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네병원에서 3차백신 접종을 맞고 약 살 일이 있어 병원 바로 옆에 있는 단골약국에 들렀다. 그런데 늘 맞아주던 키 작은 청년 약사가 아니다. 같이 일하던 비슷한 또래의 또 다른 약사가 나를 맞아 주었다. 별로 궁금했던 건 아닌데 안 보이니 궁금해서 같이 일하던 선생님은 어디 가셨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장가를 간단다. 장가를 간 것도 아니고 앞으로 갈거란 말이다. 장가를 가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는데. 얼핏 7월에 간다고 했던가, 7월에 약국에 다시 나올거라던가 했던 것 같다.(남의 얘기는 늘 듣고나면 듣는 순간부터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안 나오다니.
그런데 그 약사는 내가 물어봐 주길 기다렸을까? 내내 그 얘기를 하면서 얼굴에 함박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자기가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안 물어 봤으면 큰 일날 뻔했다. 그러면서 묻지도 않은 얘기를 한다.
"왜 전에 같이 일했던 여자 약사분 아시죠?"
기억이 나긴 한다. 그 약국에 주인이 바뀌고 젊은 약사 셋이 일했었다. 전에 주인은 후덕한 아주머니 약사셨는데 젊은이들로 바뀌니 그 풍경도 좋다했다. 그중 야무지게 생긴 여자 약사가 있었다. 하지만 그 여자 약사는 또 언제부턴가 안 보이기 시작해서 근무지를 바꿨나 보다고 물어보지도 않았었다.
"그분하고 결혼해요."
"정말요? 잘 됐네."
"그렇죠? 그렇지 않아도 자주 오시는 손님들이 둘이 사귀냐, 결혼하지 않았냐 말씀들이 많았더든요."
예의 싱글벙글. 그렇지 않아도 나도 갈 때마다 저 둘은 어떤 사이일까 궁금하긴 했었다.
"사실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벌써부터 안 나와요?"
"네. 여러 가지 준비할 것도 있고, 오랫동안 못 쉬었거든요. 이번에 결혼하면서 푹 쉬는 거죠."
말하자면 결혼으로 인한 장기 휴가를 쓴 셈이라는 것인데 요즘엔 그렇게도 일을 하는구나 새삼 놀랍기도 했다. 젊은 사람 결혼하는 거야 축하할 일이긴 한데 옆에 있는 동료 약사가 이렇게 좋아라하니 나로선 그게 더 신통하달까. 문득 나도 저런 적이 있었나 싶다. 친한 친구가 결혼할 거란 말에 정말로 좋아 싱글벙글하며 누구에게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을까. 약을 사고 나오면서 옛 생각이 아련했다.
그나저나 그 약국 조제실에 처음보는 아가씨가 있던데 혹시 둘이 결혼할 사이는 아닐까. 끝내 얼굴은 보지 못했고 가운을 입지 않은 걸 보면 점원 같기도 하고. 어쨌든 사람마다 느낌이란 게 있기는 한가 보다. 처음 볼 때부터 둘이 뭔가 잘 어울린다 싶었는데 말이다.
나이들면 별개 다 궁금해진다. 항상 안물안궁인 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