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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리

자세히 보아야 한다. 자세를 낮추고 숨도 죽일만큼 가만가만 눈맞춤할 일이다. 그래야 하는 것이 어찌 너 뿐이겠느냐마는 널 마주하는 내 마음이 그렇다. 순백에 연분홍으로 점까지 찍어두었기에 마음 설레기에 충분하다.

양지바른 들이나 냇가에서 자라며 가지 끝에 연분홍색 또는 흰색 꽃이 뭉쳐서 달린다. 이게 무슨 꽃인가 싶은데 매력 덩어리다. 순박한 누이를 닮은듯 하면서도 때론 아주 고고함으로 당당하다.

고만이라고도 한다. 곡식을 키워야하는 논밭에서 질긴 생명력으로 뽑아도 뽑아도 사라지지 않은 널 보는 농부의 마음에서 이제는 제발 고만 나와라는 하소연에서 붙여진 이름이 고마리라 전해지기도 한다.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마치 달밤에 빛나는 메밀밭을 닮아서 쌩뚱맞게도 피곤한 밤길을 걸었던 이효석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도 하다. '꿀의 원천' 이라는 꽃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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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남풀

여름이 끝나는 무렵 높은 산을 오르는 길에서 만난다. 보라색 꽃이 하늘을 향해 핀 것인지 안 핀 것인지 뭉처 있다. 가픈 숨을 쉬어 가라고 발길을 붙잡는다.

덕유산 향적봉 인근, 지리산 노고단 오르는 길, 가파른 반야봉 아래, 남덕유산 바위 아래, 백운산 능선길, 과남풀과 만났던 장소들이다.

비슷한 꽃모양과 색으로 혼동하기 쉬운 것이 용담이다. 단순하게 비교하면 과남풀이 꽃잎을 닫고 있다면 용담은 꽃잎을 열어 하늘을 본다는 점이다.

과남풀은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꽃말은 ‘당신이 슬플 때도 사랑합니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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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조팝나무

옳지 너지? 한번 봤다고 이내 알아 본다. 분홍색의 꽃봉우리가 바람이 흔들리며 나 여기있다고 신호를 보낸다. 번지는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코밑까지 가서 찐한 눈맞춤을 한다.

무슨 동물의 꼬리를 닮아서일까? 다른 조팝나무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꽃모양과 색깔이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 분포한다지만 남쪽에서는 보지 못했다.

바쁜 일정에 뒤돌아오면서도 자꾸 멈칫거리는 이유는 꽃들과 작별이 쉽지 않아서다. 여긴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발걸음을 붙잡는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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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부자
나는 남쪽에 살고 꽃은 북쪽에 있어 큰마음 내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꽃이 있다. 하여, 한번 길을 나서면 되도록 많은 종류를 보고자 한다. 하지만, 그것도 때가 맞아야 볼 기회가 생기니 꽃보는 것도 이래저래 쉽지 않다.

그 마음 아는 꽃벗이 있어 이리저리 바쁜걸음 옮기며 하나라도 더 볼 기회를 만들어 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 꽃도 그렇게 만난 꽃들 중 하나다.

백부자, 독특한 이름이다. 뿌리가 백색을 띠고 있어서 백부자(白附子)라고 붙여진 것이다. 노랑돌쩌귀라고도 한다.

계곡을 오를때는 보지 못한 꽃을 내려오다 발견했다. 건너편에 있는 꽃이라 성큼 계곡을 건너 사진부터 찍고 나서야 이름을 확인했다. 언제나 볼 수 있을까 했던 것을 의외의 곳에서 만났다.

연한 노란색의 꽃이 유독 눈길을 끈다. 유독성 식물로 뿌리는 약용한다. 꽃말은 ‘아름답게 빛나다’이며 멸종위기 2급 식물로 분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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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0-12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도 귀한꽃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꽃을 처음 감상합니다.
 

제비동자꽃
간혹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서 때가 되면 만날 수 있으리라 여긴 꽃들을 하나 둘 눈맞춤하게 된다. 억지를 부리지 않고 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기에 늘 꽃빚을 지고 산다.

강렬하고 날렵한 인상을 사진으로 익혀둔 터라 바로 알아볼 수 있다. 풀숲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지만 숨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깊게 갈라진 꽃잎이 제비꼬리를 닮아서 얻은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선자령이라고 했다. 급한 발걸음에도 불구하고 넉놓고 볼수 있어서 고마운 시간이다. 제철을 지났지만 간혹 이렇게 늦게 핀 꽃 덕분에 처음으로 눈맞춤 하는 기회도 만난다.

꽃나들이는 늘 이렇게 행운이 따른듯 싶으나 그 내면에는 꽃벗의 수고로움이 있다. 그 수고로움은 꽃이 전해준 마음과 다르지 않아 꽃보듯 벗을 보는 마음들이 꽃처럼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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