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코로나 생각 뿐이다.


사실이 그렇다. 코로나19 이후 삶의 모습이 달라진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테다. 아침에 집을 출발할 때부터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고, 밥 먹을 때 잠깐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정도에서 재택근무하는 경우엔 작업 환경이 완전히 변한 경우다. 보고 싶은 친구들과의 만남을 기약 없이 연기하기도 하고, 여행 계획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을 테다. 이전과는 다른 업무를 처리해야 할 수도 있고, 이전의 업무에 더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새롭게 처리해야 할 업무도 있을 것이다. 나같은 경우,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으니 방학의 연속이다. 겨울에 두 달, 여름에 한 달이었던 방학이 1월부터 계속되다가 이제 6월이다. 이제 학교에 가기는 하는데, 한 명이 가면 한 명이 남는다. 남아있던 한 명이 학교에 가면, 학교에 다니던 한 명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한다. 아이들은 방학이고, 내겐 성수기다.


기본소득과 관련된 책 중 읽은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우리가 바라는 유토피아의 건설을 위해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기본 소득 지급, 주당 15시간 근무 그리고 국경 없는 세상을 주장한다. 2009 5월 영국 정부의 퇴역 군인 노숙자에 대한 실험 결과를 토대로 기본 소득은 현금으로, 모든 국민에게 지급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일에 대한 개념을 수정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는 신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의 정의 자체를 수정하면 가능하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이를 낳는 것, 아이를 먹이는 것, 아이의 먹거리를 만드는 것, 아이를 수영장에 데려다 주는 것, 아이와 함께 옷을 고르는 것. 이 모든 것이 일이다. 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다. 아이에게만 그러한가? 부모님과 함께 정형외과를 방문하는 것, 치과를 방문하는 것, 부모님의 핸드폰을 수리하기 위해 동행하는 것, 부모님의 새 구두를 사러 가는 것, 김장 배추를 사기 위해 함께 시장에 나가는 것. 이 모든 일이 이다. 새로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첼로를 배우는 것도, 요가를 배우는 것도 모두 일이다.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는 것,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는 것, 새 침대시트를 꺼내고, 집을 청소하는 것. 모두 다 일이다. ‘을 버는 행위, 임금과 관련된 행위만을 이라고 제한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일은 이 될 수 있으며, ‘이라 불릴 수 있다.  <출처 : https://blog.aladin.co.kr/798187174/9716576>




경제학자 다이앤 코일Diane Coyle이 지적했듯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통계 기관은 무보수 노동을 구태여 포함시키지 않는다’. ‘아마도 (무보수 노동의 대부분을) 여성이 담당하기 때문’(113)이라고 그는 말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다. 코로나19와 같은 초유의 상황이 아니라면, ‘나라에서 공짜 돈을 받는 일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나라 곳간을 걱정하던 평범한 시민들은 재난지원금을 들고 마트에 갔다. 외식을 하고, 식료품을 샀다. ‘재난지원금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접근해 전 도민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책이 더 나은 건지,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이해해 형편이 어려운 소규모 사업자에 대해 집중적인 지원할 것을 주장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이 나은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일상을 잠시 멈춰야 하고, 선택적 자가격리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을 시작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적인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직함이 내게 아무것도 줄 수 없는 세상이 도래한다면, 노동 없는 세상이 펼쳐진다면, 인간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전염병의 위험에도 안전한 AI가 노동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 준다면, 우리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임금노동으로 얻을 수 있는 소득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면, 생존 이상의 삶,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가.


가사부불노동과 돌봄노동이 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노동으로 인정하면 된다. 그런 활동을 이라고 규정하고, 그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면 된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존재하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위해 을 지급하면 된다. 정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새로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정당과 지도자를 통해서만 이 일은 가능하다. 물론, 그런 정당과 지도자를 알아보는 국민의 안목 없이는 안 될 일이다. 결국은, 우리에게 달렸다. 우리 스스로에게 달린 일이다. 




◆ 김누리> 첫 번째는 폐기하거나 아니면 자본주의를 인간화하거나.
◇ 정관용> 자본주의의 인간화.
◆ 김누리> 저는 휴머나이즈라고 부르고 싶은데요. 말하자면.
◇ 정관용> 북유럽형 복지모델은 인간화한 자본주의인가요?
◆ 김누리>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여기서 인간화라고 하는 것은 세 가지 측면이 있겠는데요. 첫 번째는 자본주의라는 게 인간을 소외시키거든요. 소외시킨다는 말은 사실은 인간의 삶을 전도시킨다는 거죠. 사물이 인간을 지배해요, 자본주의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소외시킨다는 거고요. 두 번째는 이 자본주의는 사회를 파괴한다는 말이에요. 사회적 공동체를 지금 파괴하고 일종의 정글로 만들어요. 세 번째는 좀 전에 말씀드린 대로 자본주의는 무한히 자연을 침탈하고 파괴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사실은 인간과 자연이 화해하면서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인간화해야 된다고 봅니다.

<코로나 사피엔스>, 김누리 중앙대 교수 "바보야, 문제는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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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0-06-15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기획했던 행사들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어요.
억지로 머리를 싸매고, 밤잠을 줄여가며 기획안 쓰고,
행사 준비로 며칠을 고생했는데, 그냥 취소해버리는 것도 엄청 스트레스네요.
이렇게 쉽게 취소할 행사였으면 그 고생은 대체 왜 했던 건지. ㅠㅠ

단발머리 2020-06-19 07:31   좋아요 0 | URL
너무 속상하셨을 거 같아요. 코로나로 상황이 급변하니 정말 내일을 알 수 없는 매일이죠.
지금 같은 상황이면 그냥 진행하는 것도 그것대로 부담되고 하니까요.
밤새우며 애쓰셨을텐데....참, 이놈의 코로나가 여러모로 말썽이네요 ㅠㅠ

공쟝쟝 2020-06-16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난지원금 받으면서, 저도 기본소득이며 이런저런 생각 많이 했더랬죠. 앞으로의 세계가 많이 달라질터인데, 관련한 책 저도 찾아 읽어볼까 싶어요... 그나저나 코로나 ㅠㅠㅠ 으어ㅠㅠㅠㅠ 벌써 6월도 가는데..

단발머리 2020-06-19 07:34   좋아요 1 | URL
전, 답은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책들도 더 찾아보려고 하구요.
수도권이 계속 확진자가 나오니까 다른 지역도 걱정되고 그러네요. 6, 7월은 이런대도 진짜 걱정은 또 가을 ㅠㅠㅠ 흐엉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