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오디오북은 한 편의 연극이다. 15명의 배우분이 역할을 맡아 낭독하니 정말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위대함 중 하나가 대사가 주인 희극 형식으로 모든 것을 전달한다는 것이라고 하니, 어쩌면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제대로 햄릿을 체험한다고도 볼 수 있다. 내 머릿속에는 왜 '죽느냐 사느냐'의 우유부단한 햄릿만이 있을까? 나약하고 조금 살이 쪘고 결단력이 없는 비운의 주인공 햄릿은 내 머릿속에서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서두에서 이야기한다. 모두가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알고 그의 4대 비극을 알지만, 어려울 것 같아서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제대로 읽어 본 사람이 많이 없다고 한다. 또는 문고판으로 왜곡된 내용만이 강조되어 읽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처럼.
햄릿은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 왕이 된 작은 아버지가 함부로 죽이지 못할 만큼 백성들의 사랑을 한껏 받았고, 똑똑했으면 검술도 아주 뛰어났다. 그리고 용의주도했다. 사느냐 죽느냐로 우유부단한 것이 아니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음 기회를 노린 것뿐이다.
'남은 것은 침묵뿐'이라는 대사와 함께 햄릿이 죽고 막이 내려졌을 때, 나는 눈을 감고 조금 있다. 소극장을 나가야 할 것만 같았다.

오이디푸스 왕. 어쨌든 살인을 했으니 벌을 받는 것이지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왕위를 위해 부모와 자식 간에 그리고 형제간에 친척 간에 살인을 하고 근친상간을 하는 것을 엄중하게 경고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몰랐다. 오이디푸스의 자식들이 있지 않았던가.
내친김에 셰익스피어 4대 비극과 오이디푸스 왕을 모두 주문했고,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