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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평점 :
1. 책이 많은 집
어느 집이나 가게 되면 제일 먼저 보는 곳은 서재. 자연스럽게 책 쪽으로 눈이 간다. 하지만, 사실 사람들이 다 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집에 많은 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다른 집에 가면 ‘어린이 도서관’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어린이용 책들을 보게 되지만, 어른들이 읽는 책, 아빠가 보는 책, 엄마가 읽는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집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아니다. 어른이 볼 만한 책을, 웬만큼이라도 가지고 있는 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에서는 어른이 볼 만한 책, 어른이 읽는 책 구경을 원 없이 할 수 있다.
2. 츠바이크! 아, 츠바이크!
책을 좋아하는 일반인들의 책 이야기, 서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이 책에서 가장 큰 수확이라면 ‘츠바이크의 재발견’이다. ‘츠바이크’라고 한다면 《초조한 마음》의 츠바이크이며, 《낯선 여인의 편지》의 ‘츠바이크’ 아닌가. ‘함께 읽고 싶은 책’에서는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품이 소개되고 있는데 츠바이크의 책이 자주 보인다. 눈이 번쩍 뜨이는 기쁨의 소식이다.
가장 걸작은 역시 ‘평전계의 레전드’라고 할 만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도스토옙스키를 쓰다》다. 평전이나 전기라고 하면 보통 시간 순서에 따라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늘어놓는 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츠바이크는 다르다. 도스토옙스키의 일생을 사실에 근거해 다루면서도 특유의 섬세함을 발휘해 인물 내면을 잘 묘사해서, 읽다보면 평전이라기보다는 소설 같은 느낌이 든다. (187쪽)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슈테판 츠바이크만큼 독특한 평전을 쓰는 작가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츠바이크가 쓴 평전이 베스트셀러 소설 못지않게 재미있다고 말할 정도다. 츠바이크는 살아 있는 동안 소설 몇 편과 그것보다 몇 배나 많은 평전을 남겼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비운의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다룬 책이다.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한 덕분에 실제 역사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츠바이크 특유의 섬세한 인물 심리 묘사가 더해진 완벽한 평전이 됐다. (304쪽)
《어제의 세계》는 최고의 전기 작가로 꼽히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회상록이예요. 츠바이크는 전기를 쓰려고 많은 책과 자료를 참조했는데, 이 작품은 자료를 참조하지 않고 오직 기억에만 의존해 썼다고 해요. (331쪽)
3. 책을 다루는 자세
가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폭력은 무조건 나쁘지만, ‘데이트 폭력’은 ‘가정폭력’의 인트로 내지 전주가 될 수 있어 더욱 나쁘다. 애인은 사랑으로만 대해야 한다. 애인은 사랑으로만 대해야 하지만, 책을 다루는 자세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책 좋아하는 분들 중에 결벽 증세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도 심하지는 않지만 그런 부류예요. 일단 책을 보면서 밑줄을 긋지 않고요. 책을 접거나 구기는 걸 싫어해요. 요즘에는 좀 덜하지만 한때는 그런 게 싫어서, 다른 사람 손 타는 게 싫어서 책을 거의 빌려주지 않았어요.” (199쪽)
습관을 물어보셨는데, 책을 읽을 때 반드시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는 습관이 있습니다. 중요한 대목을 표시하는 거죠. 독서를 ‘연애’에 비유했는데, 그렇게 해서 “책을 읽었다”라는, “내가 ‘연애 상대’를 이만큼 잘 파악했다”는 눈에 보이는 증거를 남기는 셈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것도 아주 기만적인 생각이겠죠. “내가 너를 모조리, 속속들이 이해하고 말리라” 하는 집착이기도 하고요. 어떤 표시를 남겼다고 해서 그게 곧바로 이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니까요. (323쪽)
나는 ‘절충형’인데, 웬만해서는 줄을 치지 않고 책을 읽는 편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것이 되면, 내 책이 되면, 내 사람이 되면, 물론 줄을 친다. 예전에는 색연필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볼펜으로 줄을 친다. 볼펜, 검은색 볼펜으로 줄을 친다.
4. 진짜 책을 사랑한다면
이제 가장 인상 깊었던 문단을 적어본다. 책을 ‘소유’하는 것은 가방을 ‘소유’한다거나, ‘옷’을 소유하는 것보다 더 폼나고, 더 고상한 것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 세상을 더 밝게, 더 희망차게 만드는 지식과 지혜는, 그 지식과 지혜를 ‘나누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책을 미리 사 두었다가 선물하는 이 분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래야겠다, 슬쩍 다짐해본다.
많은 책을 읽다보면 우연히 마음에 쏙 드는 좋은 책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있는데, 이럴 때는 마치 금맥을 찾은 것처럼 기쁘다. 허섭 씨는 그런 책이 있으면 보통 십여 권씩 따로 사뒀다가 마음 맞는 사람에게 읽어보라며 선물하는 걸 즐긴다. 학사재 구경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교무실 한쪽에 있는 선반 문을 여니, 그렇게 한꺼번에 사둔 책들이 한가득 들어차 있다. 허섭 씨는 내게도 책을 주고 싶다면서 하드커버 책 몇 권을 꺼냈다. 2001년 두레출판사에서 펴낸 일곱 권자리 《다석사상전집》이다. 이 책은 워낙 좋아해서 얼마 전 자기 돈 백여 만 원을 들여 열 질을 사뒀다고 한다. (18쪽, 젖은 책 다림질하는 노자 덕후, 국어 교사 허섭씨)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