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두대간 민속기행 1 - 사라져가는 옛 삶의 기록, 최상일 PD의 신간민속 답사기
최상일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삶의 기록이 주는 따스함
우리 사회가 산업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삶의 터전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동안 선조들이 가꾸고 지켜온 소중한 문화유산이 많은 변화를 겪으며 사라져가고 있다. 삶의 위안이 되었고 때론 살아갈 희망을 찾게 해준 전통 민속문화가 사라지며 우리민족의 고유한 정서가 변해가고 공동체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이 늘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찾아 기록하고 남기는 일은 누가 시켜서는 되지 않은 일이다. 그것을 기억하려하고 지키고자 하는 사람의 사명감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일일 것이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로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기록하는 의미 있는 일을 계속해온 최상일 PD의 또 다른 결실이 맺어지고 있다. 우리민족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백두대간을 따라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그 넉넉한 품에서 나고 자라며 삶을 유지했던 사람들의 생명의 흔적을 찾아보고 기록한 [백두대간 민속기행]은 우선 반가움이 앞선다.
[백두대간 민속기행]은 백두대간 민속기행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방송된 내용을 다듬은 것이다. 백두대간을 따라 300개가 넘는 마을을 답사하고 110여 개 마을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생생한 삶의 체험을 담고 있다. 1930년대에서 1950년대에 이르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우리민족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유난히 소출이 좋았다던 감자와 옥수수, 숯을 굽고 나무로 생활용품을 만들고 나물을 뜯거나 약초를 캐고, 호랑이를 만나기도 하고, 100리가 넘는 길을 다니며 소금을 구하고, 북에서 피난 온 사람들에게 농사를 배우기도 하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고갯길 따라 시집가고 장가갔던 이야기들은 어디나 비슷비슷한 하다.
일제 강점기에 징용을 피해 숨어들었던 곳, 6.25 전쟁의 국난을 피해 삶을 이어온 산자락, 에서 움막을 짓고 화전을 일구며 사람들이 터전을 이뤘던 마을의 이야기다. 고단한 삶이였지만 그들을 품어준 산만큼이나 넉넉한 가슴으로 세상을 품고 있는 어르신들의 진솔한 삶이 아픈 가슴으로, 답답함으로 때론 따스한 미소로 담겨있다. 저자가 이 민속기행을 다니며 찾고자 했던 것은 우리민족의 정서를 담고 있는 그들의 흔적이다. 그것으로는 당산제, 산신제 등의 민간신앙에서부터 보름이나 단오, 마을 공동체를 이끌어온 생활문화와 생업에 이르기까지 그 속에서 삶을 개척하고 유지해온 사람들의 마음이 묻어난다.
10여 년이 걸린 오랜 시간동안의 기록이기에 그사이 사라져 버린 집, 파헤쳐진 산맥, 도로도 새로 뚫리고, 이야기 나눴던 어르신들 중 고인이 되신 분도 있다. 이렇게 변한 것 천지지만 아직도 자리를 지키는 백두대간은 의연하게 사람을 품고 있다. 저자의 담백한 글솜씨와 더불어 이 책은 또한 지도를 보며 그 지역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한번쯤 직접 찾아가 보고 그분들과 마음 따스한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역사는 이렇게 기록되고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라져가는 옛 삶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뜻을 세우고 실천한 사람들의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