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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앤턴 - 살만 루슈디 자서전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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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유일한 전기는 ‘스티브 잡스’의 것이다. 창의성과 기괴함의 조합이 한 사람 안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그 두꺼운 책을 읽고 결심한 건 의외로 소박했다. “그래, 나도 꼭! 아이폰을 사고야 말겠어!” 

내가 읽은 유일한 정본 자서전은 ‘김대중 자서전’이다. 굴곡의 한국 현대사와 함께 한 김대중 대통령님의 삶은 말 그대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이전부터 김대중 대통령님을 좋아했는데, 자서전을 읽으면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더해, 탁월한 식견, 국가와 국민, 그리고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열정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번에 읽은 자서전은 ‘살만 루슈디’의 것으로, 나는 20세기 최고의 문제작 ‘악마의 시’의 작가라는 소박한 설명만으로 장장 824페이지, 1240g으로의 대장정을 떠났다가, 이렇게 피폐해졌다. (T.T)

 

 

 

 

부커상을 세차례나 수상한 『한밤의 아이들』의 저자 살만 루슈디. 행복한 인생의 한 시절을 보내고 있을 즈음, 1988년 발표한 『악마의 시』라는 소설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출판 직후부터 예언자 무하마드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이슬람권의 격렬한 비난을 받게 되고, 급기야 이슬람 시아파 루홀라 호메이니가 루슈디에게 처형을 요구하는 종교명령 ‘파트와’를 선포한다. 그에게 현상금이 걸리고, 그는 끝모르는 도피생활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제목 <조지프 앤턴>은 도피생활 중 필요에 의해 그가 지은 자신의 새 이름이다. 조지프 앤턴.

루슈디는 자기가 사랑하는 작가들을 떠올리고 그들의 이름을 이것저것 조합해보았다. 블라디미르 조이스, 마르셀 베케트, 프란츤 스턴. 그런 식으로 짝을 지어 목록을 만들어 보았는데 모두 우스꽝스럽기만 했다. 그러다가 문득 우스꽝스럽지 않은 조합을 발견했다. 나란히 적어보았다. 콘래드와 체호프의 이름. 바로 그것이 앞으로 11년 동안 쓰게 될 이름이었다. “조지프 앤턴.” (219쪽)

 

루슈디에 대한 살해 위협은 자극적인 선동에 의해 이루어졌고, 강력하고, 지속적인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텔레비전으로 보고, 라디오로 들었다. 

 

자신의 책이 불타는 광경을 바라보며 루슈디는 자연스럽게 하이네를 떠올렸다. (그러나 점잖은 체하든 노발대발하든 브래드퍼드에 모인 남자들과 소년들에게 하인리히 하이네는 아무 의미도 없는 이름이었다.) 책을 불태우는 나라는 결국 사람도 불태우기 마련이다. 나치가 화톳불을 피우기 백여 년 전 [알만조어 Almansor]에 실린 이 예언적인 구절은 나중에 나치가 책을 불사른 베를린 오페라 광장 바닥에 새겨지기도 했다. (176쪽)

 

작가에 대한 적의와 작품에 대한 증오로 인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많은 나라에서 『악마의 시』는 금서로 지정되었고, 이를 번역하던 일본의 이가라시 히토시 교수가 살해당했으며, 노르웨이의 출판사 사장도 공격을 받아 부상을 당했다.

루슈디는 영국의 도움으로 도피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는데, 그를 경호하는 런던경찰청 특수부 A부대의 요원들 뿐만 아니라, 많은 문학계 인사들이 그를 도왔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사람은 ‘수전 손택’과 ‘이언 맥큐언’이다.)  자신들의 집에 그를 초대하고, 지방의 별장들을 빌려 주었다. 그는 전화를 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를 외면하고, 심지어 성난 군중에 기대어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많은 친구들이 그를 도왔다.

 

케블라 방탄조끼를 입어보라는 제안도 받았다. 거절했다. 그리고 차문에서 건물 입구로, 혹은 그 반대로 걸어갈 때마다 의식적으로 천천히 걸었다. 종종걸음을 치진 않으리라. 고개를 높이 들고 당당히 걸어가리라.

그는 이렇게 다짐했다. “경호원들이 말하는 이 세상의 현실에 굴복하면 영원히 그 노예가 되고 포로가 된다.” 경호팀의 세계관은 이른바 최악의 상황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길을 건널 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트럭에 치이는 일이고, 그렇다면 길을 건너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날마다 길을 건너는데도 트럭에 치이는 일은 좀처럼 없다.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안전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앞으로도 계속 길을 건너야 할 테니까. (233쪽)

 

이 책은 일반적인 자서전의 형식을 따르지 않았는데, 먼저는 본인을 ‘그’의 3인칭으로 지칭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일반적인 자서전이 부모 혹은 조부모부터 시작해서 출생, 성장, 결혼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사건, 즉 살해위협이 시작된 때부터로 시작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기술된다는 것이다.

『악마의 시』를 읽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슬람의 분노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들의 상상력이 지나친 건지, 루슈디의 상상력이 지나친 건지에 대해서 말이다. 작가의 손을 떠난 『악마의 시』는 그래서 아직도 제멋대로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책은 작가를 벗어났다. 작가의 도피생활이 언제 끝나게 될지 이 유명한 책은 알고 있을까.

 

책은 작가의 세상을 떠나면서 변모한다. 아무도 단 한 구절도 읽지 못했을 때부터, 글쓴이 말고는 그 누구의 시선도 스치기 전부터, 책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킨다. 이제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었으니 더는 작가의 소유물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책이 자유의지를 갖게 되었다고 말해도 좋다. 책은 제멋대로 세상을 여행할 테고, 작가가 간섭할 방법은 없다. 작가 자신도 문장 하나하나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다. 이제 남들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문장 하나하나가 달라 보인다. 책은 이미 세상으로 나아갔고 세상은 책을 바꿔놓는다. (129쪽)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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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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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래도,라는 단어를 사용하려면, 작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그녀의 ‘그래도’가 얼마나 용기 있는 말인지, 그녀의 ‘그래도’가 얼마나 희망을 주는 말인지,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 구작가>

한국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중퇴

싸이월드 스킨작가 2008년~2013년

<내가 되고 싶은 나> 미술 선교 프로그램 진행 2012년~현재

2013년 겨울, ‘망막색소변성증’ 판정 후 책 작업에만 몰두 중

현재는 시력을 잃게 된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두 살 때 열병을 앓은 뒤, 소리를 잃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그림이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소리를 못 듣는 자기 대신 소리를 잘 들어주었으면 하고

귀가 큰 ‘베니’ 토끼 캐릭터를 만들었다.

‘베니’ 그림으로 그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했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베니’ 그림으로 그림 작가도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년 전, 그녀는 시력도 잃게 되는 병에 걸렸다.

소리가 없는 조용한 세상에서 살던 그녀는

지금 빛까지 사라지게 되는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슬프지 않다고 한다.

그녀에게는 아직 따뜻한 손이 남아 있고,

아직 말을 할 수 있는 입술,

그리고 좋은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코가 남아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다가와 있는 내일이, 너무 간절하고 소중하기 때문에 불행해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늘 웃고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고 세상에 도전장을 낸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거절에 거절. 잿빛의 세상에서 절망에 빠질 뻔 했던 그녀는 블로그를 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많은 이름 중에서 그녀에게 떠오른 이름 하나. ‘구작가!’ 그녀의 소망을 담은 이름, ‘구작가’를 걸고 그녀는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싸이월드에서의 성공,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 때 누렸던 기쁨도 잠시. 그녀에게는 또 다른 어려움이 찾아온다. 갑작스러운 싸이월드의 하락. 그리고 떠나는 사람들. 무척 바쁘다가 갑자기 한가해진 그녀에게 긴 공백이 찾아온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내가 되고 싶은 나>라는 미술 선교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동하던 그녀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온다. 이제는 소리도 볼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엄마, 미안해>라는 꼭지는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엄마는 그녀가 소리내는 걸 잃어버릴 까 입 주변에 설탕을 발라주며, 딸의 손을 목에 얹고 소리의 떨림을 가르쳐주던 엄마였는데, 이제는 곧 빛을 잃어갈 딸을 곁에서 지켜봐야 한다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절망하고, 세상을 미워하고, 그리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그 누군가를 원망할 법도 한데, 그녀는 다시 일어선다. 그녀에게 허락된 빛의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는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하다. 버킷리스트 하나하나를 실천하는 그녀는 너무나 멋지고 대견해서, 가까이에 있다면 한 번 안아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녀의 소망 중 하나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하는 것과 ‘어셔증후군’ 환자를 위한 줄기세포 이식수술을 받는 것이다. 소망이 이루어진 그녀의 그림을 보며 나도 같은 마음으로 간절히 바란다. 그녀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를.

 

 

 

 

마지막으로 <한겨레 21>에서 보았던 그녀의 사진을 올려본다. 그 전에는 안 보였던 사진인데, 책이 눈에 들어오니, 그녀의 사진도 눈에 들어온다. 너무도 이쁜 모습의 구작가.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기를, 그녀의 소망이 이루어질 때까지 꼭 씩씩하기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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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4-22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왜 내게?˝ 이런 질문 할수 밖에 없고
˝신따위 됐어!˝ 라고 할법도 한데
오히려 종교에서 많은 힘을 얻은거 같더군요.

술마시고 읽어서 인지, 읽는 내내 통곡(?)을 했었네요.
저는 책을 덮고 쓰담쓰담하고 꼭 안아주었어요.
그 마음이 구작가에게 전해지길 바라면서요....

단발머리 2015-04-23 15:46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아무개님은 많이 우셨구나.
저는 진짜, <엄마, 미안해>해서 너무 미안한 거예요.

구작가 어머니께도 미안하고, 울 엄마도 생각나구요.
나두 엄마인데. 나는 왜 이런가 하면서요......
아무개님 예쁜 마음, 구작가에게 잘 전해졌을거예요.
... 그럼요...

cyrus 2015-04-22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님이 정말 대단합니다. 눈이 불편한데도 색칠까지 다 하는 완벽한 그림을 그려내니까요.

단발머리 2015-04-23 15:49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구작가님 이렇게 예쁜 마음이니 병이 천천히 진행되었으면, 치료법이 얼른 개발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그림은 너무 따뜻하고 포근한 거 있죠.

테레사 2015-04-23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슬퍼서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못 사고 있어요..

단발머리 2015-04-23 15:51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신간평가단을 통해서 이 책을 읽었거든요.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뭉쿨한 장면이 여러군데 있지만, 구작가는 얼마나 씩씩한지요.
마지막 장에, 같이 행복하자고, 자기도 행복할 거라 하는데, 정말 많이 고맙더라구요.
구작가한테서 위로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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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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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이 많은 집

어느 집이나 가게 되면 제일 먼저 보는 곳은 서재. 자연스럽게 책 쪽으로 눈이 간다. 하지만, 사실 사람들이 다 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집에 많은 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다른 집에 가면 ‘어린이 도서관’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어린이용 책들을 보게 되지만, 어른들이 읽는 책, 아빠가 보는 책, 엄마가 읽는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집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아니다. 어른이 볼 만한 책을, 웬만큼이라도 가지고 있는 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에서는 어른이 볼 만한 책, 어른이 읽는 책 구경을 원 없이 할 수 있다.

 

 

 

 

 

 

 

2. 츠바이크! 아, 츠바이크!

책을 좋아하는 일반인들의 책 이야기, 서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이 책에서 가장 큰 수확이라면 ‘츠바이크의 재발견’이다. ‘츠바이크’라고 한다면 《초조한 마음》의 츠바이크이며, 《낯선 여인의 편지》의 ‘츠바이크’ 아닌가. ‘함께 읽고 싶은 책’에서는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품이 소개되고 있는데 츠바이크의 책이 자주 보인다. 눈이 번쩍 뜨이는 기쁨의 소식이다.

 

가장 걸작은 역시 ‘평전계의 레전드’라고 할 만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도스토옙스키를 쓰다》다. 평전이나 전기라고 하면 보통 시간 순서에 따라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늘어놓는 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츠바이크는 다르다. 도스토옙스키의 일생을 사실에 근거해 다루면서도 특유의 섬세함을 발휘해 인물 내면을 잘 묘사해서, 읽다보면 평전이라기보다는 소설 같은 느낌이 든다. (187쪽)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슈테판 츠바이크만큼 독특한 평전을 쓰는 작가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츠바이크가 쓴 평전이 베스트셀러 소설 못지않게 재미있다고 말할 정도다. 츠바이크는 살아 있는 동안 소설 몇 편과 그것보다 몇 배나 많은 평전을 남겼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비운의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다룬 책이다.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한 덕분에 실제 역사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츠바이크 특유의 섬세한 인물 심리 묘사가 더해진 완벽한 평전이 됐다. (304쪽)

 

 

《어제의 세계》는 최고의 전기 작가로 꼽히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회상록이예요. 츠바이크는 전기를 쓰려고 많은 책과 자료를 참조했는데, 이 작품은 자료를 참조하지 않고 오직 기억에만 의존해 썼다고 해요. (331쪽)

 

 

3. 책을 다루는 자세

가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폭력은 무조건 나쁘지만, ‘데이트 폭력’은 ‘가정폭력’의 인트로 내지 전주가 될 수 있어 더욱 나쁘다. 애인은 사랑으로만 대해야 한다. 애인은 사랑으로만 대해야 하지만, 책을 다루는 자세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책 좋아하는 분들 중에 결벽 증세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도 심하지는 않지만 그런 부류예요. 일단 책을 보면서 밑줄을 긋지 않고요. 책을 접거나 구기는 걸 싫어해요. 요즘에는 좀 덜하지만 한때는 그런 게 싫어서, 다른 사람 손 타는 게 싫어서 책을 거의 빌려주지 않았어요.” (199쪽)

 

습관을 물어보셨는데, 책을 읽을 때 반드시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는 습관이 있습니다. 중요한 대목을 표시하는 거죠. 독서를 ‘연애’에 비유했는데, 그렇게 해서 “책을 읽었다”라는, “내가 ‘연애 상대’를 이만큼 잘 파악했다”는 눈에 보이는 증거를 남기는 셈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것도 아주 기만적인 생각이겠죠. “내가 너를 모조리, 속속들이 이해하고 말리라” 하는 집착이기도 하고요. 어떤 표시를 남겼다고 해서 그게 곧바로 이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니까요. (323쪽)

 

나는 ‘절충형’인데, 웬만해서는 줄을 치지 않고 책을 읽는 편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것이 되면, 내 책이 되면, 내 사람이 되면, 물론 줄을 친다. 예전에는 색연필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볼펜으로 줄을 친다. 볼펜, 검은색 볼펜으로 줄을 친다.

 

 

4. 진짜 책을 사랑한다면

이제 가장 인상 깊었던 문단을 적어본다. 책을 ‘소유’하는 것은 가방을 ‘소유’한다거나, ‘옷’을 소유하는 것보다 더 폼나고, 더 고상한 것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 세상을 더 밝게, 더 희망차게 만드는 지식과 지혜는, 그 지식과 지혜를 ‘나누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책을 미리 사 두었다가 선물하는 이 분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래야겠다, 슬쩍 다짐해본다.

 

많은 책을 읽다보면 우연히 마음에 쏙 드는 좋은 책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있는데, 이럴 때는 마치 금맥을 찾은 것처럼 기쁘다. 허섭 씨는 그런 책이 있으면 보통 십여 권씩 따로 사뒀다가 마음 맞는 사람에게 읽어보라며 선물하는 걸 즐긴다. 학사재 구경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교무실 한쪽에 있는 선반 문을 여니, 그렇게 한꺼번에 사둔 책들이 한가득 들어차 있다. 허섭 씨는 내게도 책을 주고 싶다면서 하드커버 책 몇 권을 꺼냈다. 2001년 두레출판사에서 펴낸 일곱 권자리 《다석사상전집》이다. 이 책은 워낙 좋아해서 얼마 전 자기 돈 백여 만 원을 들여 열 질을 사뒀다고 한다. (18쪽, 젖은 책 다림질하는 노자 덕후, 국어 교사 허섭씨)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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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3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3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5-03-2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이런 종류의 책을 읽고 나면
왠지 독서의지가 더 불끈불끈 달아오르는거 같아요.

츠바이크의 책들은 저도 보관함으로....
이분 참 묘사력 대단하시더군요.
초초한 마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단발머리 2015-03-23 10:29   좋아요 0 | URL
네, 저는 불끈불끈하기는 한데, 아... 저는 빨리 못 읽어요.
빨리도 못 읽고, 많이도 못 읽고, 잠도 많고, 체력도 저질이고... 에이 참...

츠바이크 책 중에서, 저는 일단 마리 앙투아네트 책을 읽어보려고요. 많이 기대대요.
[초조한 마음]은 진짜 걸작이죠. 한 손에 들고 빛의 속도로 읽었던 기억이... ㅎㅎㅎ

다락방 2015-03-23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마리 앙투아네트를 읽고 싶었었는데...집에 있는 것도 같고..... 있겠죠? 흐음. 집에 가서 살펴봐야겠네요. 이젠 집에 무슨 책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ㅠㅠ

단발머리 2015-03-24 07:16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은 이미 알고 있는 책이군요. 저는 이제서야 봤어요. 일단 보관함에 넣어야겠어요.

집에 책이 많으시죠~~ 무슨 책이 있는지도 모르신다니... *^^* 저는 책이 많지 않기도 하고, 사실 많이 구매하지 않아서 책이 뭐가 있는지는 대충 아는데, 문제는 책을 너무 느리게 읽어서요. 안 읽은 책이 집에 참 많아요 : )

icaru 2015-03-23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연필로 줄쳐 가며 읽어요... (도서관 책은 당연 예외) 그게 일종의 책갈피 노릇을 해 주기도 해요 휴,ㅜ) 줄친곳까지 읽었다는 표시..
어제의 세계는 온다리쿠의 소설제목이기도 한데, 아항... 온다여사가 츠바이크 작품에서 제목을 가져온 모양이네여~
오~책이 많은 집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한 것을 엮은 책인가요? 세번째 서재 사진이요
왓... 저기 왼쪽책장에 유에스비 상용화되기 전 시절 디스켓 넣는 케이스함 아닌가요? 향수어려요!!!

단발머리 2015-03-24 07:20   좋아요 0 | URL
저는 또, 온다리쿠를 처음 듣습니다. 소설가겠죠~~ 일본사람? ㅎㅎㅎ

제가 책 설명을 잘 못한 것 같아요. icaru님 말씀대로 이 책은 윤성근씨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걸 엮은 책이거든요. 그러니까, 사진도 여러 집에서 가져왔구요.
세번째 사진 아래있는 거 네모난거 말씀하시는 거죠? 제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잘은 모르겠네요.
저도 A드라이브 세대입지요~~~~~~~

서니데이 2015-03-24 07:26   좋아요 0 | URL
온다 리쿠 는 우리나라에도 소설이 많이 번역되어 나와있어요,

서니데이 2015-03-23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 가지고 있어요, 근데 가지고 있는 걸 잊어버리고 있다 지금 생각났어요^^;
이 책에 츠바이크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나요^^ 단발머리님, 좋은하루되세요

단발머리 2015-03-24 07:22   좋아요 1 | URL
우아, 이 책 많이 유명한가봐요. 마리 앙투아네트 가지고 계신분이 여러 분이네요~~

이 책에서 `함께 읽는 책`이라고 소개하는 게 있는데, 여기저기서 츠바이크가 보이더라구요.
저도 책 세 권을 찜했어요. 읽어보리라 하면서요^^

서니데이 2015-03-24 07:28   좋아요 0 | URL
아마 마리앙투아네트 에 관한 책은 예전에도 출간된 적이 있어서 보신 분이 많이 있을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저도 아주 오래전에 조금 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얼마전에 신판을 샀던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5-03-24 07:43   좋아요 1 | URL
아하... 서니데이님 말씀듣고 자세히 봤더니, 전에는 이 책이 상하로 나왔군요.
개정판은 한 권 짜리구요.
사실, 저는 도서관에 검색해봤는데, 없어서요. 살까 살까 하고 있어요. ^^

서니데이 2015-03-24 08:3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그 책은 제가 본 책은 아닐거 같아요, 아주 오래전이라서 아마 인터넷 검색은 안나올 것 같거든요, 근간에 한번 더 나온적이 있나봐요, 지금 책은 아직 읽기전이라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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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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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었으니까 선글라스를 챙겼다. 책을 두 권 넣고, 아이패드와 이어폰도 챙겼다. 미루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여름 내내 미루고 미루던 일이었다. 더는 미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집을 나섰고, 그 곳에 도착했다.

세월호 사건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광화문 광장. 한쪽에 가서 이름을 적고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작은 천을 받아왔다. 앞쪽은 옷핀으로 달 수 있었지만, 등은 누군가 도와주어야 했다. 저쪽을 보니 두 명의 여자분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광화문 광장 스티로폼 장판이 아니라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어야 어울릴 법한 차림새였다. 다가서며 말했다. “저, 죄송한데 이것 좀 달아 주시겠어요?”

두 명 중 한 명이 쾌히 도와주었다. 사람이 별로 없는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3시간을 앉아있었다. 둘째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단식을 한 건 아니었다.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진상 규명을 원하는 국민들이, 일반 국민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알아야 할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정말 힘들게, 힘들게 읽었다. 여러 번 책을 덮었고, 그리고 여러 번 눈물이 났다. 이 글을 썼던 사람들, 이야기했던 사람들에 비하면 힘들었다는 내 말은, 너무 사치스러운 말일지도 모르겠다. 자식을 잃은 이 분들의 고통에 비하면.

체육관에서 한사람 한사람 줄어가는데 그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초조하고...... 내 딸이 유실됐나, 인원이 줄어드니까 머릿속이 온통 다 그런 생각밖에 안 나. 막상 내 딸이 나왔는데 나머지 유가족들을 못 보겠더라고. 여기 누구 엄마, 여긴 누구네, 여긴 선생 그다음에 나, 이렇게 넷이 다 같이 모여 있었어. 그중 나만 나왔어. 생각해 봐. 다 안 나온 중에 나만 나왔다니까. 그날 미지 데리고 오는데 그간 동고동락했던 사람들 얼굴을 볼 수가 없더라고. 미안하고 죄스럽고. 지금도 다 안 나왔어. 그 사람들이 어깨 툭툭 치면서 축하한다고 그래. 근데 거기서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을 수 있냐고, 그 상황에서.“ (53쪽, 2학년 1반 유미지 학생의 아버지 유해종 씨 이야기)

 

옛날에 어른들이 자식 앞세우곤 못 산다고 했는데 그 말이 다 맞아요. 공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겠다고 운동하는 걸 보면 우리 아이들은 열일곱에 죽었는데 하면서 분노가 막 치밀어올라요. 누가 마흔살에 죽었다고 하면 아 20년만, 우리 딸로 23년만 더 살았으면, 그렇게밖에 말이 안 나와요. 우리 승희는 없는데 세상은 아무 일도 없는듯 돌아가고 사람들이 웃으며 돌아다니는 걸 보면 화가 나고. 억울하고 용납이 안 돼요. 왜 하필 내 딸이 그 나이에 죽었는지.... (78쪽, 2학년 3반 신승희 학생의 어머니 전민주 씨 이야기)

 

 

 

설마했던 부모들은, 끝까지 국가를 믿었던 부모들은, 망망대해 넓은 바다에서, 골든타임(이제는 아무나, 아무 상황에서나, 자기 편한대로 사용하는 단어가 되어 버려 그 사용이 꺼려지는 그 골든타임) 동안 아무 일도,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국가를 본다. 해경과 언딘. 그리고 거짓말하는 언론을 본다. 지상최대의 구조작전,이라고 쓰는 언론을 본다. 구조하지 않고, 구조하고 있다고 말하는 국가와 언론. 

자식이 죽었을거라고, 이제는 죽었을 거라고 생각한 부모들은 자식의 ‘몸’을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단 한 번 마지막으로 아이의 모습을 눈에 간직하고 싶어, 부모들은 자식을 기다린다. 아들과 딸을 기다린다. 그리고, 아이가 나온 부모에게 말한다. 축하한다고, 축하한다고 말이다.

땡볕에 부모들은 거리로 나온다. 청와대로, 국회로, 그리고 광화문으로 나간다. 대통령은 외면하고, 여당은 거짓말을 지어낸다. 야당은 무능하고, 국민들은.... 사람들은 이제 그만 하라고 말한다. 이제 그만큼 했으면 됐다고, 다들 그렇게 살지 않냐고. 왜 너만 유난을 떠느냐고 말이다.

한 학교가, 한 마을이, 한 동네가 완벽하게 붕괴되었다. 하나의 완벽한 우주, 완전한 하나의 우주인 아이들이 그렇게 죽었는데도, 억울하게 죽었는데도, 구조를 받지 못 해 죽었는데도, 시키는대로 했다가 죽었는데도, 이 나라는 꿈쩍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한다.

이제는 그만하라,고 말이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은 옆에서 많이 기다리고 기다렸다. 분향소와 단원고, 장례식장을 오가며, 가끔 진도도 다녀오면서 그렇게 말없이 부모들과 함께했다.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에 유가족들도 그들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이 아프고 힘든 이 시간들은, 잊혀져서는 안 되기에, 기억되고 또 기억되어야 하기에 이렇게 책으로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읽는 시간 내내 많이 어렵겠지만, 힘들고 고통스러운 이 시간들을 통해, 그 절절한 시간들을 통해 아이를 잃은 부모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한다. 온 세상을 잃어버린 부모들이 다시 환하게 웃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그들이 더 이상 절망가운데 있지 않도록 힘을 보탰으면 한다. 그것은 이제 영영 떠나버린 그들의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순덩어리의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를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으면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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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15-03-2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호 1년 이 얼마남지않았습니다.

단발머리 2015-03-23 09:34   좋아요 0 | URL
네, 달걀부인님~~
정말 1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봄이 오네요. 아무 일도 해결이 안 됐는데, 벌써 봄이예요....
아이들한테... 미안해요.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아줌마들을 만나면, 대화의 주제가 거의 정해져 있다. 1) 아이들의 학업에 대한 정보 : 어느 학원이 좋다더라, 어느 학원 무슨 선생님이 좋다더라 2) 남편 뒷담화 : 우리남편은 집에 오면 이렇다, 저렇다 3) 담임선생님 : 담임선생님이 몇일전에 이렇게 말씀하셨다더라. 이러저러하셨다더라 4) 홈쇼핑 : 나도 그걸 저번에 샀는데 별로였다. 00를 광고하던데 정말 사고 싶다. 이런 모임에서 책이야기하면...

전업주부 엄마들은 정말 착해서 책이야기를 했다고 때리지는 않겠지만, 퀭한 눈빛. 넌 뭐야, 눈빛. 그런 눈빛이 예상된다.

현실에서 책수다가 가능할까. 나는 책에 대한 이야기,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언니가 두 명이나 있다. 나는 책수다가 가능한 사람이다.

 

 

 

이동진과 김중혁. 두 남자의 책수다는 유쾌하다. 진지한 논의 사이사이 진한 농담이 오고가고, 말꼬리 잡기 유머도 단골 손님이다. 오른쪽에는 썰렁개그, 왼쪽에는 어색함을 무기로 책속을 종횡무진한다. 전문가임에 분명한 두 사람이, 전문가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전문가적 소견을 편안하게 풀어간다. 귀로 들었을 때도 분명 즐거웠지만, 책으로 읽으니 훨씬 더 진지하게 다가온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읽다가 포기한 책이다. 다시 도전해 보려했으나, 아직은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과 『파이이야기』은 아직 읽지 않은 책이다. 내용을 알고 있는 책 읽기를 즐겨하는 나로서는 역시 도전이 요청되는 책들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시험을 마치고 답안지의 답을 맞추는 심정으로 듣고, 또 읽었다. 특히 밀란 쿤데라나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었다.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서 쉴새 없이 이야기하는 두 사람은, 좋아하는 국어 선생님에게 빠져있는 여중생들 같았다.

한 권의 책을 꼽으라면, 역시 『속죄』다. 팟캐스트가 방송되고 한참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었고, 알라딘에서도 5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했었다. 그 때, 책을 사지 않은 것이 내내 후회된다.

 

 

《속죄》는 단지 저릿한 로맨스 소설에 머물지 않는다. 역사가 어지러운 분수대 옆에서 차갑게 고개를 내저을 때, 문학은 옷을 벗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깨어진 이야기의 조각을 건져낸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고쳐 쓰여야 한다. _이동진

소설가 바깥에는 아무도 없다는 말은, 한계이자 무한한 가능성이기도 하다. 이 문장들 때문에 《속죄》라는 소설의 의미는 우주만큼 넓어진다. _김중혁 (73쪽)

 

책을 고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놓은 책들, 읽어야할 책들을 기역, 니은 순으로 읽을 수도 없고, 출간연도에 따라 읽을 수도 없다. 어디까지나 책은 끌리는 대로 읽게 되어 있다. 읽다가 이게 아닌가벼, 싶으면 책장을 덮게 되고, 이 책을 읽다가도 저 책이 손에 잡히면 그 책을 먼저 읽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정말 훌륭한 책이다.”, “다시 읽어도 정말 좋았다.”라고 연거푸 말하는 이 두 사람의 진정성어린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그 책을 손에 들 수 밖에 없다.

결국에는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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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6 0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6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5-02-16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속죄를 사두었던 기억이 스믈스믈^^;;;

단발머리 2015-02-16 10:41   좋아요 0 | URL
저는 그 때 못 사둔것이 내내 아쉬워요.
[속죄]는 가끔 다시 읽고 싶더라구요.
읽을 때는 조금 힘들었는데, 기억이 자주 나요. 특히 ㅅㅈ장면이요... ㅎㅎㅎ

2015-02-16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8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