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8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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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를 죽인 놈. 장남 드미트리가 아버지 표도르를 죽였을 것이고, 재판장에서 위대한 심문과 변호가 있는 책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2권에서 책은 드미트리가 성격은 괴팍하지만 오히려 순수하게 그려지며 그가 범인이 아닌 것으로 전개된다. 

추리 소설로 변신한 것이다. 먼저 떠난 둘째 이반인가? 거짓 발작을 일으킨 것 같은 스메르쟈코프인가? 1권 내내 타락한 인간과 같은 아버지와 아들이 이제는 인간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하고, 장남 드미트리와 그루센카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한 알의 밀알과 양파 한 뿌리까지 알 수 없는 의미를 더해간다. 도스토옙스키는 타락한 불쌍한 인간의 편이었던가.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p15

"나는 평생토록 기껏 무슨 양파 한 뿌리를 주었을 뿐이야." p155

"질투! '오셀로는 질투심이 강했던 게 아니다, 그는 사람을 쉽게 믿었던 것이다." p212

"카라마조프답게 막무가내로." p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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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태양꽃 어른을 위한 동화 16
한강 동화,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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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태양꽃

한강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한다. 2002년. 한강이 이런 책도 썼구나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그림도 함께 있다. 태양꽃은 꽃잎이 처음엔 잠자리의 날개처럼 투명하다고 나온다. 이름이나 내용을 보면 해바라기인 것 같은데, 해바라기가 그런 투명한 잎을 가지나? 라고 궁금해하기도 했다. 자신이 잡초인 줄 그래서 꽃은 피지 않는 피었지만 예쁘지 않은 볼품 없는 꽃이라고 생각하고 양지의 예쁜 꽃들을 부러워하며 삐뚤어지기도 한 꽃이 땅에서 솟아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빗물에 다시 땅으로 주저앉은 잡초와 대화를 하며 성장하고 결국엔 예쁘고 폭우에도 살아남는 꽃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책과 그림은 담백하지만, 너무 담백해서 싱겁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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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날개는 난해하기에 앞서 매춘을 하는 아내와 커튼 하나 친 건너편에서 기생하는 남편의 두 관계를 이해할 수도 없고 바라보기조차 어렵다.

방황하는 지식인이 타락의 근처에서 고상하고 그로테스크하게 세상의 모든 일을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한 포도주와 시에 젖어 있는 방관자처럼 그저 자신의 주위 세상을 그려본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해설을 읽고 그것이 일제 강점기의 조선과 친일과 일본을 나타낸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느 정도 수긍의 끄덕임을 하다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 단편들은 내가 더블린 토박이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지역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했던 그 단편들은 이해하기 힘들었고, 마찬가지로 해설을 읽고 조국 아일랜드를 아끼며 통렬히 비판한 조국애의 산출물임을 알았다.

사대주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날개와 더블린 사람들은 이처럼 배경과 은유의 기법이 비슷한데도 나에게 다르게 다가왔다.

이상이 조선 총독부의 건축 기수로 일을 한 것이, 그 시절 엘리트로 건축과를 나왔으니 그렇게 일할 수도 있겠다고 이해도 할 수 있지만, 폐병으로 그만두고 문학을 시작한 것을 보면, 애국을 위해라기 보다는 문학을 했고 그때의 시대 상황이 제재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만약 더블린 사람들이었다면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 분개하다 결국엔 부끄러워하고 각성했을 것처럼, 날개도 내가 강점기의 사람이었다면 분개했을 것이다.

그런데, 더블린에서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각성한 자, 개혁자도 없다. 그래서 그런 것들은 신성하게 조국애와 함께 보존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상은 기둥서방 같은 주인공 남편이 각성의 의지로 '날개'가 돋기를 바라는 대목에서 각성하려고 한다. 그것은 식민치하의 나와 기둥서방인 내가 동일시되려고 하는 것이다. 달갑진 않다. 차라리 그 대목이 없었다면 좋았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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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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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1시간 30분가량의 출퇴근 시간에 영어 팝 캐스트를 듣는데, 예습 복습을 제대로 하지 않고, 집중도 잘되지 않아, 출근 또는 퇴근 한 번은 오디오 북을 듣고 있다. 알라딘 전자책의 TTS (Text To Speech)로 듣는데, 정말 참기 힘든 기계음이다. 글자가 뭉쳐서 낭독될 때는 무슨 말인지 모르고, 외래어라도 갑자기 튀어나오면 이만저만 난감할 때가 아니다. 그래서 오디오 북 앱을 몇 개 다운받아 보았다. 월 구독료를 내지만 첫 달은 무료이고 언제든 구독 취소할 수 있으니 시험 삼아 윌라와 릴리의 서재를 써보았다.

책을 요약해주는 것은 듣지 않는다. 요약이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책을 만들어내는 것을 경험해서 기피하게 되었다.

아무튼, 릴리의 서재는 유명하지만, 대부분이 TTS로 알라딘 전자책 TTS보다 아주 조금 나았다. 음, 그냥 똑같다는 말이 더 맞겠다. 활자도 제공하는데 전자책 UI와 기능이 만들다 만 것 같았다. 형편없다는 말이다. 릴리의 서재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알라딘 전자책을 보며 TTS를 듣는 게 당연히 좋겠다.

윌라는 모두 성우가 낭독한 오디오북이다! 윌라와 릴리의 서재 둘 다 책이 아주 많지는 않으니, 성우가 낭독하는 윌라가 너무 좋다. '문이 닫힙니다' 가 아주 인간적으로 느껴지게 만다는 거친 TTS를 듣다, 배경음악까지 깔리고 감정이 느껴지는 성우의 낭독을 들으니 정말 좋았다. 그런데 아.... 정말 오디오북이다. 윌라의 오디오북은 정말 순수하게 오디오 북이다. 활자가 없다는 말이다. 앱을 지우려다, 생각해보니 월 13,500원에 윌라에 제공하는 모든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으니, 월 구독하고 알라딘 전자책은 전자책대로 구매해서 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걸리버 여행기를 샀다. 정확히는 윌라는 정기구독이니 그냥 듣기 시작한 것이고 똑같은 출판사를 찾아서 알라딘 전자책으로 샀다.

퇴근길에 들었는데,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집에 와서 이어서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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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의 역사
프레데리크 루빌루아 지음, 이상해 옮김 / 까치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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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년대에 '톰 아저씨의 오두막 (Uncle Tom's Cabin)'이 판매 부수 과장 광고를 통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는 사건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이처럼 광고로, 검열이나 소송, 저자의 사망과 같이 책과 관련한 사건으로, '나의 투쟁', 마오쩌둥 어록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과 같은 정치적인 도구로, 절대적 1위인 성경과 같은 종교적인 이유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처럼 시대상을 잘 반영해서, 또 최근 책 소개 프로그램처럼 오프라 윈프라와 같은 프로그램에서의 소개로, 거대한 북클럽에서의 선정으로, 콩쿠르나 퓰리처 같은 상으로, 그런 많은 이유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그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라고 생각되는 것을 분류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설명을 수공업 시대, 대량 생산 시대, 그리고 한 저자가 전 세계적으로 수억 부씩 파는 메가 베스트셀러 시대로 나누고, 대륙별로도 나누어 다양한 관점에서 해나간다.

저자가 이 많은 그리고 친분이 있지 않으면 얻기 힘든 정보들을 어떻게 모두 모아서 집대성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은 왜 독자는 읽는가? 그것도 베스트셀러를 이라는 질문의 장이다. 사람들이 구매한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책에 연락하면 5달러를 드린다는 메모지를 끼워 놓은 실험을 했는데, 한 단 한 명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실험의 결과를 거론하며 '파뉘르주 콤플렉스'를 이야기한다.


"모든 것이 속물근성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 속물의 정의인 "줄을 지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뛰어내리는 [...] 파뉘르주의 양' p249


나도 그 책을 소장하고, 읽을 것이고, 읽는 중이고, 읽었다고 내 주위에 또는 나에게 말하고 싶어 구매하는 베스트셀러 구매자들을 말한다.


"언젠가, 나중에, 아마도" p269


베스트 셀러 코너에 잘 머무르지 않지만, 책도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이라는 사실을 불편하게 일깨워줘서 씁쓸하기도 하고 살짝 화도 난다.

하지만, 책은

"우리가 딱 하나 아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것." p318

로 변명과 양해를 구하며 마친다.

고전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의 많은 베스트셀러는 그 책의 시대에 머물고 사라진다.

그렇다면, 나는 고전과 내 시대를 잘 반영하는 베스트셀러 정도를 읽으면 되겠다고 편하게 생각하며, '고전의 역사'와 같은 책이 없는지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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