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얘기한 거긴 하지만) 내가 유일하게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면 <세상의 모든 음악> 입니다. 지금은 인연이 끊기긴 했지만 오래 전 알고 지낸 후배 하나가 이 프로 정말 좋다며 해 저물녁 어쩌다 만나면 자기 차 안에서 이 프로를 틀곤 했습니다.


지금은 전기현 씨가 하지만 그땐 배우 김미숙 씨가 했던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좋다고 무작정 따라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닌데 그후 제가 이 프로에 꽂힐 거라곤 상상도 못했죠. 물론 그렇다고 제가 라디오를 전혀 안 들었던 건 아닙니다. 팝송 프로가 아니면 라디오를 듣지 않았던 라디오 키즈를 거치기도 했었죠.그런데 성인이 되니까 모든 게 시큰둥해지더군요. 간간히 봐 왔던 TV 드라마도 거의 안 보고 오직 본다면 영화와 책 나부랭이 정도? 한때 좋아했던 클래식도 거의 안 들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그때 사춘기를 겪었거나 그때까지도 겪고 있었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유독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었던 이유가 있긴 합니다. 물론 들어보니 나쁘지 않더군요. 아시죠? 이 프로가 저녁 6시 클래식 FM에서 하고 있다는 거. 클래식 전문 채널인만큼 틀어두면 클래식이 좔좔 나오지만 그게 그렇게 항상 들어재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게 시큰둥 한데 클래식인들 온전히 귀에 들어왔겠습니까. 근데 이 프로는 들을만 하더군요. 클래식 전문 채널인데도 이 프로는 한 곡인가, 두 곡만 나오고 나머지는 제3 세계 음악만 나오더군요. 팝송을 편곡 변주한 노래도 많이 나오고. 물론 어떤 건 형만한 아우 없다고 제가 왕년에 팝송 좀 들어봐서 아는데 역시 오리지날버전이 훨씬 좋은 경우가 많죠. 물론 편곡이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근데 이것을 들을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제가 이 프로를 그 후배에게서 안 즈음 이사를 했는데 거실에 TV가 있었고 그건 거의 저의 엄니 차지였지요.제 방은 거실과 몇 발자국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저녁 때 책 좀 읽을라치면 밖에서 들리는 TV 소리 때문에 방해를 받는 겁니다. 그게 음악 소리면 좋겠는데 사람 목소리가 대부분인 드라마나 정보 프로니 그나마 그것을 차단해 주는 게 라디오를 키는건데 그게 하필 <세상의 모든 음악>이라는 거죠. 이이제이라고 소리으로 소리를 물리치겠다는 공산이었죠.  


저는 지금도 TV를 보지 않으면 꺼야한다는 주의인데 울엄니는 끄면 금방 킬텐데 뭐하러 끄느냐 전기 요금이 더 나올 거라고 맞서고 있죠. 저는 일단 TV를 보지 않으면 그건 소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TV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더군요. TV는 보지 않아도 항상 틀어 놓는 거랍니다. 라디오나 오디오를 틀어 놓는 것처럼. 아니 언제 이렇게 바뀐 걸까요. 저는 그동안 안드로메다라도 다녀왔나 봅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TV를 안 끄는 엄니와 항상 대치중이었으니 저도 참. 그래도 밤이면 TV를 끄는 건 거의 접니다. 어떻게 우리 엄니는 TV를 켜 놓고도 잠을 잘 자는 건지.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는다는 건 이제 거의 습관이 됐죠. 그 시간에 듣지 않으면 귀가 허전한. 


그런데 지난 주부터 특별한 코너가 한시적으로 편성되었더군요.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코로나 시대 내게 힘이 되어 준 음악'이란 코너입니다. 뭐 한 달 전부턴가 청취자의 참여를 독려하는 예고 멘트를 듣고 있었는데 이게 뭐 그리 대단할까 싶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가 않더군요. 매일 하루 하나씩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읽는데 새삼 와, 우리가 이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구나. 지금까지는 주로 확진자와 방역대책, 점점 조여오는 사는 문제만 집중되어 있었는데 2년을 거쳐오면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한마디로 가슴이 뜨거워지고 절절해지더군요.


코로나로 부모님을 잃고 배우자와 함께 아픔을 이기며 사는 사연, 직장을 잃고 택배 일이 엄청 고되 일주일만 채우고 그만 두자 했다가 1년째 그 일을 하는 어느 청취자의 사연. 어제는 면역이 너무 약해 직장을 그만 두고 집 밖을 나가지 않던 자신이 어느 음악 프로의 사회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연주장에 가 그건 어느 발달장애를 가진 클라리넷 연주를 격려하기 위해 간건데 오히려 자신이 감동을 받았다고 보낸 사연 등. 모르긴 해도 그 발달장애인은 그날의 연주를 위해 몇천 번은 클라레넷을 연주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 각자의 힘이 되어준 음악을 듣는데 음악이 이렇게 사람에게 힘을 줬던가 새삼 뭉클해지더군요. 전염병은 전쟁도 멈추게 했다는데 이런 속에서도 사람은 이렇게 감동을 주기도 하는구나. 그들이 저는 지금 여기서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안부를 전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아, 정말 제가 이 프로를 듣고 있는 중 가장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코너가 아쉽게도 내일이면 끝이라고 하네요. 이런 글을 쓸 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 쓸 걸 그랬나요? 예전엔 다시듣기가 가능해서 1주전쯤 건 마음만 먹으면 휘리릭 들을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들을 수 없게 되었으니 제가 늦긴 늦었나 봅니다. 그래도 오늘과 내일 이틀은 들을 수 안 들으셨던 분들은 한 번 들어보시죠. 혹시 반응이 좋아 연장도 한다고 하지 않을까 기대도 해 보면서 저는 오늘도 들어 볼까 합니다. 

하루속히 코로나가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빨리 옛날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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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1-12-16 15: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김미숙씨을 좋아해서 세상의 모든 음악 몇번 들었다가 제 취향의 음악이 아니라서 어느 순간 안 들었는데.. 이제 프로그램 끝나는군요. 저는 그 후배님 말이 뭔지 알 것 같아요. 특히 여름 해질녁에 김미숙씨 목소리 들으면 너무 편안해지는 거예요. 뭔가 힐링 되는 거 같고.. 게다가 약간 쓸쓸한 시간 대에 김미숙씨의 맨트와 그 시간대에 어울리는 음악 나오면 행복한 기분~

전 요즘 음악도 덜듣고 영화도 덜 보고 티비는 아예 안 보고 책하고 유투브만 봐요~

stella.K 2021-12-16 15:18   좋아요 3 | URL
아, 프로그램이 끝나는 게 아니고 프로그램 속 코너가
끝난다구요. 한시적으로 하는 특별 코너였거든요.
제가 그 코너에 감동을 받을 줄 몰랐어요.ㅠ
김미숙 씨 목소리 정말 좋죠?
요즘엔 정말 TV 안 보고 유튭만 보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군요.^^

기억의집 2021-12-16 15:24   좋아요 3 | URL
ㅋㅋ 아 사연 코너가 끝난다는 거군요. 전 프로그램이 끝난다는 줄~ 김미숙 이후에는 안 들었는데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죠. 전 자영업자들 손실보상 해 줘야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힘든데…

미미 2021-12-16 16: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기현씨 다른 방송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나요! 어릴때 별밤등 즐겨들었는데 어느샌가 tv나 핸드폰에 밀려서...라디오 듣고 싶어서 요즘 엔틱하게 나온 전용 라디오부터 사고싶은데 차일피일 미루고있었어요(저도 미루기 달인ㅋ) 스텔라님은 어떤 경로로 들으세요? 혹시 앱으로? 📻 라디오를 하나 살까봐요😳

stella.K 2021-12-16 17:51   좋아요 3 | URL
전기현 씨 OBS인가? 무슨 영화음악에 나오잖아요.
지금도 하는지 모르겠어요. 뭐 수려하게 생기긴 한 거 같은데
전 왠지 좀 부담스럽드라구요. 저 그런 스탈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ㅋㅋ
저는 라디오로 듣고 있습니다. 보통은 앱이나 컴에서 듣는다던데
요즘엔 라디오를 찾는 추세라고 하더군요.
LP 음반에 대한 향수처럼 라디오에 대한 향수도 잊을 수 없나 봐요.
저는 조그만 건데 음향 따질 건 아니고 그냥 들을만 해요.
2시간 안팎으로 듣고 있어 욕심 안 내고 있는데 혹시
고장나면 다시 사게될 것 같아요. 전 라디오 완전 사랑해요.^^

blanca 2021-12-16 17: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프로 좋아하는데 이 코너 놓쳤네요. 계속 하면 좋을 텐데 아쉽네요...

stella.K 2021-12-16 17:49   좋아요 3 | URL
그 코너가 어디서 협찬 받아서 하더라구요.
당첨되면 백화점 상품권 준다던데.
전 그 코너 한달쯤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왜 2주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사람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존재 같습니다.
밉고, 낮설고 하다가도 이렇게 와락 꿀어안고 싶어지니 말입니다.ㅠ

새파랑 2021-12-16 19: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애장하시는 코너가 종영되다니 아쉽겠네요 ㅜㅜ 저는 티비 라디오를 안보고 안듣긴 하지만 좋아하는 프로가 있다는건 좋은거 같아요~!!

stella.K 2021-12-16 20:16   좋아요 2 | URL
책 읽으시면사 한 프로 정도 한번 좋아해 보세요. 클래식 프로는 연주만 나오고 길이가 제법 길어서 독서하는데 크게 방해되지 않을 거예요.^^

책읽는나무 2021-12-16 2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옛날 직장 다닐 때 한 곳에선 라디오를 틀어 놓고 일 했던 적 있었는데요~정오쯤 하는 그 시간대는 재기발랄한 mc들 입담이 넘 웃겨 넘어간 적 많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오전에 부산에서 시내 버스를 타면 늘 손숙의 여성시대에서 양희은의 여성시대 나오면 은근 또 웃겨서 혼자 배꼽 잡고..ㅋㅋ
그러다 imf 때는 눈물 나는 사연들 정말 많이 들려줘 마음 아플 때가 많았었죠ㅜㅜ
집에서는 애써 라디오를 잘 안들었는데 예전엔 버스나 택시에서 라디오 방송이 많이 나와 귀 쫑긋 들었던 것 같아요.요즘엔 버스를 타도 라디오 방송 듣기 힘든 것 같구요!
그러다 앱을 통해 라디오 비슷한 것들 다운로드해서 한참 이어폰 끼고 산책할 때 듣고 혼자 또 웃고...ㅜㅜ
저는 주로 웃긴 프로그램만 듣고 살았네요ㅋㅋ
그러다 저녁무렵 어떤 조용한 카페를 갔는데 클래식 방송의 라디오를 틀어주던데...와~~ 분위기에 홀딱 반했던!!! 넘 좋더라구요^^
잊고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도 한 번 들어봐야 겠네요^^
코로나 시대다 보니 그런 아픈 사연들 많았겠어요...아직 코로나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코너가 막을 내리나요??

stella.K 2021-12-16 20:22   좋아요 2 | URL
ㅎㅎ 라디오가 또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죠. 정말 버스에서 라디오 듣기 어려워 졌어요. 대신 무슨 방송하잖아요. 좀 아쉽죠. 세음 좋아요. 함 들어보세요. 새벽에 재방송도 있다는데 그게 더 좋다는 말도 있던데 전 대체적으로 자고 있어서ᆢ😩

희선 2021-12-17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이 힘이 되는 사람 많을 거예요 저는 음악캠프 듣는데, 거기에서는 격리되고는 라디오 듣는다는 말이 가끔 나오기도 했어요 라디오 방송은 안전하다고 전파는 바이러스를 감염시키지 않는다는 말을 어제 말하기도 했군요 이 방송에서 나오는 음악은 한국말이 아니어서 그냥 틀어놓고 책 봐도 괜찮아요 라디오는 들으면서 다른 거 해도 괜찮지요


희선

stella.K 2021-12-17 01:56   좋아요 1 | URL
어멋, 이 시간까지도 안 주무시고 계셨네요.
그 코너 정말 감동이어요.
희선님은 힘들 때 어떤 음악 들으시나요?
전 방송 들으면서 내가 힘들 때 듣는 음악있나 했더니 딱히 없는 것 같더라구요.
그냥 두루 좋은 거죠 뭐.^^

희선 2021-12-18 00:12   좋아요 1 | URL
컴퓨터는 거의 밤에 써서... 가끔 모두 떠난 놀이터에 온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쓸데없는 생각일지도... 저도 힘들 때 따로 듣는 건 없고 그냥 좋아하는 거 들어요 책도 그렇지만 음악도 아는 거 별로 없어요 책은 이것저것 봐야 할 텐데 생각하지만 그러지 못하는군요

stella.K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2021-12-17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7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7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7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9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9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0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12-19 1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라디오 프로그램 하면 고교시절에 들었던, 음악 영화를 틀어 주던 프로가 생각나요. 대체로 천천히 흐르는 분위기 있는, 영화 속 음악이었어요. 멘트 하는 디제이 여성분의 목소리도 차분하고 좋았어요. 밤이라서 그런지 라디오의 매력에 푹 빠졌던 때였죠.

stella.K 2021-12-19 18:09   좋아요 1 | URL
맞아요. 돌아간 김광한, 이종환, 김기덕 같은 기라성 같은 DJ에
가려 여성 DJ는 빛은 상대적으로 못 받은 편인데
영화 음악 진행했던 차분한 여성 DJ있었는데.
배우 정애리 씨도 했던 걸로 기억해요.
아, 옛날이 그리워요. ㅠ

기억의집 2021-12-19 22:19   좋아요 3 | URL
혹 조일수씨 아닌가요???? 패크님 저랑 비슷한 나이대이신 것 같은데.. 대학때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엠비씨에서 새벽에 조일수씨 진행했거든요 전 그 분이 너무 좋아서 거의 매일 들었어요. 심지어 그 프로에서 시청자가 보내 온 글에 영화에서 보여주는 색이라는 주제로 글도 보내 당청 되서 돈 삼만원도 받었어요. ㅎㅎ. 아침에 진행하던 김세윤씨도 좋아했고 그 후 김세윤 그만두고 김미숙씨 진행했는데.. 그게 너무 싫은 거예요. 텃세 심리 비스무리 한.. ㅎㅎ 그 후 김미숙씨 안정되고 매끄럽게 진행하면서 좋아했고 정미홍씨 진행도 좋아했어요. 나중에는 극우로 변신했지만 전 정미홍씨의 차분하고 쓸쓸했던 음성의 멘트 잊을 수가 없어요!!!

stella.K 2021-12-20 16:08   좋아요 0 | URL
아, 조일수 씨! 알죠. 그분 은퇴했겠죠?
와, 그때 돈 3만원이면 꽤 됐겠는데요?

김세윤? 김세원 아니구요? 그 굵은 목소리의...?
김미숙 씨가 텃새를...?
안 그랬을 것 같은데, 왜 그랬을까요.
와, 그러고 보면 기억님은 학교 때 라디오를 정말 좋아했나 봐요.^^

기억의집 2021-12-21 10:34   좋아요 1 | URL
ㅋㅋ 맞아요. 김세원씨. 왜 김세윤이라 썼는지.. 뭔가 헷갈렸나 봐요. 아 그리고 텃세 심리는 제가 부린 거예요. 김세원씨 잘 듣고 있는데 개편 되면서 김미숙씨 진행 한다고 하니깐 김미숙씨가 싫어지더라구요. 김세원씨 9-11시까지 아침에 진행했던 프로 십년이 넘게 진행했을 거예요. 나중에 김미숙씨 초기 진행 할 때는 안 듣다가 나중에 들을 땐 오히려 음악 선곡이 좋아서 많이 듣게 되었어요~

얄라알라 2021-12-19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라디오 이야기로 이렇게 화기애애^^

stella.K 2021-12-20 16:01   좋아요 0 | URL
북사랑님도 좋아하는 프로그램 있으면 알려 주세요.^^

2021-12-20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1-12-20 16:55   좋아요 0 | URL
ㅎㅎㅎ 학창시절을 돌아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좋지 않나요? 아닌가...ㅋ
그럼 요즘 듣는 프로도 좋구요.^^

2021-12-20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1-12-21 18:02   좋아요 0 | URL
오징어!🤣
에이, 뭘 자책을 하고 그러세요. 저도 세음외엔 잘 안 들어요. 저도 전파랑은 잘 안 친해요.ㅋㅋ
 

여러분이 혹시 아는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오전 8시 워싱턴 DC 지하철 개찰구 앞에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일상 생활을 

      시작합니다. 허름한 옷차림의 노숙자 같아 보이는 남자가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합니다. 연주가 진행된 40분 동안 대략 1000명의 사람이 지나갑니다. 

      그러나 그의 연주를 들은 사람은 단 7명뿐이었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박수를 

      친 사람은 한명도 없었고 그의 바이올린 케이스에 담긴 금액은 (한화) 3만원이

      었습니다.


그는 미국의 유명한 바이올리스트입니다. 30억의 가치가 있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그의 바이올린 공연의 평균 티켓가격은 한화로 11만원이며 연주회를 열 때마다 매진이 된다고 합니다. 평론가들은 그의 공연을 돈으로 환산하면 1분에 100만원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고 합니다. 엄청난 실력의 바이올리니스트의 값비싼 공연이었지만 그 공연을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거죠. 그는 누구였을까요?


조슈아 벨입니다.   ← 요기를 드래그 하시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 사람 이름 알아 맞추는 퀴즈가 아니구요, 저 위의 내용만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별뜻은 없고 걍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여...

    

참고로, 지난 월요일 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자기네 교회 부목사님이 책을 내셨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 선물한다고 한 책에 나온 내용입니다. 제목은 <담다 그리고 닮아가다> 김부림 지음(Printing)인데 알라딘엔 입고가 안 된 책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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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2-10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 반짝 드는 생각은... 예전 마이클 잭슨의 춤을 똑같이 추는 경연대회가 미국에서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마이클 잭슨도 변장하여 참가했는데 잭슨이 1등을 못했다고 합니다.
이게 생각났어요. 재밌지 않습니까?
(마이클 잭슨이 정말 맞는지 이건 누가 확인해 주세요....)ㅋㅋ

stella.K 2021-12-10 14:59   좋아요 2 | URL
ㅎㅎ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러고 보니 들은 것도 같구요.
그러고 보면 정말 자기가 좋아서 좋은 것 보다
남이 좋다고 하니까 덩달아 좋은 게 더 많은 것 같기도 하고
마케팅으로 덧붙여져 좋은 것으로 포장된 게 훨씬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암튼 고마워요.^^

새파랑 2021-12-10 14: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인식하는데 배경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라도 그랬을거 같아요 ㅋ 유명함이 유명함을 부르는듯 합니다~!
진정한 가치를 바로 알아보는건 힘든거 같아요 ^^

stella.K 2021-12-10 15:09   좋아요 3 | URL
바로 저자도 새파랑님과 비슷한 말을 했죠.
진정한 가치를 알아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근데 전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 명연주자라는 건 뭔가에 의해 부풀려진 건 아닌가 하는 의심.
조슈아벨이 들으면 기분 나빠하겠죠?ㅋㅋ
저는 저 얘기를 읽는 순간 딱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의심이 많아서 그럴까요? 아웅~ㅠ

잘잘라 2021-12-10 15: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물건 가격엔 ‘포장‘ 값이 반이라는 생각,
역시 껍데기를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
연주자들에게 껍데기는 무대의상과 공연무대라는 생각,
무대의상은 속포장, 공연장은 겉포장이라는 생각,
‘다 알면서 뭘 그리 놀라나?‘ 하는 생각,
머리로 아는 거랑 겪어서 아는 거랑은 완전히 다른 거라는 생각,
어어어 이제 그만하자는 생각,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
그럼에도 여기에서 계속하겠다는 생각,
근데 오늘은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요!

stella.K 2021-12-10 15:08   좋아요 2 | URL
캬~!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정리를 잘 해 주시다닛. 리스펰입니다!^^

Falstaff 2021-12-10 18: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 서양 고전음악에 대한 관심은 서양 사람들한테도 정말 극소수 사람들에게만 있습니다. 고전 악기를 연주한다는 자체가 대다수 미국 시민에게 흥미를 주지 못했을 겁니다.
2. 1번과 비슷한 이야긴데요, 연주를 잘 하고 못 하고를 따지려면 그래도 약간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소음이 가득한 전철역에서 버스킹을 하는 연주자의 실력을 (바쁘게 지나가면서도) 구분할 수 있는 변별력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을 거 같습니다.
3. 무엇보다도, 당장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다른 곳도 아니고 지하철역에서 자리 차지해가며 버스킹을 하는 연주자를 저 멀리서부터 바라보면서 짜증을 냈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야, 저긴 비켜가야 하는 거야? 하면서요.
4.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가 생각나는군요. 3만원을 빼앗아 가면서 바이올린을 부셔버리는 노숙자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5. 자신이 버스킹을 했으면 했지, 이런 걸 마치 실험 결과인 것처럼 알린 의도가 궁금합니다. 누구나 다 고전음악을 좋아해서 그걸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건 물론 아니겠지만, 하여튼 제가 위싱턴 시민이었으면 열 좀 받았을 거 같네요.

stella.K 2021-12-10 18:45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거 듣고 보니 그러네요.
폴님 말씀대로라면 정말 조슈아벨이 바보같은 짓을 한 거네요.
왜 그랬을까요?ㅋㅋㅋ
그런데 이런 글을 베껴적은 저는...
죄송합니다.ㅠㅠ

Falstaff 2021-12-10 18:51   좋아요 2 | URL
애고, 죄송은 아니고요. ㅋㅋㅋ 술 깨기 전에 또 술 마시니까 제가 뵈는 게 없어서 함부로 댓글을 단 거 같네요. ㅜㅜ

미미 2021-12-10 18:56   좋아요 3 | URL
폴스타프님 역시 북플의 촌철살인 입니다ㅎㅎ👍

stella.K 2021-12-10 18:56   좋아요 2 | URL
오, 아닙니다. 맞는 말씀인데요 뭐.ㅎㅎ
제가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입니다.
약주하시면서 이렇게 쓰셨다면 평소 때 쓰셨다면
더 날카로우셨을 것 같은데요? 고맙습니다.^^

Falstaff 2021-12-10 19:27   좋아요 1 | URL
미미님. 제가 평생을 이렇게 살아서 이 모양 이 꼴입니다. ㅋㅋㅋㅋ

stella.K 2021-12-10 19:36   좋아요 2 | URL
아니 폴님 꼴이 어때서요?ㅋㅋㅋㅋ
거 미미님 아시면 무안해 하십니다.
하긴 촌철살인 아무나 못하죠. 부러운 능력입니다.^^

Falstaff 2021-12-10 19:36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스텔라 님이나 미미 님이나 우리 우정에 무안 같은 것이 스며들겠습니까. ㅋㅋㅋ

미미 2021-12-10 19:42   좋아요 2 | URL
멋지기만 합니다!! 폴스타프님 앞으로도 쭉 이대로 유지해주세요!!
변하시면 안됩니다😄

stella.K 2021-12-10 19:48   좋아요 2 | URL
저두요! ✌
 


내가 요즘 관심있게 보는 TV 프로가 있다. 그것은 EBS에서 밤에 하는 10부작 <더 홈>이다. 학교 때 과학 과목엔 별 흥미를 못 느꼈는데 그래도 생물이나 천문학은 왠지 마음이 갔다. 물론 졸업하고는 이런 쪽에 아예 잊고 살았다. 그런데 이 프로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주 과학자들은 어떻게 우주를 연구했을까. 그들의 연구는 확실한 걸까? 지구도 다 연구를 못할 텐데 태양의 넓이와 온도, 은하계 기타 등등의 것들을 언제 그렇게 밝혀 놓은 걸까. 

  


우주는 일상과 너무 많이 떨어져 있다. 그래서 관심을 둘만하다. 죽음은 알 수 없지만 우주는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다. 게다가 천문학은 문학의 영역이라고 하지 않는가. 일석이조 아닐까? 하늘도 알고, 문학도 알고.ㅋ


10분 정도 하는데 영상이 정말 뛰어나다. 이지아 배우가 해설을 맡았는데 나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여기선 나름 꽤 매력적으로 나온다. 위의 사진은 이지아 배우가 태양을 설명할 때다. 정말 조그맣지 않나.ㅋ


어제는 초신성에 대해서 했다. 천문학에서 인간은 생각하는 별의 먼지라고 했다. 뭐 창조론을 믿는 나지만 인간을 설명하는데 어디 한 가지로만 가능하겠는가. 저렇게 설명을해 놓으니 그도 그럴듯하고 시적이란 느낌마저 든다. 한 회, 한 회 끝나가는 게 아쉬울 정돈데 나중에 한 번 더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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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12-08 19: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천문학,이론물리학 좋아합니다. 좋아만!ㅋㅋ<더 홈>저도 찾아볼래요. 아마도 제 기억에 칼 세이건이 시인들이 우주에 관해 시를 쓰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문학의 영역이라는 것 같네요😁

stella.K 2021-12-08 20:10   좋아요 4 | URL
찌찌뿡인데요?ㅋㅋ
심채경 씨도 그러더라구요.
천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왠지 마음이 넓은 것 같아요.
이 프로 정말 좋아요. 경이로울만큼. 꼭 보세요.^^

고양이라디오 2021-12-10 12:11   좋아요 1 | URL
미미님 저도요~ㅎ 생각해보니 과학은 다 좋아하네요ㅎ

새파랑 2021-12-08 20: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별의 먼지 이군요 ^^ 우주는 어렵고 아직도 잘 모르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거 같아요~!! 아주 재미있나 봅니다 ~!! 티비를 켜야 하나요 ㅋ

stella.K 2021-12-08 21:57   좋아요 3 | URL
앗, 새파랑님도 보시는군요.
그래서 왜 인기있는 사람에게 스타라고 하는지 알것 같기도 하더군요. 그게 정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천문학은 정말 신비스러운 것같아요.🤩

stella.K 2021-12-08 22:07   좋아요 4 | URL
아,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저 하늘의 별이된다고도 하잖아요. 그것도 천문학의 입장에선 일리 있는 말 같겠더라구요.

mini74 2021-12-09 07: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고 그러잖아요 ㅎㅎ 저도 넘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에요. EBS는 시청료의 값어치를 하는 거 같아요 ㅎㅎ 더홈~ 저도 보고싶어요 ~ 좋은 프로 소개 감사합니다 ~

stella.K 2021-12-09 16:06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리고 죽으면 별이된다고 하고.ㅎ
정말 EBS는 그런 것 같아요.
작년에 우연찮게 <클래스e> 시청하면서 밤이면 항상
습관적으로 틀어놔요. 어떤 건 뭔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는데
자꾸 듣다보면 언젠가 어느 순간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어 듣고 있죠.
다큐도 좋고. 근데 생각만큼 많이는 못 보고 있습니다.ㅠ

고양이라디오 2021-12-10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싶은 프로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stella.K 2021-12-10 13:19   좋아요 0 | URL
아유, 뭘요? 진작 올릴 걸 그랬습니다.^^
 

알라딘의 M님과 그 누군가가 생각이 났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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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12-07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답! 막시무스님ㅋㅋ또 누구예요?😁

stella.K 2021-12-07 18:14   좋아요 1 | URL
ㅎㅎ 귀여운 미미님!
또 하나는 저 노란 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여기까지. 죄송.
아, 뭐 일종의 페르소나 같은 거라고나 할까? ㅋㅋㅋ

페크pek0501 2021-12-07 18: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같으면 확 시원하게 쓰겠어요. ㅋㅋ
<네 멋대로 읽어라>는 스텔라 님의 책.

서재 이미지가 12월에 알맞은 것으로 바뀌었네요. 좋습니다. ^^
저도 바꾸었지용^^


stella.K 2021-12-07 18:28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ㅎㅎ 사랑해요, 언니!ㅋㅋ

이미지 좋죠? 제가 좋아하는 파란색이라 이번 한 달은 저렇게...
아, 언니 뒷모습 멋져요!^^

페넬로페 2021-12-07 2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림에 대한 책이라 저는 mini74님 생각했어요 ㅎㅎ~~
밑의 책은 stella.k님의 책인데, 누구일까요?

stella.K 2021-12-07 21:30   좋아요 3 | URL
저자 이름과 관련이 있답니당-아는 이름이라서요.ㅋㅋ
 

이 드라마에서의 표준어는 전라도 말이다. 등장인물 중 서울 말을 쓰는 사람은 남자 주인공 황희태와 그 가족들 정도만 쓴다.지금까지 극중 등장인물이 사투리를 쓴다면 그건 극을 재밌게 하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또한 이 드라마는 유명 배우들은 나오지 않는다. 다들 어느 드라마에선가 조연으로 연기했을 배우들만 나온다. 그런 점에서 제작비가 많이 절감되었을 것 이다. 아무래도 시대를 타는 드라마고 80년대 레트로 분위기를 생각하면 굳이 회당 출연료의 정점을 찍는 5성급 배우를 기용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그 예상은 그대로 적중해서 출연진들은 연기를 잘했다. 조연이 주연이 됐으니 얼마나 의욕이 넘쳤을까. 게다가 요즘 젊은 배우들 좀 연기를 잘하는가.


사람이 모방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때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사투리 구사가 아닐까 한다. 나도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전라도 사투리를 흉내 내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실제로 서재에서 답글을 달 때 전라도 말을 쓰기도 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이 드라마를 보는 중(나는 본방이 아니라 VOD로 봤다)에 목포를 처음 여행하기도 했는데 현지에서 듣는 전라도 말이 어찌나 좋던지. 지금도 기억이 나는 건, 케이블카를 타려고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먼저 타고 내린 어느 초로의 어르신 한 분이 처음 타 본 양 내려서는 "좋구마!"하는데 웃음이 났다. 전망대 입구에서 주차지도하는 아저씨의 전라도 말씨도 정겹고.



이 드라마의 원작은 <오월의 달리기>란 역사 동화를 각색했다고 하는데 난 아직 읽어 보지 못했다. 원작은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 김명희의 한참 터울 나는 동생 김명수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5.18을 알리기 위해 씌여진 것이다. 그것을 드라마에선 젊은 남녀의 핏빛 사랑으로 새롭게 썼다. 하지만 원제가 딱히 와닿지는 않는 느낌이다. 그냥 어느 초등학교 운동회 달리기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쓴 거라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의 제목도 거의 같은 느낌이긴 한데 우연히 이 드라마가 5.18을 배경으로 했다는 걸 알고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드라마의 미덕이라면, 그런 역사를 배경으로 했다고 해서 반드시 어둡고 칙칙한 건 아니다. 중간중간 웃음을 자아내는 부분이 많아 크게 부담스럽진 않았다. 애초에 남녀 간의 사랑에 방점을 뒀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특히 세 사람, 명희와 희태, 명희의 친구이자 희태의 약혼녀 수련과의 점점 꼬여가는 운명은 억지스럽지 않고 꽤나 현실적이다. 그만큼 대본이 탄탄하다.


이들의 운명의 얽힘을 보고 있노라면 저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저리 가라다. 또 못지않게 이들의 부모 역시 서로 질긴 악연으로 얽혀있다. 하긴 비극적 사랑의 원형은 셰익스피어를 원형으로 하지 않는가. 5. 18이 비극적인 만큼 드라마도 결코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 그래도 왜 원제가 <오월의 달리기>인지 뒤에 가면 알 것 같다. 5. 18이 터지고 누나를 찾아 광주에 온 명수가 누나를 만나긴 하지만 명희는 동생과 함께 집에 갈 수가 없다. 그때 명희는 혼자서는 집에 가지 않겠다는 동생을 설득해 뒤돌아보지 말고 계속 집을 향해 뛰라고 한다. 과연 그래서 그런 제목이 붙였겠구나 이해가 간다. 하지만 명희는 곧 뒤따라 가겠다는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드라마 말미에 보면 5. 18이 있기 하루 전 성당에서 희태와 명희가 결혼 서약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혼 서약이래봤자 서로를 위한 기도해 주는 것인데 명희가 기도문을 읽는 장면이 가슴이 찡하다. 내용을 옮길 수 없지만(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광주의 아픔을 아픔 그대로 갖고 있지 말고 그것을 밟고 일어서라는 뜻의 기도를 하는데 과연 기도는 그런 것이겠구나 싶다. 우리의 기도는 자칫 우리 자신의 안위와 기복을 위해 빌 때가 얼마나 많은가. 기도는 우리와 공동체의 상처의 치유와 평화를 위해 빌 때야 비로소 기도다워진다는 걸 이 드라마는 명희를 통해 보여준다. 


더 공교로운 건, 이 드라마의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광주 5.18 사태를 주도했던 노태우와 전두환 씨가 불과 한 달 차이로 세상을 떠났다. 특히 전두환 씨는 이렇다 할 사과도 없이 세상을 떠나 광주 사태의 피해자들의 공분을 샀다. 그건 정말 사람으로서 할 짓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죽는 마당에서조차 잘못을 사과할 줄 모른단 말인가. 그 인생이 참 안타깝다 싶다.


그도 그렇지만 아직도 전두환 씨를 옹호하는 세력이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그들은 전두환 씨의 국립묘지 안장을 촉구했는데 그건 정말 추태란 생각이 든다. 광주 민주화 운동의 피해자들이 저렇게 살아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그건 상처에 소금을 붙는 격이다. 더구나 전두환 씨의 사망 하루가 채 지났을까, 광주 민주화 사태의 피해자로 지난 40년 동안 육체의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마약성 진통제로 버텨 온 어느 초로의 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어쩌면 전두환 씨가 죽기를 기다렸던 건 아닐까 싶다. 우리는 그렇게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죽어간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모쪼록 그분의 명복을 빌 뿐이다.


이 드라마의 또 하나의 미덕은 마지막 회다. 세월이 흘러 현재를 보여주는데 드라마 거의 대부분이 그렇듯 마지막은 지난 회에 비해 약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엔딩도 찡하다. 이 드라마는 5.18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에 또 하나의 좋은 예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아닐까 한다. 꼭 한 번 보면 좋겠다. 원작과 대본집도 보고. 단 좀 아쉬운 건 계엄군과 시민의 충돌을 보여주는 장면이 너무 어색하고, 임팩트가 약하다. 너무 제작비를 의식했을까.  


황희태 역을 맡은 이도현 배우는 목소리도 좋고 발음이 정확해 다시 한번 보게 만든다. 하지만 내가 그보다 더 지켜본 건 다름 아닌 수련의 오빠 수찬(이상이 분)이다. 평소 이상이 배우는 껄렁껄렁한 조연으로 많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여기선 제법 소신 있는 젊은 사업가 겸 명희를 짝사랑하는 친구 오빠 역으로 나온다. 이런 역은 주연보다 더 좋게 보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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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1-11-29 2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드라마 방송 당시 한 회만 잠깐 봤었는데 주인공들 연기에 영 몰입이 안되어 일단 보기를 멈췄었어요.남녀 주인공들을 실은 제가 넷플릭스의 <스위트 홈>에서 연기하는 걸 본 직후에 봐서 더욱 몰입 못했던 것 같아요.
시간 많이 지나서 몰아보기로 다시 봐야지~싶어 미루기만 했네요^^
드라마가 역사 동화를 각색한 건 줄은 몰랐네요...
지금 구경이 몰아보고 있는데 이 드라마 다 보고 나면 오월의 청춘 봐야겠네요^^
전두환의 죽음은 참...더군다나 국립묘지 안장이라니요???!!!! 그런 사람들이 있었으니 본인이 옳다고 더 굳게 믿었을까요??
참.....에혀....사람이라면....

기억의집 2021-11-30 09:17   좋아요 1 | URL
국묘행은 안 될 거예요. 국묘 되면 침 한번 뱉어주러 가야죠!!!

stella.K 2021-11-30 10:09   좋아요 0 | URL
제작비를 아끼고 인물 중심의 드라마라 보기에 따라선 몰입이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의미는 심박합니다.
저도 봐야할 드라마가 줄줄이어요. 구경이 저도 대기중이죠.

자료 조사 하는데 나중에 이순자 씨가 남편을 대신해 사과했던 모양인데
아주 안하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그것 가지고 광주 시민들이 분이 풀리겠어요?
전두환은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 끝까지 우릴 실망시키네요.ㅠ

2021-11-30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30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1-11-30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원작이 동화였군요 자세히 못 봤지만 언제가 이 드라마 이야기 조금 본 듯도 합니다 전라도니 모두가 전라도 사투리를 쓰겠습니다 이 드라마 보실 때 목포에 가셔서 느낌이 다르기도 했겠네요 자신이 한 잘못을 제대로 사과도 안 하고 죽다니... 그런 거 잘 모르기도 할 듯했습니다 건강이 괜찮았을 때도 그런 생각 안 했겠네요

stella.K 님 십일월 마지막 날 잘 보내세요


희선

stella.K 2021-11-30 11:51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그놈의 권력이란 게 뭔지.
죽을 땐 달라지는 게 사람의 마음인데
전두환은 어쩌자고 그렇게 돌아간 건지...ㅉ

세월 정말 빨라요. 내일이면 벌써 12월이네요.
어쩌면 11월 보내기가 12월 보내는 거 보다 더 어려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물론 막달이라고 센치해지기도 하지만 새해를 기다리는 마음도 있잖아요.
요즘은 다섯시 반만되도 깜깜하잖아요.
난 그게 좀 싫더라구요. 한 6시까지만이라도 환했으면 좋겠어요.
1월이 되면 그 희망이 생겨서 좋더라구요.ㅎ
희선님도 11월 마무리 잘하시기 바래요.^^

2021-11-30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30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