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적은 2월이라 읽은 책도 4권뿐이다. 그래서 2월을 도둑맞은 느낌이 더 농후해진다.
읽은 권수보다는 얼마큼 느끼고 사유하고 또 알았느냐, 그래서 나는 어떻게 달라졌는가가 의미 있을 것이다. 독서에서. 그래도 분발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굶주림
조국 노르웨이에 노벨문학상을 두 번째로 안겨준 크누트 함순의 자전적 소설이다. 정말 한 인간의 '굶주림'에 대해 처절하게 서사 한 책이다. 굶주림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사유하고 몸부림친다. 음식을 도둑질하지 않기 위해, 남을 기만하지 않기 위해. 인간의 모습을 잃지 않고,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고군분투의 원인이 '배고픔'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니, 역시 인간도 동물임에 틀림없다.
화재감시원
나에게 SF를 더 이상 읽지 않게 만들어준 책이다. '영미권 독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SF 작가'라는 소개에 의구심을 깊게 가진다. 출판사의 광고 문구가 지나치게 과장되었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영미권 독자를 수다나 좋아하는 허섭스레기로 치부할 것이다.
생의 이면
충격적으로 읽은 '식물들의 사생활'의 이승우 작가의 초기 작품. 제1회 대상문학상 수상작. 한 소설가가 다른 소설가의 생을 그려보며 그 소설가의 소설을 다루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 '소설'을 쓴 사람도 소설가이다. 이 독특한 구조는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흥미로울 것 같다.
위대한 개츠비
소설가 김영하씨의 감칠맛 나는 번역에 찬사를 보낸다. '이 책 ㅈ ㄹ 재미없어'라는 고등학생들의 대화를 서점에서 듣고 김영하씨가 그것에 항변하기 위해서 번역을 시작했다고 한다. 1차와 2차 세계대전 사이의 뉴머니 (신흥 부호, 강국) 인 개츠비와 올드머니 (기득권)와의 대립을 신흥부상국인 미국을 대변하며 이야기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