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1
백종원 지음 / 서울문화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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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신랑과 밥을 먹다보면 "백종원 아자씨에게 감싸패라도 드려야지!"라는 말을 듣곤 한다. 결혼 초부터 요리학원에 다녀보라는 둥, 건강보다 더 중요한것은 맛이니 msg를 마음껏 사용해보라는 둥의 갖은 구박을 받으며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상실되어갈때즘 만나게된 백종원님.

 

처음엔 티비를 통해 한 두가지 따라하던게 맛있다는 칭찬을 받게 되면서 책도 구입하게 되었고 책에 소개된 메뉴중에 오징어 볶음, 오이초무침, 매운 콩나물 무침, 달걀찜을 만들어보았는데 모두 흠족한 미소를 지으며 밥을 먹는 신랑을 보면서 성공했음을 느꼈다.

 

먼저 오징어 볶음을 할때 살짝 데쳐서 하는것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오징어의 쫄깃한 식감이 살아남을 느꼈다. 이후 양념의 비율! 우리집 양념중에서 고춧가루가 매워 3큰술에서 2큰술만 사용하는 식으로 가감하여 사용했더니 입맛에 딱 맞는 오징어 볶음이 되어 덮밥으로 먹어봤다.

 

또는 매운 콩나물 무침. 요 콩나물 무침에 간장을 사용하는것을 처음 알게되었는데 흥건한 물이 생기긴 하지만 양념이 맛있다는 평가를 (신랑에게) 받아 좋았고 마찬가지로 오이초무침, 달걀찜도 간이 잘 맞아 좋았다.

 

백종원님의 요리를 하다보면 음식에 '간'과 식재료의 '식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게 되었고 그런 부분들을 살려 음식을 만들수 있어 자신감이 슬그머니 상승중이라는.

그런데 요즘 백종원님이 여러가지로 힘든 시간을 보내시는 모양이라 참 안타깝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작된 일이 특정한 사람들의 비방때문에 상처로 남는것 같아 보기에 안쓰럽다. 부디 마음 잘 추스르시고 앞으로도 좋은 음식 이야기 많이 들려주시길 기대해본다.

 

아참 책에서는 실리지 않았지만, 만능간장은 정말 최고인거 같다. 무엇보다도 손질한 꽈리고추를 뚝배기에 넣고 만능간장 한 국자, 물 한 국자 (우리집 국자는 정말 작다)를 넣고 한소큼만 끓인 후 불을 끄면 맛있는 고추 장조림 맛이 난다는!! 이 외에도 엄청난 활용도를 자랑하는 만능간장! 더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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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8-0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이 책은 꼭 사야겠어요. 평이 너무 좋네요. 1차 도전 음식은 계란찜입니당*^^*

해피북 2015-08-10 16:12   좋아요 0 | URL
아웅~~ 계란찜 맛있게 만들어 드셨는지 모르겠어요 ㅎㅎ 단발머리님의 계란찜 도전기 기대하고 있을께요 꺄~~ㅋㅂㅋ

fledgling 2015-08-0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증말 맛있어요~ 죽어요 죽어~ 끝내주쥬? 싸악~ 비쥬얼 직이쥬~ 효과음과 함께 더욱 즐거운 요리시간입니다! 아 마리텔 백종원 휴방이라 아쉽네요~ ebs에서 나온3부작 아시아 음식탐방 다큐도 볼만해요. 백종원 진행~ 음식에 미친 남자!

해피북 2015-08-10 16:14   좋아요 1 | URL
그렇츄~~ 그렇츄~~ ㅋㅂㅋ, 후라이팬을 후라이빵이라고 발음하는 요리 연구가의 센스를 요즘 마리텔에서 느끼지 못해 참 아쉽습니다!! 그리고 저 ebs에서 나온 3부작 너므흐~ 좋아해요 ㅎㅎ 그 `요리 연구가`라는 타이틀 다큐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ㅎㅎ 즐거운 오후 시간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5-08-01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백종원 님의 장점은 요리가 아니라 음식이라는데 있는것 같아요.
우리가 맨날 파티하고 요리 먹는 사람들이 아니라, 음식먹는 사람들이잖아요.
사람들 곁으로 쑤욱 들어온 그를 보면 일부 몇몇의 비방 따위는 암것도 아니지 싶더라구요~^^

해피북 2015-08-10 16:16   좋아요 1 | URL
맞아요!! 음식!! 음식!!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 역시 좋아하지만, 그것 음식이라기 보단 요리에 가까워서 따라하기 힘들더라구요. 하지만 백종원님의 레시피는 일상의 음식들이라서 막 따라해보고픈 마음이 일어나는 ㅋㅁㅋ,, 비방 따위는 호탕한 웃음으로 떨쳐내시고 다시 마리텔로 돌아오셨음 좋겠어요 꺄~~ㅋㅁㅋ

보슬비 2015-08-01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희는 어머니께서 완전 백종원 팬이되셨어요.

저는 사실... 누가 만들어주면 정말 좋겠어요.ㅋㅋ

아, 오징어는 살짝 데치면 물이 안나와서 좋더라구요. 예전에 요리 배울때 레시피 받아서 종종 만들어 먹는데, 거기에 굴소스로 숙주 살짝 볶아서 밑에 깔고 오징어 볶음 올린후, 깻잎에 날치알 살짝 올려서 싸먹으면 또 다른 별미가 된답니다.^^

해피북 2015-08-10 16:19   좋아요 0 | URL
키야~~ 백종원님 팬층은 이토록 두텁고 다양하다뉘~ 실은 저희 엄마도 팬이시라는 ㅋㅋㅋ,, 그리고 백종원님 덕분에 음식하는 남자들이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구요 ㅎ 워낙 쉽고 간단히 알려주셔서 남자들도 따라하기 수월한가봐여 ㅎ

아 보슬비님의 레시피대로 만들어봐야겠어요!! 굴소스가 첨가되면서 깻잎과 날치알의 조합이라! 상상만해도 군침이 도네요 으흣흣!!

비로그인 2015-08-0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리책 중에서 이 책을 꼭 사보고 싶더라구요.

해피북 2015-08-10 16:21   좋아요 0 | URL
아리님^^ 저는 요즘 반찬 만들때 식탁에 두고 자주 펼쳐보고 있어요 ㅋㅁㅋ
어젠 낙지 볶음을 했는데 괜찮더라구요 ㅎㅎ 제가 워낙에 양념비율을 제대로 못
맞추고 또 낙지 손질법도 몰랐는데 책을 보고 많이 배웠답니다~~ ㅎㅎ
 

고교시절 국어시간이면 시를 짓고 발표하는 활동을 했었다. 엉터리 같은 시를 쓰고나면 어찌나 민망하고 낯뜨겁던지 몇 번이고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발표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와 생활하다보니 어느새 낯뜨겁고 민망스럽던 시구들은 홀연히 사라지고 팍팍한 가슴만 남아 있곤 했다.

 

 

때로 가끔씩 서점에 가면 시집 한 권 들고오고 싶은 마음에 들여다보지만 대체적으로 마음을 잡아 끄는 시집을 찾을 수 없어 빈손으로 돌아오곤 했다. 활어처럼 팔딱 거리는 언어를 한순간 붙잡아 놓은 시인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광활한 우주를 이해하는 것처럼 심오한지라 내겐 늘상 풀지못할 숙제와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플 활동을 하고, 많은 이웃님들과 소통을 하며 시를 무척 사랑하는 분들이 많음을 느꼈다. 시를 통해 모임을 갖는 야나님, 예쁜 사진과 좋은 시들을 소개해주시는 후애님과 애플트리제님 그장소님 cyrus님 보슬비님등 좋은 이웃님들 덕분에 광할한 우주 같았던 시구들이 눈에 밟히고 입을 달썩거리게 만들며 마음에 덜컥 찾아듬을 느꼈다.

 

 

그 덕분인지 요즘은 시집을 고르는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게 되었다.  이웃님들을 통해 알게된 시인의 시집을 우선순위로 구입한다거나, 좋은 시가 담겼던 시집을 사는 방법으로 구입하게 되었고 그렇게 구입하게된 책이 정호승 시인의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다.

 

신영복 선생님의 책 <담론>에 보면 언어란 삶속에서 경작된 인품과 체온 같은 것이며 詩는 그 언어를 기본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뛰어넘는 감정이고, 무엇인가 안다는 것은 복잡한 것을 요약할 수 있는, 한마디로 시적인 틀에 넣을 담을 수 있을때야 비로소 안다고 했다. 그런면에서 시를 꼭 외워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최대호 시인의 <읽어보詩집>을 흉내내어 '외워보詩집' 페이퍼를 만들어 보았다. 읽을수록 입을 달싹거리게 만드는 시구들, 뜨거운 체온이 느껴져 울컥하게 만드는 시구들, 이웃님들에 의해 알게된 시구들을 담아두고 자주 읊조리고 외우며 함께 체온을 느껴보는 시간. 참 좋지 않을까?

 

 

정호승 시인의 시집을 읽다보니 총 4개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아직까지 시인의 체온을  온전히 느낄 수 없었지만, 내 마음에도 뜨거운 체온이 쌓이다보면 포스트잇 역시 늘어나 있지 않을까? 그런날들을 기대하며 오늘은 내 마음을 달래주는 '강물'이라는 시를 외워봐야 겠다.

 

 

 

강물

 

그대로 두어라. 흐르는 것이 물이다.

사랑의 용서도 용서함도 구하지 말고

청춘도 청춘의 돌무덤도 돌아보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흐르는 것이 길이다

흐느끼는 푸른 댓잎 하나

날카로운 붉은 난초잎 하나

강의 중심을 향해 흘러가면 그뿐

그동안 강물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

내가 아니었다 절망이었다

그동안 나를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

강물이 아니었다 희망이었다.

 

 

 ps. 얼마전 대구 알라딘 중고샵에 들렸다가 구입한 시집.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었던, 마음이 되었던 책인데 내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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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8-0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외워보시집까지는 못 하고 올라오는 시 읽어보고 다시 한번 써보는 정도까지에요~~~ ㅎㅎ
시는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여러분들 덕분에 좋은 시를 알게 되어서 정말 좋아요~ ^^

해피북 2015-08-10 16:25   좋아요 0 | URL
저두 이웃님들 덕분에 시에 관심도 생기고 좋은 시들도 발견하게 되었어요 ㅋㅁㅋ
지금 행복하자님 말씀처럼 어렵다고 생각하고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는데 말이죠!
좋은 시를 한번 써보는 일도 참 좋은 습관 같아요^^ 저도 외우기도 하고 써보기도 하면서 즐겨야겠어요ㅎ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5-08-0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좋아요, 좋아~.
저는 읽어보시집, 외워 보시집은 언감생심이고 따라써보시집...정도에 망족할까봐여~^^
서울은 정말 더워요...라고 쓰고 보려니까, 대구는 분지라서 더 덥겠네요? 헤에~^^

2015-08-10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08-01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시를 외우는 것을 안 좋아해서 그런지 좋은 시를 외우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마음에 드는 시를 따로 워드에 정리하거나 생각날 때 다시 읽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시를 다시 읽을 때 생기는 감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요. 왠지 시를 외우려고 하면 시를 더 어렵게 느껴지고, 잘 안 읽혀질 것 같아요. ^^

2015-08-10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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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 두 번째 책이 도착했다. 이번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다. 전작으로 강상중 저자의 책 <마음의 힘>때문에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어본 터라 저자가 생소하진 않지만, 받아든 책의 두께에 깜짝 놀랐다. 무려 642페이지에 달해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싶은 걱정스런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그런데 첫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문장 때문에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p16

태어나자마자 누군가에 의해 길에 버려진 불쌍한 고양이가 찾아 들어간 곳은 구샤미 라는 영어 선생의 집이다. 그런 구샤미 선생의 집에는 아내와 세명의 딸들 그리고 동정심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하녀와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허풍쟁이 메이테이란 친구와 제자 간게쓰  그리고 이웃에 살면서 호시탐탐 구샤미를 골탕먹이는 사업가 가네다씨의 이야기가 축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구샤미 선생의 모습이 참으로 묘했다. 나쓰메 소세키가 평소 잼을 좋아했고 신경성 위염을 앓고 있으며 얼굴에 곰보자국이 있었다고 하는데 구샤미 선생의 모습이 이와 같았으니 한마디로 구샤미는 나쓰메 소세키의 다른 이름이라 생각이든다. 구 시대의 문명과 서양의 신식 문명의 충돌이 있던 1901년을 배경으로 소설은 고지식한 지식인을 대변하여 나쓰메 소세키가 구샤미 선생으로 둔갑되었고, 친구를 모델로 그렸다는 메이테이는 서양문물을 듬뿍 받아들인 인물로 등장하여 고지식한 이와 순 허풍쟁이의 대화가 웃음을 준다.

 

 

그렇다면 그 시대에 지식인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고양이 시선으로 바라본 구샤미라는 인물을 살펴보자면,  선생이라는 자는 온종일 서재에 틀어박혀 낮잠이나 자고 어려운 책을 습관처럼 펼쳐들지만  몇 자 읽지못하고 덮어버리는가 하면, 읽지도 않을 책을 꼭 침대 머리맡에 둬야 잠을 자는 습관은 허세스럽다. 잘못된 일은 좀처럼 인정할 줄 모르고 남이 싫다는 일은 꼭꼭 우겨 해줘야 직성이 풀리는 청개구리 소양도 다분하지만, 옳다는 신념 앞에서는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꼿꼿함과 고집스러움이 참 매력적인 인물이라는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구샤미에게서 느낀바다.

 

 

여기서 말하는 위협은 대부분 사업가 가네다 씨로부터 나온다. 구샤미의 제자 간게쓰를 사위로 맞고 싶어 그에대해 알아보고자 찾아온 하나코(가네다의 아내)에게  시종일관 무시와 면박을 주며 상대도 해주지 않는 도도한 모습에 화가난 가네다가 돈을 이용하여 구샤미를 은근히 괴롭히는 장면들이 코믹하게 그려지지만, 어느 순간에도 굴하지 않는 구샤미의 고지식하며 우직스러움에 빠져들게 된다.

 

 

검은 울타리가 무너진 집엔 밥풀로 수시로 부쳐야하는 문패가 있고 심지어 천장은 빗물이 새어 선명한 자국을 남겼을 정도로 궁색스럽지만, 그런 와중에도 돈을 이용하여 괴롭히는 가네다씨의 힘에 굴하지 않고 시종일관 정신적 수양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모습이 구샤미 혹은 나쓰메 소세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돈을 앞세워 괴롭히는 모습이 왠지 낯설지 않다. 100년 전이 되어버린 소설속 모습이나 현대의 모습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슬프다. 세상은 빠른속도로 변하지만, 변화속에서도 변화하지 않는 진실. 그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그런데 여기 까지 생각해봤을때 고양이의 역할이 자못 궁금해진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고양인고 하니,

 

 고양이의 발은 있어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디를 걸어도 서툴게 소리를 내는 일이 없다. 하늘을 밟는 듯, 구름 속을 가는 듯, 물속에서 경(磬- 고대 중국의 타악기)을 치는듯, 동굴 속에서 슬(瑟- 고대 중국의 현악기)을 타는 듯, 불교의 깊은 가르침을 말로 설명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깨우치는 것과 같다..... 가고 싶은 곳을 가서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혀를 내밀고 꼬리를 흔들며 수염을 바짝 세워 유유하 돌아올 뿐이다"167

 

인간으로써는 혹은 강아지였다면 할 수 없었을 능력들, 살금 살금 잠입해 적진(가네다 씨의 집)을 염탐하고 남몰래 돌아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주인 무릎에 살포시 올라앉아 인간들의 행태를 비웃으며 혀를 내두르는 모습은 유쾌한 웃음과 뜻하지 않는 통찰력을 일깨우며 소설의 구성적인 요소가 없어도 재미를 주는 부분이였다. 또한 스스로 지식이 충만한 고양이라 너스레를 떠는 모습은 주인 구샤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결코 경솔한 고양이가 아니다. 한 글자, 한 구절 안에 오묘한 이치를 담은 것은 물론이고, 그 한 글자 한 구절이 층층이 연속되면 수미가 상승하고 전후가 호흥하며 자질 구레한 이야기라 여기며 무심코 읽었던 것이 홀연 표변하여 예사롭지 않은 법어가 되니, 아무렇게나 누워서 읽거나 발을 뻗고 한꺼번에 다섯줄씩 읽는 무례를 범해서는 안된다p402

 

여기서 말하는 '홀연 표편하여 예사롭지 않은 법어가 되니, 누워서 읽거나 발을 뻗고 한꺼번에 다섯줄씩 읽는' 것은 무례라고 표현하는 대목은 이와 같다.

 

이 탕에 몸을 담그고 머리만 내밀고 있는 자들, 몸씻을 곳에 우글 거리고 있는 자들은 문명인에게 필요한 복장을 벗어던진 요괴 집단이니 일반적인 규칙이나 도덕으로 다룰 수는 없다. 무슨짓을 하든 상관 없다. 폐가 있어야 할 자리에 위장이 진을 치고, 와토나이가 세이와 겐지가 되고, 다이 씨가 신뢰를 얻지 못해도 좋다. 그러나 일단 몸 씻는 곳을 나가 탈의실로 가면 더 이상 요괴가 아니다. 보통의 인간들이 살아가는 사바세계로 나온 것이다. 그러니 문명에 필요한 옷을 입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다운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p358

끈적끈적한 털옷에 둘러싸인 고양이가  목욕탕 지붕에 올라 인간들의 모습을 염탐하는 장면에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용서받을 수 있었던 벌거숭이 아담처럼 벌거벗은 인간들은 규칙이나 도덕이 필요없다. 그져 진실하다고 믿는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이야기 나눌 뿐이다. 하지만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고 잘못을 깨닫게 되던 그 시점처럼, 목욕이 끝나고 옷을 입는 순간은 문명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문명의 세계에는 어떠한 거짓도 용서될 수 없는 인간다운 규칙과 도덕을 지킬 의무가 있을 뿐임을 이야기한다. 그러니 수다쟁이 고양이라 치부해버리지 말자.  또한

 

하오리를 벗고, 잠방이를 벗고, 하카마를 벗고, 평등해지려고 애쓰는 벌거숭이들 중에서 또 벌거숭이의 호걸이 나와 다른 군소 벌거숭이들을 제압한다. 아무리 벌거숭이가 되더라도 평등을 얻을 수 있는것은 아니다p360

 

모든 문명을 벗어던지면 평등해질 수 있을거라 믿는 인간들에게 안타깝게도 그 집단 속에서도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여 다시 먹이사슬의 구조를 갖게 된다는 사실을  100년 앞서 이야기한 나쓰메 소세키의 통찰력이 놀랍다. 모두 평등한 세상을 외치지만, 마치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처럼 그 평등함 속에 숨겨진 이기심이 도리어 혼란을 가중 시키고 날카롭고 세밀하게 표출되고 마는 그런 세상. 인간에게 진정한 '평등'이란 존재하지 않는것일까 하는 생각은 100년이 지나도 이토록 똑같다니 참 놀라운 일이 아닐까?

 

 

주인은 뭐든 잘 모르는 것을 존중하는 버릇이 있다. 꼭 주인만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잘 모르는 것에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잠복해 있고, 헤아릴 수 없는 것에는 어쩐지 고상한 마음이 일어나는 법이다. 그러므로 속인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떠벌리지만, 학자는 아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설명한다.p438

메이테이 선생은 주인이 고집을 부릴수록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주인은 자신이 고집을 부릴수록 메이테이 선생보다 대단해진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이렇게 종잡을 수 없이 엉뚱한 일이 간혹 있다. 끝까지 고집을 부려 이겼다고 생각하는 동안, 그 사람의 인간적 가치는 뚝 떨어지고 만다. 고집을 부린 당사자는 죽을 때까지 자기 체면을 세웠다고 생각하고, 그때 이후로 사람들이 경멸하여 상대해주지 않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으니 신기할 따름이다p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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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7-22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계속 읽으려다가 놓치고, 막 그러네요.
읽을책들은 많은데 계속 못 읽고 있어서 마음만 급해요.
요즘은 활자가 잘 눈에 안즐어와서 그림만 보고 있어요.^^

해피북 2015-07-23 18:22   좋아요 0 | URL
저도..실은 글자가 눈에 안들어와서 지난주에 힘들었답니다 ㅋㅂㅋ,, 이번에 땡스북이 아니였다면 읽기 힘들었을거 같아요 ㅋ 이달에 읽어야지 했던 책도 아직 서너권 더 남았는데 읽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되구요 ㅋ그래도 이런 걱정을 할 수 있는것 만으로도 행복해지는거 같아요^~^ 맛있는 식사 하세요~^^

하나 2015-07-23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정말 오래된 책인데 나쓰메 소세키의 통찰력에 놀랄 때가 있어요. <마음>도 그렇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 그렇구요. ˝나는 고양이다. 아직 이름은 없다.˝로 시작해서 ˝고마운지고. 고마운지고.˝로 끝나는 게 인상적이기도 하구요. 해피북님이랑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나쓰메 소세키 책들을 같이 읽게 돼서 반가운 마음에 댓글 남깁니다. 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

해피북 2015-07-23 18:26   좋아요 1 | URL
앗 하나님 나쓰메 소세키 팬이신가봐요~^^ 저는 이번에야 나쓰메 소세키의 진가(?)를 알게되었어요. 아쉽게도 <마음>이란 책에서는 깊이 느끼지 못했었거든요 ㅎ 혹시 <도련님 >은 읽어보셨나요? 이 참에 그 책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나님과 같이 읽고 있다니 정말 반갑고 기뻐요^~^ 맛있는 저녁식사 하세요!

하나 2015-07-23 18:29   좋아요 1 | URL
나쓰메 소세키 책은 풀베개까지 세 권째입니다. 정말 이번 기회에 도련님을 같이 읽어도 재밌겠네요. 저도 다음 달 초에 책 주문할 때 살게요. 천천히 공유해요 ^^ 저녁 맛있게 드세요!

해피북 2015-07-23 18:32   좋아요 1 | URL
아 그러시군요^^ 그러시다면 저두 다음달에 도전해봐야겠어요 함께 공유할 수 있다니 정말 좋은걸요ㅎ ~그럼 그때 또 봐요 하나님~♡♡

후애(厚愛) 2015-07-2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려고 담아두고는 계속 미루고만 있어요.
더위조심하시고요, 편안한 한 주 되세요.^^

해피북 2015-07-30 08:02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재미가 있더라구요 ㅎ 시간되실때 꼭 만나보세요 후애님^~^ 날씨가 무지 덥습니다 폭염조심하시구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개정판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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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회를 무척 좋아한다. 어린시절 온 가족이 바닷가 등지를 다니며 회를 먹던 기억이 난다.  그 시끌벅적한 시장통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코를 자극하던 비릿한 냄새. 식구들 모두 비린냄새나는 그 시장통에서 통통하게 물오른 생선들을 구경하며 입맛을 다시느라 정신없던 기억이 난다. 

 

 

그 복작복작한 곳에서도 유독 인상 좋아보이는 아주머니와 실랑이를 벌이는 어머니. 그 곁에 서서  꼬물꼬물한 게불이며 낚지, 게를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있으면 어느새 아주머니와의 신경전은 타결되고 바다위로 설치해놓은 자리로 안내되었다. 아무렇게나 놓여진 형형 색색의 플라스틱 탁자 위로 새햐얀 속살을 드러낸 회가 한 상 차려지면 나는 회 한 점 입안에 넣고 그 쫀득거리는 맛에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또는 들어오는 배에서 횟감을 바로 구입해 직접 회를 떠먹던 순간들도 기억에 남아있다. 하얀 속살대신 붉은 색깔이였던걸로 봐서 아마도 숭어를 먹었던것 같다. 우리 어린 시절에 이런 추억담은 왕왕 회자되곤 하는데 횟집에서 떠먹는 그 맛은 산지에서 먹던 그 맛과 비할바 아님으로 결론을 맺곤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부모님의 꿈은 퇴직후 트럭을 개조해 세간살이를 넣고  바닷가 등지를 돌아다니며 낚시로 고기를 잡아 직접 회를 떠 먹는 즐거움을 누리겠노라 이야기하곤 하셨다.  갓잡아 올린 횟감은 잘 손질해 자식들에게도 보내주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시곤 했다. 드디어 35년이라는 기나긴 직장생활을 마무리하시고 퇴직하시던날, 우리 남매는 부모님이 이루실 꿈에 한껏 기대했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모님의 꿈은 마냥 꿈인채로 머물러 있다.

 

 

아버지께 다녀오시라 종종 말씀을 드렸지만, 아버지는 세월을 짐작하지 못하셨노라 이야기하신다. 좀 더 젊었을적에는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지낼 수 있을꺼라 생각하셨는데 퇴직 후 긴장도 풀리고 세월에 묵직해진 몸을 이끌고 돌아다니려고 하니 영 엄두가 안나신다는 이야기에 참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 부모님과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반평생을 넘게 자식들 뒷바라지로 세월을 보내신 아버지가 이젠 무한한 자유 앞에서 망설여하시고 걱정하시는 모습이 왠지 낯설면서도 마음을 찡하게 울렸다.

 

 

얼마전 한창훈 저자의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라는 책에서 힘이 장사라는 박씨 일화를 읽게 되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박씨 부부는 마당위에 널부러진 책가방과 학용품을 보고 깜짝놀랐다고 한다.  살펴보니 자신의 아들이 코피를 흘리며 마당에서 다 죽어가고 있었고, 그 곁에는 큼지막한 문어 한 마리가 먹물을 흘리며 있더라는것. 부부가 사는 집은 바다와 붙어있어 그믐때 물이 길 높이까지 차오르는데 그때 들어온 큼지막한 문어를 아들은 아들대로 집안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하고 문어는 문어대로 바다로 나가려고 하다보니 때아닌 사투를 벌였던것.

 

 

박씨 부부는 잘했다고 연신 칭찬을 해주며 내다팔 생각을 했는데, 아들왈 부모님 잡수시라고 목숨을 다해 잡아놨으니 내다팔지 말라는 말에 감동하여 9일간의 몸보신을 할 수 있었고 힘의 원천이란 바로 거기에서 부터 시작된다던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다. 이제라도 문어를 잡아드리면 우리 아버지도 힘이 솟아나실까. 생전에 몸보신 마음껏 해드리지 못해 지금은 이렇게 쇠약해지셨나 싶은 생각에 절로 숙연해진 마음이 들었다.

 

 

한창훈 저자의 글은 활어같았다. 수면 위로 튀어올라 제 힘을 자랑하는 활어처럼 짧은 문장의 호흡들에 힘이 있고 맛깔스러움이 묻어났다. 거문도 앞 바다에서 유년시절의 추억담들,  낚시 포인트별로 잡아올렸던 싱싱한 생선들을 맛깔난 사진으로 버무려낸 이야기는 바다의 짠내보다도 그의 굽어진 삶의 시간을 말해주는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을 부모님 앞전에 밀어 들이고 싶다. 자식 나이 70이 되도 부모 눈에는 영원한 새끼들로(자식들)보인다던 부모님께 그만 자식들의 앞 일은 놓아버리시고 마음껏 인생을 즐기시라는 메세지를 담아 보내드리고 싶다.  그토록 원하는 바다를 마음에 품고 자연이 주는 그 맛을 생생하게 느끼는 한창훈 저자처럼. 그다지 큰 욕심 없으신 부모님이라면 괜찮지 않겠냐는 메세지를 전달해보고 싶다. 바다란 파랗고 커다란 덩어리가 아니라, 맺힌 꿈을 풀어주는 품이 있다는 메세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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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당신이 바다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늘 바다를 동경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찾아가더라도 회 사먹고 바닷가 조금 걷다가 돌아오고 말지 않나요? 그렇다면 바다란 늘 그곳에 있는, 파랗고 거대한 덩어리일 뿐입니다.

 

좋아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은 다릅니다. 제가 이 책을 쓴 이유이죠. 깊숙이 친해지게 되는 것, 어린아이처럼 깔깔대게 하는것, 이윽고 뒤엉킨 매듭을 하나하나 매만지게 되는 것, 머물다보면 스스로 그러하게 되는것 말입니다. 산은 풀어진 것을 맺게 하지만 바다는 맺힌 것을 풀어내게 하거든요". -작가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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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낚시의 묘미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남들 돌아올 때 찾아가는 여행의 맛도 있고 모든 소음을 쓸어낸 적막의 맛도 있다. 넓은 바닷가에서 홀로 불 밝히는 맛도 있고 달빛을 머플러 처럼 걸치고 텅빈 마을 길 걸어가는 맛도 있다. 그리고 새벽 5시에 회 떠놓고 한잔 하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이 밤에 하는 짓이 몇 가지 되는데 가장 훌륭한 게 이 짓이다.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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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문도 에서 63년에 태어나 여수, 광주, 대전, 천안, 서울 등지를 옮겨다니며 살다가 4년 전에 이곳에 다시 들어왔다. 오전에 원고를 썼고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잠시 누워 있는데 당숙이 방어 낚으러 가자며 연락해 왔다.

 

당숙은 오전에 여수 나가려고 했는데 손님이 찾아 들어온다는 소식에 눌러 앉았던 것이다. 빗방울이 서너 개 떨어져서 어떻게 할까 하고 있다가 비가 더 이상 들 것 같지가 않아서 바다로 함께 나갔다. 이렇게 방어와 나는 이 넓은 바다에서 그 시간, 딱 그 자리에서 만난 것이다. 녀석은 수 만 킬로미터를 돌아다녔고, 나는 수 천 킬로미터를 이동했는데 말이다.

 

- 확률에 대하여 생각하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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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4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4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07-14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찡해지네요~

해피북 2015-07-14 20:22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행복하자님^^
장마 끝이라 한층 무더워진 날씨지만
저녁시간 시원하게 보내시며 즐독 하시길 바랄께요 ㅋㅂㅋ,,

보슬비 2015-07-14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 먼저 읽으셨군요. 저는 천천히 읽으려 계획중인데, 해피북님의 글을 읽으니 빨리 잡아보고 싶어요. 해피북님의 따뜻한 마음이 드러나는 글이라 책보다 더 좋아보입니다.

해피북 2015-07-15 16:47   좋아요 0 | URL
부족한 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보슬비님 ㅋㅂㅋ, 일전에 야나님이 한창훈님에대한 무한한 애정을 말씀하신게 이해가 되더라구요 ㅋ 싱싱한 횟감을 손질해 음식으로 버무려놓은 사진을 대할땐 마른침만 꿀꺽 삼키며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답니다ㅋㅋ 회가 너무 먹고싶었어요!

transient-guest 2015-07-16 0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개정판 전의 책으로 읽었는데요, 섬에 들어가서 살고 싶어지더라구요.ㅎㅎ 매일 맛있는 물고기를 먹을 수 있겠구나 하면서 입맛을 다셨지요..ㅎ 부모님 연세 드는것을 보는건 참 슬퍼요. 그저 건강하시길, 살아계실 때 잘 해드려야지 다짐합니다.

해피북 2015-07-22 10:50   좋아요 0 | URL
한창훈저자는 생계형 낚시꾼이라 투덜거리셨지만, 저두 삼시세끼 이렇게 먹으며 살고 싶더라구요 ㅋㅂㅋ
또 이 책을 읽고 바닷가가 아니라 횟집으로 달려간 독자가 많다는 사실에 깊은 공감도 했답니다 ㅋㅂㅋ
부모님 말씀은 깊은 공감을 하게되네요 ㅎ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좋아하는 음식을 매일 먹으면 질리고 물리듯이 독서를 하다보면 의도치않게 물릴때가 있다. 예기치 못한 독서슬럼프에 빠지게 되면  괜한 시간만 축내는것 같아 뭐라도 해볼 요량으로 평소에 보지 않았던 책들을 뒤적거린다거나, 독서와 관련된 매체를 찾아 읽어보지만 흥미가 당기지 않을때가 있다.

 

 

그럴때 내가 쓰는 방법이라면, 그냥 모든걸 놔버린다는 것. 뭔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것 마냥 죄책감도 생기고,  온종일 편치않은 마음으로 지내야 하지만 맹렬한 독서욕구가 생길때까지 티비 혹은 보고 싶던 영화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순간 책이 그리워질 때가 있고 그렇게 슬럼프를 극복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김영하식 독서 슬럼프 극복법을 알게되었는데 참 흥미로웠다. 어릴적 읽었던 책이나, 재밌게 읽었던 책 혹은 10년전에서 지금까지 읽은 책 베스트 10권을 간추려 다시 읽기를 통해 독서 욕구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 저도 가끔 벽에 부딪힐 때면 어린시절에 읽었던 책, 또는 10년 전에 읽었던 책, 또는 지금까지 읽었던 책, 베스트 10 같은것을 한번 적어봐요, 그리고 그것들을 다시 한번 들춰보죠. 그러면 ' 내 기억이 상당히 왜곡돼 있었구나"하고 전혀 색다른 의미에서 다시 재미를 느끼게 돼요. 그게 독서에 대해 잃어버렸던 즐거움, 흥분, 이런것을 되살려 줍니다." p84

 

그러고보니 올 해 내 목표가 위편삼절 , 다시 읽기였고 개중  몇 권의 책을 다시 읽으며 내 머리속에 담겨진 오래된 기억과 상당부분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좀 의아했던 적이 있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였는데, 에뒤아르 와 베로니카카가 흰 천들이 휘날리는 곳에 있던 장면은 내 머리속에 오래도록 각인되었던 부분이였지만, 다시 읽어본 책에선 그 내용을 찾을 수 없어 기억이라는게 온전할 수 없음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이처럼 기억의 왜곡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재미가 독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김영하식 독서법은 후에 독서 슬럼프가 찾아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생각이다. 

 

 

이 책을 통해  만나본 김영하라는 사람은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던지는 메세지가 강연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그간 집필해온 소설속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으로 소통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의 글이라면 문학동네 계간지에 실렸던 단편이 고작이였지만, 그 단편의 글 속에  담겼던 문제의 이면 넘어에 가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했던 느낌이 떠올랐고, 작가란 적어도 언어와 행동으로 끊임없이 보여주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게 되었다.

 

 

또  현시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느끼고 파헤치는 과정속에서 탄생한 세계를 독자에게  판단받고 싶지 않아 그져 서랍안에 넣어두고 싶다던 이야기는 작가로써의 고충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모든 작가들이 창작의 고통과 아픔의 시간을 거쳐 내놓은 작품을 독자라는 이유로 판단해도 되는 것일까 싶은 미안한 마음도 갖게 되었다. 그러니 한 작가의 작품을 읽을적에 정성을 다해 그 세계에 침몰하고 느끼고 생각해봐야 한다는것을 느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김영하 작가가 그간 강연과 인터뷰를 모아놓은 묶은 집이다. 독서와 글쓰기, 김영하 작가의 소설들의 탄생과 의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인데, 그중 이 책의 분류가 영 탐탁치 않다. 표지에 적혀진 ' 김영하 산문'이란 분류를 보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게 산문이라지만, 어찌 이 책을 산문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강연과 인터뷰를 모아놓았으니  모음집 혹은 묶음집으로 표기해야 하는게 아닐까? 그렇게 표기한 부분이 표지가 아니라 띠지에 적혔다는 것 역시 약간의 상술로 느껴지는건 나에 못된 심보일까?  또한 그간의 내용들을 묶어놓다 보니 앞 뒤  내용의 의미가 중복되는 부분과 내용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산만하게 느껴진다는 점, 또 인터뷰이가 누구인지 명시를 해놓지 않아서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질문을 하고 있는지 글을 읽는 당시에 느낄 수가 없어  좀 아쉬운 마음에 별 하나를 빼게 되었다. 물론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에 관한 언급은 '작가의 말'편에 수록되었지만, 명확성을 위해 글의 첫 부분에 언급했더라면 더 좋았을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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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 2015-07-10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키호테, 채털리 부인의 사랑, 데미안, 노인과 바다... 음 또 뭐더라 10권채워야 하는디 ~~~

해피북 2015-07-13 11:00   좋아요 0 | URL
오~~데만 빼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예요 저두 빨리 읽고 베스트 10위권 안으로 진입시켜놓아야 겠어요 ㅋㅂㅋ

바람향 2015-07-16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책들은 다시 읽어도 좋은 것 같아요. 전에 느꼈던 감동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되니까요. 음~~ 저도 한번 골라봐야겠네요^^ 근데 막상 책 고르기가 무지 힘들 것 같아요~ㅠㅠㅋㅋ

해피북 2015-07-22 10:52   좋아요 0 | URL
맞아요~바람향님! 좋은 책은 다시 꺼내 읽어두 설래이고 밑줄 그었던 글에 다시 밑줄긋게 되면서도 행복해지는거 같아요 ㅋㅂㅋ,
저두 막상 고르려니까 못고르겠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