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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아줌마들을 만나면, 대화의 주제가 거의 정해져 있다. 1) 아이들의 학업에 대한 정보 : 어느 학원이 좋다더라, 어느 학원 무슨 선생님이 좋다더라 2) 남편 뒷담화 : 우리남편은 집에 오면 이렇다, 저렇다 3) 담임선생님 : 담임선생님이 몇일전에 이렇게 말씀하셨다더라. 이러저러하셨다더라 4) 홈쇼핑 : 나도 그걸 저번에 샀는데 별로였다. 00를 광고하던데 정말 사고 싶다. 이런 모임에서 책이야기하면...
전업주부 엄마들은 정말 착해서 책이야기를 했다고 때리지는 않겠지만, 퀭한 눈빛. 넌 뭐야, 눈빛. 그런 눈빛이 예상된다.
현실에서 책수다가 가능할까. 나는 책에 대한 이야기,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언니가 두 명이나 있다. 나는 책수다가 가능한 사람이다.
이동진과 김중혁. 두 남자의 책수다는 유쾌하다. 진지한 논의 사이사이 진한 농담이 오고가고, 말꼬리 잡기 유머도 단골 손님이다. 오른쪽에는 썰렁개그, 왼쪽에는 어색함을 무기로 책속을 종횡무진한다. 전문가임에 분명한 두 사람이, 전문가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전문가적 소견을 편안하게 풀어간다. 귀로 들었을 때도 분명 즐거웠지만, 책으로 읽으니 훨씬 더 진지하게 다가온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읽다가 포기한 책이다. 다시 도전해 보려했으나, 아직은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과 『파이이야기』은 아직 읽지 않은 책이다. 내용을 알고 있는 책 읽기를 즐겨하는 나로서는 역시 도전이 요청되는 책들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시험을 마치고 답안지의 답을 맞추는 심정으로 듣고, 또 읽었다. 특히 밀란 쿤데라나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었다.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서 쉴새 없이 이야기하는 두 사람은, 좋아하는 국어 선생님에게 빠져있는 여중생들 같았다.
한 권의 책을 꼽으라면, 역시 『속죄』다. 팟캐스트가 방송되고 한참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었고, 알라딘에서도 5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했었다. 그 때, 책을 사지 않은 것이 내내 후회된다.
《속죄》는 단지 저릿한 로맨스 소설에 머물지 않는다. 역사가 어지러운 분수대 옆에서 차갑게 고개를 내저을 때, 문학은 옷을 벗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깨어진 이야기의 조각을 건져낸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고쳐 쓰여야 한다. _이동진
소설가 바깥에는 아무도 없다는 말은, 한계이자 무한한 가능성이기도 하다. 이 문장들 때문에 《속죄》라는 소설의 의미는 우주만큼 넓어진다. _김중혁 (73쪽)
책을 고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놓은 책들, 읽어야할 책들을 기역, 니은 순으로 읽을 수도 없고, 출간연도에 따라 읽을 수도 없다. 어디까지나 책은 끌리는 대로 읽게 되어 있다. 읽다가 이게 아닌가벼, 싶으면 책장을 덮게 되고, 이 책을 읽다가도 저 책이 손에 잡히면 그 책을 먼저 읽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정말 훌륭한 책이다.”, “다시 읽어도 정말 좋았다.”라고 연거푸 말하는 이 두 사람의 진정성어린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그 책을 손에 들 수 밖에 없다.
결국에는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