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Philos Feminism 1
수전 팔루디 지음, 황성원 옮김, 손희정 해제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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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래시의 원인 

페미니즘 운동과 성과가 백래시의 원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백래시는 페미니즘의 무기력을 증명한다기보다는 페미니즘의 파워를 증명한다. (11) 



2. 백래시의 등장  

반페미니즘적 반격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터져 나왔다. 이는 여성들이 결승선에 도착하기 한참 전에 여성들을 멈춰 세우는 선제 공격이다. (45) 



3. 백래시의 성장 

반격이 힘을 얻으면서 성공한 소수는 다수로부터 떨어져 나와 버렸다. 그리고 소수의 성공한 여성들은 사회적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자신들이 어쨌든 출세에는 그렇게 관심이 없음을 입증하려 한다. 그리고 이들이 자신은 여성운동과 거리를 두고 있음을 드러내려는 반면, 노동계급 여성들은 비틀거리면서도 페미니즘이라는 대의의 분열된 잔재들을 어떻게든 붙들려고 한다. (45) 



4. 백래시의 작동 

반격의 작동은 암호화, 내면화되어 있고, 분산적이고 카멜레온처럼 변덕스럽다. (47) 



5. 백래시의 전술 

반격은 싱글 여성과 기혼 여성, 직장 여성과 전업주부, 중산층과 노동계층을 분할통치하려 한다. 규칙을 따라는 여성들을 추어올리고 따르지 않는 여성들을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당근과 채찍 시스템을 조종한다. (48)



6. 백래시의 방향 

여성들을 아버지의 딸이나 싱싱하게 푸드덕거리는 낭만적이면서 적극적인 둥지 속의 같은 존재, 아니면 소극적인 사랑의 대상 같은 자기들이용납 가능한역할로 다시 떠밀어 넣으려는 것이다. (48)



7. 백래시, 여성의 최후 진술 



우린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 (29) 





4 12 목요일 오후 4 24. 94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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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영점 - 가사노동, 재생산, 여성주의 투쟁 아우또노미아총서 44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 옮김 / 갈무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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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실비아 페데리치는 여성주의 저술가이자 교사이며 투사이다. 1972 <국제여성주의공동체> 공동으로 설립하고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 캠페인> 국제적으로 펼쳤다. 자본주의에서 여성의 착취를 정의하는 있어서 가사노동이 핵심요소라는 사고는 책에 실린 논문 대부분을 관통하는 주제다.(24) 1972, <국제여성주의 집단> 캠페인에서는 가사노동이노동이며, 다른 형태의 생산이 일어날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 활동임을 인정하라는 압력을 국가에 행사하고자 했다. 여성들은 남편이 아닌 집합적 자본의 대표체로서 국가에게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지불을 요구했는데, 이는 국가가 가사노동을 통해 이윤을 획득하는 진정한남성Man”이기 때문이다. (27)  



<1 가사노동의 이론화와 정치화> 



사랑의 노동이라 불리는 가사노동이 다른 노동과 구별되는 것은 1) 그것이 여성에게 강요되고 있으며 2) 내면 깊이 자리한 여성 특유의 기질에서 비롯된 자연적 속성, 내적 욕구, 열망(에서 기인한 행위)으로 변신했다는 점에 있다.(38) 여성의 역할은 임금을 받지 않으면서도 행복한,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스러운노동계급 하녀가 되는 것이다.(40) 


가사노동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다. 가사노동은 임금노동자에게 육체적, 정신적,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여 매일 같이 일터로 나갈 있도록 돕는 일이다.(65) 가사노동은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학교 다닐 때까지 시중을 들어 주어 미래의 노동자로 준비시키고, 하루 종일 일에 지친 남성을 육체적, 정서적으로 위로해 주어, 현재의 노동자가 내일 기꺼이 자신의 일터로 향하게 한다. 


가족이 사랑의 공동체이기보다 본질적으로 여성부불노동의 제도화이자, 무임금으로 인한 남성에 대한 종속의 제도화이며, 결과적으로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을 규율해 불평등한 권력분배의 제도화(69)라는 사실은 여성에게 무임금상태를 강요하는 배경이 된다. 또한 임금이 없는 상태에서 주어지는 가사노동을 지속적으로 사랑의 행위로 그려냄으로써핵가족 조직 통해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게 했다. 가사노동에 대한 보상이 언제나 임금이 아니라사랑이었다는 점은 여성의 노동과 가족, 남성에 대한 여성의 의존도를 가장 강력하게 제도화하는 지점이다.(77)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 요구가 혁명적일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 요구는 가사노동이 여성 본성의 표현이라는 인식에 반대하는 것이며(43), 여성의 노동을 생물학적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77) 또한 가사노동이 노동(노동력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노동)임을 인식하고, 눈에 보이지 않은 채로 버려져 있던 막대한 양의 부불노동을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다. 이는 가사노동을 모두가 공유하는 문제로 인식하게 함으로 여성들이 규합하고 투쟁할 있는 가능성을 제공했다.(108)  




<2 세계화와 사회적 재생산>



자본주의적 축적은 무엇보다 노동자의 축적이며, 이는 주로 이민을 통해 발생한다.(130) 해외 부채 지불로 인한 자본이전을 따라에서으로 막대한 이민의 움직임이 촉발되었으며(128), 그리 많지 않은 정도의 급료에 집을 청소하고 아이를 돌보며 음식을 만들고 노인들을 보살피는 필리핀 또는 멕시코 여성들이 가사노동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같은해법 여성 내에하녀-주인여성관계를 만들어내고, 가사노동은 진정한 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돈을 적게 지불하게 한다.(131) 국제적인 어린이 밀매, 수출용으로 만들어내는 아기농장, 3세계 여성들을 대리모로 채용하는 , 우편주문 신부 밀매 등은 신국제노동분업이 여성 해방의 수단이 되기는커녕 여성착취를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했음을 확인시킨다.(133) 가사노동의 조건을 개선하고 여성들간의 연대를 구축하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있는 방법은 국가가 재생산노동에 임금을 지불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134) 


세계화가 가장 먼저 앞세우는 가장 가시적인 무기는 구조조정 프로그램, 무역자유화, 사유화, 지적재산권이다. 모든 정책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부가식민지에서선진국(대도시)’으로 영토 점령 없이 이동하는 합법적인 방법이다.(139) 세계화전쟁의 대다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은 토지사유화, 무역자유화, 통화거래에 대한 규제완화, 공공부문의 축소,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자금지원 철회 등을 요구 받는다. 이로 인해 국가의 힘은 약화되고, 사병의 구성에 기여하며 마약거래의 확산에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식량원조는 전쟁-경제의 핵심 구성요소가 되는데, 전쟁장기화로 인한 자급농업 붕괴와 수입식품에 대한 의존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세계국가로통합되기 위한 조건이 되어 식량원조에 대한 의존도를 강화시킨다. (146)   




<3 공유재의 재생산>  



구조조정과 경제의 재전환 이후 재생산노동의 재구조화가 세계적으로 일어나게 되었을 , [선진국] 대도시 노동력 재생산의 많은 부분, 특히 어린이와 노인을 돌보는 노동과 남성 노동자를 성적으로 재생산하는 일이 이제는 남반구 출신의 여성이민자를 통해 수행되고 있다. 이는 여성 이민자 개인에게뿐만 아니라 이들의 출신공동체에 막대한 사회적 희생을 요구한다.(189) 이민자들은 장시간 노동, 무급휴가, 인종주의적인 처우와 성범죄 엄청난 학대와 협박에 취약하다.(201) 맑스는 자본 축적을 위해서나 새로운 공산주의 사회의 건설을 위해서나 재생산노동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고(205), 재생산과정을 거의 당연시 하다시피 했다. 맑스는 기계가 모든 노동을 대신하고, 인간은 기계의 감독관으로서 기계를 돌보는 것으로 가능한 세상을 그리고 있지만 재생산노동이 모두 기계화로 환원될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207) 여성주의 경제학에서 바라보는 노인돌봄의 대책은 노동의 사회적/성적 분업 방식의 전환이며, 무엇보다 재생산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여 재생산노동을 수행하는 이들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다. (211) 재생산/돌봄노동의공유재화”, “돌봄의 공동체또한 우리의 일상생활을 재조직하고, 비착취적인 사회적 관계를 창조하는 반드시 필요하다. (213)  


세계은행은 어느 곳에서든 자급농업의 파괴와 토지상업화의 촉진을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핵심사업으로 삼고 있는데(224), 여성들은 이에 계속 반항함으로써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세계프롤레타리아트가 굶어 죽지 않을 있게 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225) 여성들은 지역자급시스템을 마련하고, 상업적인 벌목을 저지하고 삼림을 지키거나 복원하기 위한 투쟁을 이끌어왔다.(231) 또한 도시텃밭운동을 통해 공동체 투쟁의 초석을 마련했다.(233) 자급형 농업은 여성들에게 자신들의 건강과 가족들의 건강 생활에 대한 요긴한 통제수단이 되어 주었다. (234)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창조된가사노동 여성의 일로, 여성 내면에 부합하는 열망 혹은 본능의 발현으로 강요되었다. 가사노동의 원천이사랑이고, 가사노동의 보상 또한사랑이라는 기묘한 부조화는 남성에 대한 여성의 의존도를 극대화하는 수단이 되었다. 가사노동이 노동임을 인식할 , 눈에 보이지 않는 가려지고 버려졌던 막대한 양의 다른 부불노동 또한 드러나게 것이다. 저자는 진정한 남성인 국가가 가사부불노동을 재생산노동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품에 안은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소리내 책을 읽어주는게 하찮은 일이라 말하지 않는다면, 함께 하고픈 가족과 같이 있어주는 일이 쓸데없다 말하지 않는다면, 무모할지 몰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는 일이 무의미하다 말하지 않는다면, 해결방법은 오히려 쉽게 찾을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나은 삶을 원한다. 가족과의 많은 시간을 원한다. 친구들과 자유로운 시간을 원한다. 이야기하고, 여행하고, 꿈꾸기를 원한다. 공부하고 말하고 토론하기를 원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의 말을 배우고, 번도 다루지 못했던 악기를 배우기 원한다. 몸을 땀으로 가득 채우도록 마음껏 달리고, 처음 들어본 요리법으로 근사한 요리를 만들기 원한다. 좋은 사람, 나은 되기를 원한다. 


많은 학자들의 예상처럼, 생각보다 가까운 시기에, 우리가 하던 많은 양의 노동을 기계들이 대신하고, 그리고 인간이 /해야할 일이 없어진다면, 우리 인간은 스스로의 기쁨을 위해 무슨 일을 있겠는가. 생산성 또는 효율성만으로 평가한다면, 지구에 인간이 자리는 어디인가. 인간으로서, 인간이 대우받는 방법은 존재하는가. 많은 노동, 높은 효율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자체로서 존중 받을 수는 없는가. 




우리가 자주 강조해 왔지만 필요한 것은 많은 노동이 아니라 많은 시간과 돈이다. 또한 단지 많은 노동으로 해방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산책을 하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여성들의 모임에 참여할 있기 위해 어린이집이 필요하다. (110) 



Revolution at Point Zero. 책의 부제는가사노동, 재생산, 여성주의 투쟁이다. 하지만 이것은 여성만의 투쟁이 아니다. 여성만의 고민 또한 아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것인가. 인간답게 대우받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것인가. 



어떤 경우든 성적인 관계의 정신분열적 성격 때문에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은 항상 여성이다. (54쪽)

"성적 해방"은 우리의 노동을 강화했다. 옛날 여성들은 그저 아이들만 키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여성들은 일자리를 가지면서 동시에 집안을 청소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두 배에 달하는 노동일의 마지막에는 언제든 침대에 뛰어들어 성적으로 매혹적이어야 한다는 기대까지 받고 있다. 여성에게 섹스를 할 권리는 섹스를 해야 할 의무이자 그것을 즐기기까지 해야 할 의무이다. (56쪽)

"취업"을 남성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주요 조건으로 상정할 경우 집 밖에서 일하기를 원치 않는 여성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 이들은 가족들을 돌보느라 충분히 힘들게 일하고 있고, 만일 이들이 취업을 한다면 이것이 해방의 경험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돈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일자리를 갖는다고 해서 결코 가사노동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 (109쪽)

재생산노동이 노동집약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은 어린이와 노인을 돌보는 일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어린이와 노인을 돌볼 때는 가장 육체적인 일을 할 때조차 공포와 욕구를 내다보며 안정감과 위로를 제공해야 한다. 그 어떤 일도 순수하게 "물질적"이지도 "비물질적"이지도 않고, 가상의 온라인소통으로 대체하거나 기계화할 수 있도록 분해할 수도 없다. (187쪽)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가 우리의 재생산을 더 협력적인 방식으로 재규정하지 않고, 사적인 것을 정치적인 것과, 정치적 행동주의를 일상생활의 재생산과 분리하기를 그만두지 않으면 대안사회와 자기재생산이 가능한 강력한 운동을 구축할 수 없다는 점이다. (250쪽)

가사노동은 산업화가 절정에 달한 19세기 말 자본주의 시기에 남성노동자들을 유화시키는 한편, 섬유산업에서 더욱 강도 높은 노동착취를 요하는, 따라서 노동의 재생산에 대한 투자를 증대시켜야 하는 중공업으로 (맑스의 용어로 절대적 잉여에서 상대적 잉여로) 원활하게 이행하기 위해 창조된 것이다. 가사노동의 창조는 가족임금의 제도화를 낳고 포드주의에서 절정에 달한 자본주의 전략과 동일한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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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3-19 1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건 또 제가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책이었는데 단발머리님 댁에 좋은 책을 소개받고 또 이렇게 좋은 리뷰도 읽게 되네요. 갈 길도 멀고 공부할 것도 아주 많아요. 그렇지만 단발머리님이 항상 이렇게 지치지 않고 책 읽고 글을 써주셔서 정말 좋아요. 힘이 됩니다!

단발머리 2018-03-19 12:02   좋아요 2 | URL
전 미네님을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어요.
전 날라리 전업주부라서 부불가사노동에 대한 논의가 아주 가깝게 느껴져요.
얌전히 책만 읽는 페미라 항상 부끄럽습니다.
전면에 서 있는.... 용기 있는 다락방님에게 힘이 된다니 기쁩니다.
우리 지치지 말고, 서로에게 힘을 주면서 계속 전진해요. 영미! 영미영미영~~~~~미!
 
랩 걸 (알라딘 리커버 특별판, 양장)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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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라면 모두 그렇듯 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풀브라이트상을 수상한 유일한 여성 과학자이며, 2005 젊고 뛰어난 지구물리학자에게 수여하는 제임스 매클웨인 메달 수상자인 저자 호프 자런은 과학자로서 자기 인식 시점에서부터 성장 그리고 성과를 얻어가는 과정을 식물의 뿌리와 이파리, 나무와 옹이 그리고 꽃과 열매와 연관지어 서술한다.   




가루가 오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는 우주에 사람, 나뿐이었다. 상상할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는 넓고 넓은 세상에서 , 작고 부족한 내가 특별한 존재가 것이다. 나는 나만의 독특하고 별난 유전자들이 모여서 생긴 존재일 아니라 창조에 관해 내가 알게 작은 진실 덕분에, 그리고 내가 보고 이해한 진실 덕분에 실존적으로 독특한 존재가 되었다. 모든 팽나무의 씨를 강화하는 광물질이 바로 오팔이라는 확실한 지식은, 누군가에게 전화하기 전까지는 나만 알고 있는 진실이었다. 그것이 가치가 있는 지식인지 아닌지는 오늘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느꼈다. 인생의 페이지가 넘어가는 순간 나는 서서 사실을 온몸으로 흡수했다. (105)  




나는 모든 달인을 부러워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꾸준히 해내는 사람을, 멈추지 않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나는 질투한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기에, 내가 발견한 무언가를 계속할 용기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에, 열정적이지 못한 스스로를 변명할 기회만을 찾고 있기에, 나는 열정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호프 자런, 그녀는 평생 동안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부을 만한 일을 발견한다. 어두운 실험실, 팽나무의 씨를 강화하는 광물질이 오팔이라는 사실을 알게 그녀, 우주에서 가장 먼저 지식을 알게 그녀는 과학자로서 살게 자신의 삶을 예상한다. 이제는 예전으로 돌아갈 없다. 새롭게 알게 사실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독특한자신 되고 , 그녀는 이제 과학자가 아닌 사람으로 살아갈 없다. 샤워는 2주일에 , 아침식사와 점심은 책상 밑에 쌓아둔 영양 음료 캔으로 때워버리고(185), 맥도날드 치즈 버거를 해동해 실험실에서 먹으며, 젖은 옷을 입은 땅을 파헤치고, 연구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텐트를 치고, 가설을 분석하고, 결과를 추론하며, 실험의 결과를 설명하는 , 연구하는 삶을 살아갈 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는 학위를 땄고, 직장을 여섯 옮겼으며, 4개국에서 살았고, 16개국을 여행하고, 병원에 입원하기를 다섯 , 중고차 여덟 대를 갈아치우고, 적어도 4 킬로미터를 운전했고, 마리가 영면하는 것을 지켜봤고, 6 5000개에 달하는 탄소 안정적 동위원소를 측정해냈다. 특히 동위원소측정은 우리의 커리어를 내내 관통하는 목표이기도 했다. (395) 

 



학문 여정을 함께 연구자 빌과 그녀와의 관계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가 낭만적인 관계 아닌 다른 관계일 있다는 , 게다가 여자가 남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상태로, 가정이 없는 남자와 가정을 이룬 여자가 팀으로 일할 있다는 이해하지 못한다. 두개의 단어로 쉽게 설명될 없기에, 이해하지 한다. 빌은 호프에게 가족이다. 다툰 후에 화해의 말을 건네지 않아도 미안한 마음을 알아채는 사람이고, 가장 힘들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을 주는 사람이다. 책에서 그녀는, 자주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녀는 자신이 이루어낸 성과, 업적, 결과는 모두 빌과의 협력 속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심지어 자신이 아이까지 낳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있는 전제로서의 빌을 인정한다. 




책으로 . 언젠가 나를 위해 그렇게 해줘.” (396) 



빌은 그녀에게 말한다. 호프가 자신에 대해 말해주기를, 자신에 대해 주기를, 자신에 대한 기억을 책으로 남겨 주기를.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한다. 책을 쓴다. 



‘3 꽃과 열매 <챕터 8>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이야기다. 팽나무를 강화하는 광물질이 오팔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던 ,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이 좋은 과학자가 수도 있을 거라는 알게 바로 , 호프는 자신이 지금까지 알던 여성들처럼 기회를 이제 공식적으로 완전히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106)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을 지도 모르겠다. 모어 카운티에서 가장 영리했을 뿐만 아니라, 전국 과학 영재 대회에서 선외 가작상을 받았던 소녀.(호프의 엄마와 함께 선외 가작상을 받은 사람 중에는 노벨 물리학상과 수학에서 가장 영예로 여겨지는 필즈상 수상자도 있었다) 호프의 엄마는 공부를 도중에 포기하고 호프의 아빠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했다. 과학자로서의 자신과 평범한 여성으로서의 자신. 과학자로서 살기로 선택한다면, 그녀는 보통의 여성들과는 다른 삶을 밖에 없다. 과학자이며 어머니이고, 부인이며 학자인 여성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꿈꾸는 삶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모델을 명도 없는 환경에서 많은 수의 여성들이 여성으로서의 , 여성에게 기대되는 삶을 선택하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보아왔던 여성의 역할과 배역에 자기 자신을 맞춰갈 밖에 없다. 호프 자런이 과학자로서 살아갈 자신을 인식했을 , 지금까지 알던 여성들의 삶에서 멀어진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 바로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랑은 찾아오고, 그녀는 아이를 갖게 된다. 




퇴원하기 전날 , 잠을 이루지 못하고 누워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내가 자주 그렇듯이, 어떤 문제 하나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가 그것이 해결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해결책이 관습에서 벗어나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아이의 어머니가 되지 않기로 결심한다. 대신 나는 그의 아버지가 것이다. 그것은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알고 있는 일이고, 내가 자연스럽게 해낼 있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생각이 얼마나 이상한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그를 사랑할 것이고, 그도 나를 사랑할 것이며, 모든 괜찮을 것이다. (326) 




나는 <챕터 8> 반복해서 읽었다. 그녀가, 아버지가 되기로 결심했던 장면이 너무 좋아 읽고 읽었다. 읽으며 생각했다. 나는 , 아버지가 되겠다는 생각, 좋은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아버지라면, 만약 내가 아이의 아버지가 되려고 했다면, 나는 정말 좋은 아버지가 있었을 텐데. 엄마로서의 무력감과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엄마가 되어, 부족하고 게으른 엄마가 되어 행복한 기억과 추억 속에 후회와 아쉬움을 배경처럼 펼쳐놓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이상한 생각,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생각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 많이 사랑해주고, 자주 격려해주고, 근사한 시간들을 보내기로 한다. 희생하지 않으면서 사랑하고, 지적하지 않으면서 고쳐주고, 타인을 사랑할 아니라, 자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해줄 있을 것이다. 



사랑받을 있음을, 이기지 않아도 사랑받을 있음을 말해주겠다. 

사랑받을 뿐만 아니라, 사랑할 느끼는 행복에 대해서 말해주겠다. 

사랑할 때, 사랑을 느낄 때, ‘사랑한다말해야 한다고, 

말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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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8-03-0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도서관 갈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몇 권 있는데 입맛만 다시다가 다음에 데리고 가줄께! 그러고 옵니다.
그 책들 중 한 권이 이 책이에요^^
알쓸신잡에서도 유시민 작가가 공부하러 간 자신의 딸을, 이 책을 읽고 더 이상 걱정 안하고 안심시켜준 책이라고 소개했는데 인상 깊었어요.
단발머리님의 리뷰도 또 가슴에 펌프질을 합니다^^

요즘 두꺼운 책들 장시간 읽느라 목뼈들이 아우성을 칩니다.
목디스키가 온건지?ㅜㅜ
눈도 침침하고.....좀 더 나이 들면 책 읽는게 진짜 힘들어질까봐 미리 겁 나네요.
그러기전에....좋은 책들 어서 빨리 읽어놔야 할텐데요ㅋㅋ
그래놓구선 또 서서히 잊어버릴꺼면서....에휴...ㅋㅋ

단발머리 2018-03-03 23:0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에 대한 좋은 소개를 많이 들었구요. 유시민 작가님의 소개도 역시나 귀에 확 들어오더라구요.
공부하는 딸에 대한 걱정을 덜었어요. 이렇게 살아갈수도 있겠구나.... 그 부분이요.
제 리뷰가 책나무님께 펌프질을 선사했다면, 그것도 너무 기쁘구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요즘 열독하시느라, 힘드시군요. 눈이 침침한 건 저도 재작년부터 그래요.
그럴때 너무 꿀꿀합니다. 이제 막 시작인데... ㅠㅠ
그래도 책읽는나무님께 화이팅을 전해드립니다. 우리, 눈 영양제 하나씩 사서 먹으면서요.
영미! 영미영미영미!!!!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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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지구상에서 굶주림, 질병, 폭력의 문제를 대략적으로 해결했으며, 이제 인류의 다음 목표는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인간이 2200년에는 죽음을 극복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언과 생화학적 조작을 통한 행복 추구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약물을 이용한 행복 추구는 시작일 뿐이다. 뇌에 대한 전기자극을 통해서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혹은 더 행복하다고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인조인간 만들기) 그리고 비유기체 합성으로 인간은 신으로 업그레이드 된다.(69) 인간이 신으로 변신한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세계로 빠르게 돌진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누군가 제동을 걸어주기를 바라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왜 행복과 불멸로 만족하지 않을까? 적어도 초인적 힘을 추구하는 무시무시한 시도를 왜 내려놓지 못하는가? 그것이 나머지 둘과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다리가 마비된 환자들을 다시 걷게 해주는 생체공학 다리를 개발한다면, 같은 기술로 건강한 사람들의 다리 성능도 높일 수 있다. 당신이 노인의 기억상실을 멈추는 방법을 알아내면, 같은 치료로 젊은이의 기억도 향상시킬 수 있다. 어디까지가 치료이고 어디부터가 성능 향상(업그레이드)인지 명확한 선은 없다. 의학은 언제나 표준 아래로 떨어진 사람들을 구하는 일로 출발하지만, 그 다음에는 같은 도구와 노하우로 표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 (81)


지금 상황에서 유전자 조합의 선택으로 만들어진아기를 생산한다는 건 비윤리적인 일이며, 보통의 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자들의 얼굴 상처를 치료하면서 성형수술이 발달하게 된 것이나, 불임부부를 위한 시험관 아기를 생각해보라. 쌍꺼풀 수술은 수술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될 만큼 일상화 되었고, 시험관 쌍둥이들은 도처에 있다. 치료를 위해, 불가피하게 시작되었던 흔히 않던 예들이 이제는 우리 생활에 적잖이 스며들어 있다. 선택과 대체 그 다음 순서는 수선. 위험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려는 시도가 시작될 것이다. 더 강한 면역체계, 평균보다 높은 기억력, 남들보다 밝은 기질을 가진 아이를 원합니까? 이 유전자 아기 카달로그를 보세요.(85) 저자의 예측이 맞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1부에서는 유인원 한 종에 불과한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사피엔스는 독립적인 생태구역으로 나뉘던 장벽을 깨뜨려 지구를 단일한 생태적 단위로 만들었다.


수만 년 전 석기시대 조상들이 동아프리카에서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오스트레일리아에 살던 대형 동물의 90퍼센트, 아메리카에 살던 대형 포유류의 75퍼센트, 지구의 모든 대형 육상 포유류의 약50퍼센트를 멸종으로 내몰았다. 이 모든 멸종 사건들은 그들이 최초의 밀밭에 파종하고, 최초의 금속 도구를 만들고, 최초의 글을 쓰고, 최초의 동전을 주조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다. (110)


인간은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는가. 저자는 인간이 특별하다는 믿음이 성경에서 왔다고 본다. 원시시대 수렵채집인들이 인간과 여타 다른 동물들을 나누는 본질적 간극이 없다고 믿었던 것과는 달리(111), 성경은 애니미즘을 거부하고 우리 안의 동물성을 부정함으로써 인간이 신의 특별한 창조물이라는 생각을 공고히 했다는 것이다. 또한 전통적인 일신교는 사피엔스만이 불멸의 영혼을 가졌으며, 이는 실험실에서 이루어진 실험들을 통해 확인되었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점은 동물뿐 아니라 사피엔스 역시 영혼을 지니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데 있다는 데 있다.(147) 보통 우리가 말하는 영혼은 분리되지 않고 변하지 않고 영원히 지속되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데, 그런 실체는 단계적 진화를 통해 생길 수 없다는 말이다. (151)


2부에서는 인간이 만든 세계와 인간의 세계 지배에 대한 역사적 탐구와 인본주의에 대한 고찰이 이어진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자신에게 충실해라, 자신을 믿어라, 자신이 좋다고 느끼는 것을 해라,는 인본주의의 외침은 의미의 최종 원천이 인간임을 천명한다. (309) <지식=성경X논리>라는 중세 유럽의 지식 공식의 변환 또한 눈길이 간다. 과학혁명의 발로로 지식 공식은 <지식=경험적데이터X수학>으로, 인본주의의 지식 공식 <지식=경험X감수성>으로 변환되었다는 것이다.


동물들의 실험 뿐 아니라, 사피엔스의 실험에서도 영혼이라는 실체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인간에게 영혼은 없다는 주장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자아에 대한 설명 부분이다. 근대의 영향 아래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자아라는 내적 본질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자유주의가 성립하려면 나는 오직 하나의 진정한 자아를 가져야만 한다.(399) 하지만, 생명과학은, 개인이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는 생각은 생화학적 알고리즘들의 집합이 지어낸 허구적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자유의지를 지닌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419) 자유주의에 대한 믿음이 붕괴하는 현장이다.


개인주의에 대한 자유주의의 믿음

생명과학의 주장

나는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이며 단일한 본질을 지니고 있다. 내 안 깊숙한 곳에서 단 하나의 분명한 내적 목소리가 바로 진정한 나이다

유기체는 알고리즘이고, 인간은 분리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여러 알고리즘들의 집합으로, 단일한 내적 목소리 또는 단일한 나는 없다

진정한 나는 완전히 자유롭다

인간을 구성하는 알고리즘들은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자유의지가 아니라 결정론적으로 또는 무작위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다른 누구보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잘 안다

외부의 어떤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 자신에 대해 훨씬 더 잘 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스템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페이스북이 의뢰한 최신 연구는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이미 한 사람의 성격과 기질을 그 사람의 친구나 부모 또는 배우자보다 더 잘 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465) 10개의 좋아요만으로 알고리즘은 직장동료보다 실험 참가자를 더 잘 예측했다. 친구보다 잘 예측하기 위해서는 70개의 좋아요가 필요하고, 가족보다 더 잘 예측하기 위해서는 150개의 좋아요, 배우자보다 더 잘 예측하기 위해서는 300개의 좋아요가 필요했다. 클릭한 좋아요300개가 넘는다면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내 남편보다 나의 견해와 욕망을 더 잘 예측한다는 뜻이다. (466)


이렇게 자유주의는 세 가지 실질적 위협에 처했다. 첫째는 인간이 가치를 완전히 잃게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인간이 외부 알고리즘의 관리를 받게 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일부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되어 필수불가결한 동시에 해독 불가능한 존재로 남아 소규모 특권집단을 이룰 거라는 점이다. (474)  


대중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 병사와 노동자들이 알고리즘에 밀려나면, 잠들지 않고 아프지 않고 멈추지 않고 일하는 로봇들이 일자리와 전쟁터에서 활약하는 그 때가 되면, 가난뱅이 대중에게 투자할 필요가 무엇인가. 권력의 향배를 결정할 투표권을 대중에게 허락할 이유가 무엇인가. 업그레이드된 사피엔스, 초인간들이 보통의 인간, 자연 그대로의 인간을 이미 유행이 지난 버린 개인의 존엄과 평등이라는 20세기의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라 감히 추측할 수 있는가.  


전 지구적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 전지전능해지는 만큼, 시스템과 연결되는 것이 모든 의미의 원천이 된다.(529) 우리의 경험을 분주하게 데이터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추세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이다. 우리는 자신이 여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자기 자신과 시스템에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데이터로의 전환에 있다.(530)


유발 하라리는 세 개의 질문으로 이 책을 마무리한다.(544)



유기체는 알고리즘이고, 생명은 데이터 처리 과정일 뿐이며, 이 세상에는 의미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며, 지능과 의식 또한 그러하다는 주장. 자아라는 개념 역시 특별한 역사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라는 주장, 우리보다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곧 출현할 것이며,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알고리즘의 지배 아래 있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바로 눈 앞에 있다.


솜씨 좋은 유발 하라리의 설명과 논증에도 불구하고 의미에 대한 내 집착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만약 그러하다면,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데이터 처리 과정의 일환으로 이 세상에 유기체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유발 하라리라는 알고리즘은 왜, 세상에 이 책을 내놓았는가.


, 과거 속 사피엔스의 발걸음을 추적하고 미래의 인간에 대해 예상하려 하는가.


, 기술 인본주의의 도래와 데이터교의 위험에 대해 초인간이 되지 못할 현재의 인류에게 경고하려 하는가.


, 도대체 왜, 이렇게 두꺼운 책을 썼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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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8-02-13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라리도 몰라서 독자에게 물어보려고 아니면 스스로에게 계속 되물어보려고 하는걸까요? 어느정도 예측은 가능하되 어느것도 확실하지 않은 시대의 지식인들은 나름의 극한직업일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라리의 뇌를 살짝 들여다 보고싶습니다^^

단발머리 2018-02-14 08:24   좋아요 0 | URL
책 거의 끝날 부분에요. 하라리가 그러더라구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지만, 이 책에 제시된 시나리오를 예언보다는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단 하나의 예상보다 지평을 넓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스펙트럼을 넓혀보자.....라고요.
하라리가 예측한 미래사회가 오히려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 전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어요. ㅎㅎㅎㅎㅎ
하라리 뇌는 저도 좀 보고싶네요~~~
즐건 설 되세요, 지금행복하자님~~~~~^^

징가 2018-02-19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생각에 동의합니다. 님 말씀처럼 의미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규정짓는 것자체가 무의미를 정의하는 것이고, 무의미를 정의하기 위해선 의미가 존재해야한다는 모순적 결론에 도달하게 되네요... 결국 인간은 과거를 통해 미래라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상하는 알고리즘에서 벗어날수 없는 건 아닐는지요. ‘오늘의 천재가 내일의 바보를 능가할수없다’ 는 말이 생각나네요

단발머리 2018-02-19 21:52   좋아요 0 | URL
새로운 형태의 신인류에 대한 유발 하라리의 설명을 듣다보니 어디까지가 인간인가,에 대한 질문이 멈돌았습니다.
어쩌면 저는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라는 전제 혹은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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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쪽.


책 읽다가, 아는 사람 나와서....


나 지금 반갑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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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8-02-07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ㅋ 중반 넘어가신거죠? 분량은 ~~~

단발머리 2018-02-07 15:27   좋아요 0 | URL
총 619쪽에 뒤쪽 참고문헌 등 빼면 544쪽이네요.

367쪽이니까 반은 넘어 왔어요. 생각보다 재미있네요.
(두꺼운 책은 재미없을거라는 믿음^^)
아는 사람도 나오고요 ㅠㅠ

꼬마요정 2018-02-07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야, 칠도 해주시고... 박정희가 영광으로 알아야겠는데요.. 외국책에서 아는 이름 나오면 반갑긴(?) 하더라구요 ㅎㅎ

단발머리 2018-02-07 16:59   좋아요 1 | URL
저 사진은 북플 기능인 ‘형광펜‘을 이용해서 줄을 그었어요.
박정희가 꼭 영광으로 알아야할텐데요...
˝군부독재자들˝에도 표시했어야 했는데, 반가워서 그랬나요? 그건 빼먹었네요.

반갑습니다, 꼬마요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