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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괭이밥'
누루귀를 보려고 드나드는 계곡에서 마주한다. 목적이 다른 곳에 있기에 다음에 눈맞춤하자며 지나치기 일수다. 그러다 때를 놓치고서야 아차 싶었다.


붉은빛이 도는 흰색이의 꽃이 수줍은듯 다소곳이 핀다. 꽃잎 5장에 선명한 붉은 줄이 있다. 햇볕을 그닥 좋아하지 않기에 습하고 그늘진 곳에 산다. 꽃이 지고 난 후 나는 하트 모양의 제법 큰 잎도 볼만 하다.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제 때에 피어 제 소임을 묵묵히 다 한다. 화려하지도 않고 특별한 향기도 없지만 순하디순한 모습 그대로 봐주는 이에게는 특별한 존재다. 꽃이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올해는 가까운 곳에 두고 멀리가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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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
몇 번이고 그 숲에 들었는지 모른다. 노루귀 꽃잎 떨구면서부터 행여나 소식있을까 하는 없는 짬을 내서라도 숲에 들었다. 지난해 노루귀에 이어 큰 무리가 사라진 후 연거퍼 수난을 당하는터라 생사확인하는 마음이 불안하다.


가늘고 긴 꽃대를 올렸다. 독특한 잎과 함께 붉은 생명의 기운으로 새싹을 낸다. 여럿이 모여 핀 풍성한 모습도 홀로 피어난 모습도 모두 마음을 빼앗아 가는 녀석이다. 봄 숲에 고운 등불 밝히는 꽃이다.


아름다운 것은 빨리 시든다고 했던가. 피는가 싶으면 이내 꽃잎을 떨군다. 하트 모양의 잎도 꽃만큼이나 이쁘다. 풍성해지는 잎이 있어 꽃잎 다 떨어지고 난 후 더 주목하는 몇 안되는 종류 중 으뜸이다.


강아지가 먹으면 깽깽거린다거나, 농사를 준비하는 바쁜 철에 피어난 모습이 마치 일 안 하고 깽깽이나 켜는 것 같다거나 깨금발 거리에 드문드문 피어서라는 등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에 대한 유래는 여러가지다.


올 해는 흐린날에만 이 꽃을 본듯 하다. 특유의 이쁜 모습에 유독 사람들 손을 많이 탄다. 수없이 뽑혀 사라지지만 여전히 숨의 끈을 놓지 않은 생명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안심하세요' 라는 꽃말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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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괴불나무'
몇해를 두고 볼 수 있기를 바라던 나무다. 나는 남쪽에 있고 나무는 북쪽에 있어 닿기에 시간과 공간의 차이가 제법 커 보였다. 마음에 품은 것은 그때가 언제가 되었던 오게 마련인 모양이다.


아직 냉기가 가시지 않은 숲에 잎이 나오기도 전에 가지 끝에 간신히 매달려 절정을 드러낸다. 혼자라면 민망해질 수도 있기에 쌍둥이처럼 닮은 벗을 동반하고 기어이 붉은 속내를 드러낸다. 아무 데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는 아니라지만 그보다는 독특한 꽃으로 만나고 나면 반드시 기억되는 나무다.


꽃 만큼 붉은 열매도 한몫한다. 푸르름이 한창인 여름에 싱싱한 잎사귀 사이의 곳곳에서 콩알만 한 크기의 열매가 쌍으로 마주보며 열린다.


이른 봄에 노란빛이 도는 흰색의 꽃이 피는 남쪽의 길마가지나무와 더불어 꽃 색깔의 대비로 주목받는 나무이기도 하다. 먼 길 나들이에서 올해 처음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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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괭이눈'
계곡물이 풀리고 난 후 재잘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깨어나는 것들이 있다. 오늘은 그 중 '괭이눈'이라는 이름을 가진 앙증맞은 애들이 주인공이다.


애기괭이눈, 흰괭이눈, 금괭이눈, 산괭이눈, 선괭이눈‥등 고만고만한 생김새로 다양한 이름이라 제 이름 불러주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괭이눈이라는 이름은 꽃이 핀 모습이 고양이눈을 닮았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상상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물을 좋아해 계곡 돌틈이나 근처에 주로 산다. 눈여겨 본다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숲에 들어가면 계곡의 돌틈을 살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흰괭이눈은 줄기와 잎에 흰털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괭이눈 종류들은 대개 노란색 꽃을 피운다. 노란별이 하늘에서 내려와 물가에 꽃으로 핀듯 아름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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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숲속의 여왕이다. 추위에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봄기운에 익숙히질무렵 숲에서 춤추듯 사뿐히 날개짓하는 꽃을 만난다. 한껏 멋을 부렸지만 이를 탓하는 이는 하나도 없다.


햇볕따라 닫혔던 꽃잎이 열리면 날아갈듯 환한 몸짓으로 숲의 주인 행세를 한다. 꽃잎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과한듯 싶지만 단정함까지 있어 우아하게 느껴진다. 숲 속에 대부분 무리지어 피니 그 모습이 장관이지만 한적한 곳에 홀로 피어있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넓은 녹색 바탕의 잎에 자주색 무늬가 있는데, 이 무늬가 얼룩덜룩해서 얼룩취 또는 얼레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씨앗이 땅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4년 이상 자라야만 꽃이 핀다고 하니 기다림의 꽃이기도 하다.


뒤로 젖혀진 꽃잎으로 인해 '바람난 여인'이라는 다소 민망한 꽃말을 얻었지만 오히려 꽃이 가진 멋을 찬탄하는 말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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