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필사해보았다. 초딩 글씨로.
필사를 해보겠다고 결심할 때, 누군가는 말했다. 낭독이 다시 들을 가능성도 있어 효율적이라고, 필사는 너무 고역이라고.
초딩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머리로 이해하는데 익숙하다. 눈물은 찔끔찔끔 잘 흘리는 것 같은데, 그 눈물 방울만큼 가슴이 뜨겁거나 격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아니 더 감성적이고 청승하는 것 같은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리는 것 같다. 싱크가 안 맞는 것이다.
필사를 막상 하려고하니 노트가 없었다. 꼭 이런 식이다. 그러다 갱지로 두껍게 만들어진 TO*사 노트를 발견했다. 줄이 쳐져 있지 않았다. 초딩은 글이 파미레도로 글을 쓰기 때문에 줄이 필요한데. 언젠가 서예를 하시는 분이 글을 쓰고 나면 온몸의 힘이 다 빠진다고 했다. 글자의 균형과 여백, 줄을 맞추는데 신경을 써서 그렇다고. 그래서 호기를 부려 빈노트를 첫번째 필사 노트로 결정했다.
책을 모두 필사하기에는 중세 수도사의 고역을 답습하는 것 같아서 밑줄 친 문장들만 골라 필사했다. 초딩은 효율을 따지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정성스럽게 그리고 줄도 잘 맞춰져서 쓴것 같다. 그리고 겨우 한 페이지를 쓰고는 뿌듯해하며 두번 읽어 보았다.
"외로움. 그것을 전부 받아들일 만한 내장은 없다." p21
그렇다 외로움은 받아들이거나 익숙해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외로움은 그저 외로운 것이다. 인간의 몸에 마음과 정신이 둘씩 있지 않는 한. 기원전 어느 신화에서는 원래 사람은 한 몸에 남과 여가 한 몸이라고 했다. 무슨 일로 신이 노여웠는지 아니면 시기해서인지 둘로 나눠났다고 한다. 그래서 반쪽을 찾아 헤매고. 왜 사람은 혼자일까? 정말 인간은 한 몸에 두 영혼이 있었던 것일까?
"모든 것을 뜻하는 단어들을 찾아낼 수도 있을 너." p14
책의 후반에는 모든 것을 뜻하는 단어는 없다고 한다. 원래 두 영혼이 한 몸에 있다 떨어져서 그런지 인간의 욕심은 유한하지 않은 것 같다.
원서를 보고 싶다. '모든 것'이 all일까 everything일까 whole일까. everything 보다 일찍 기원된 all이나 whole일 것 같다. 명사로 스스로 완전한 whole 모다는 모든 것을 뜻하는 all일 것 같기도하다. 하지만 두 영혼이 하나였던 신화와 '사랑의 역사'가 사랑의 역사에 대한 책이니 whole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무엇을 쓰고 있는 것일까?
"거기 누구요?" 그가 아는 한 그 노인은 그 말만했다. 한 번은 그 노인이 계단을 올라가다가 느닷없이 천사에게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내가 누구요?" 그 말에 천사는 너무나 놀랐다. p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