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의 물리학 -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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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책이다. 




책에 소개된 강의들은 현대 과학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는 별로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5)





책은 7개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론이라고 소개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시작으로 양자역학, 우주의 구조, 입자, 공간 입자와 블랙홀, 그리고 우리 존재에 대한 강의가 마지막 장이다.  


저자는 인류의 모든 지식 중에서 상대성이론이 단연 특별한 이유가, 일단 이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원리만 알게 되면 말도 못하게 간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15). 상대성이론이 말도 못하게 간단하며, 특별하고, 아름답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동의한다고 해서 전부 이해했다는 뜻은 아니며, 이해하지 해도 주장에 동의할 수는 있으니까. 






아인슈타인은 어릴 때부터 전자기장의 매력에 흠뻑 빠져 아버지가 지은 전기 발전소의 회전자(전동기나 발전기에서 회전하는 부분의 총칭) 돌려보면서 중력에도 전력처럼 일정한 범위, (field)’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눈치챘습니다. 다시 말해전기장 동일한중력장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깨달은 아인슈타인은 중력장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방정식을 이용해야 이것을 설명할 있을지 알아내려 했습니다. 


과정에서 그는 아주 특별한, 진정 천재적인 발상을 하게 됩니다. 중력장이 공간 속에서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중력장 자체가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일반상대성이론의 개념입니다. 그에 따르면 사물이 이동하는 뉴턴의공간 중력을 갖고 있는중력장 똑같은 것입니다. (17) 





공간이 세상을 구성하는물질 하나로서, 파도처럼 물결을 이루며 휘기도 하고 굴절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는 실체라는 명제를 이해한 아니다. 공간이 그런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을믿는다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저자는 얼마나 친절한지. 이해가 되는 사람들을 위해 깔때기 속에서 굴러가는 작은 구슬 그림을 보여 준다. 행성들이 태양의 주위를 돌고 물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공간이 곡선을 이루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해진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기본적인 직관, 공간(space) (field) 같다는 개념에서 만들어진 결과라고 한다. 이를 보여주는 방정식은 다음과 같은데,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이해할 없을지 모르지만 얼마나 간단한지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얼마나 간단하지 감상을 나누고 싶어서 이미지를 첨부해본다. 








강의를 묶은 책이라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느낌상으로는 저번주에 읽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보다 쉽게 느껴진다. 물론! 전자와 쿼크, 광자, 글루온이 우리 주변 공간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의 구성 요소라거나(59),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 루프양자중력이론의 핵심내용, 공간은 연속적이지 않으며 무한하게 나누어지지도 않지만 알갱이, ‘공간 원자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어떤 의미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책은 얇고 부지런히 책장을 넘긴다. 과학자의 책을 읽으며 신기한 경험도 있었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열이 있을 때만 발생합니다.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기본적인 현상은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합니다. (93) 





내게는 이 문장들이 이렇게 읽혔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 있을 때만 발생합니다. (열정에 불탔던) 과거와 (열정이 사라져버린) 미래를 구분하는 기본적인 현상은 () 뜨거운 (상태)에서 차가운 (상태) 이동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합니다.   



열정이 그렇지 않던가. 사랑이 그렇지 않던가. 사랑에 빠진 이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갈망과 열정으로 가득찬다. 열정에 들떴던 연인들은 어느 틈엔가 사이가 냉랭해진 것을 느낀다. 오랫동안 뜨거운 사랑의 온기를 간직한 연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랑의 에너지가 새롭게 생겨난 아니다. 그들의 사랑 역시 차갑게 식고 있다. 다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식어가고 있을 뿐이다. 어디에서 온건지 없었던 뜨거운 사랑의 열정은, 역시 어디로 것인지 확인할 없는 어느 곳으로 사라져 버린다.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고, 뜨거운 열정은 이내 차갑게 식어버린다. 




기다리던 7강에 드디어 도착했다. <마지막 강의 :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 나는 과학이든 문학이든, 철학이든 수학이든, 진리를 탐구하는 모든 사람의 마지막 물음은 다음과 같으리라 생각한다. 일곱 아이, 열다섯 청소년, 스물 여덟의 청년, 서른 여섯의 젊은이, 예순의 중년, 일흔의 노인, 여든의 어르신. 결국 인간은 질문을 하게 된다. 인생을 살면서 번쯤은 밖에 없는 질문이고, 정답을 찾을 없다 해도 피할 없는 의문이다. 과학자가 묻는다. 





세상이 하루살이처럼 금방 사라지는 공간 양자와 물질 양자의 무리이자 공간과 기본 입자를 끼워 맞추는 거대한 퍼즐 게임이라면 우리는 무엇일까요? 우리 역시 그저 양자와 입자로만 만들어졌을까요? 그렇다면 각자 개별적으로 존재하고 스스로를 자신이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의 가치, 우리의 , 우리의 감정, 우리의 지식은 무엇이란 말인가요? 거대하고 찬란한 세상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일까요? (112) 




우리는 누구일까 보다 근원적인 질문. 우리는 무엇일까. 거대하고 찬란한 세상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일까. ‘루프양자중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블랙홀의 본질을 새롭게 규명한 우주론의 대가가 답한다. 우리는 내면에 새겨진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존재이며(123), 모든 세포의 총체로 만들어진 하나의 프로세스이다(125). 우리는 자연에서 통합된 부분이자, 헤아릴 없이 다양한 자연의 표현 방식 가지로 살아가는 자연의 일부(127)이다. 과학자의 대답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우리의지극한 평범함 대한 고찰이다. 




, 우주에 정말 드넓은 공간이 존재하는데, 변두리 구석에 위치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런 은하에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지구에서의 삶은 그저 우주에서 일어날 있는 수많은 중에서 가지를 맛보는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128)  



타고난 우리의 호기심이 보여주는 모든 것이 우리의 , 우리의 자연입니다. 우리 존재도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물들과 똑같이 가루로 만들어졌고, 고통 속에 있을 때나 웃을 때나 환희에 있을 때나 존재할 밖에 없는 존재로서 존재할 뿐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일부이기 때문이지요. (132) 






치워도 치워도 치워지지 않는 작은방 치우기를 결국 포기했다. 미안하다, 아들. 방에는 각종 가방이 쌓이는구나. 아빠 노트북 가방, 엄마 핸드백, 아들 학교 가방, 각종 쇼핑백에 사용하지 않는 비치용 가방까지. 정리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노동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방은 저절로 어지럽혀진다. 엔트로피 법칙. 이토록 정교하고 아름다운 우주가 오랜 세월에 걸쳐 저절로 생성되었으며, 많은 항성과 행성이 각각의 질서에 따라 스스로 운행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믿어지지도 않지만, 어쩌면 우리 세계는 이렇게 없는 투성이일지도 모른다. 80, 아니 근래의 추세로라면 100년을 사는 인간이, 100년밖에 사는 인간이 137억년 시작된 우주의 역사를 어떻게 이해할 있겠는가. 하긴 스티븐 호킹 박사는 빅뱅으로부터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단지 인간의 관점일 뿐이라고 말했다. 과학의 언어로는 우주의 시작, 태고의 탄생을 끝까지 설명할 없을 것이다.




가루. 과학자는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 속에서 일어난 일을 통해 존재하게 우리를 가루라 칭했다. 우주의 일부, 별의 먼지라는 표현만큼 가루도 마음에 든다. 우리는 모두 가루다. 나도, 옆의 사람도. 에어컨 있는 방에서 쿨쿨 자고 있는 예쁜 아가들도. 나도, 당신도. 



우리는 모두 가루다.  우주 속, 작은 지구별의 더 작은 별 가루. 













이 책에 소개된 강의들은 현대 과학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는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 P5

‘여기’는 말하는 사람이 위치한 장소입니다. 예를 들어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이 각자 ‘여기’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서로 다른 두 장소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여기’는 언급된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말입니다. [이런 종류의 단어를 전문용어로 ‘지시적’ 단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지금’도 말을 한 순간에 한정된 단어입니다. [‘지금’도 지시적 용어 입니다.] 어떤 사물이 ‘여기’에 없어서 존재하지 않는데 ‘여기’에 존재한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지금’ 있는 것들은 존재하고 다른 것들은 아니라고 말하는 걸까요? ‘현재’는 ‘흐르고’ 있고, 사물들이 하나씩 차례로 ‘존재하게 만드는’, 이 세상에서 객관적인 그 무엇일까요, 아니면 ‘여기’처럼 주관적이기만 한 것일까요?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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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7-30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가루라는 표현 정말 마음에 드는데요.
감당하기 버거운 괴로운 일이 닥쳤을 때는 오히려 이런 과학책에서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9-07-30 09:41   좋아요 1 | URL
설해목님 댓글에 적잖이 놀랐어요~~~ 과학책에서 받는 위로요.
이 책을 고를 때 딱히 그랬던 건 아니었지만요. 저 역시 어렵고 힘들게 하는 일들 때문에 마음이 불편할 때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이 거대한 우주, 아름다운 지구에서 내 고민은 얼마나 작고 사소한가.....
우주는 너무 머니까 하늘을 보면서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 방법이 좋은 방법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또 조금 뒤에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구요.

다락방 2019-07-30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소개된 강의들은 현대 과학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는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네? 저를 위한 책이란 말씀이십니까? 베티 프리단과 콜론타이 책 살 때, 이 책도 사겠어요. 어휴 저는 또 이렇게 세상 똑똑해지겠네요.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

단발머리 2019-07-31 08:17   좋아요 0 | URL
이 책은 바로 저를 위한 책이지만, 다락방님과도 나누고 싶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저는 이해 안 되는 부분들은 살짝씩 스킵했습니다. 다락방님은 꼼꼼히 읽어주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 더 똑똑해지시기 바랍니다, 다락방님!! >.<

psyche 2019-07-31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가루 아 좋네요. 이 상황에서 BTS 소우주를 떠올리는 저는....ㅜㅜ

단발머리 2019-07-31 08:19   좋아요 0 | URL
저 BTS 소우주 듣고 왔어요. 너무 좋은대요.
이 글과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키햐~~ 배경음악이 BTS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질의 응답 - 우리가 궁금했던 여성 성기의 모든 것
니나 브로크만.엘렌 스퇴켄 달 지음, 김명남 옮김, 윤정원 감수 / 열린책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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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의 몸을 가진 사람으로 지금껏 살아왔지만 실제로는  몸에 대해  몰랐남성과 차이점이 도드라지는 사춘기 시절부터 시작해 월경임신출산수유의 과정  남성과 공유가 불가능한 경험과 섹스피임  남성과 공유한 경험이 성이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안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매순간 나는 내 몸의 주인이 아닌 관찰자였다. 알지 못 했고 묻지 못했다. 성과 섹스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상(혹은 성격상가끔 몸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누기는 했어도 섹스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이야기하지  했친한 친구가 결혼 직후, “언니한테도  물어보겠어 이런 거를 물어볼 사람이 너희들 밖에 없어~” 시작으로 성생활에 대해 질문하곤 했는데내게는 어쩌면  질문들이  야해서(?)  친구보다 한참 전에 결혼한 나는 오로지 O, X로만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여성 몸에 대한 대탐험이 가열차게 펼쳐지는  책은 젊고 야심만만한 의학도  여성의 공동작품이다책의 내용도구성도 모두  마음에 든다무엇보다 재미있다나만 이런 유머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생리 주기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가지  있다  뇌하수체라는 기관에서 분비된다뇌하수체는  아래쪽에 있는 콩알만  분비샘으로우리가 성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 보는 것보다  성기처럼 보이는지는 몰라도  음낭처럼 생겼다. (98) 






요컨대 섹스가 인간 생존에  필요한 활동이라는 뜻이  것이다그리고 섹스를 그렇게 정의하면우리가 성욕 부족을 심각하게 걱정하는 것이 일리 있는 일이다하지만 여러분이  헷갈릴까  말씀드리는 세상에 섹스를  해서 죽은 사람은  명도 없다섹스는 추동이 아니다보상이다. (144) 





특히 눈길이 갔던 부분은 생리통에 대한 부분이다. 


나는 생리통(혹은 생리 곤란증) 심했다중학교 내내고등학교  정점을 찍었고 대학에 들어간 후로는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보통 여성들보다 심했다많이 잡아서 여성 6  1명은 매달 직장이나 학교를 이틀즘 쉬어야  만큼 생리통이 심하다고 하는데내가  6 중의 1명이었다일단 아랫배가 아프다배가 아프고 식은땀이 난다배가 아프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배가 아프고 구역질을 한다배가 아프고 배가 아프고  아프다내가 생리하는 것을우리  아이들이 모두 알았다  밖에 없었다지금이라면 너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이지만, ‘중독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언의 압박 때문에 진통제 하나 없이 매월 며칠을 그렇게 견뎌냈다.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와 여자들의 출산 이야기는 접점 포인트가 있는데아무리 반복해도 재미있고 특히나 본인이 그렇게나 재미있어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나는 출산이야기를 할 참이다. 출산예정일이 3일이나 지난 수요일 새벽자는 도중에 양수가 터졌다책에서 읽은 대로 나는 차분히 머리를 감고(양수가 터졌을  샤워는  되지만 머리 감는 것은 가능합니다), 챙겨  가방을 들고(남편에게 들게 하고진료받던 병원으로 향했다새벽 4시였고진통은 그날 하루 종일 계속 됐다약한 생리통처럼 시작된 진통은 중간 정도의 생리통을 거쳐 심한 생리통의 단계로 들어섰는데하루가  끝날 무렵그러니까 오후 6 반이 넘어설 때쯤 나를 맡고 있던 간호사가 옆에 있는 간호사에게 ‘분만실 들어가야겠다고 말하는  들었다나는 반사적으로 형광등을 쳐다봤다전해 들은 이야기와 맘까페에서 읽었던 글에서는 극한의 고통이 계속되고형광등이 노란색으로 보일 쯤에야 분만실에 들어간다고들 했다. 다시 형광등을 쳐다봤다하얀색이었다노란색이 아니라 하얀색생각했다. ‘아직 하얀색인데 지금 들어가는 건가이렇게 애를 낳는 거야  거야?’  문단을 읽고서야 나의 ‘출산 극복기’ 혹은 ‘용이한 출산기 이해됐다. 




 당신이 남들보다 통증에 예민해서 생리통으로 엄살을 떠는가 싶다면또는 생리통이 얼마나 심한지 설명해도 남들이 좀처럼 믿어주지 않는다면우리가 생리통과 분만의 통증을 비교해 봐줄 테니  말을 전하면 남들도 아마 입을 닫을 것이다생리 곤란증이 있는 여성은 자궁이 수축할 때의 압력이 150~180밀리미터 에이치지나 된다고 한다이것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울 테니분만과 비교해 보자분만  여성이 힘을  때의 압력은 120밀리미터 에이치지다 분만  여성은 자궁 수축을 10분에 서너 번씩 겪는데생리 곤란  여성은 생리  그런 수축을 10분에 네다섯 번씩 겪는다달리 말해극심한 생리통은 분만 통증과 엇비슷한 데다가 발생 간격은  짧다그러니 아플 만도 하다. (283) 




나는 매월 출산에 버금가는 고통을 그냥  몸으로 견디며 살아왔던 셈이다바보같이한약도 먹어보고 약국에서 특별조제한 약도 먹어보았지만모두   뿐이었다진통제 하나 없이  모든 시간들을 견뎌냈고그런 인고의 시간들이 오히려 출산 과정에서 빛을 발해, 나는 죽음을 넘나드는 고통 속에서도 ‘진짜 아프다생리통이랑 비슷하네근데 언제부터 진짜 아픈거지?’라고 물을  있었던 것이다. 




생식기생리 밖의 분비물 챕터에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 중에서 잘못 알려진 것들을 바로 잡는다이를 테면건강한 성기는 냄새가 난다, 사실 같은  말이다섹스에 대한 챕터는 (물론흥미진진하고피임에 대한 챕터에서는 여러 피임법들을 비교 설명해 준다여성 성기에 대해 자신의 몸에 대해 궁금한 모든 여성들에게 아주 유용한 책이  거라 확신한다너무 흔한 표현이라 지양하고 싶지만느끼는  그대로 말하자면일독을 권한다. 







우리가 처음 만나서 한 일은 하얀 스티로폼 음경에 콘돔을 씌우는 것이었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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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k and Honey (Paperback)
Rupi Kaur / Andrews McMeel Pub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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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모는 지방에 사시는데, 4 2남의 둘째이시고, 슬하에 2 2남을 두셨다. 지금은 이모부께서 돌아가셔서 혼자 지내시는데 지난달에 엄마가 이모에게 소포를 보내실 보니, 전북 땡땡군 땡땡면, 다음에 바로 이모 이름을 쓰시는 거다. 엄마, 땡땡면 다음 주소를 써야죠, 세부 주소. 그렇게 쓰면 알아. 땡땡면 다음에 이름 쓰면 동네 사람들이 어느 집인지 아는 동네. 이모는 그런 동네에 사신다. 



언젠가 엄마는 지나가는 말로, 장성해서 결혼한 자녀들이 집에 찾아와 밥을 먹을 둘째 이모는 절대 같이 자리에 앉아 식사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이유인즉슨, 돌아가신 이모부께서 자식, 특히 사위와 함께 먹는 자리에서 그렇게나 이모에게 퉁을 주셨다고. 



when my mother opens her mouth 

to have a conversation at dinner 

my father shoves the word hush

between her lips and tells her to 

never speak with her mouth full

this is how the women in my family 

learned to live with their mouths closed

 






저자는 인도계 이민자로 캐나다에서 자랐다. 꾸밈 없는 솔직화법으로 사랑, 상실, 트라우마, 치유, 여성성, 이민, 혁명에 대해 말하는 그녀의 첫번째 시집 『milk and honey』.  7 짜리의 짧은 시를 읽으며 식탁 앞의 어느 가정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둘째 이모가 생각났다. 




여자들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간계는 얼마나 지구적인지. 여성의 소리, 목소리, 말소리, 고함치는 소리를 막기 위한 전술은 각 문화 사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감히 공통적이며, 그렇게 목소리를 빼앗긴 여성들은 오늘도 강요된 침묵을 조용히 받아들인다. 



인어공주처럼. 

마치 모두 인어공주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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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전쟁 - 잔혹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여성을 기록하다
수 로이드 로버츠 지음, 심수미 옮김 / 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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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시대』에서 지글러의 제일 중요한 질문으로, 나는 아래의 문단을 꼽는다. 




출생의 우연이라는 수수께끼는 죽음만큼이나 신비롭다. 나는 유럽에서 태어났는가? 어째서 먹고, 가진 권리도 많고, 자유롭게 있으며, 고문으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백인으로 태어났는가? 나는 이렇게 태어났는데, 어째서 뱃속에 기생충이 우글거리는 콜롬비아의 광부는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했을까? 페르남부쿠의 혼혈인 카보클루는? 염산에 의해서 얼굴이 일그러진 치타공의 벵갈 여인은? (330) 




배고픔과 전쟁의 위협, 그리고 강간의 공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백인 남자. 백인 남자로 태어났다는 .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생의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 우리는 선택할 없다. 부모를 선택할 없고, 성별을 선택할 없고, 조국을 선택할 없다. 태어나보니 우리 엄마가 엄마이고, 여자( 분류된 사람)이고, 그리고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조건으로 인해 삶의 상당한 부분이 규정되고 제한되며 일면 보호받는다. 




『여자 전쟁』 영국 BBC 언론인 명이며, 인권과 여성 문제를 끈질기고 집요하게 파헤친 로이드 로버츠가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한 취재 내용과 피해자들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제목이여자 전쟁』일까. The War on Women. 세상이여성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일어나는 실질적인 장소가여성’, 바로여성의 이기 때문이다. 



여아 살해, 여성 할례, 여성 감옥, 광장에서의 성폭력, 인신매매, 조혼, 강제결혼, 명예살인, 강간, 강간 그리고 강간. 여성에 대한 갖은 괴롭힘과 학대, 불합리한 처우는 여성이여성이기 때문에 이루어지며, 그에 따르는 과정과 절차 결과가 합리화된다.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이 어떠해야 함은 언제, 어디서, 누가 결정하는가. 




“ … 나는 다섯을 두었는데 아이들을 모두 먹여 살릴 수는 없어요. 여자들은 아주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합니다. 나이 남자들은 대부분 어린 여자아이들을 좋아하고, 걔들은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해요. 그게 전통입니다.” 그는 딸들을 나무라듯 바라봤는데 나는 마넴마가 과연 얼마나 재혼을 거부하며 버틸 있을지 걱정스러워졌다. 


그가 설명하기 위해전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세계적으로 여성을 상대로 하는 얼마나 많은 범죄가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고 있는 걸까? 도대체 , 인류는 세계화되고, 훨씬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분명히 풍부한 지식을 갖추었는데도 시대에 뒤처지고 이해할 없는 전통을 경외하는 마음을, 이성을 무시하고 법을 어기면서까지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 전통이라는 아우라는 여성혐오를 감추고 심지어 범죄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되는가? (285) 





여성 할례를 시행하는전통적이유는 부정한 성관계를 즐기는 여성의 음탕한 성향을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18세기, 사우디 왕조의 시조인 무하마드 이븐 사우드와 성직자 무하마드 이브압둘 와하브가 협약한 와하브주의에 의거, 여성은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상태로 영원히 성숙한 인간이 없는 존재로 취급된다. 여성은 집을 나서기 전에 반드시 남성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병원 치료를 받거나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교육기관에 입학하거나 여행을 때도 밖에서 보내는 순간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116). 



파키스탄에서는 딸이 약혼자 아닌 다른 남자아이와 말을 했다는 이유로 딸을 죽여도, 살인자는 처벌 받지 않는다. 살인자와 희생자가 아버지와 딸이라면, 가족은 자동적으로 살인자를 용서하고 사건은명예살인으로 명명된다. 필요에 따른 살인임을 인정하는 것이다(255). 가족이 준비해둔 신랑감을 거부하고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겠다던 여성은 오빠의 손에 졸려 죽는다.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기 때문이고 가족의 명예는 어디까지나 여성의 순결에 의해 결정된다. 순결을 잃은 여성은 생명도 빼앗긴다(266). 터키의 열일곱살 소녀 데리야는 같은 학교 남학생으로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사랑 고백을 받게 되자, 부모는 똑같은 기술을 이용해 그녀에게 자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너는 우리 가문에 먹칠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우리의 명예를 회복시키지 않으면 우리가 너를 죽일 거야.” (275)   




여성 착취와 학대의 근간은 여성의이다. 여성성은 불결하며, 여성은 유혹에 빠지기 쉽고, 여성은 성적인 유혹이 가능하기에 악마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정확히 " 반대로여성은 순결해야 하며, 처녀성을 생명보다 소중히 여겨야 하고, 이를 잃어버렸을 , 빼앗겼을 때는 살아있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다. 여성의 순결은 집안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이를 회복하는 방법은 죽음, 여성의 죽음 뿐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다섯 여자아이의 성기를 소독되지 않는 불결한 가위로 훼손하는 잔인한 행동의 근거이며,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열다섯 소녀를 죽음으로 내몰고, 여섯 살에 결혼() 두살에 임신()하고, 이십 초반에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들을 집에서 쫓아낸다. 



The War on Women. 전쟁은 여성의 위에서 일어난다. 여성은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기에 착취당하고 학대받으며 유린당한다. 모든 잔혹한 행위는전통이라는 이름아래에 이루어지며, 이러한 전통은 다름 아닌 사람들의생각이다. 



여성의 성은 불결하며, 동시에 여성은 순결해야 된다는 생각. 그런 생각, 그런 생각들의 .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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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4-2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글로 정리를 참 잘해주셨네요, 단발머리님.

잔인하고 힘든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달에도 같이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에 계속되는 강간 얘기에 진짜 심호흡이 필요하더라고요.

자, 더 열심히 알고 귀 기울입시다. 그리고 계속 함께해요!

단발머리 2019-04-24 12:40   좋아요 0 | URL
전쟁에서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작전의 일환으로 ‘강간‘이 이용되는 현장을 읽는게 특히 힘들었어요.
좋아서, 혹은 원해서가 아니라, 할 수 있어서, 여성에 대한 범죄를 주저없이 저지르는 그 혹독함에 참... 마음이 그러더라구요.
전쟁을 누가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가장 큰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은 확실한 것 같아요.

더 열심히 알고, 귀 기울이고, 같이 읽어가요!!

비연 2019-04-2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과 다락방님, 정말 열심히 읽어나가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합류하지 못하고 좇아가기 바쁜 저로서는..;;
그래도 올려주시는 책들 하나하나 보관함 넣고 구매도 하면서 열심히 좇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정말 마음 아프고 고통스러운 현실이지만, 외면할 수는 없는 일들이지요.

단발머리 2019-04-24 13:03   좋아요 0 | URL
보기 좋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항상 비연님과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책 이름을 기억하고, 책을 보관함에 넣고, 구매하는 일. 특히 구매하는 일!
이런 암담한 현실을 고발하고 환기시키는 책이 ‘팔리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통스럽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비연님 말씀에도 동의합니다.
우리도 ‘열녀문‘을 세웠던 나라잖아요.
얼른 열녀로 등록되어야 열녀문 세워진다고 여성들의 자살을 종용했던 나라이기도 하구요 ㅠㅠ

수이 2019-04-27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모두 다 읽어야겠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9-04-27 21:14   좋아요 0 | URL
저도 <여자 전쟁> 밖에 못 읽었어요. 페미니즘 책 읽을 때는 좀 심호흡이 필요해서 ㅠㅠ
사진 이뻐요^^ 이쁜 수연님~~~
 
가부장제의 창조
거다 러너 지음, 강세영 옮김 / 당대 / 200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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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니까 지금으로부터 100만년 전의 일이다. 국어를 전공하신 젊은 여자 선생님이 한문을 가르쳐 주셨는데, 한문 진도를 마치고 나면 수업보다 재미난세상 사는 이야기 들려주시곤 했다. 칠판 쪽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종종 칠판 전체를 가로질러 끝없이 이어졌다. 어느 세상 사는 이야기인류 초기의 수렵채집사회는 평등한 사회였다 명제로 시작됐다. 잉여생산물의 발생과 사유재산제도의 시작 그리고 자신의 후손에게 축적된 재산을 물려주기 위한일부일처제로의 변화를 설명하셨는데, 선생님이  43쪽의 엥겔스의 주장을 읊어주셨다는 , 나는 이제야 안다. 





목축에서 발생한 잉여는 남성의 전유물이 되었고 사유재산이 되었다. 이렇게 사유재산을 획득하게 되자 남성은 그것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상속자에게 물려줄 방법을 찾다가 일부일처제 가족을 구성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였다. 혼전순결에 대한 요구와 결혼에서의 성적 이중기준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함으로써 남성은 자손이 적자임을 확신할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재산상 이익을 지킬 있었다. 엥겔스는 재산의 공동소유에 근거한 과거 혈연관계의 붕괴와 경제단위로서의 개별가족의 등장이 관련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43) 




선생님의 입장이 엥겔스에 가까웠는지 아니면여성교환 여성 종속의 시작이었다고 해석한 레비-스트로스에 가까웠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부일처제이되 일부다처제로 운영되고 있는 여러 문화 사회 제도하에서 여성이 받게 피해와 여성에 대한 각종 억압에 대한 설명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선생님의 메시지보다 메신저, 선생님에게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이 예쁘지 않다는 말을 무색하게 정도의 외모. 여드름 대장 곱슬머리의 햇병아리 중학생이었던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선생님은 마리의 우아한 백조 같았다. 하얀 얼굴에 , , 입이 모두 예뻤던 선생님은 어깨를 지나 허리에 가까울만큼 웨이브머리를, 너무나 예쁜 갈색 웨이브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우리에게페미니즘 수업 주셨건만, 인생 흑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던 우리는, 정확히는 나는, 너무나도 예쁜 선생님 얼굴만 바라보기 일쑤였다. 선생님은, 어쩜, 선생님은 저렇게 예쁠까. 저렇게 똑똑하실까. 우리도 선생님이 되면, 선생님 나이가 되면 저렇게 예쁠까, 예뻐질까. 이런 헛된 생각은 나만의 것이었으리라. 예쁜 친구들에게 길을 허한다. 



햇병아리 중학생들이 초짜 선생님을 앞에 두고 진도를 빼먹으면서 인생 공부를 있는얘기해 주세요찬스는 1 365 가능하지만, 특히 학기 , 오는 , 스승의 전후에 집중적으로 사용됐다. 날도 우리는얘기해 주세요!’ 찬스를 쓰기로 했는데, 날의 주제는프로포즈였다. 바로 얼마 전에 앳된 외모의 선생님이 이미 결혼을 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우리는 선생님에게프로포즈 받은 이야기를 들려달라 떼를 썼다. 선생님, 프로포즈 받은 이야기 해주세요~ 네에? 마지못해 시작한 선생님의 프로포즈 이야기는 결혼하신 분이 학교 선배라는 데서 시작했다. 



중딩들 : 그래서, ( 분이) 어떻게 프로포즈 하셨어요? 

선생님 : 프로포즈? 내가 했는데? 프로포즈. 

중딩들 : (일동 멘탈 탈출) ? (일동 침묵) 

선생님 : 내가 프로포즈 했어. 선배, 우리 결혼하자. 

중딩들 : (일동 침묵) ( 침묵) 

용기 있는 중딩 1: 그래서요? 그러니까 ( 분이) 뭐라고 하셨어요?  

선생님 : . 울면서 고마워!! 그러더라구. 



인류 역사 초기 수렵채집사회에서 잉여물 발생 , 사유재산의 축적으로 인한 계급의 탄생과 그로 인한 일부일처제의 도입. 그런 얘기보다 , 중딩이었던 내게 충격적인 이야기는 이야기였다. 여자가 프로포즈 있다니.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있다니. 남자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짐작하고는 있지만, 좋아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결혼하자고 말할 있다니. 



중학생이었던 내게, 문화와 교육의 영향 아래, 매스미디어와 언론의 시선과 생각으로 똘똘 뭉친 중학생이었던 내게, 선생님의 프로포즈 이야기는 충격 자체였다. 여자는 다소곳 해야하고, 여자는 성에 소극적이어야 하며, ‘ 여자는 남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기다려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그렇게 들었고 그렇게 믿었던 모든 사회적 통념을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쟁취한 예쁘고 앳된 선생님은 가차없이 넘어서고 있다. 내가 하자고 했어, 결혼. 




『가부장제의 창조』라는 책을 통해서 저자 거다 러너는사회에서의 종속적 위치에 대한 여성의 각성이 오랫동안(3500 이상) 지연된 이유는 무엇인가(19)”라고 묻고 있다. 무엇이 여성들을 자신을 종속시킨 가부장적 체계를 유지하고, 그들을 종속시킨 체계를 후세에 전하고, 체계를 양성의 자손들에게 세대를 이어 전하는 여성이 가담하도록 했는가,라고 묻고 있다. 



그녀의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으로 나는 77-78쪽을 꼽고 싶다.




재생산능력의 차이, 특히 여성이 아기를 젖먹여 키우는 능력의 차이로 인해 최초의 성별노동분업이 생겨났으며(77), 이러한 생물학적 성차에 근거한 초기의 성별노동분업은 편리하였으며(functional), 그래서 남성들과 여성들이 다같이 받아들일 만했다는 것이다. (78) 




당시의 척박한 환경을 고려할 월경, 출산 아니라 모유수유로만 이루어졌던 양육은 오직 여성들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있었다. 유아의 생존 아니라 일정 정도의 인구를 유지해야 하는 공동체 전체로서도 이러한 여성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따라서, 남성이 동물 사냥을 하고 아이들과 여성들이 작은 동물 사냥과 식량채집을 했던 최초의 성별노동분업은 당시로서는 적합하고 적절한 조치였다



문제는 이러한 초기의 성별노동분업이 지속되면서 그것이 이데올로기화되고, 자궁이 있는 사람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논리로 자궁이 없는 자의 부엌 출입을 막는 형태로 발전했다는 있다. 월경과 출산에 대해서는 말이 너무 많은 관계로 모유수유에 대해서만 간단히 의견을 밝히자면, 분유를 타서 아이를 먹이고, 트림을 시켜주고, 잠깐 아이를 세워 안아주며, 젖병을 소독하는 일은 성별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모두 알고 있는 일이며, 다만 모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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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3-18 14: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크- 좋습니다, 단발머리님. 좋으네요.
이 페이퍼 자체가 너무 좋고 페이퍼안에 실린 이야기도 너무 좋고요.
그러고보면 나는 페미니스트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던가, 돌이켜보게 되는데.. 딱히 기억나는 선생님이 없어요.

한심한 남자 선생님들은 생각나에요. 수학 남자 선생님은 ‘이대 나온 여자는 안돼‘ 라고 하면서 당시 우리의 무용선생님을 험담했어요. (이대 나온 분이셨거든요). 또 우리 학기중에 선생님이 결혼했는데, 와이프가 지하철안에서 성추행 당했던 얘길 하면서, 그 때 와이프가 나한테 ‘왜 그 자리에서 자기를 도와주지 않았냐‘ 화를 내서 ‘그럴 땐 괜히 끼어들면 안된다‘ 고 자기가 말해서 아내가 속상해 했단 얘기... 그 얘기 들으면서도 물음표 백개 됐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진짜 쓰레기였어요.

아아.. 단발머리님. 페미니스트 선생님 만난 건 진짜 운이 좋으셨어요. 저는 저런 개같은 ...

대학시절 전공 교수도 생각나네요. 저희 과 애 하나가 긴 원피스 입고왔는데, ‘너 보험아줌마 같다‘ 이러신.... 아, 저 그 때 같이 웃었네요. 흑역사 ㅠㅠ

단발머리 2019-03-18 14:59   좋아요 3 | URL
저는 그 때 천사처럼 예뻤던 우리 선생님이 해주셨던 이야기가 ‘페미니즘 수업‘인 줄 몰랐어요. 그냥 그냥 듣고 있던...
이제야 기억이 새록새록 나고요. 생각해보니 <꽃들에게 희망을>을 읽어주셨던 도덕 선생님도 생각나네요.
아... 선생님, 고마운 선생님들.

생각해 보면 일상의 그런 이야기들, 이대 나온 여자 안 돼!, 성추행 모른 척 하는 남편 선생님 이야기가 자꾸 재생산 될 수 있는 건, 그 사람들이 선생님이었기 떄문인것 같아요. 선생님 말이니까, 어른 말이니까. 듣는 학생, 듣는 아랫사람의 입장에서는 바로 대꾸를 할 수 없는 그런 구조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모두 그 때 아무말도 못 했고, 또 어쩔 때는 같이 웃기도 했구요.
흑역사가 우리 잘못은 아닌데, 그래도 후회되기는 해요. 저게도 그런 순간이... ㅠㅠ


2019-03-18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9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9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9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겟타 2019-03-21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선생님을 만나셨었네요.^^
저는 겨우 읽어가고 있는데 정리를 잘해놓으셔서 다시 읽을 힘이 생겻어요!!

맞아요.모두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할뿐이죠..

단발머리 2019-03-22 12:28   좋아요 2 | URL
네, 제가 좋은 선생님을 많이 만났더랬습니다. 학교는 엄했지만... 다음에는 혹독했던 학교 분위기를 좀 써볼까봐요.
요즘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속속들이 일어났던... 그런 학교 이야기....

열심히 읽으시고 또 잘 정리된 리뷰 올리실 줄 알고(믿고) 기다릴께요.
신나는 금요일이네요. 블랙겟타님~~ 메리 불금^^

블랙겟타 2019-03-22 13:38   좋아요 0 | URL
네. 단발머리님도 메리 불금~ ♪ ٩( ´ω` )و ♪

엔리케 2019-10-21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19-10-22 13:52   좋아요 1 | URL
읽어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2-07-07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서재란 이 글을 나에게 이렇게 데려다 주었다.... 응... 그 선생님 너무... 좋고.. 멋지고... 그리고 중학생 단발머리님 ㅋㅋㅋㅋㅋ 어머어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