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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라는 팟케스트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호랑이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하셨는데 책을 쓰시게 된 이유를 묻자 영상은 하고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질까지 담아낼 수 없어서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는.

 

지난번 영화로 먼저 보게 된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보고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대략적으로 비슷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영화에서 느낀 부분과 책에서 느낀 부분은 분명 달랐음을 느꼈다.

 

갑자기 뇌종양 4기 판정을 받은 주인공 앞에 도플갱어처럼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악마가 나타나 하루에 하나씩 이 세상에서 물건을 없애면 하루치의 생명을 연장해준다는 제한을 한다.  그렇게 휴대폰, 영화, 시계, 고양이 순으로 물건이 사라져가면서 주인공은 그 물건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된다는 이야기로 영화를 보며 생각했었다. '아 나에게도 이렇게 소중한 추억이 많았구나'라며 위안을 얻고 있음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추억을 떠올리는 행위가 아님을 느꼈다. 주인공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은 소멸을 뜻하는 게 아니라, 다른이의 삶 속에서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주인공과 함께했던 추억들로 그들의 삶에 조금쯤 균열이 생기고 아파하면서 그 추억을 소중히 간직한다는 것. 그 추억들로 인해 그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영원할 수 있음을 느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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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신이 끝난다. 화면이 암전된다. 엔딩롤이 올라간다. 내 인생이 영화라면, 나는 엔딩롤이 끝난 후에도 누군가에 기억속에 남아있는 영화이고 싶다. 작고 밋밋한 영화일지라도 그 영화에서 위안과 격려를 받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엔딩롤 후에도 인생은 계속된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내 인생이 계속 이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p111)

 

사람에게 '죽음'이라는 그림자만큼 두려운 게 또 있을까. 그러나 그 죽음의 그림자는 삶을 맺은 사람들에게 반드시 찾아올 수 있는 사실임을 환기 시키며 그러므로 삶이 더 찬란해질 수 있다는 주인공의 이이기가 마음에 콕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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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도 반드시 끝이 찾아온다. 끝난다는 걸 알지만,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그것은 삶도 똑같을지 모른다. 반드시 끝이 찾아온다.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사랑이 그렇듯이 끝이 있기에 삶이 더더욱 찬란해 보이겠지'(p78)

 

영화가 마음에 들면 책이 마음에 들지 않고 책이 마음에 들면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일이 많았는데 영화와 책이 서로 못다 한 부분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꽤 만족스러웠다. 더욱이 팟캐스트에 출연했던 어느 작가님 말씀처럼, 영화에서 미처 담아낼 수 없던 주인공의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부분들로 꼭 원작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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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우편배달부 사토 타케루는 어느 날 자전거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경험하고 병원을 찾게 된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뇌종양이란 판정을 받는다. 자신에게 닥쳐온 죽음에 대해 생각하던 타케루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좋아하는 영화를 몇 편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책은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까'

이 대사를 듣는 순간 조금은 놀랐더랬다. 왜냐하면 나는 어떤 걱정거리나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객관화 시켜서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떤 고민이 1차적 발생하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생각을 정리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내공이 정말 부족하다. 뭔가 고민이 생기면 그 고민에 침잠해서 아무것도 못하는 성격인지라 하루종일 빈 방에 티비를 틀어놓고 누워있는 것으로 ' 나 고민있어요~'라며 일종에 시위를 하곤했다.

 

그런데 타케루는 차분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한다. 죽음이 닥쳐와도 의연하게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공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해 그게 바로 세상의 룰이야'

 

아마도 이 대사에 답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케루에게 죽음은 처음 겪는 과정이 아니다. 이미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했기에 낯설지 않다. 어머니를 잃는 슬픔을 통해서 그는 삶과 죽음에 대해 세상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을 테니까. 그렇다고 먼저 받아들였다고 해서 의연해진다는 표현은 과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쉽게 받아들이거나 생각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니까.

 

그러고보면 나는 아무것도 잃고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했던거 같다. 친구도 친구의 마음도 직장과 동료들도 가족들도 어느 것 하나 잃고싶지 않아서 끙끙대며  자책하고 비난해버리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뭔가를 얻으려면 그 무언가를 잃어야한다는 말. 그저 영화 속에서 악마의 속삭임일지라도. 왠지 이 대사를 구절거리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그게 세상의 룰이라는 사실로 위안을 삼고싶어진다. 그러니 두 개를 손에 쥐려고 끙끙거리진 말자고. 하나는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그게 친구건 친구의 마음일지라도...

 

영화 속 이야기는 뇌종양을 선고받은 타케루의 집에 악마가 나타나 타케루가 내일 당장 죽을거라 선언한다. 그러면서 하루 더 생명을 연장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하나씩 잃어야한다고 말한다.

 

 

휴대폰, 영화, 시계. 고양이가 차례로 사라져 가는데..

그 기억 속에 있는 소중한 추억들도 모두 사라져 버리는 일을 경험 하면서 자신의 삶에 소중한 것들이 가득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타케루가 아버지를 미워했던 감정 속에 자신이 놓쳐버렸던 아버지의 마음을 발견하는 장면에서는 뜨거워진 눈시울을 주채하지 못하기도 했다.  잔잔하면서도 감동도 있고 삶과 죽음에 대해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게 여운을 남겨주는 영화를 뜻밖에 발견하고 나서 너무 좋았는데 이 영화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건 장면 보다도 더 깊은 대사 속에 있는거 같다.

 

 

' 나는 책을 읽을 때 반드시 결말을 먼저 본다.
다 읽기 전에 죽으면 곤란하니까'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 빌리크리스털'

 

 

' 좋은 이야기와 말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살만하다.'

 

 

'아버지께

이 세상에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누군가 슬퍼해 줄까요? 내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이루어지지 못한 꿈과 생각, 사는 동안 못 했던 일 남겨둔 일 등...분명 수많은 후회가 남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있던 세상과 내가 사라진 세상은 분명 다르리라 믿고 싶어요. 정말 작은 차이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야말로 내가 살아온 증거니까요. 몸부림 치고 고민하며 살아온 증거요'

생각보다 깊은 여운에 원작을 찾아보니 역시 있다.

평을 살펴보니 영화도 좋았지만 원작에 더 깊은 여운이 남는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원작도 서둘러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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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개미 2017-02-13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이 영화, 소설 모두 만나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소설과 영화중 어떤 걸로 먼저 만날지 행복한 고민중이어요 ㅎㅎ

해피북 2017-02-17 13:03   좋아요 0 | URL
ㅎ 책도 평이 좋고 영화도 평이 좋아서 행복한 고민이 이해가 됩니다 ㅎ 어쩌면 벌써 책이든 영화로든 만나셨을지도 모르겠어요. 즐겁게 보시면 소식 전해주세요^~^

고양이라디오 2017-02-14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너무 좋네요~ 저도 욕심이 많아서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한다는 걸 너무 쉽게 잊곤합니다. 깨우쳐주셔서 감사합니다^^

해피북 2017-02-17 13:07   좋아요 0 | URL
아공~~고양이라디오님^~^
과한 말씀을 ㅋ 감사드려요 영화를 무척 좋아하시는 고양이라디오님의 내공을 따라갈 수 없지만, 좋은 영화 한 편은 멋진 책 한 권 만큼의 힘이 있다느꼈습니다. 저도 영화 열심히 보고 좋은 대사들 장면들기록하면서 고양이 라디오님과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눴으면 좋겠어요 ㅋ 즐거운 오후시간 보내세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 흘러가는 시간들
사카모토 카즈야 감독, 아사누마 신타로 외 목소리 / 알스컴퍼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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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기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했더랬다. 특히나 고양이의 내레이션을 직접 했다는 이야기에 내심 마코토 감독의 목소리는 어떨까 기대가 컸던 듯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을 다 보고 났더니 이 작품은 사카모토 카즈야 감독이 마코토 감독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바탕으로 tv 미니시리즈 단편용으로 제작한 작품이라나?

어쩐지 영화를 보면서도 이렇게 멋진 작품을 초기에 만들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이 유투브에 있길래 가지고 왔다. 자막이 없어서 아쉽지만 마코토 감독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는데, 일본이라는 나라는 기본적으로 배우나 감독들은 모두 성우 같은 멋진 목소리가 기본인가 보다. 마코토 감독의 목소리 역시 매력적이라는!

 

 

 

 

무튼 사카모토 카즈야 감독이 그린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흘러가는 시간>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미유와 그녀를 바라보며 일상을 잔잔하게 보내는 고양이 다루의 이야기가 따스한 영상을 만나 포근하게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그녀
난 그녀의 고양이다
여름 중 가장 더운 날
같이 살던 그녀의 친구가 나갔다.

나와 그녀의 생활이 시작된다.

그녀는 매일 아침 항상
딱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밥을 내준다.

평소와 다름없는 식사,

늘 상냥한 그녀,

머릿결을 단정히 정리한 그녀는
누구보다도 예쁘고,

등을 쭉 편 채 그녀는 아침 햇살 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다루(고양이)가 바라보는 그녀는 사랑스럽고 상냥하지만 어머니의 재혼 그리고 함께 살던 친구가 떠나면서 취직에 대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다루는 그녀가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곁에서 열심히 응원하는데.. 잔잔한 나레이션과 영화의 전반을 따뜻한 색감으로 그리고 있어서 마음이 푸근해지는 애니다.

 

총 4개의 단편 <그녀와 그녀의 방><그녀와 그녀의 하늘><그녀와 그녀의 눈빛><그녀와 그녀의 이야기>은 총 30분 가량으로 짧지만 잔잔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애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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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7-02-01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일본어 공부하시니 자막 없이 영화도 보시고. 예전에는 자막 읽느라 배우들의 목소리에 신경쓰지 않았는데, 확실히 자막없이 영화나 드라마를 듣게 되면 배우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게 되는것 같아요.

해피북 2017-02-02 17:24   좋아요 0 | URL
앗~ 아니예요~~ 절대 자막없이 다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서요 ㅎㅎ 저는 그저 목소리만 감상했답니다 ㅋ 그리고 저 시험 떨어졌어요 커트라인 10점 부족해서 ㅋㅋ 커트라인도 높은 점수도 아닌데도 말이죠 ㅎ 뭐. 어쩔 수 없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고 즐기면서 천천히 공부하자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공부보다 책이 좋아서 책을 더 많이 읽게 되는거 같아요. 언젠가 다시 시작할 수 있겠죠 ㅋ그리고 자막없이 보게되면 배우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다는 말씀에 백배 공감합니다! ㅎ

희선 2017-02-02 0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튜브 동영상이 보이지 않아서 왜 그런가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전체화면만 안 되었는데, 이제는 아예 보이지 않는군요 이건 제 컴퓨터 인터넷 익스플로러 때문일 거예요 버전이 낮은 거여서... 그래도 영상 봤습니다 그것을 본 사람이 같은 제목으로 만화영화를 만들었군요 비슷하면서도 다를 것 같습니다


희선

해피북 2017-02-02 17:28   좋아요 0 | URL
아휴. 보이지 않으셨다니 답답하셨겠어요. 제 컴퓨터도 요즘 속도로 치자면 조금 연식이 되어가는지라 업그레이드만 하면 속도가 떨어지고 아무리 클릭해도 반응속도가 현저히 떨어져서 답답할 때가 많더라고요. 그래도 이렇게라도 접속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지내고 있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흑백 애니메이션은 일본 애니메이션 계에 최초로 1인 감독연출등 모든걸 혼자 했다고해서 화제가 되었다고 해요. 일본은 세분화 작업이 원칙이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궁금했었습니다. 대체 어떤 작품인가 하고.그런데 흑백이고 자막이 없어서 영상만으로 이해하기가 조금 어렵더라고요. 다만 사카모토 카즈야 감독님의 작품을 통해 대충 이런 이야기겠구나 생각했어요^^ 내용이 꽤 잔잔하면서 따스하더라고요 ㅎㅎ 말씀감사합니다 희선님^^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셔요!

2017-02-13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4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개미 2017-03-04 17:16   좋아요 0 | URL
우와~~~~보내주시면 잘 보겠습니다~~^ㅇ^
 

도서관을 둘러싸고 책을 지키는 사람과 검열하고 파괴하려는 사람들의 전쟁을 그린 내용인데, 제목처럼 전쟁영화를 방불케해 아쉽다. 이 영화를 찍기위해 불태워지고 찢겨지고 파괴되는 책들이 눈에 밟혀 안타까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용에 공감가는 부분은 있지만,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책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해 호소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살펴보니 이 전 영화도 있고 애니도 있고 만화책도 있는 것 같은데 책과 애니는 좀 다를려나? 궁금증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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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7-01-29 0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만화책으로 봤는데 만화는 괜찮았어요~ 재미도 있었구요~

해피북 2017-01-30 05:28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ㅎ 만화책으로도 읽어봐야겠어요 정보 감사합니다 지금 행복하자님^~^
 
오 브라더, 오 시스터!
니시다 마사후미 감독, 카타기리 하이리 외 출연 / 다일리컴퍼니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덥수룩한 머리에 여리여리한 체형.

늘 툴툴거리기 좋아하지만 늘 함께

다니는. 때론 동생같고, 남편같고

친구같고, 애인같은 동생이 그것도

훈남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가타기리 하이리가 주연한 영화

<오 브라더 오 시스터!>를 보며

그녀의 현생이 너무나 부러웠다.

 

저런 남동생을 얻을 수 있다니 하는

사심 가득한 시선으로 관람(물론 집에서)

한 영화 < 오 브라더 오 시스터!>는

포스터 그대로  심쿵 코믹 로맨스다.

 

 

 

 

 

 

 

 

껑충 큰 키(170cm가 넘는다지)에 단발머리.

때론 성별을 혼란하게 만드는 그녀의 외모.

영화 속에서는 대사처럼 박아넣은 진심을

간파한 관객이라면 웃지않고 베길수 없다.

 

"오노데라 요리코 40세

죽어도 헤어스타일을 바꾸지 않는 여자"

 

 

그도 그럴 것이 출연하는 영화에서

(물론 그녀의 영화를 모두 본건 아니다)

한결같은 머리를 고수하고 있으니.

이런 대사가 귀에 콕 박힐 수밖에.

 

 <카모메 식당>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

 

(이 머리는 커트라고 해야할까 ㅡㅡ;;;)

  

이 영화는 어린시절 부모님을 일찍 여윈

오노데라 남매가 그리는 남매간의 우애와

외모 컴플렉스에 빠진 누나 요리코 그리고

첫 사랑에 실패해 사랑이 두려운 동생 스스무가

펼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33세의 남동생 오노데라 스스무는 조향사다. 새로운 향을 개발하는 일이 주요 업무다.

그래서 어느 곳에서든 킁킁거리며 냄새 맡는걸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냄새는

갓 지어진 밥 냄새를 맡는 일이다.

 

누나 오노데라 요리코 40세의 모태 솔로다. 

어릴적 사고로 신경이 죽어버린 앞 이빨에 신경이 쓰여 늘 입을 가리고 웃는다.

사가네 안경점에서 일하고 있으며 영업을 오는 아사노 아키라를 짝사랑 하고 있지만

자신의 외모를 비관하여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잘못 배송 온 편지 한 통.

누나는 직접 전해주자며 스스무와 함께 우편 배송에 나서고

그 일이 인연이 되어 요카노 카오루라는 그림 작가를 만나게 된다.

 

 

스스무가 조향사라는 사실을 알게된 카오루는 자신의 그림에 등장하는 페로라는 강아지의 부족한 부분에 도움을 요청하고, 그런 도움이 싫지 않던  스스무가 잦은 만남을 갖으면서 두 사람은 조금씩 진전이 된다. 과연 스스무는 그녀와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또 한 편에서는 누나 요리코가 짝사랑하는 원데이의 영업사원 아사노 아키라가 자꾸만 그녀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든다. 자상하고 친절한 아키라가 무엇이든 괜찮다 좋다며 자신감을 주는 이야기에 요리코는 자신의 마음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음을 느끼는데...

 

과연 이 남자의 진심은 무엇일까?

그리고 요리코는 자신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이 남매에게는 서로가 드러내지 않는 우애 법칙이 있다.

실연당한 남동생이 늘 걱정인 누나는 <실연을 이기는 스무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읽고 실행할 정도로 남동생을 아낀다. 또 어린시절 친구들이 많은 놀림에도 동생이 골라준 큰 도시락만 가지고 다녔다. 신경이 죽어버린 앞 이빨은 남동생의 장난 때문이었지만 끝내 동생이 미안해할까봐 앞 이빨을 치료하지 않았다.

 

 

남동생 역시 누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을 보살펴주고 앞 이빨의 신경이 죽어 늘 입을 가리고 웃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으며 그런 외모 때문에 연애 한번 못해 본 일에 늘상 미안하기만 하다. 스스무가 사랑했던 연인 요시미가 누나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며 떠났을때도 차마 잡을 수 없었던 아픔이 있기에 이 남매의 속사정을 듣고 있으면 참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러나 이 남매의 모습은 너무 사랑스럽다.

함께 자전거 타고 장보러 가기, 빨래 걷기, 이발소에 가서 머리 깍기, 마당에서 군고구마 구워먹기 그리고 힘든 일이 있을 땐 즐거운 일을 생각해! 라며 서로 고교시절의 추억담을 떠올리고 베시시 웃으며 격려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몰래 먹고 싶은걸 장바구니에 넣는 스스무 >

 

 

<친구네 이발소에서 머리깍기>

 

 

< 마치 게임을 하듯 즐겁게 빨래 걷기>

 

<마당에서 고구마 구워 먹으며 음미하기>

 

 

이렇게 사랑스러운 남매 스스무와 요리코는 사랑에 성공 할 수 있을까?

사랑에 서툴러 망설이고 고민하는 모습이 우리네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는 이 영화의 뒷 부분은 앞으로 보실 분들을 위해서 남겨둔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소소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다.

 

남매가 자주 마주하는 장면은 식탁 위에서다. 소박해보이는 반찬들에 일본 특색이 묻어난다. 일본서를 읽다보면 야채 절임이나 생선 구이 그리고 장국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딱 책에서 읽었던 밥상이 눈앞에 펼쳐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허영만 선생님의 <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에 보면, 일본인의 젓가락 위치에 관한 글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젓가락을 세로로 놓는데 반해 일본은 가로로 놓는다는 대목이 있었고 일본은 장래 풍습 중 유골을 젓가락으로 집기 때문에 절대 음식을 젓가락으로 집어 상대에게 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중에서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건 젓가락의 방향이었다. 또 일본에서는 밥을 수저로 먹지 않기 때문에 밥그릇을 들고 먹는다고 하는데 그 모습 역시 볼 수 있어서 한국과는 다른 문화를 실감 할 수 있었다.

 

 

또 가다랑어를 직접 갈아쓰는 모습이 신기하다. 물론 심야식당에서도 본 적이 있지만 볼때마다 신기하다. 보통 시중에서 구매하는 한국과 달리 직접 갈아 바로 음식에 넣는 맛은 어떨지. 그 맛이 자못 궁금해진다.

 

 

그리고 일본 골목길의 풍경들.

 

 

 

 

 

 

 

 

 

 

배꼽 빠지게 웃을 수 있거나 설레임 가득 안겨주는 영화는 아니지만, 찬바람 쌩쌩부는 겨울날 따뜻한 이불에 폭 감겨, 전해지는 온기 만큼 마음을 데워주는 영화 한 편이라 자주 보게 된다. 오노데라의 이야기는 일본 연극으로도 공연되고 있다고 한다. 먹고 싶은 음식 때문에 훌쩍 여행도 떠난다는데 나는 이 사랑스러운 남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도 훌쩍 일본이라는 나라로 떠나고 싶어졌다. 또 그녀의 책 <나의 핀란드 여행>을 읽은 독자라면 심히 그녀의 성격이 잘 드러난 영화라는 사실을 단박에 느낄 수 있을터. 그녀의 유쾌한 성격을 직접 느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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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1-12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생각나요 저 여배우. 카모메 식당에서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던 저 모습 그대로 생각나네요.

해피북 2017-01-12 18:27   좋아요 0 | URL
ㅎㅎ 개성적인 외모를 가지셔서 아마도 보지 않으신 분들은 모르시겠지만 한번 보신분들은 잊지 못하실꺼 같아요 ㅋ댓글 감사합니다~ 맛있는 저녁식사 시간 되세요^~^

AgalmA 2017-01-13 0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울보는 저 표정,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에서 마츠코가 특유의 표정 만들던 게 딱 오버랩~ 뭔가 밴치마킹한 기분이 들어요ㅎ
일본의 이런 영화들 정말 사랑스러운 듯.

해피북 2017-01-15 01:19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아갈마님이 말씀해주신 영화를 보지 못해서요 ㅎ 그렇지만 이런 일본영화가 사랑스럽다 말씀하신 부분에서는 엄지척 동감합니다.ㅋ 아갈마님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보슬비 2017-01-14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께서 재미있게 설명해주셔서 더 보고 싶은 일본영화네요. 이런류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영화 참 좋아요. 정말 겨울에 잘 어울리것 같아요.^^

해피북 2017-01-15 01:21   좋아요 0 | URL
ㅎ 말씀 감사해요. 저는 일본영화 많이 보진 못했지만 보다보면 조금 싱겁단 느낌 많이 받았는데요 요 영화는 제 정서에 딱 들어맞더라고요 ㅎ 제 기준으로는 손에 꼽히는 영화였답니다 ㅎ 보슬비님 밤이 깊었습니다. 꿀밤되세요^~^

일상의준 2017-03-13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모메식당을 시작으로 계속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

해피북 2017-03-13 09:59   좋아요 0 | URL
ㅎ 저두 카모메식당 즐겁게 봐서 일상의 준님이 반가워요~~ 앞으로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눠요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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