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전쟁 - 잔혹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여성을 기록하다
수 로이드 로버츠 지음, 심수미 옮김 / 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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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시대』에서 지글러의 제일 중요한 질문으로, 나는 아래의 문단을 꼽는다. 




출생의 우연이라는 수수께끼는 죽음만큼이나 신비롭다. 나는 유럽에서 태어났는가? 어째서 먹고, 가진 권리도 많고, 자유롭게 있으며, 고문으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백인으로 태어났는가? 나는 이렇게 태어났는데, 어째서 뱃속에 기생충이 우글거리는 콜롬비아의 광부는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했을까? 페르남부쿠의 혼혈인 카보클루는? 염산에 의해서 얼굴이 일그러진 치타공의 벵갈 여인은? (330) 




배고픔과 전쟁의 위협, 그리고 강간의 공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백인 남자. 백인 남자로 태어났다는 .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생의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 우리는 선택할 없다. 부모를 선택할 없고, 성별을 선택할 없고, 조국을 선택할 없다. 태어나보니 우리 엄마가 엄마이고, 여자( 분류된 사람)이고, 그리고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조건으로 인해 삶의 상당한 부분이 규정되고 제한되며 일면 보호받는다. 




『여자 전쟁』 영국 BBC 언론인 명이며, 인권과 여성 문제를 끈질기고 집요하게 파헤친 로이드 로버츠가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한 취재 내용과 피해자들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제목이여자 전쟁』일까. The War on Women. 세상이여성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일어나는 실질적인 장소가여성’, 바로여성의 이기 때문이다. 



여아 살해, 여성 할례, 여성 감옥, 광장에서의 성폭력, 인신매매, 조혼, 강제결혼, 명예살인, 강간, 강간 그리고 강간. 여성에 대한 갖은 괴롭힘과 학대, 불합리한 처우는 여성이여성이기 때문에 이루어지며, 그에 따르는 과정과 절차 결과가 합리화된다.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이 어떠해야 함은 언제, 어디서, 누가 결정하는가. 




“ … 나는 다섯을 두었는데 아이들을 모두 먹여 살릴 수는 없어요. 여자들은 아주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합니다. 나이 남자들은 대부분 어린 여자아이들을 좋아하고, 걔들은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해요. 그게 전통입니다.” 그는 딸들을 나무라듯 바라봤는데 나는 마넴마가 과연 얼마나 재혼을 거부하며 버틸 있을지 걱정스러워졌다. 


그가 설명하기 위해전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세계적으로 여성을 상대로 하는 얼마나 많은 범죄가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고 있는 걸까? 도대체 , 인류는 세계화되고, 훨씬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분명히 풍부한 지식을 갖추었는데도 시대에 뒤처지고 이해할 없는 전통을 경외하는 마음을, 이성을 무시하고 법을 어기면서까지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 전통이라는 아우라는 여성혐오를 감추고 심지어 범죄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되는가? (285) 





여성 할례를 시행하는전통적이유는 부정한 성관계를 즐기는 여성의 음탕한 성향을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18세기, 사우디 왕조의 시조인 무하마드 이븐 사우드와 성직자 무하마드 이브압둘 와하브가 협약한 와하브주의에 의거, 여성은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상태로 영원히 성숙한 인간이 없는 존재로 취급된다. 여성은 집을 나서기 전에 반드시 남성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병원 치료를 받거나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교육기관에 입학하거나 여행을 때도 밖에서 보내는 순간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116). 



파키스탄에서는 딸이 약혼자 아닌 다른 남자아이와 말을 했다는 이유로 딸을 죽여도, 살인자는 처벌 받지 않는다. 살인자와 희생자가 아버지와 딸이라면, 가족은 자동적으로 살인자를 용서하고 사건은명예살인으로 명명된다. 필요에 따른 살인임을 인정하는 것이다(255). 가족이 준비해둔 신랑감을 거부하고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겠다던 여성은 오빠의 손에 졸려 죽는다.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기 때문이고 가족의 명예는 어디까지나 여성의 순결에 의해 결정된다. 순결을 잃은 여성은 생명도 빼앗긴다(266). 터키의 열일곱살 소녀 데리야는 같은 학교 남학생으로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사랑 고백을 받게 되자, 부모는 똑같은 기술을 이용해 그녀에게 자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너는 우리 가문에 먹칠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우리의 명예를 회복시키지 않으면 우리가 너를 죽일 거야.” (275)   




여성 착취와 학대의 근간은 여성의이다. 여성성은 불결하며, 여성은 유혹에 빠지기 쉽고, 여성은 성적인 유혹이 가능하기에 악마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정확히 " 반대로여성은 순결해야 하며, 처녀성을 생명보다 소중히 여겨야 하고, 이를 잃어버렸을 , 빼앗겼을 때는 살아있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다. 여성의 순결은 집안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이를 회복하는 방법은 죽음, 여성의 죽음 뿐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다섯 여자아이의 성기를 소독되지 않는 불결한 가위로 훼손하는 잔인한 행동의 근거이며,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열다섯 소녀를 죽음으로 내몰고, 여섯 살에 결혼() 두살에 임신()하고, 이십 초반에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들을 집에서 쫓아낸다. 



The War on Women. 전쟁은 여성의 위에서 일어난다. 여성은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기에 착취당하고 학대받으며 유린당한다. 모든 잔혹한 행위는전통이라는 이름아래에 이루어지며, 이러한 전통은 다름 아닌 사람들의생각이다. 



여성의 성은 불결하며, 동시에 여성은 순결해야 된다는 생각. 그런 생각, 그런 생각들의 .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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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4-2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글로 정리를 참 잘해주셨네요, 단발머리님.

잔인하고 힘든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달에도 같이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에 계속되는 강간 얘기에 진짜 심호흡이 필요하더라고요.

자, 더 열심히 알고 귀 기울입시다. 그리고 계속 함께해요!

단발머리 2019-04-24 12:40   좋아요 0 | URL
전쟁에서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작전의 일환으로 ‘강간‘이 이용되는 현장을 읽는게 특히 힘들었어요.
좋아서, 혹은 원해서가 아니라, 할 수 있어서, 여성에 대한 범죄를 주저없이 저지르는 그 혹독함에 참... 마음이 그러더라구요.
전쟁을 누가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가장 큰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은 확실한 것 같아요.

더 열심히 알고, 귀 기울이고, 같이 읽어가요!!

비연 2019-04-2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과 다락방님, 정말 열심히 읽어나가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합류하지 못하고 좇아가기 바쁜 저로서는..;;
그래도 올려주시는 책들 하나하나 보관함 넣고 구매도 하면서 열심히 좇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정말 마음 아프고 고통스러운 현실이지만, 외면할 수는 없는 일들이지요.

단발머리 2019-04-24 13:03   좋아요 0 | URL
보기 좋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항상 비연님과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책 이름을 기억하고, 책을 보관함에 넣고, 구매하는 일. 특히 구매하는 일!
이런 암담한 현실을 고발하고 환기시키는 책이 ‘팔리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통스럽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비연님 말씀에도 동의합니다.
우리도 ‘열녀문‘을 세웠던 나라잖아요.
얼른 열녀로 등록되어야 열녀문 세워진다고 여성들의 자살을 종용했던 나라이기도 하구요 ㅠㅠ

수연 2019-04-27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모두 다 읽어야겠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9-04-27 21:14   좋아요 0 | URL
저도 <여자 전쟁> 밖에 못 읽었어요. 페미니즘 책 읽을 때는 좀 심호흡이 필요해서 ㅠㅠ
사진 이뻐요^^ 이쁜 수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