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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竹'
겨울 눈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가 눈내리는 대나무 사이를 걷고 싶은 까닭이 크다. 푸르고 곧은 것에 하얀 눈이 쌓이면 그 극명한 대비가 주는 청량함이 겨울을 느끼는 멋과 맛의 선두에 선다. 그뿐 아니라 그 단단한 대나무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쩍하니 벌어지는 소리와 모양도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모습 중 하나다.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곳기난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난다/뎌러코 사시四時예 프르니 그를 됴하하노라"


고산 윤선도가 오우가에서 노래한 대나무다. 옛사람들 눈에는 줄기가 굵고 딱딱한데다 키가 큰 것은 나무이며, 부름켜가 없어 부피 자람을 못 하니 나이테가 생기지 않고, 봄 한철 후딱 한 번 크고는 자람을 끝내기에 '풀'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대나무는 나무인듯 풀인듯 묘한 식물임에 틀림없다.


옛날의 선비들이 대나무를 가까이 두고 벗으로 여겼던 마음이 반영되었으리라고 여겨진다. '지조', '인내', '절개'라는 꽃말을 가졌다.


눈이 귀한 올 겨울 눈 쌓인 대밭을 걷는 것은 고사하고 푸른 댓잎에 하얀눈이 얹어진 모습도 구경 못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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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나무'
차가운 겨울 숲에 들어 눈이 숲의 빛에 익숙해질 때까지 숨을 죽이고 섰다. 숲이 맨몸으로 속내를 보여주는 때라 조심스러운 발걸음이다. 이때 숲을 찾는 묘미 중 하나는 나무와 오롯이 눈맞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잎에 꽃에 열매에 주목하다 미쳐 살피지 못했던 나무의 몸통과 만난다.


차가운 손을 뻗어 나무의 몸통을 만진다. 나무마다 거치른 정도가 다르고 온도도 달라 눈을 감고 만지는 느낌 만으로도 알 수 있는 나무가 몇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이 고광나무다. 맨손으로 잡아도 차갑지 않고 온기마져 느껴진다. 나무의 수피가 주는 포근함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꽂만 보고 내가 사는 이곳 남쪽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쪽동백과 혼동하여 한동안 들뜬 기분을 안겨주었던 나무로 기억된다.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초여름에 피는 순백의 꽃도 한겨울 수피가 전해는 포근함도 다 좋아 내 뜰에도 있는 나무다.


나무가 사람과 공생하며 전하주는 이야기 속에서 꽃말은 만들어진다. 후대 사람인 나는 그 이야기를 역으로 추적해 본다. '추억', '기품', '품격' 다 이 나무와 잘 어울리는 꽃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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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덩굴'
푸른 잎이 단풍들어 떨어질 무렵까지 토담벽에 기대어 살면서 꽃이 피는지 열매가 맺는지도 모른다. 홀로서는 설 수 없어 기대어 살지만 애써 드러내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잎이 무성해지는 어느날 담쟁이덩굴의 사이에는 웅성거림이 있다. 벌들이 모여 꿀을 따는 소리다 그것이다. 기대어 살 수밖에 없지만 다른 생명을 품고 나눌줄도 아는 것이다. 생명의 본래 마음자리가 그렇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이해한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도종환의 시 '담쟁이'의 일부다. 담쟁이덩굴을 이해하는 시인의 마음에 공감한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주는 잔잔한 감동과도 맥을 함께하고 있다.


담쟁이덩굴이라는 이름은 담장에 잘 붙어서 자란다고 하여 '담장의 덩굴'이라고 부르다가 '담쟁이덩굴'이 되었다. 한자 이름은 돌담에 이어 자란다는 뜻으로 '낙석洛石'이라고 하여 같은 뜻이다.


토담에 이어진 건물벽을 감싸던 담쟁이덩굴을 실수로 자르고 말았다. 그흔적이 그대로 남아 화석처럼 말라간다. 자연스럽게 잎이 떨어지는 때를 기다려 다른 담쟁이덩굴의 모습을 보려고 한다.


대상에 기대어 사는 모습에서 서로에 대한 마음을 엿보고자 한 것일까. '우정'이라는 꽃말이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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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간절함이 극에 달한 순간 뚝! 모가지를 떨구고도 못다한 마음이 땅에서 다시 꽃으로 피어난다. 푸르디 푸른 잎 사이로 수줍은듯 고개를 내밀지만 붉은 속내를 숨기지도 않는다.


'북망산천 꽃'

뾰족한 칼날 같은 글만 써보니
어여쁜 꽃 같은 글 안 뽑아지네.


겨울 바람 차기만 하고
봄 소식 꽁꽁 숨어버리고
동백꽃 모가지채 떨어지누나


숭숭 구멍 뚫린 것처럼
저기 저 높은 산마루 휑하니
저기다 마음꽃 심어나 볼까?


마음산에 마음밭 일구고
마음꽃 듬뿍 심어 노면 
언젠가 화려히 내 피었다 하겠지.
마음 따뜻해지지 하겠지.


나라는 삭풍처럼 검으스레하고
대다수 국민들 겨울 나라에 살며
휑한 마음으로 마음에만 꽃 피워야 하네.


*김대영의 시다. 어찌 동백만 꽃이기야 하겠는냐마는 동백을 빼놓고 꽃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하여 꽁꽁 언 손 호호불며 그 서늘하기 그지없는 동백나무 품으로 파고 든다.


겨울에 꽃이 핀다 하여 동백冬柏이란 이름이 붙었다. 춥디추운 겨울날 안으로만 움츠려드는 몸따라 마음도 얼어붙을 것을 염려해 동백은 붉게 피는 것이 아닐까.


서늘한 동백나무의 그늘을 서성이는 것은 그 누가 알든 모르든 동백의 그 붉음에 기대어 함께 붉어지고 싶은 까닭이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꽃말을 가졌다.


한해를 동백의 마음으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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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8-01-02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동백 입니다. 집 화분에 종류별로 좀 있습니다. 얼마전엔 꽃이 많이 피었죠. 홑동백을 가장 좋아하는데... 사진이 정겹습니다... 2018년에도 건필하시길...^^

무진無盡 2018-01-03 18:22   좋아요 0 | URL
야생 동백은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늘 겨울이면 동백이 피는 날 동백 숲에 들 꿈을 가지고 있답니다.
 

'백합나무'
꽃으로도 그 꽃이 지고난 후 열매로도 기억되는 나무다. 국립광주박물관 입구, 무등산 가는 길, 병풍산 초입 등 가로수로 가꿔진 나무의 무리이거나 내가 사는 곳 인근 길가나 마을 앞에 홀로선 나무이거나 거르지 않고 꽃 필 때와 열매 맺은 이후 꼭 찾게되는 나무다.


키큰나무에 녹황색 꽃이 피면 나무의 높이만큼 조바심이 인다. 작은키의 사람이 그 꽃과 눈맞춤하려면 운좋게 처진가지 끝에 달린 꽃을 만나거나 나무를 타고 올라야 한다. 이런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행하게 만드는 나무다. 꽃과 열매뿐 아니라 봄부터 여름까지 초록의 잎도 가을이면 노란 단풍도 잎의 모양도 모두가 좋다.


'튤립 꽃이 달린다'라는 뜻에서 튤립나무라고 부른다. 우리말 이름은 백합나무다. 옛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가공하기 쉽고 물에도 잘 뜨는 이 나무를 통나무배를 만들었다고 해서 '카누 우드Canoe Wood'라고도 한다.


등치도 키도 큰 나무가 품도 넉넉하다. 사계절 그 품으로 뭇생명들을 불러들이지만 언제나 생색내지 않는다. '조용'이라는 꽃말은 그 마음을 기억하고자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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