0 | URL
너무 속상하셨을 거 같아요. 코로나로 상황이 급변하니 정말 내일을 알 수 없는 매일이죠.
지금 같은 상황이면 그냥 진행하는 것도 그것대로 부담되고 하니까요.
밤새우며 애쓰셨을텐데....참, 이놈의 코로나가 여러모로 말썽이네요 ㅠㅠ

공쟝쟝 2020-06-16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난지원금 받으면서, 저도 기본소득이며 이런저런 생각 많이 했더랬죠. 앞으로의 세계가 많이 달라질터인데, 관련한 책 저도 찾아 읽어볼까 싶어요... 그나저나 코로나 ㅠㅠㅠ 으어ㅠㅠㅠㅠ 벌써 6월도 가는데..

단발머리 2020-06-19 07:34   좋아요 1 | URL
전, 답은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책들도 더 찾아보려고 하구요.
수도권이 계속 확진자가 나오니까 다른 지역도 걱정되고 그러네요. 6, 7월은 이런대도 진짜 걱정은 또 가을 ㅠㅠㅠ 흐엉 ㅠㅠㅠ
 
















이 책은 인도 출신의 이론물리학자 반다나 시바와 독일 출신의 사회학자 마리아 미스의 공동 저작이다. 3세계 사람들, , 대지, 자연에 대한 자본주의의 착취를 고발하는 반다나 시바의 환경운동과 백인중심 자본주의 가부장제가 약자를 착취해온 과정을 연구해온 마리아 미스는 환경운동과 여성운동간에 새로운 지구를 위한 공통의 해법이 존재함을 확인하고, 이 책을 함께 쓴다.


<4장 따라잡기식 개발의 신화>에서 반다나 시바는 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저개발된 국가들의 북반구 산업국 따라잡기는 신화로서만 가능할 뿐 실제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과잉개발된 중심 및 대도시와 저개발된 주변의 관계는 식민지적이다. 오늘날 이와 유사한 식민관계가 인간과 자연 사이에, 남성과 여성 사이에, 도시와 시골 사이에 존재한다. 우리는 이것들을 백인남성의 식민지라 부른다. 그같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력과 폭력은 언제나 필수적이다. (128)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모든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 북반구의 행복(?)한 사람들의 생활수준에 도달하고자 하는 남반구 사람들의 욕망은 좌절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북반부 사람들의 쾌적하고 편리한 생활은 남반구 사람들의 희생 때문에 얻어진 것이다. 이는 비용의 외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식민통치가 끝난 후에도 식민화된 주변부 노동자들은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저임금하에서 노동해야만 하고, 산업국의 노동자들은 그들보다 10배 이상의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131). 가부장적, 자본주의적 성별분업을 통해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으로 이해된다. 가사노동은 비생산적 무보수 노동이기 때문에 GNP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 여성은 가정주부로 규정되기에 여성에 의해 수행되는 다른 노동 역시 가치절하된다.


자본주의는 체제의 내부 구성원인 여성을 식민지화하고 외부 세계를 식민지화한다. 얼굴을 알 수 없는 다국적기업은 국가의 제약을 뛰어넘어 전 세계를 초토화시키며 이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은 북반구 소수의 자본가에게 돌아간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제3세계 국가에 대한 자본 침략은 환경 악화와 빈곤을 초래한다(148). 이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소설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아룬다티 로이의 『아룬다티 로이,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가 이해를 도와준다.  



초국적 기업은 국가의 지원 아래 인도의 산과 숲, 강을 약탈하고, 광산과 철광이 생태계 전체를 파괴하고 있으며, 기름진 토지가 사막으로 전락하고 있다. 현지의 토양과 기후 조건에 적합한 지속 가능한 식량 작물이 뽑혀 나가고, 그 자리에 물 집약적이고 교배종인 유전자 변형 환금작물이 경작된다. 농민들은 농토에서 쫓겨나거나 지력의 약화로 수확량이 줄어들어 빚의 구렁텅이에 빠져 든다. 인도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스스로 목숨을 끊은 농민이 18만 명이 넘는다.(23)






이 모든 것은 개발에 대한 환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도 북반부의 사람들처럼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 개발로 인한 이익이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올 것이라는 남반구 사람들의 상상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GNP 계산법으로는 숲의 벌목이 경제성장(149)이다. 자본은 경제성이라는 이름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농부를 농토에서 내쫓고 그 모든 수확물을 북반구로 가져가고 있다. 환경파괴와 자원전쟁이 예상되는 암울한 미래를 피하기 위해 반다사 시바는 의식적이고 전면적인 생활양식의 변화, 소비의 감소, 북의 소비패턴의 근본적 변화, 그리고 에너지 보존을 위한 단호하고 광범위한 운동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한다.(137)



더 나은 생활환경과 편리함에 대한 추구는 멈출 수가 없다. 건조기를 구입하고 나서는 식기세척기가 눈에 들어오고, 새로 나왔다는 근사한 디자인의 커피 머신을 구입하고 싶어진다. 더 사고 싶고, 더 갖고 싶고, 더 먹고 싶은 것에 대한 욕구를 어떤 식으로 풀어 가야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 도래했다. 비행기를 타고 이 곳까지 배송되어 어마어마한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열대 과일이 아니라, 우리 땅에서 자란 수박을 선택하는 일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선택이 되기까지.



근사한 핸드백에 대한 욕구를 자제하지 못하는, 나도 모르게 에어컨 리모컨을 눌러버리는, 쉽게 조리식품을 배달시키는, 그런 나는 더욱 고민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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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0-06-16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부장제 자본주의.. 너네 참 달다...

단발머리 2020-06-19 07:34   좋아요 0 | URL
가부장제는 자본주의 만나 아주 날개를 달았다지요. 너네는 참 좋겠다. 사이가 좋아서 ㅠ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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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는다.

 


나는 말이 없는 사람보다는 말이 많은 사람이 낫다고 생각한다. 말이 없는 사람도 자기 나름의 생각이 있을진대, 말을 하지 않으면 좀처럼 그 생각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속을 쉽게 내보이는 사람은 얄미울 때도 있지만, 또 가끔은 귀엽게 여겨지기도 한다.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도스토예프스키는 전 세계 말 많은 사람 탑3’에 오를 만한다. 영광의 옆자리는 필립 로스에게 내어 드리고, 나머지 한 자리는곧 이 세상에 나타날 또 다른 말 많은 사람에게 남겨두기로 하자.

 

그래서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는 말 많고 속 보이고 욕심쟁이에 이기적인데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그를 미워하지 않게 된다. 저열한 인간상을 보고 일면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하게 되고(이야, 이 인간 봐라. 적어도 나는 이 사람보다는 낫다), 그의 고통에 자기도 모르게 쾌감을 느끼게 된다. (거 봐라, 인과응보야.)

 


완벽한 소설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없는 책이지만, 스토리텔링이라는 소설의 가장 기본적인 기술로서 독자를 아주 가까이 끌어들인다. 이야기 속 이야기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각 인물이 전하는 다채로운 매력이 읽기의 어려움을 한껏 덜어내 준다.

 


대심문관장면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마태복음 4, 사탄이 예수 그리스도를 시험하는 장면은 알고 있을 듯하다. 로마의 압제 아래에서 청년 예수에 대한 민중의 기대와 열망은 초반에는 큰 갈등이 없는 듯 했지만, 권력과 특권을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종교 기득권층에게 예수는 눈엣 가시였다. 민중의 상처와 아픔을 치료하면서 자신에게 부여된 십자가의 임무를 감당해야만 하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사탄의 3가지 시험은 예고편과 같다. 완벽한 신이며 완벽한 인간인 예수에게, 천지만물보다 먼저 존재했으나 이제 인간의 한계 안에 갇힌 예수에게, 사탄의 유혹은 너무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 마치 대심문관의 말처럼.

 

다시 인간을 찾아온 예수에게 대심문관 추기경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를 방해하러 온 것이냐?(506)’고 묻는다. (예수)는 모든 것을 교황에게 넘겼으니 아예 오지 말아라(507)고 말한다. 인간을 그토록 존경한 나머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해 인간에게 무거운 짐을 지웠노라고(518) 주장한다. 신앙을 위해 스스로를 유폐하고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고행을 마다하지 않았던 아흔의 노인은 그토록 숭배하던 에게 마지막 말을 전한다. 어서 가라,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라…… 절대로 오지 마라…… 서슬 퍼런 대심문관의 충고에도 나는 다시 돌아가 한 번 더 읽어야겠다. 예수 앞, 대심문관의 말들을.  

 



문학동네 도스토예프스키 챌린지 시작하기를 잘 한 것 같다. 알라딘에서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하면서 같이 읽기의 효과를 보았던지라, 이번에는 카라마조프 읽어볼까?’ 해서 시작하게 됐는데, 덕분에 책도 구입하고 짬짬이 도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책을 선물 받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아니고 완독한다고 큰 선물 주는 것도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메일도 오고, 문자메시지도 오는데, 챙겨 주는 느낌이 좋다.

 

고전이란 자고로 오래도록 살아남은 생명력 있는 책이라지만 새 번역, 새 옷을 입은 고전은 훨씬 더 쉽게 읽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 2권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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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6-1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5년 전에 열O책들 버전으로
도전했다가 완독에 실패했다가
이번 챌린지로 마침내 완독에 성공
했답니다.

접근을 이것은 러션 막장 소설이다
라고 하니, 좀 더 수월하게 읽히더라
구요.

지금은 <죄와 벌>의 재독을 앞두고
마의 산에 올라 볼까 고민 중이랍니다.

단발머리 2020-06-13 10:25   좋아요 0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전 이제 막 1권을 끝냈는데 이번 메일에 벌써 반이 지났다고 하더라구요. 다음주에는 더 서둘러야겠어요.
러시아 소설이 재미있다,는 데에 묘한 즐거움을 느낍니다.
<죄와 벌>과 <마의 산>도 모두 성공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