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술의 쓸모 - 시대를 읽고 기회를 창조하는 32가지 통찰
강은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전산학을 전공한 저자는 예술의 매력에 푹 빠져 대학원에서는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활동해온 아트 큐레이터다. 그래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해준다. 또한 예술 후원가와 컬렉터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도 덧붙여 준다.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했다는 예술이란 무엇일까? 무척 큰 주제이지만, 저자는 이 문제를 우리 일상에 친근하게 가져옴으로써 우리를 예술에 더 다가가게 해준다.
예술은 우리 영혼에 묻은 일상생활의 먼지를 씻어준다. - 파블로 피카소 p24
라고 말한 것처럼, 예술은 일상에서 어느 순간 느끼는 '부조리'로부터 오는 결코 참을 수 없이 가볍지 않은 깃털과 같은 '먼지'를 털어주는 피안과 같은 안식을 준다. 남다른 통찰을 가진 예술가들이 빚어낸 예술작품에서 우리는 공감 받고 위로받아 포옹된다.
특히 디테일이란 요소가 삶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이해 시켜 주죠. p33
그리고 전쟁과 혁명, 종교, 사상 그리고 그 속 위인의 위대한 것부터 식탁 위의 사과 하나까지 그들의 심미안을 통해 승화된 작품으로부터 우리 또한 삶에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소소한 것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일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도 있다.

로렌스 알마 타데마, <기대>, 1885년, 개인 소장
'예술의 쓸모'에는 32가지 통찰과 함께 많은 작품이 실려 있어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아름답다. 로렌스 알마 타데마의 '기대'는 명화 액자로 꼭 거실에 걸어두고 싶다.
알마 타데마의 전략은 시대에 낭만을 선사하는 것이었습니다. p132

에드워드 호퍼, <밤을 새우는 사람들>, 1942년, 시카고 미술관 소장
시카고 미술관에 갔을 때, 실제 본 것 같기도 한데, 이 작품은 여러 소설에서도 많이 거론된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보고 있으면 녹초가 된 몸과 마음이 깊은 소파에서 와인 한잔을 한 것처럼 나른해지고 스르르 눈을 감으면 12시간 후에나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카라바조, <체포되는 그리스도>, 1602년,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 소장
그는 그림 일부엔 반사판을 비추듯 과할 정도로 빛을 쏘고, 반대로 다른 부분은 무척 어둡게 합니다. 카라바조 그림에 담긴 역동성의 미결입니다. p143
거장 마크 로스코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카라바조의 그림을 통해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색채의 아듬다움을 알게 됐다. p149
애플에 영향을 준 마크 로스코에게 영감을 준 카라바조의 작품의 빛과 어둠 그리고 그 역동성을 꼭 체험하고 싶다.

폰토르모, <코시모 데 메디치의 초상>, 1518-1519년, 우피치 미술관 소장
매디치 가문을 이탈리아 최고의 가문으로 만들고 르네상스가 일어날 수 있도록 예술과 과학에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 코미소 데 메디치, 무명의 마크 로스코와 잭슬 폴록, 윌렘 드 쿠닝 등을 발굴한 현대미술의 위대한 후원자, 20세기 예술의 수호자라 불리는 페기 구겐하임 등도 소개한다.
그림은 경험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경험이다. 마크 로스코 p 145
지나간 시간, 읽어버린 시간은 우리를 가난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가 버림으로써 비로소 우리의 생활에 내용을 부여한다. p320
예술의 전당에서 마크 로스코의 작품 (레드였던 것 같다) 앞에서 나는 정말 얼어붙었다.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내 공간 앞에 있는 그림 속에 내가 있고, 그 나의 마음속에 그림이 있었다.
'내 그림 앞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은 내가 그걸 그릴 때 느낀 것과 같은 종교적 경험을 한 것이다' p243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가지 않았던 미술관을 다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