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라는 팟케스트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호랑이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하셨는데 책을 쓰시게 된 이유를 묻자 영상은 하고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질까지 담아낼 수 없어서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는.

 

지난번 영화로 먼저 보게 된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보고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대략적으로 비슷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영화에서 느낀 부분과 책에서 느낀 부분은 분명 달랐음을 느꼈다.

 

갑자기 뇌종양 4기 판정을 받은 주인공 앞에 도플갱어처럼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악마가 나타나 하루에 하나씩 이 세상에서 물건을 없애면 하루치의 생명을 연장해준다는 제한을 한다.  그렇게 휴대폰, 영화, 시계, 고양이 순으로 물건이 사라져가면서 주인공은 그 물건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된다는 이야기로 영화를 보며 생각했었다. '아 나에게도 이렇게 소중한 추억이 많았구나'라며 위안을 얻고 있음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추억을 떠올리는 행위가 아님을 느꼈다. 주인공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은 소멸을 뜻하는 게 아니라, 다른이의 삶 속에서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주인공과 함께했던 추억들로 그들의 삶에 조금쯤 균열이 생기고 아파하면서 그 추억을 소중히 간직한다는 것. 그 추억들로 인해 그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영원할 수 있음을 느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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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신이 끝난다. 화면이 암전된다. 엔딩롤이 올라간다. 내 인생이 영화라면, 나는 엔딩롤이 끝난 후에도 누군가에 기억속에 남아있는 영화이고 싶다. 작고 밋밋한 영화일지라도 그 영화에서 위안과 격려를 받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엔딩롤 후에도 인생은 계속된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내 인생이 계속 이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p111)

 

사람에게 '죽음'이라는 그림자만큼 두려운 게 또 있을까. 그러나 그 죽음의 그림자는 삶을 맺은 사람들에게 반드시 찾아올 수 있는 사실임을 환기 시키며 그러므로 삶이 더 찬란해질 수 있다는 주인공의 이이기가 마음에 콕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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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도 반드시 끝이 찾아온다. 끝난다는 걸 알지만,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그것은 삶도 똑같을지 모른다. 반드시 끝이 찾아온다.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사랑이 그렇듯이 끝이 있기에 삶이 더더욱 찬란해 보이겠지'(p78)

 

영화가 마음에 들면 책이 마음에 들지 않고 책이 마음에 들면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일이 많았는데 영화와 책이 서로 못다 한 부분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꽤 만족스러웠다. 더욱이 팟캐스트에 출연했던 어느 작가님 말씀처럼, 영화에서 미처 담아낼 수 없던 주인공의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부분들로 꼭 원작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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