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장으로의 초대 을유세계문학전집 23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박혜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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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움에 머문다.
어떤 경우에 작품을 접하기에 앞서 그 작품을 발간한 작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흥미로운 점이 많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의 경우 그 작가의 삶을 따라가 보는 것으로 작품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받곤 한다. 특히 작품에 대한 이해력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라면 작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1899년 러시아의 부유한 귀족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19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어지러웠던 러시아를 떠나 그의 가족은 영국으로 망명한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학업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러시아 망명가들의 중심지였던 독일로 이주한다. 그곳에서 진보적 정치가이자 법률가였던 아버지가 극우파의 총에 맞아 사망하게 된다. 독일에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점차 망명가 집단 속에서 소설가로 명성을 쌓아갔다. 다시 프랑스로 이주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이곳에서 [사형장으로의 초대]를 출간한다. 이후 미국으로 이주하여 영어로 작품을 쓰게 되며 학교에서 강의하는 등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한다. 러시아 출신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가 되었다. 다양한 언어를 배웠고 여러 나라를 걸친 생활, 전문가 수준에 이른 나비에 대한 연구 등 작가의 삶은 망명자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삶이였다. 주요 작품으로 롤리타, 세바스찬 나이트의 진짜 인생, 푸닌, 창박한 불꽃, 사형장으로의 초대 등 수많은 작품이 있다.

이 책은 주인공 친친나트가 사형을 언도 받으며 시작된다. 감옥에 갇힌 주인공이 사형이 집행되기까지 20여일에 이르는 시간동안의 기록이다. 자신에게 언제 사형이 집행되는지를 알고 싶어 하지만 그 답을 얻을 수 없다. 간수가 애써 눈을 열지만 이미 그 안에는 변호사가 들어와 있고, 소장의 딸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친친나트의 이해할 수 없는 아내 마르핀카의 행동과 어머니라고 자처하는 여인과의 만남, 옆방에 새로 들어온 므슈 피에르 등 이 소설에 등장하는 누구하나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들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투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친친나트 만은 예외적으로 그리고 용납할 수 없게 불투명하다는 것이 그의 사형 선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다]라고 밝히는 이 소설을 번역한 역자의 작품 해설을 통해 이 작품으로 조금씩 접근해 본다. 기억과 상상이라는 대립되는 두 개념이 예술가의 의식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창조의 영역으로 확대 재생산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대립되는 두 축 이곳과 저곳, 과거와 현재, 사실과 환상, 진실과 허구, 물리적 시간과 의식적 시간 등 예술가의 상상력이 발휘되는 영역에서 그것이 작가에 의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그 무한한 세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본다면 그나마 조금은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다소 혼란스럽게 시작되는 처음 느낌이 내내 유지되며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찾아보려는 의구심은 버리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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