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평점 :
마음들의 간극을 비정한 아침이 속절없이 다가올 때까지 고민한 시인 김소연님의 책, 마음사전
이 책을 작년부터 읽고 싶어하다 최근에 중고로 알라딘에서 구매해서 읽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323/pimg_7704261901388218.jpg)
책표지가 알록달록 예쁘다. 책속엔 각 장마다 고운 사진들이 있다. '연인', '부부'도 좋지만, 감정을 너덜너덜하게 만들 아주 젊은 사람들과 아이를 대하는 부모가 읽어도 참 좋겠다 생각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부끄러웠습니다. 상대를 향해 분출/배출/발산했던 나의 감정들이 모두 나 좋다고 했던 것들이었구나.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한 것이 아니고 나를 위로하고 위안되게 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스테들러 색연필이 달아 없어지도록 밑줄을 그으며.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323/pimg_7704261901388219.jpg)
"소중한 존재는 그 자체가 궁극이지만, 중요한 존재는 궁극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다. 돈은 전혀 소중하지 않은 채 가장 중요한 자리에 놓여 있다." p57
처음엔 참 소중했는데, 어느새 중요하게 된 것 같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323/pimg_7704261901388222.jpg)
"정성에는 의도가 없지만 성의에는 의도가 있다. 정성은 저절로 우러나오는 지극함이지만, 성의는 예를 갖추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그래서 정성은 '담겨 있다'고 말해지고 성의는 '표시한다'고 말해진다" p65
정말 끄덕끄덕 읽었다. 사유하고 또 사유한, 한 사람의 '발견'과 '정리'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개별적인 '인간'이라고해도 모두 같은 인간이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323/pimg_7704261901388223.jpg)
"슬픔은 모든 눈물의 속옷과도 같다" p73
이렇게 감성 가득한 사진들이 각 장의 표지에 있다 ^^
"외롭다, 텅 비어버린 마음의 상태를 못 견디겠을 때에 사람들은 '외롭다'라는 낱말을 찾는다. 그리고 그것을 발화한다.
심심하다, 이것은 가장 천진한 상태의 외로움이다.
무료하다, 심심함과 외로움 사이에 무료함이 존재한다.
" p91 - 96
이렇게 비슷하지만 다른, 전혀 다른 마음들을 정교하게 구분지어 놓았다. 물론, 끄덕끄덕.
"결핍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의미를 자꾸 흘리곤 하는 철 지난 외투의 구멍난 주머니와 같다" p102
"뒷모습은 절대 가장할 수 없다" p136
아주 멀리서 보는 앞모습과 아주 가까이에서 보는 앞모습도 가장할 수 없는 것 같다.
"무언가 사라지길 원해서 하는 말은 '발산'이고, 잘 기억하기 위해서 하는 말은 '언약'이며, 마음을 얻기 위해 하는 말은 '애걸' 이다." p141
그래서 우리는 '아름답다', '사랑한다' 라는 말을 아끼는지 모른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눈표범을 카메라로 찍지 않는 것처럼.
"대게 우리의 간절한 소망들은 결국, 거짓말의 그릇에 담긴 간절한 진실과 같다" p143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기도 했다.
"더 이상 속여주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더 이상 속아지지 않는 내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은 비애 그 자체다.
...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 속에는 '거짓말처럼 날이 개었습니다', '거짓말처럼 씻은 듯이 다 나았습니다' 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우리는 가장 좋은 순간을 믿기 어려워하고, 그렇기에 그 순간에 '거짓말처럼' 이라는 수식어를 앞장세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두고, 우리가 만나는 사람을 두고 '거짓말처럼 아름다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145
"위로란 언제나 자기한테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형태대로 나오는 것이다" p152
"공감, 타인의 자아나 다른 자아가 여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자아가 여기에 또 한 번 존재한다는 이 착각은, 너와 나를 '우리'라고 칭하기에 충분하다" p154
상대를 향한 감정들이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라는 말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다.
"경청은 가장 열정적인 침묵이다." p159
얼마 전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읽었는데, 카버 자신의 알콜 중독, 별거 이혼 등이 많이 투영된 단편들의 묶음이다. 그 단편들 속에서도 말하는 것이 '제대로 듣지 않았던 사람들'이 '제대로 듣기 시작하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 같다. '경청'
"기대하는 마음은 기대하는 대상을 조금씩 갉아먹어 가면서 무너뜨리며 동시에 자신도 무너져 내리게 한다." p173
"사랑에 빠졌을 때에, 이기심은 비로소 자기를 사랑해줄 사람을 얻은 것이지만, 자기애는 자기가 사랑할 사람을 한 사람 더 얻은 것이 된다" p190
"자존심은 차곡차곡 받은 상처들을, 자존감은 차곡차곡 받은 애정들을 밑천으로 한다" p193
"자존심이 강한 자는 이기심이라는 커다란 호주머니를 달게 되고, 자존감이 강한 자는 자기애라는 목도리를 목에 감게 된다. 호주머니는 무엇을 채워 넣으려는 속성을, 목도리는 온기를 주고자 하는 속성을 예비한다" p193
몇번이고 곱씹어 보고 싶은 부분이었다.
"비밀은 단열은 잘 되고 방음은 잘되지 않는 여관방 같기 때문이다" 156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다." p182
"결정,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것" p305
"걱정, 해결책이 나오면 안된다" p153
그리고 이렇게 빵빵 터지는 내용도 많다.
이 책을 덮고, 후배들을 만날 약속이 잡혔는데, 선물하려고 새책을 샀다. 나는 중고로 읽었지만.
"결정,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것" p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