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우편배달부 사토 타케루는 어느 날 자전거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경험하고 병원을 찾게 된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뇌종양이란 판정을 받는다. 자신에게 닥쳐온 죽음에 대해 생각하던 타케루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좋아하는 영화를 몇 편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책은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까'

이 대사를 듣는 순간 조금은 놀랐더랬다. 왜냐하면 나는 어떤 걱정거리나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객관화 시켜서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떤 고민이 1차적 발생하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생각을 정리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내공이 정말 부족하다. 뭔가 고민이 생기면 그 고민에 침잠해서 아무것도 못하는 성격인지라 하루종일 빈 방에 티비를 틀어놓고 누워있는 것으로 ' 나 고민있어요~'라며 일종에 시위를 하곤했다.

 

그런데 타케루는 차분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한다. 죽음이 닥쳐와도 의연하게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공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해 그게 바로 세상의 룰이야'

 

아마도 이 대사에 답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케루에게 죽음은 처음 겪는 과정이 아니다. 이미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했기에 낯설지 않다. 어머니를 잃는 슬픔을 통해서 그는 삶과 죽음에 대해 세상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을 테니까. 그렇다고 먼저 받아들였다고 해서 의연해진다는 표현은 과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쉽게 받아들이거나 생각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니까.

 

그러고보면 나는 아무것도 잃고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했던거 같다. 친구도 친구의 마음도 직장과 동료들도 가족들도 어느 것 하나 잃고싶지 않아서 끙끙대며  자책하고 비난해버리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뭔가를 얻으려면 그 무언가를 잃어야한다는 말. 그저 영화 속에서 악마의 속삭임일지라도. 왠지 이 대사를 구절거리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그게 세상의 룰이라는 사실로 위안을 삼고싶어진다. 그러니 두 개를 손에 쥐려고 끙끙거리진 말자고. 하나는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그게 친구건 친구의 마음일지라도...

 

영화 속 이야기는 뇌종양을 선고받은 타케루의 집에 악마가 나타나 타케루가 내일 당장 죽을거라 선언한다. 그러면서 하루 더 생명을 연장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하나씩 잃어야한다고 말한다.

 

 

휴대폰, 영화, 시계. 고양이가 차례로 사라져 가는데..

그 기억 속에 있는 소중한 추억들도 모두 사라져 버리는 일을 경험 하면서 자신의 삶에 소중한 것들이 가득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타케루가 아버지를 미워했던 감정 속에 자신이 놓쳐버렸던 아버지의 마음을 발견하는 장면에서는 뜨거워진 눈시울을 주채하지 못하기도 했다.  잔잔하면서도 감동도 있고 삶과 죽음에 대해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게 여운을 남겨주는 영화를 뜻밖에 발견하고 나서 너무 좋았는데 이 영화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건 장면 보다도 더 깊은 대사 속에 있는거 같다.

 

 

' 나는 책을 읽을 때 반드시 결말을 먼저 본다.
다 읽기 전에 죽으면 곤란하니까'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 빌리크리스털'

 

 

' 좋은 이야기와 말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살만하다.'

 

 

'아버지께

이 세상에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누군가 슬퍼해 줄까요? 내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이루어지지 못한 꿈과 생각, 사는 동안 못 했던 일 남겨둔 일 등...분명 수많은 후회가 남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있던 세상과 내가 사라진 세상은 분명 다르리라 믿고 싶어요. 정말 작은 차이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야말로 내가 살아온 증거니까요. 몸부림 치고 고민하며 살아온 증거요'

생각보다 깊은 여운에 원작을 찾아보니 역시 있다.

평을 살펴보니 영화도 좋았지만 원작에 더 깊은 여운이 남는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원작도 서둘러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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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개미 2017-02-13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이 영화, 소설 모두 만나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소설과 영화중 어떤 걸로 먼저 만날지 행복한 고민중이어요 ㅎㅎ

해피북 2017-02-17 13:03   좋아요 0 | URL
ㅎ 책도 평이 좋고 영화도 평이 좋아서 행복한 고민이 이해가 됩니다 ㅎ 어쩌면 벌써 책이든 영화로든 만나셨을지도 모르겠어요. 즐겁게 보시면 소식 전해주세요^~^

고양이라디오 2017-02-14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너무 좋네요~ 저도 욕심이 많아서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한다는 걸 너무 쉽게 잊곤합니다. 깨우쳐주셔서 감사합니다^^

해피북 2017-02-17 13:07   좋아요 0 | URL
아공~~고양이라디오님^~^
과한 말씀을 ㅋ 감사드려요 영화를 무척 좋아하시는 고양이라디오님의 내공을 따라갈 수 없지만, 좋은 영화 한 편은 멋진 책 한 권 만큼의 힘이 있다느꼈습니다. 저도 영화 열심히 보고 좋은 대사들 장면들기록하면서 고양이 라디오님과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눴으면 좋겠어요 ㅋ 즐거운 오후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