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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
강명관 지음 / 길(도서출판)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어느 시대에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 일상의 편안함과 가족의 행복 더 나아가 자신이 속한 사회와 나라의 안정과 밝은 미래의 희망을 찾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며 풀리지 않은 모순이나 개인적인 답답함을 토로하는 사람들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시대를 이해하고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희망으로 가꾸고자 하는 마음속에는 현실에서 찾지 못하는 답답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럴 때 찾아보는 것이 옛사람들의 살아온 흔적이며 그들의 마음을 담고 있는 글이다. 옛 사람들의 흔적을 더듬어 그 속에서 교훈을 얻고 내 미래를 밝혀줄 실마리를 찾아보는 위안을 삼곤 한다.
그렇게 찾아본 옛글에는 그들의 높은 사상과 학문에 대한 지향이 드러나는 글도 있고 소소한 일상을 꾸밈없이 그대로 드러내는 글들도 있다. 대게 내가 공감하고 위안을 받는 글들은 옛 사람들의 정치적, 사상적, 학문적 이상을 높이 표현한 글들보다 사사로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잡문에서 얻는 경우가 많다. 따스한 가슴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의 속내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글에 마음이 더 간다는 말이다. 그러한 글을 읽을 때면 현실의 자신 역시 민망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처럼 수즙은 미소를 지어보곤 한다. 굳이 옛글을 찾아 읽는 남다른 이유가 그것이 아닐까 싶다.
[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는 [시비是非를 던지다] 이후 다시 접하는 저자 강명관의 글모음이다. 이 책은 총 7부로 나눠 세상을 바라보며 하고 싶은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굳이 순서를 지켜 읽어나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실에서 자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가 있을 때 옛글의 한 부분을 실마리 삼아 이야기를 꺼낸다. 그 이야기에는 정치, 사회, 교육,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다뤄지고 있으며 지극히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담고 있다. 한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글을 쓰는 동안 스스로의 속내를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있는 글들이기에 저자에 대한 정겨움마저 일어난다.
저자는 옛글을 통해 글 속에 담긴 속뜻을 살피는데 있어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들면 조선시대 소학이 집권 양반세력의 체제유지에 필요한 사상적인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이나 춘향전이나 심청전이 열녀나 효부에 대해 이야기 하는 본질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전이라고 선정된 일부 목록이 어떤 이유에서 선정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무턱대고 누군가가 선정한 도서목록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저자가 세상을 보는 시각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또 한편으로 주목되는 부분은 저자의 글에 대한 인식부분이다. 논문이나 소위 말하는 격이 있는 글과 일상생활을 담은 글인 잡문에 대해 글을 담는 그릇이 다르다고 글 속에 담긴 내용까지 차이가 이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형식과 내용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뜻에는 동의하나 글 담는 형식에 치우쳐 내용도 미미한 글들이 우대받는 현실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옛글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이나 배격은 지양해야 할 자세가 아닐까? 저자의 옛글을 통해 오늘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따스한 가슴으로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는 마음이 있다. 그러기에 공감하는 마음이 있어 미소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