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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선비 서재에 들다
고전연구회 사암 엮음 / 포럼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선비닮은 서재를 갖고 싶다
거실을 치우며 집에 있는 책을 정리할 기회가 있었다. 한 권 한 권 분야별로 분류도 해보고 작가별로 정리도 해 보며 다른 느낌의 책들과 만나는 시간이었다. 쌓여있는 이 책을 정리하면서 책과 나만의 공간이 있다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서재를 갖는다는 것은 첫 번째로 소망하는 것일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우리 선조들 역시 그러한 서재를 만들고 그곳에 자신의 꿈을 담았다. 책을 읽는 풍토도 다르고 취향도 달라진 현대의 서재가 갖는 의미와는 사뭇 다른 조선 선비들이 서재에 담은 뜻과 의미를 생각해 본다.[조선의 선비 서재에 들다]는 고전연구회 사암이라는 모임에서 발간한 책이다. 고전연구회 사암((俟巖)은 고전의 대중화를 위해 시작한 모임이라고 한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고전과 일반 독자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한 다양한 모색을 하고 있다.
[조선의 선비 서재에 들다]에는 옛 선비들의 서재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재는 선비들이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보다는 선비들의 삶과 구체적인 관련을 맺는 공간이다. 이 책은 서재의 이름을 짓는 것부터 서재가 선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공간이었는지, 서재에서 선비들이 무엇을 하였는지 등 모두 선비들의 삶과 직결되는 이야기들이다.
고협재, 소완정, 명경신당, 원지정사, 연초재, 통곡헌, 신재, 표번당, 방산서료, 독서당, 옥연서당, 입암정사, 돈간재, 송석재, 독락당, 이요재, 암서재, 공재, 매헌, 양졸당, 삼사재, 외재, 삼환재, 억만재, 경학재, 뇌룡사, 사촌서실, 취몽재, 척약재, 구서재 이 모두가 이 책에 등장하는 선비들의 서재 이름이다. 이름만으로도 어떤 의미인지 감이 오는 이름도 있지만 새겨봐야 할 이름들이 대부분이다.
마음을 비워 바깥의 사물을 받아들이고 사사로운 욕심이나 욕망을 벗어나 담담하게 책을 보고 즐긴다는 이서구의 [소완정], 위선과 허식 그리고 독선과 편견에 휩싸여 있는 양반 사회의 윤리나 도덕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겠다는 강렬한 비판의식을 담은 허친의 [통고헌], 그침이 거처할 곳을 얻는 곳이라는 뜻으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거두어 거처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향해 새로운 뜻을 펴는 곳이라는 권대재의 [돈간재], 타고난 노둔함과 어리석음을 극복하기 위해 보통 글을 읽을 때 1만 번이 넘게 반복하여 읽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김득신의 [억만재], 책 보는 것을 즐거움 삼아 추위나 더위, 배고픔과 아픈 것도 전혀 알지 못했던 이덕무가 책에 대한 모든 것을 체득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지은 [구서재] 무엇하나 간단히 지나칠 수 없는 이름들이다.
[조선의 선비 서재에 들다]에서 살펴 본 서재는 단순한 독서 공간이 아니라 선비들이 추구하는 본질이 무엇이며, 그 뜻을 실현하기 위해 선비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열려진 공간이라는 것이다. 같이 학문하는 동료나 선, 후배에 대한 따스한 마음이 보이고, 자연을 벗하고 마음을 쉬며 벗들과 교유하며 사상을 논하고 시를 짓고 때론 백성과 나라를 걱정하며 울분을 삭이기도 하고 임금에게 올릴 상소를 작성하기도 했다.
서재, 소소한 삶의 근거지든 자연 속 풍광과 어울리는 장소든 그곳이 어디든지 학문하는 선비들의 뜻을 오롯하게 담아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선비들의 서재가 아닐까. 이 책을 그러한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잘 드러내 놓고 있다. 책을 읽으며 아쉬운 점은 같은 사람이 자주 등장하여 동일한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것과 우리말로 해설해 놓은 부분에 원문이 함께 했다면 비교해 보는 맛이 더 있었을 것이란 점이다.
탈자 : 68페이지, 이성계와 정도전의 손에 동문인 정도전과 이숭인이 죽고 → 이성계와 정도전의 동문인 정몽주와 이숭인이 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