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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ㅣ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평점 :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자위하며 자연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 그 지위를 이용하여 오직 인간만의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파괴하고 동식물에 대한 무차별 테러를 감행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연 속에서 공존이 아니라 인간 이외의 모든 것을 대상화 한 결과 사람은 현대에 이르러 자연과 공존할 때만이 생존이 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자연의 한 구성체로서의 인간과 동물들의 공존에 대한 적극적 사고를 해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살아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물이 아니라 식물 즉 나무 한그루가 자연 속에서 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신갈나무 투쟁기]를 의미 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신갈나무 한그루가 숲에서 태어나서 성장하는 동안 주변 나무들이나 환경에 적응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나무가 주인공이 되어 나무 입장에서 쓴 책이다. 나무가 나무의 이야기를 쓴 글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이렇게 고양이가 주인공이면서 고양이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 눈으로 본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일본의 국민작가라 불리는 유명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다. 저자는 주로 20세기 초 일본이 겪었던 시대상황을 그려내고 있으며 삶의 주체인 사람들의 불안한 내면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주요 작품으로 도련님, 풀베개, 그후, 문, 피안 지나가기 등이 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이름도 없는 한 고양기가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도 모른 채 주인집에 머물게 되면서부터 이웃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중심적으로는 주인과 그 이웃 그리고 주인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고 그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느낌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양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의 세계는 과언 어떨지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출발하게 한다.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을 봤을 때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참으로 많을 것이다. 우선 생긴 모양부터 다르고 생활하는 방식도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저자는 드러내 놓고 이야기 하고 있다. 자유스럽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고양이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고양이와 인간의 차이에서 오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 즉 집주인 구샤미, 그의 부인, 친구 메이테이, 제자 간게쓰 등을 비롯한 인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들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 나쓰메 소세키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아주 독특한 시각으로 자신을 비롯한 당시 일본 지식인들의 내면을 드러내 놓고 있다. 인간들의 구체적 상황들을 바라보며 쏟아내는 고양이의 독설이 심상치 않다. 인간에 대한 불평을 드러내지만 그것 불평이 아니라 고양이의 고상한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한심스런 모습을 나타내는 비웃음처럼 보인다. 고양이를 통해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통해 당시 일본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에 숨어사는 듯 시대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구샤미, 허풍선이 메이테이, 부부싸움, 금권을 이용한 결혼에 대한 풍자 등은 시대를 초월하여 나타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고양이의 최후를 통해 보여주는 저자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 역시 의미심장하다. 죽지 않고서는 태평을 얻을 수 없다는 독백은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
독특한 시각을 통해 인간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자유스럽게 표현되어지는 사람들의 세상이 그저 소설 속에만 등장하는 무대만이 아니라 오늘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현실이며 내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기에 충분한 요소를 제공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