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상문학상의 대상의 영예는 조경란 작가에게 돌아갔다. 작가가 된지 28년만이라고 하니 (그동안 몇개의 굵직한 문학상을 받긴했지만) 이상문학상하곤 오랫동안 인연이 없었던 셈이다. 왜 그랬을까? 어쨌든 축하할 일이다. 또 그러다보니 새삼 오랫만에 이 책을 사 볼까 마음이 동한다.(그냥 마음만 그렇다는 얘기다. 언제 사 볼지는 모른다.) 이러면 모르는 사람은 작가와 무슨 인연이 있는가 하겠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그저 오래 전 <혀>란 작품을 우연히 읽고 좋아던 기억이 있다. 아주 세련된 프랑스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하고 넘 좋아서 두 번쯤 읽었던 것 같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데 묻혀서 좀 아쉬웠다. 


그후 <백화점>이 나왔을 때 출판사측에서 독자와의 만남이 성사가 되서 모임에 간 적이 있다. 그때는 독특하게도 디너 파티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와인도 마시고 어색했지만 나름 분위기는 좋았다. 무엇보다 조 작가는 나를 보더니 작가 같다는 말을 불쑥 꺼내서 어색했던 기억이 있다. 


어쨌든 그런 스치듯한 인연이 있다보니 오랜만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언젠가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를 우연히 찾다 범우사에서 지난 2022년에이 책이 새롭게 출간된 걸 알았다. 옛날 판은 너무 구닥다리라 읽을 맛이 안 났는데 이렇게 나와주니 슬쩍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난 몇년 전, 동서문화사판으로 1권을 사서 읽다가 미처 완독은 하지 못했다. 그나마 저 책도 몇권은 품절 상태라 다 구할 수도 없다. 뭐가 이렇게 들쑥날쑥인 건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지난 3월 극단 '학전'이 문을 닫았다. 경영난과 대표인 김민기 씨의 건강 문제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 알만한 배우들은 이곳을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잘된 배우도 꽤 있을텐데 그렇게 묻을 닫는 걸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나 아쉽기도 하다. 그러다가도 왜 그런 논의가 없었을까 싶기도하고. 김민기의 그늘이 얼마나 깊은데. 그래서 뭐라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마침 S 본부에선 3주에 걸쳐 김민기와 학전을 조명하는 다큐 프로를 방영했는데 보면서 마음이 좀 숙연해졌다. 극단 문을 닫을 정도면 김민기 대표의 건강도 장담은 못하는 상태라는 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고. 경제가 안 좋으니 공연계라고 좋을 리 있겠나.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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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5-03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었던 조경란 작가의
<불란서 안경원>이 생각나요.
그때 좋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학전을 거쳐간 배우도 많고~~
김민기가 저항의 아이콘 이었잖아요.
건강 회복하시면 좋겠어요^^

stella.K 2024-05-04 10:05   좋아요 1 | URL
작가님이 단아하고 매력적이었죠. 책도 역시 그렇게 쓰시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아직도 글을 쓰고 있다는 게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기 쉽지 않을텐데. 잊고 있었는데 기회있는대로 몇 작품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누구라도 좀 학전을 계속 이어줘서 배우의 산실이 되면 좋을텐데 그렇게되 사람이 없나 안타까워요.

cyrus 2024-05-04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펴낸 문학사상사 출판사가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서 이상문학상 운영 판권을 다른 출판사에 매각한대요. 아직 협의 중이라는데 새로운 출판사를 찾지 못하면 이상문학상이 잠정 중단될 수 있겠어요.

stella.K 2024-05-04 11:08   좋아요 0 | URL
헉, 정말? 안타깝다. 그런 문학상은 정부에서도 좀 도와주고 그래야 할 텐데 어쩌면 좋아. ㅠ

페크pek0501 2024-05-04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경란 작가가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우수 작품으로는 몇 번 담겼었죠. 그러니까 대상 후보로 몇 번은 거론된 셈이죠. 드디어 대상이네요...

stella.K 2024-05-04 12:34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대상은 하늘이 내는가 봐요.ㅎ 이제 원도 한도 없을 것 같아요. 괜히 제가 다 뿌듯하더라구요. ㅎㅎ

루쉰P 2024-05-04 1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오랜만에 와서 댓글 남기네요 ^^ 여전히 열심히 독서 중이시네요. 부럽습니다.

stella.K 2024-05-04 20:27   좋아요 0 | URL
어머낫! 이게 누구십니까? 반갑네요. 이렇게 인사도 남겨주시고. 잘 지내시죠? 근데 예전만 같지는 않죠. 차마 비워둘 수 없어 가끔 잊을만 할 때 한번씩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자주 뵈면 좋겠네요.^^

2024-05-04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5-05 0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Falstaff 2024-05-05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서에서 나온 장 크리스토프 읽다가 눈물 질질 짠 1인입니다. 할아버지와 손자 씬에서요. 음악 좋아하시는 분한테는 필독서 아닐까 싶네요. 쇤베르크 도플갱어. ㅎㅎ

stella.K 2024-05-05 20:30   좋아요 0 | URL
울기는...근데 어느 부분이었나 들쳐보고 싶어지네요. ㅋㅋㅋ
동서가 가성비가 좋긴하죠.
근데 저 범우에서 나온 거 보니까 사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역시 눈이 보배인 것 같습니다.ㅠ

yamoo 2024-05-14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올해 이상문학상은 조경란 작가가 탔군요!
헌데 이상문학상은 이제 더이상 그 가치가 없다고...저는 오래전부터 생각했었습니다. 아마 그런 생각이 지배적일때 한국문학 읽기를 끝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진짜 돌아가면서 타먹는 상 같아요. 모든 주요문학상들 보면 지금 한국 문단에 나와 있는 작가들은 돌아가면서 탔던거 같아요.
뭐, 어쨌거나 조경란 작가의 작품을 2000년 전후로 하여 몇 권 읽어봤는데 서하진 작가와 더불어 되게 재미없었던 소설들로 기억합니다. 뭐 그렇게 지루하게 서사를 끌어가는지....그때 읽었던 느낌이에요. 문학은 정말 재미와 감동이 있는 걸 읽어야 합니다. 시간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안하지만 한국소설들은 건너뛰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부차티 같은 작가를 만날 수조차 없어요. 네, 저는 그리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조경란 작가...여전히 건재하나 봅니다.ㅎㅎ

stella.K 2024-05-14 20:01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얘기는 예전에 들었죠.
근데 조 작가가 28년만에 대상을 받은 걸 보면 그런 관행도
예전만 같지는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동안 후배들이 상을 먼저 타는 것을 조 작가도 보지 않았을까요?
그만큼 MZ세대 작가들이 버티고 있으니.
글 쓰는 환경이나 생각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야무님도 달리 생각해 보시죠. ㅎ
울나라 사람들이 울나라 작가를 응원해 주지 않으면 누가 응원하겠습니까?
전 조경란 작가 좋아합니다. 아직도 변함없이 전업작가로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존경 받을만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책 몇 권 내고 사라지는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데요.ㅠ

transient-guest 2024-05-18 06: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전소극장에서 김광석콘서트를 본 기억이 있네요. 1995년 아니면 94년? ‘전하면 저 어릴때만 해도 뭔가 낭만적인 느낌도 있고 진보, 진취, 전위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여기도 시대의 변화에 묻혀버리나 봅니다. 말씀처럼 학전출신으로 성공한 분들이 많이 있을텐데 왜 아무도 이걸 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외국이라고 늘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뜻있는 분들이 조금만 힘을 보탰어도 이런 상징적인 문화공간은 계속 이어질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수십 억대 건물주, 아파트 등등 잘나가는 연예인은 많아도 학전이 사라지게 놔두는 수준이라면 별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역시 님의 말씀처럼 까닭이 있을테니 제가 함부로 판단하면 안되겠지만요.

stella.K 2024-05-18 10:11   좋아요 1 | URL
굳이 이해를 하자면 지금은 오디션으로 인물을 뽑는 추세니까 그건 아날로그 방식이라 굳이 사서 애물단지 안 만들겠다 뭐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님 1, 2년후에 다시 대표를 바꿔서 부활한다고 할지도 모르죠. 모르긴 해도 김민기도 사람들도 서로 눈치를 보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저는 그 젊은 날 대학로를 다니면서 그 유명한 학전은 못 기봤으니 저랑은 인연이 없는 곳인가 보다 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