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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평점 :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지구상에서 굶주림, 질병, 폭력의 문제를 대략적으로 해결했으며, 이제 인류의 다음 목표는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인간이 2200년에는 죽음을 극복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언과 생화학적 조작을 통한 행복
추구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약물을 이용한 행복 추구는 시작일 뿐이다. 뇌에 대한 전기자극을 통해서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혹은 더 행복하다고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인조인간 만들기) 그리고
비유기체 합성으로 인간은 신으로 업그레이드 된다.(69쪽) 인간이
신으로 변신한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세계로 빠르게 돌진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누군가 제동을 걸어주기를 바라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왜 행복과 불멸로 만족하지 않을까? 적어도 초인적 힘을 추구하는 무시무시한 시도를 왜 내려놓지 못하는가? 그것이
나머지 둘과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다리가 마비된 환자들을 다시 걷게 해주는 생체공학 다리를
개발한다면, 같은 기술로 건강한 사람들의 다리 성능도 높일 수 있다.
당신이 노인의 기억상실을 멈추는 방법을 알아내면, 같은 치료로 젊은이의 기억도 향상시킬
수 있다. 어디까지가 치료이고 어디부터가 성능 향상(업그레이드)인지 명확한 선은 없다. 의학은 언제나 표준 아래로 떨어진 사람들을
구하는 일로 출발하지만, 그 다음에는 같은 도구와 노하우로 표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 (81쪽)
지금 상황에서 유전자 조합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아기를 ‘생산’한다는
건 비윤리적인 일이며, 보통의 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자들의 얼굴 상처를 치료하면서 성형수술이
발달하게 된 것이나, 불임부부를 위한 시험관 아기를 생각해보라. 쌍꺼풀
수술은 ‘수술’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될 만큼 일상화
되었고, 시험관 쌍둥이들은 도처에 있다. 치료를 위해, 불가피하게 시작되었던 흔히 않던 예들이 이제는 우리 생활에 적잖이 스며들어 있다. 선택과 대체 그 다음 순서는 수선. 위험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려는
시도가 시작될 것이다. 더 강한 면역체계, 평균보다 높은
기억력, 남들보다 밝은 기질을 가진 아이를 원합니까? 이
유전자 아기 카달로그를 보세요.(85쪽) 저자의 예측이 맞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제1부에서는 유인원 한 종에 불과한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사피엔스는 독립적인 생태구역으로 나뉘던
장벽을 깨뜨려 지구를 단일한 생태적 단위로 만들었다.
수만 년 전 석기시대 조상들이 동아프리카에서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 오스트레일리아에 살던 대형 동물의 90퍼센트, 아메리카에 살던 대형 포유류의 75퍼센트, 지구의 모든 대형 육상 포유류의 약50퍼센트를 멸종으로 내몰았다. 이 모든 멸종 사건들은 그들이 최초의 밀밭에 파종하고, 최초의 금속
도구를 만들고, 최초의 글을 쓰고, 최초의 동전을 주조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다. (110쪽)
인간은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는가. 저자는
인간이 특별하다는 믿음이 성경에서 왔다고 본다. 원시시대 수렵채집인들이 인간과 여타 다른 동물들을 나누는
본질적 간극이 없다고 믿었던 것과는 달리(111쪽), 성경은
애니미즘을 거부하고 우리 안의 동물성을 부정함으로써 인간이 신의 특별한 창조물이라는 생각을 공고히 했다는 것이다.
또한 전통적인 일신교는 사피엔스만이 불멸의 영혼을 가졌으며, 이는 실험실에서 이루어진 실험들을
통해 확인되었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점은 동물뿐 아니라 사피엔스 역시 영혼을 지니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데 있다는 데 있다.(147쪽) 보통 우리가
말하는 ‘영혼’은 분리되지 않고 변하지 않고 영원히 지속되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데, 그런 실체는 단계적 진화를 통해 생길 수 없다는 말이다. (151쪽)
제2부에서는 인간이 만든 세계와
인간의 세계 지배에 대한 역사적 탐구와 인본주의에 대한 고찰이 이어진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자신에게 충실해라, 자신을 믿어라,
자신이 좋다고 느끼는 것을 해라,는 인본주의의 외침은 의미의 최종 원천이 ‘인간’임을 천명한다. (309쪽) <지식=성경X논리>라는 중세 유럽의 지식 공식의 변환 또한 눈길이 간다. 과학혁명의
발로로 지식 공식은 <지식=경험적데이터X수학>으로, 인본주의의
지식 공식 <지식=경험X감수성>으로 변환되었다는 것이다.
동물들의 실험 뿐 아니라, 사피엔스의
실험에서도 영혼이라는 실체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인간에게 영혼은 없다는 주장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자아에 대한 설명 부분이다. 근대의 영향 아래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자아’라는 내적 본질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자유주의가 성립하려면 나는 오직 하나의 진정한 자아를 가져야만 한다.(399쪽) 하지만, 생명과학은, 개인이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는 생각은 생화학적 알고리즘들의 집합이 지어낸 허구적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자유의지를
지닌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419쪽) 자유주의에 대한 믿음이 붕괴하는 현장이다.
개인주의에 대한 자유주의의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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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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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이며 단일한 본질을 지니고 있다. 내 안 깊숙한 곳에서 단 하나의
분명한 내적 목소리가 바로 진정한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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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체는 알고리즘이고, 인간은
분리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여러 알고리즘들의 집합으로,
단일한 내적 목소리 또는 단일한 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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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나는 완전히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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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구성하는 알고리즘들은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자유의지가 아니라 결정론적으로 또는 무작위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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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구보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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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어떤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 자신에 대해 훨씬 더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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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스템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페이스북이 의뢰한 최신 연구는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이미 한 사람의 성격과 기질을 그 사람의 친구나 부모 또는
배우자보다 더 잘 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465쪽) 10개의
‘좋아요’만으로 알고리즘은 직장동료보다 실험 참가자를 더
잘 예측했다. 친구보다 잘 예측하기 위해서는 70개의 ‘좋아요’가 필요하고, 가족보다
더 잘 예측하기 위해서는 150개의 ‘좋아요’가, 배우자보다 더 잘 예측하기 위해서는 300개의 ‘좋아요’가
필요했다. 클릭한 ‘좋아요’가
300개가 넘는다면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내 남편보다 나의 견해와 욕망을 더 잘 예측한다는 뜻이다. (466쪽)
이렇게 자유주의는 세 가지 실질적 위협에 처했다. 첫째는 인간이 가치를 완전히 잃게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인간이
외부 알고리즘의 관리를 받게 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일부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되어 필수불가결한 동시에
해독 불가능한 존재로 남아 소규모 특권집단을 이룰 거라는 점이다. (474쪽)
대중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 병사와
노동자들이 알고리즘에 밀려나면, 잠들지 않고 아프지 않고 멈추지 않고 일하는 로봇들이 일자리와 전쟁터에서
활약하는 그 때가 되면, 가난뱅이 대중에게 투자할 필요가 무엇인가. 권력의
향배를 결정할 투표권을 대중에게 허락할 이유가 무엇인가. 업그레이드된 사피엔스, 초인간들이 보통의 인간, 자연 그대로의 인간을 이미
유행이 지난 버린 개인의 존엄과 평등이라는 20세기의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라 감히 추측할 수 있는가.
전 지구적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 전지전능해지는 만큼, 시스템과 연결되는 것이 모든 의미의 원천이 된다.(529쪽) 우리의 경험을 분주하게 데이터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추세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이다. 우리는 자신이 여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자기 자신과 시스템에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데이터로의 전환에 있다.(530쪽)
유발 하라리는 세 개의 질문으로 이 책을 마무리한다.(544쪽)
유기체는 알고리즘이고, 생명은 데이터
처리 과정일 뿐이며, 이 세상에는 ‘의미’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며, 지능과 의식 또한 그러하다는 주장. 자아라는 개념 역시 특별한 역사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라는 주장, 우리보다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곧 출현할 것이며,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알고리즘의 지배 아래
있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바로 눈 앞에 있다.
솜씨 좋은 유발 하라리의 설명과 논증에도 불구하고 ‘의미’에 대한 내 집착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만약 그러하다면,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데이터 처리 과정의 일환으로
이 세상에 유기체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유발 하라리’라는
알고리즘은 왜, 세상에 이 책을 내놓았는가.
왜, 과거 속 사피엔스의 발걸음을
추적하고 미래의 인간에 대해 예상하려 하는가.
왜, 기술 인본주의의 도래와 데이터교의
위험에 대해 초인간이 되지 못할 현재의 인류에게 경고하려 하는가.
왜, 도대체 왜, 이렇게 두꺼운 책을 썼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