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알라딘 리커버 특별판, 양장)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좋은 책이라면 모두 그렇듯 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풀브라이트상을 수상한 유일한 여성 과학자이며, 2005 젊고 뛰어난 지구물리학자에게 수여하는 제임스 매클웨인 메달 수상자인 저자 호프 자런은 과학자로서 자기 인식 시점에서부터 성장 그리고 성과를 얻어가는 과정을 식물의 뿌리와 이파리, 나무와 옹이 그리고 꽃과 열매와 연관지어 서술한다.   




가루가 오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는 우주에 사람, 나뿐이었다. 상상할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는 넓고 넓은 세상에서 , 작고 부족한 내가 특별한 존재가 것이다. 나는 나만의 독특하고 별난 유전자들이 모여서 생긴 존재일 아니라 창조에 관해 내가 알게 작은 진실 덕분에, 그리고 내가 보고 이해한 진실 덕분에 실존적으로 독특한 존재가 되었다. 모든 팽나무의 씨를 강화하는 광물질이 바로 오팔이라는 확실한 지식은, 누군가에게 전화하기 전까지는 나만 알고 있는 진실이었다. 그것이 가치가 있는 지식인지 아닌지는 오늘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느꼈다. 인생의 페이지가 넘어가는 순간 나는 서서 사실을 온몸으로 흡수했다. (105)  




나는 모든 달인을 부러워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꾸준히 해내는 사람을, 멈추지 않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나는 질투한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기에, 내가 발견한 무언가를 계속할 용기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에, 열정적이지 못한 스스로를 변명할 기회만을 찾고 있기에, 나는 열정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호프 자런, 그녀는 평생 동안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부을 만한 일을 발견한다. 어두운 실험실, 팽나무의 씨를 강화하는 광물질이 오팔이라는 사실을 알게 그녀, 우주에서 가장 먼저 지식을 알게 그녀는 과학자로서 살게 자신의 삶을 예상한다. 이제는 예전으로 돌아갈 없다. 새롭게 알게 사실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독특한자신 되고 , 그녀는 이제 과학자가 아닌 사람으로 살아갈 없다. 샤워는 2주일에 , 아침식사와 점심은 책상 밑에 쌓아둔 영양 음료 캔으로 때워버리고(185), 맥도날드 치즈 버거를 해동해 실험실에서 먹으며, 젖은 옷을 입은 땅을 파헤치고, 연구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텐트를 치고, 가설을 분석하고, 결과를 추론하며, 실험의 결과를 설명하는 , 연구하는 삶을 살아갈 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는 학위를 땄고, 직장을 여섯 옮겼으며, 4개국에서 살았고, 16개국을 여행하고, 병원에 입원하기를 다섯 , 중고차 여덟 대를 갈아치우고, 적어도 4 킬로미터를 운전했고, 마리가 영면하는 것을 지켜봤고, 6 5000개에 달하는 탄소 안정적 동위원소를 측정해냈다. 특히 동위원소측정은 우리의 커리어를 내내 관통하는 목표이기도 했다. (395) 

 



학문 여정을 함께 연구자 빌과 그녀와의 관계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가 낭만적인 관계 아닌 다른 관계일 있다는 , 게다가 여자가 남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상태로, 가정이 없는 남자와 가정을 이룬 여자가 팀으로 일할 있다는 이해하지 못한다. 두개의 단어로 쉽게 설명될 없기에, 이해하지 한다. 빌은 호프에게 가족이다. 다툰 후에 화해의 말을 건네지 않아도 미안한 마음을 알아채는 사람이고, 가장 힘들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을 주는 사람이다. 책에서 그녀는, 자주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녀는 자신이 이루어낸 성과, 업적, 결과는 모두 빌과의 협력 속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심지어 자신이 아이까지 낳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있는 전제로서의 빌을 인정한다. 




책으로 . 언젠가 나를 위해 그렇게 해줘.” (396) 



빌은 그녀에게 말한다. 호프가 자신에 대해 말해주기를, 자신에 대해 주기를, 자신에 대한 기억을 책으로 남겨 주기를.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한다. 책을 쓴다. 



‘3 꽃과 열매 <챕터 8>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이야기다. 팽나무를 강화하는 광물질이 오팔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던 ,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이 좋은 과학자가 수도 있을 거라는 알게 바로 , 호프는 자신이 지금까지 알던 여성들처럼 기회를 이제 공식적으로 완전히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106)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을 지도 모르겠다. 모어 카운티에서 가장 영리했을 뿐만 아니라, 전국 과학 영재 대회에서 선외 가작상을 받았던 소녀.(호프의 엄마와 함께 선외 가작상을 받은 사람 중에는 노벨 물리학상과 수학에서 가장 영예로 여겨지는 필즈상 수상자도 있었다) 호프의 엄마는 공부를 도중에 포기하고 호프의 아빠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했다. 과학자로서의 자신과 평범한 여성으로서의 자신. 과학자로서 살기로 선택한다면, 그녀는 보통의 여성들과는 다른 삶을 밖에 없다. 과학자이며 어머니이고, 부인이며 학자인 여성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꿈꾸는 삶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모델을 명도 없는 환경에서 많은 수의 여성들이 여성으로서의 , 여성에게 기대되는 삶을 선택하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보아왔던 여성의 역할과 배역에 자기 자신을 맞춰갈 밖에 없다. 호프 자런이 과학자로서 살아갈 자신을 인식했을 , 지금까지 알던 여성들의 삶에서 멀어진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 바로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랑은 찾아오고, 그녀는 아이를 갖게 된다. 




퇴원하기 전날 , 잠을 이루지 못하고 누워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내가 자주 그렇듯이, 어떤 문제 하나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가 그것이 해결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해결책이 관습에서 벗어나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아이의 어머니가 되지 않기로 결심한다. 대신 나는 그의 아버지가 것이다. 그것은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알고 있는 일이고, 내가 자연스럽게 해낼 있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생각이 얼마나 이상한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그를 사랑할 것이고, 그도 나를 사랑할 것이며, 모든 괜찮을 것이다. (326) 




나는 <챕터 8> 반복해서 읽었다. 그녀가, 아버지가 되기로 결심했던 장면이 너무 좋아 읽고 읽었다. 읽으며 생각했다. 나는 , 아버지가 되겠다는 생각, 좋은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아버지라면, 만약 내가 아이의 아버지가 되려고 했다면, 나는 정말 좋은 아버지가 있었을 텐데. 엄마로서의 무력감과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엄마가 되어, 부족하고 게으른 엄마가 되어 행복한 기억과 추억 속에 후회와 아쉬움을 배경처럼 펼쳐놓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이상한 생각,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생각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 많이 사랑해주고, 자주 격려해주고, 근사한 시간들을 보내기로 한다. 희생하지 않으면서 사랑하고, 지적하지 않으면서 고쳐주고, 타인을 사랑할 아니라, 자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해줄 있을 것이다. 



사랑받을 있음을, 이기지 않아도 사랑받을 있음을 말해주겠다. 

사랑받을 뿐만 아니라, 사랑할 느끼는 행복에 대해서 말해주겠다. 

사랑할 때, 사랑을 느낄 때, ‘사랑한다말해야 한다고, 

말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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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8-03-0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도서관 갈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몇 권 있는데 입맛만 다시다가 다음에 데리고 가줄께! 그러고 옵니다.
그 책들 중 한 권이 이 책이에요^^
알쓸신잡에서도 유시민 작가가 공부하러 간 자신의 딸을, 이 책을 읽고 더 이상 걱정 안하고 안심시켜준 책이라고 소개했는데 인상 깊었어요.
단발머리님의 리뷰도 또 가슴에 펌프질을 합니다^^

요즘 두꺼운 책들 장시간 읽느라 목뼈들이 아우성을 칩니다.
목디스키가 온건지?ㅜㅜ
눈도 침침하고.....좀 더 나이 들면 책 읽는게 진짜 힘들어질까봐 미리 겁 나네요.
그러기전에....좋은 책들 어서 빨리 읽어놔야 할텐데요ㅋㅋ
그래놓구선 또 서서히 잊어버릴꺼면서....에휴...ㅋㅋ

단발머리 2018-03-03 23:0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에 대한 좋은 소개를 많이 들었구요. 유시민 작가님의 소개도 역시나 귀에 확 들어오더라구요.
공부하는 딸에 대한 걱정을 덜었어요. 이렇게 살아갈수도 있겠구나.... 그 부분이요.
제 리뷰가 책나무님께 펌프질을 선사했다면, 그것도 너무 기쁘구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요즘 열독하시느라, 힘드시군요. 눈이 침침한 건 저도 재작년부터 그래요.
그럴때 너무 꿀꿀합니다. 이제 막 시작인데... ㅠㅠ
그래도 책읽는나무님께 화이팅을 전해드립니다. 우리, 눈 영양제 하나씩 사서 먹으면서요.
영미! 영미영미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