昨夜のカレ-、明日のパン (單行本)
木皿 泉 지음 / 河出書房新社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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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기자라 이즈미(木皿泉)의 이 작품은 여덟 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연작소설이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데쓰코의 직장동료이자 애인 이와이, 가즈키의 소꿉친구였던 스튜어디스 다카라, 가즈키를 동경하던 사촌동생 도라오, 가즈키가 어릴 때 병으로 죽은 어머니 유코 등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점을 달리하며 결국엔 퍼즐이 맞춰지듯 완성된다.

 


무무무


 

무무무는 시아버지인 기후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비행기 승무원이었던 무무무는 어느 날 갑자기 웃을 수 없게 되어 회사를 그만두었다. 별명의 유래가 재미있다. 기분이 좋지 않으면 싫은 표정을 감추거나 화난 것 같이 눈썹이 찡그려졌는데 그것을 감추려고 하면 무무무같은 얼굴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목과 달리 데쓰코와 이와이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데쓰코의 남편이 죽은 지 7년이 지났는데, 시아버지와 데쓰코는 한 지붕 밑에서 살아간다.

주변 사람은 그것을 좀 희한하게 생각하는 눈치다. 이와이씨는 결혼을 해야 한다며 살짝 치근덕거린다. 데쓰코가 생각하기에 저게 무슨 프로포즈인가 싶은 말을 자꾸만 한다. 데쓰코는 남편이 없으니 자기가 좀 쉬운 여자로 보였나, 생각되어 화가 났다. 그래서 자신은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까, 하루를 비우라며 이와이씨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한다.

 


데쓰코는 태풍이 온다는 말을 듣고 장화를 신고 이와이 씨 집에 간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고 들어가기 전 마음이 복잡해진 걸까. 통로에 쓰러져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데쓰코는 일단 이와이 씨 집에 들어간다. 후다닥 청소를 하던 중이었는지 반은 깨끗하고 반은 엉망이다. 난데없이 등을 내밀더니 파스를 떼어달라고 한다. 데츠코는 이와이 씨가 싫은 건 아니지만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데쓰코가 19살 때 결혼을 하게 된 건 집이 싫어서였다. 부모와 사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음울하고 어두운 집이 싫었다. 엄마는 청결한 것을 좋아해서 그것에 꽤 집착했다. 테츠코는 자기가 생각하는 괜찮은 가정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테츠코는 이와이 씨에게 가족을 만드는 게 싫어서 결혼하는 것도 싫다고 한다.

 



파워 스폿

 


가즈키의 소꿉친구였던 스튜어디스 다카라는 튼실한 체격인데. 카즈는 몸이 약하고 잘 먹지 않아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서로 거꾸로 됐으면 좋았겠다는 말을 주위 사람들에게 들었다. 문병을 갔던 다카라는 카즈가 병이 낫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죽지 마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인다. 다카라는 고향집에 들렀다가 카즈가 죽었다는 말을 듣는다. 놀라지도 울지도 못하고 멍해졌다. 눈사람이 스키를 타는 모양의 인형은 카즈가 없어도 잘 있을까 생각한다.

 



다카라는 최근 무얼 해도 즐겁지가 않았다. 그리고 돌연 웃을 수 없게 되었다. 신경클리닉에 간다. 돌아오는 길에 중학교때 동급생이었던 사카이를 만난다. 그는 산부인과 의사를 했었는데 웃음이 과다해서 그게 문제가 되어 그만두었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절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정좌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연을 듣는다. 자기 자신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위안을 받는다. 좋다는 약을 먹었지만 낫지는 않고 갑자기 휴직을 한다. 휴직을 하다가 퇴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예전같이 않았고 다카라도 이미 자신이 돌아올 곳은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벌어놓은 돈이 바닥이 나고 본가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카라는 밤에 밖에 나갔다가 카즈의 아버지를 만나고 별자리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정신이 든 다카라는 카즈의 아버지에게 혼자 살아있는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말을 하다가 울음을 터뜨린다. 카즈와 함께 이끼를 떼어내며 놀던 추억을 떠올리며 울었다. 다카라는 카즈의 유물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수학여행 때 자기가 선물한 눈사람. 알고보니 카즈는 남겨두고 간 것이 많았다. 그후에도 다카라와 카즈의 아버지는 만나서 별자리를 보거나 카즈를 추억한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떴지만 카즈의 아버지는 엄청나게 슬퍼하지는 않는다. 죽어서 별이 되었다는 걸 믿지 않았는데 다카라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면서는 마음이 좀 바뀌었는지 별이 되었다는 것을 믿기로 한다.



가즈키

 


가즈키의 학창시절 모습과 엄마 유코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아침에 빵을 먹기 싫었는데 엄마는 빵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엄마가 도시락을 싸주면 방심할 수 없었다. 가즈키의 도시락을 본 아이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엄마가 만든 도시락이 부끄럽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진심을 말해버리면 회복 불능이 될까봐 입을 다물고 참았다. 엄마가 만든 도시락은 볼품이 없고 유행에 뒤떨어졌다. 옷도 친척들이 입던 옷을 물려받아 입어서 친구들 사이에서 부각되었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도 가즈키는 책을 읽는 아이가 되었다.

 



빵 심부름을 시킨다고 마지못해 우산을 쓰고 나섰지만,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좋아서 마음이 차분해졌다. 혼자 우산 속에 있으면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자신만의 장소가 확실하다는 느낌에 비오는 날을 좋아했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 아이 하나가 들어가도 되느냐며 우산 속으로 뛰어들어왔다. 우산을 보고 여자분인 줄 알고 들어온 여자 아이와 가즈키는 서로 놀란다. 강아지를 안고 있던 여자아이는 강아지가 비에 젖지 않게 하려고 그랬던 것이다. 카레 냄새를 풍기던 여자아이와 얘기를 하며 걸어가다가 그 아이가 자신의 집 쪽으로 가자, 가즈키는 멍하게 바라보았다. 자신이 강아지를 안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가즈키가 17세 때 엄마는 돌아가셨다. 좀더 상냥하게 대해주고 싶었는데 반항기여서 그러지도 못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공통의 언어를 가지지 못한 아빠와 가즈키는 필요한 말 밖에 하지 않았다. 주인없는 물건들은 박물관에 가만히 앉아있늠 물건들 같았다. 먼지가 쌓여가고 어둡고 음침한 집이 싫어서 백화점 같은 밝은 곳으로 돌아다녔다. 그렇게 마음이 맞는 친구와 쏘다니다가 문득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며 슬픔에 빠진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 여자아이, 고등학생이 된 그녀와 마주치고...

강아지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자, ‘이라는 그 강아지는 아직 살아있다고.

언제나 가만히 있지 않고 늘 무언가 하면 움직이던 엄마를 생각한다. 엄마는 그랬다.



 

[움직이는 것은 살아있는 것. 살아있는 것은 움직이는 것] 이라며 무서운 얼굴로 화를 냈다.


 

[이 세상,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섭지 않아. 괜찮아.]”

 

 



이 소설은 큰 사건이나 반전도 없는 어쩌면 단조로운 이야기다. 웃지 못하는 증세로 퇴직한 승무원, 오토바이 사고로 무릎을 꿇지 못하게 된 스님, 자기를 차버린 애인이 죽었다고 거짓말하는 여선생, 제각각 상실과 서투름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우습고도 귀여운 캐릭터들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어서 정겹게 느껴졌을까. 데쓰코는 남편이 없는 빈자리를 시아버지와 함께 어덯게 살아갈 수 있을까 궁금했다. 상실의 슬픔을 겪은 데쓰코가 슬픈데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은 빵 한 덩이 덕분이었다. 강아지를 품고 가즈키의 우산 속에 뛰어들었던 어린 데쓰코, 다시 우연히 재회하던 날도 비가 내렸고 그들은 어떤 운명을 느꼈을까. 하지만 너무 짧게 살다가 간 가즈키가, 남겨진 데쓰코가 가여운 마음도 들었다. 결혼하고 싶어서 채근대는 이와이를 거절하는 걸 보면 데쓰코의 마음속엔 가즈키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이 슬펐지만 차츰 안정을 되찾는다. 슬픈 일이 있어도 거기에 압도되지 않는다. 그들과 함께한 추억이 있고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고 그것이 삶이니까.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위로를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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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7-01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작가 부부가 쓴 일드 수박도 좋았습니다 ☺

모나리자 2022-07-01 09:53   좋아요 1 | URL
이 작가의 일드를 보셨군요. 방송 드라마 쪽도 활발한 작가인 듯합니다.
감사해요~스콧님~
7월도 멋지게 화이팅 하세요~!!^^

새파랑 2022-07-01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일본어=모나리자님~!!
기자라 이즈미 작가님은 처음 들어본거 같아요 ㅋ 번역본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모나리자 2022-07-01 15:01   좋아요 1 | URL
네~ 번역본 나와 있더라구요~
더욱 분발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새파랑님.^^
7월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 많으시길 바랄게요~^^
 
コ-ヒ-が冷めないうちに (單行本(ソフトカバ-))
川口俊和 / サンマ-ク出版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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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어느 거리의 어느 찻집 어느 좌석에는 이상한 도시전설이 있었다.

그 자리에 앉으면 그 자리에 앉아있는 동안만은 원하는 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다만, 귀찮은 룰이 있었다.


1. 과거에 돌아가도 이 찻집을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만날 수가 없다.

2. 과거에 돌아가 어떤 노력을 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3.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자리에는 먼저 온 손님이 있다.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것은 그 손님이 일어났을 때뿐.

4.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자리를 뜨면 이동할 수 없다

5. 과거에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커피를 컵에 따르고 나서, 그 커피가 식기 전 동안만.

이 찻집의 이름은 후니쿨리 후니쿨라

이렇게 찻집에 전해져오는 신기한 전설과 룰을 언급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연인, 부부, 자매, 임신부의 이야기. 4개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중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1. 연인


교제 3년째 되던 날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라며 불러낸 남자는 일 때문에 미국에 가게 되었다는 말을 듣는다. 노골적으로 헤어지자는 이별통보는 아니었지만 불과 몇 시간 후에 비행기를 타야 된다는 말을 들었으니 이별통보나 마찬가지였다. 찻집에 마주 앉은 두 남녀의 대화는 긴장되고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미안했는지 주눅이 든 채 얘기하던 남자는 시간이 지나자 담담해지고 마침내 떠나게 된다.

 


후미코는 고교때 독학으로 6개국어를 마스터하고 와세다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도내 의료계 대기업 IT회사에 입사. 2년째에는 치프로써 여러 프로젝트를 맡은 커리어 우먼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용모인지 누구든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연애를 하긴 했지만 일과 연애를 할 만큼 몰두했기 때문에 남자들의 유혹을 먼지 털어내듯이 거절했다.

 


의료관계 회사의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을 하다가 3살 연하인 고타로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2년 넘게 교제하다가 바로 1주일 전에 미국을 가게 되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것이다. 평소 만나던 찻집은 임시휴업이라고 했고, 어릴 때 흥얼거리던 노래에 이끌려 지하에 있는 찻집에 들어갔는데 바로 그 가게가 앞에서 말한 도시전설이 있다는 장소이다. 남자보다는 일과 연애를 하는 것처럼 일에 몰두했던 후미코였지만 고타로와 그렇게 헤어진 것은 마음에 상처를 남긴 듯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났을 때 그 찻집에 갔다가 점원과 얘기를 하다가 엉뚱하게 다시 1주일 전 과거로 돌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고타로와 다시 잘 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일하는 도중에도 어서 가서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실수 연발이었다. 고타로의 만남 재개가 중요했을까, 아니면 도시전설을 확인하고픈 호기심이 더 컸을까. 자꾸만 히라이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 고타로와는 다시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을까. , 이런 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과거의 어느 때를 돌아보면 아쉬운 부분이 누구나 있지 않던가. 현실이야 바꿀 수 없다지만 과거의 어느 시점을 원하는대로 다시 돌려놓을 수 있다면 한결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하지만 과거에 돌아갈 수는 있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돌아가더라도 현실에 영향을 주는 간섭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 등 규칙을 다시 강조한다. 고타로와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후미코는 그러면 의미없는 일 아니냐고 항의하면서도 한조각 가능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고심하는 눈치다. 그런데 한술 더 떠서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더욱 믿을 수 없었다. 왜 그런 룰이 존재하느냐고 물어도 모릅니다라는 대답 밖에 들을 수 없었다.

 


그래도 후미코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고타로가 미국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라도 했더라면 좋았을 걸 생각한다. 후미코는 그 자리가 어디냐고 묻자, 카즈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자가 앉은 곳을 가리킨다. 후미코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자리를 바꾸어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 여자는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 카즈는 그런 후미코에게 소용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녀는 유령이었기 때문에. 그런데 유령이 저렇게 확실하게 보이는 사람이라니 이 또한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진짜인지 확인해보려고 말을 걸고 자리에서 끌어내기까지 한다. 그러자, 그때까지 어른답게 책을 읽던 여자가 갑자기 후미코에게 노려보면서 공포분위기가 된다. 카즈는 저주를 받은 거다. 억지로 끌어냈기 때문이라며 후미코를 나무란다. 유령은 한바탕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더니 커피를 리필해달라고 하더니 다시 점잖게 책을 읽는다.

 


어떻게든 그 자리에 앉아보고 싶었던 후미코는 이제나 저제나 초조해하는데...

카즈는 유령이 하루 중 딱 한번 화장실에 가는데 그 틈에 앉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밤낮을 구별은 못한다고 한다. 그 자리에 앉고 싶었던 사람은 후미코만이 아니었다.

기다리다 지쳐서 테이블에 엎드려 자다깨기를 여러 번. 책을 읽던 유령이 화장실에 간 것도 모르고 잠들었던 후미코가 잠이 깨어 몽롱해졌을 때 카즈는 기회가 왔다고 알려준다. 커피를 잔에 담겨진 순간부터 그 커피가 식기 전까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이런저런 룰이 많고 현실은 바꿀 수 없다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특히 식기 전에 그 커피를 모두 마셔야만 한다. 아무튼 정해진 룰을 지켜야만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성공할 수 있다. 이 유령도 남편의 과거와 만나러 왔었는데 룰을 지키지 않아서 유령이 되었다고 했다.

 


정말 과거로 돌아가는 것처럼 후미코는 묘한 흔들림을 몸으로 느끼며 1주일 전의 고타로를 만나게 된다. 일과 연애를 하다시피 최우선으로 여기며 살아왔던 후미코는 미국으로 가겠다는 고타로를 말리지 못한 것 등, 2년 일 때문에 만나게 되어 교제했던 일, 중대한 미스를 발견하고 거래처에 납품을 망설이고 있을 때 무단결근을 한 고타로의 실수라고 의심하던 일 등을 떠올린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번도 듣지 못했던 고타로의 속마음을 듣게 된다... 여기서 후미코는 상대방의 입장은 생각해보지 못했던 자신을 깨닫는다. 그리고 반전 같은 마무리! 정말 여기서 말하는 룰처럼 현실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 하지만 후미코는 어느때보다 행복한 기분이 되었다. 왜 그랬을까? 바로 미래는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직접 알게 된 후미코는 앞으로의 일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자, 그건 손님이 하기 나름이죠... 라는 카즈의 대답이 돌아온다. 그거였다. 현실은 바꿀 수 없지만 앞으로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 아무런 상의도 없이 미국으로 떠난다고 통보하던 고타로는 후미코에게 꼭 돌아올테니 3년을 기다려 달라고 했던 것이다.

 


2. 부부의 이야기

 


찻집의 내력이 나온다. 메이지7년에 오픈해서 140년이나 지나서 에어콘도 없고, 일본에 커피가 들어온 것은 에도시대 도쿠가와 츠나요시 시대였다는 등 오래된 이 찻집의 분위기들 자세하게 묘사하면서 시작된다.

이 이야기에서는 부모와 의절당하고 언니가 집을 나간 바람에 부모가 운영하던 고급 여관을 물려받게 된 여동생이 언니에게 편지를 전해달라는 사연이 나온다. 아마도 이 찻집 사람들도 그 언니를 아는 모양이다. 동생 히라이 쿠미가 이 찻집에 온종일 앉아 편지를 쓰고 점원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언니 히라이는 카운터 밑에 숨어서 다 듣고 있었다. 하지만 이 얘기보다는 후사키 부부의 사연이 중심이 되고 있다.

 


후사키는 앞 이야기에서도 손님으로 등장했었다. 하루 종일 여행 잡지를 보며 무언가 끄적이는 남자로 나왔다. 젊은 나이임에도 알츠하이머형 인지증을 앓게 되어 기억장애를 일으키고 있었다. 이 병은 뇌 신경세포가 급격하게 줄어서 뇌가 병적으로 위축되고 지능이 저하되는 병이었다. 그는 카즈에게 아내의 편지를 전해 달라고 한다.아내가 있었다는 건 아는데 이름도 기억할 수 없고 눈앞에 아내 코타케(간호사)가 있었는데 자신의 아내라는 걸 몰랐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코타케는 언제가는 후사키가 자신을 완전히 잊어버리게 되는 날이 올지라도 간호사로써 그를 지탱해 줄거라고 넌지시 말하곤 했다.

 


아내 코타케도 이 찻집에 와서 남편을 지켜보았지만 도무지 기억에 없는지 알아보는 법이 없었다. 후사키의 증상은 보통의 환자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 있었다. 후사키는 어떤 내용의 편지를 썼을까. 기억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는데 어떻게 편지를 썼을까 궁금했다. 앞에서 후미코가 1주일 전의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후사키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후미코의 경우처럼 소설을 읽고 있는 유령이 잠깐 화장실에 간 틈을 타서 후사키와 코타케는 그 자리에 앉는다. 코타케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어떻게든 후사키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한다. 당신병은 나을테니까 안심하라고, 거짓말일지라도 일단은 남편의 불안을 없애주고 싶었다. 후사키는 마주 앉은 코타케를 바라보면서 말없이 편지를 건네준다. 편지는 카즈가 읽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기억을 잃기 전 후사키의 목소리가 들어있었다. 내가 기억을 점점 잃게 되어도, 당신을 잊게 되는 일이 있더라도, 냉정하게 간호사라는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겠지만, 아내로써 할 수 있는 일만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부부니까, 힘들면 헤어지면 그만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계속 아내로 있었으면 좋겠다. 맨 마지막엔, 참으로 죄송합니다... 이런 내용이었다.

 


코타케는 남편의 병을 알게되었을 때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게 혼자서 끙끙 앓았었는데 남편은 먼저 알고 있었고 자신이 아내에게 민폐가 될까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점점 기억을 잃고 눈앞에 있는 아내도 알아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찻집의 특정한 자리에 앉아 과거로 돌아가 못다한 말을 전해준 것은 어쩌면 다행이었을까. 커피가 식기 전까지의 제한된 시간이 끝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현실.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던 코타케는 좀 가벼운 마음이 되어 찻집을 떠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흥미로운 도시전설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을 소중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무언가 다시 수정하고 싶은 과거가 있는가? 우리가 만나고 관계를 짓고 살아가면서, 아니면 과거의 나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거나 후회되는 일이 누구나 있지 않을까. 나도 과거로 돌아가서 아쉬웠던 삶의 부분을 고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소설같은 이야기는 우리 현실에서는 꿈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소확행이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나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거울삼아 나답고 행복한 시간을 쌓아가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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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6-01 0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재가 바뀌지 않더라도 과거로 한번쯤은 돌아가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과거에 대한 꿈을 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일본어 천재 모나리자님은 원서도 뚝딱~!!
재미있을거 같아요 ^^

모나리자 2022-06-01 22:05   좋아요 2 | URL
그쵸. ㅎ 저도 과거의 어느 한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제대로 수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네요. 천재라니 무슨 말씀을요.ㅎ 천재였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이 일본에서 영화로도 만즐어졌나봐요. 소재가 참신하고 재미있었어요.
선거일 휴일 잘 보내셨지요~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새파랑님.^^

바람돌이 2022-06-01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런 카페의 좌석 진짜로 있으면 좋겠네요. 어쩌면 그리운 이를 볼수도 있지 않을까 뭐 그런생각에요. ^^

모나리자 2022-06-01 22:08   좋아요 1 | URL
네, 재미있을 것 같아요. 과거의 어느 시점에 아쉬웠던 일을 되돌리거나 전할 수
없었던 얘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사해요. 바람돌이님~ 6월에도 건강하시고 화이팅 하세요.^^

서곡 2022-06-11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책이 있군요 영화를 봤어요 표지가 이쁘네요

모나리자 2022-06-11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영화를 보셨군요! 환타지 요소가 들어 있어서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감사해요. 서곡님 굿밤 되세요.^^
 

앞으로 반도체 빅사이클이 도래한다면 가장 선두에서 수혜를 볼장비 기업은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ASML홀딩일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므로 ASML 홀딩에 대해서 지속석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P112

기적에 가까운 위탁생산 능력 TSMC는 1987년 대만에 설립되었고, 설계와 생산까지 하는 것이일반화되어 있던 반도체 시장에 처음으로 파운드리 모델을 도입해서
‘반도체의 OEM화‘라는 생태계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TSMC가 있어서 설계 능력만 있으면 공장을 만들지 않고도 얼마든지 반도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퀄컴, 엔비디아 외에도 애플, 테슬라, 구글 등 비반도체 회사들도 직접 반도체 칩을 설계하면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이 모든 업체의 반도체를 생산해줄수 있는 기업이 바로 TSMC와 삼성전자라 할 수 있다.
- P114

TSMC는 3나노 공정 개발도 앞당기고 있다. TSMC는 2022년 상반기부터 3나노 공정에서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해당 3나노 공정 기반의 도입은 애플의 A16 칩에 전량 적용될 예정이다. 3나노 공정 칩은 기존 5나노 칩 대비 소비전력이 최대 25~30% 향상된다. 성능도 10~15% 향상될 것으로 예측된다. 애플은 초기 불량을 감수하고 최신 프로세서에 3나노 웨이퍼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이처럼 TSMC가 투자를 확대하면서 추격자 삼성전자와의 불꽃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과 위드코로나 시대에 들어서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TSMC는 그 중심에서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이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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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이유는 상환 방식에 있다. 즉 기존 은행권의 만기일시상환,
만기원금이자상환 등의 상환 방식과 달리 페이팔 결제 솔루션에서발생하는 매출의 일정 비중을 선취하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회수했다. 그렇기에 업체는 대출을 받을 때 월 매출에 맞게 상환 비율을 설정할 수 있고, 대출도 빠르게 받을 수 있다. 장사가 잘 안 되어 매출이안 나온 달에는 다음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연체료없이 상환 기간을늘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생의 비즈니스가 아닐 수 없다. - P64

최근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무서운데, 페이팔도 그 기세에 일조하기 시작했다. 경쟁 업체인 스퀘어(Square)가 캐시앱(Cash App)을 통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한다고 발표하자 페이팔도 비트코인 결제를자사 플랫폼에서 허용함으로써 비트코인을 공식적 통화 수단의 하나로 인정한 것이다. 또한 주식 중개까지 직접 서비스하겠다고 밝힌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들이 앞으로 페이팔의 꾸준한성장세를 뒷받침해주는 좋은 근거가 될 것이다. - P65

페이팔은 시가총액 약 400조 기업으로서 향후 5년간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이 연평균 20%씩 성장하는 몇 개 안 되는 기업이다. 중국의 고페이(GoPay)의 지분을 100% 인수하고 중남미, 동남아시아에서도 적극적인 파트너십 체결로 앞으로 더욱 빠른 성장을 기대하고있다. 페이팔은 현금 없이 사는 사회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기업이라하겠다. - P65

비자는 카드 발급사와 가맹점 사이의 결제망을 제공하는
 결제 네트워크사로, 단순한 카드사가 아님에 유념해야 한다. 모두 비자를 카드사로만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전 세계 200여 개국의 플랫폼, 비자 브랜드 카드를 발급하는 1만 6,000여 개의금융기관, 약 5,900만 개에 달하는 글로벌 가맹점 고객을 보유해 결제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중간자라고 보면 된다. 이 과정에서 비지드 보유자가 비자 가맹점에서 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거래 승인,
제 처리 관련 수수료가 비자의 주요 매출처다.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몰에서의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비자는 그 수혜를 톡톡히 입고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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宇宙のみなしご (單行本)
모리 에토 / 講談社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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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인 나는(요코) 14세 소녀다. 한 살 아래 남동생 링이 있다. 나는 2kg의 미숙아로 태어났지만 남들보다 늦된 것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누구보다 일찍 섰고 말이 빨랐다. 남동생은 정반대로 4kg의 헤비급으로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 성장하더니 인생 최초의 훈련이 다이어트가 되었다. 둘은 성격도 극단적으로 달랐다. 나는 충동적이고 성질이 급했지만 동생 링은 희노애락 중 ()’를 어디에 빠뜨리고 온 것 같은 아이였다. 부모님은 시내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어서 꽤 바빴기 때문에 집에는 늘 둘만 있었다. 싸움도 거의 하지 않았다. 옛날에는 놀다가 울부짖거나 고함을 치더라도 그걸 말리러 오는 사람이 없어서 허무한 적도 있었다. 어쨌든 평화공존이라고 할까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서로를 위한 것이라고 배웠다.

 



이렇게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남매에게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했다. 둘만 있는 시간이 길어서 지루하지 않기 위해 남는 시간을 어떻게든 재미있게 놀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바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필사적으로 바다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을 생각했다. 빈 땅에서 씨름을 하거나 이웃 사람의 연못에서 제멋대로 물고기를 잡는다거나 뭐든 하면서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그것이 전부였고 살아가는 지혜의 모든 것이었다.

어느 날 꿈속에서인 듯 요코를 부르는 링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잠자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누가 깨우는 것을 제일 싫어했는데 링만은 너그럽게 용서할 수 있었다. 나를 부르는 링의 목소리는 좋았다. 커튼 저쪽에 비치는 아침 햇살처럼 부드러웠다. 사오리씨는 직접 손으로 만 초밥을 먹으러 오라고 했단다. 학교 마치고 오면 7시가 넘으니까 함께 가자고 한다. 그러더니 요코, 시대는 시시각각 흘러가라는 링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등교거부를 한지 딱 1주일이 되었다. 왜 등교 거부를 했을까? 요코는 형사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심각한 등교거부를 할 이유가 없었다. 동기가 정말 없었다.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 끝난 순간 기대하고 있던 여름방학도 끝나버렸다. 우울한 기분으로 학교에 갔는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담임이 바뀌었다. 담임인 스미레짱은 영어선생인데 교과서를 싫어해서 비틀즈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젊고 활기차서 쉬는 시간이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오후 수업은 지각하는 날이 많았다. 학생들은 선생에게 열광적이었고 부모들과 교사들은 싫어하기도 했다. 그렇게 건강하던 스미레짱이 병으로 긴 휴가를 얻었다니. 그래서였다. 스미레짱이 없는 학교는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하루하루 집에서 뒹굴뒹굴하다보니 1주일이 되었다. 그러니까 등교거부의 이유는 농땡이치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부모님도 억지로 학교에 가라고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집에 있을 거면, 집안일을 맡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매일 아침 850분이면 새 담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도쿄 사람, 도쿄 사람이라는 소동을 피웠기 때문에 요코는 조금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학교에 나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주눅이 들었다.

 



사오리씨네 집에서 링과 만나고 사오리씨와 요코는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옥신각신 불꽃을 튀긴다. 이것을 중간에서 막는 사람이 링이었다. 언제나 누구 편도 적도 만들지 않고 유치원때부터 지금 중학생이 되어서도 그렇게 유지했다. 컨디션 좋은 팔방미인이라고 해야 할까. 요코는 그런 동생을 기특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눈치다. 알맞게 취한 사오리씨는 자신의 어린이 시절 이야기라면 몰라도 막부 말기 때 이야기까지 꺼내면서 요코가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을 염려한다. 자고 가라며 먼저 침실에 들어간 사오리씨가 잠든 후에 둘은 집으로 돌아온다. 요코와 링이 돌아오는 길을 묘사한 부분이 나온다. 곧장 집에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내키는대로 골목에 들어가나 사소한 발견을 하며 두근대며 걷는다. 일부러 먼 곳을 돌아가면서 심야의 산보를 즐기는 남매가 떠올라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참 정겨운 장면이다.

 



그러다 불쑥 링이 요코에게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이 나 때문이 아니야? 라고 말을 꺼낸다. 어릴 때부터 좋은 놀이친구였다. 부활동을 하는 링이 귀가가 늦고 시간이 없어지는 바람에 함께 공유하며 놀지 못해서 스트레스가 쌓여서 학교에 가지 않은 거 아니냐는 등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지붕에 올라가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를 본다. 달빛도 좋은 밤에. 그때 섬광처럼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 지붕에 함께 올라가자는 거였다. 지붕에 올라가기 위한 최적의 조건들을 늘어놓는다. 일단 올라가기 쉬운 지붕을 고를 것. 인기척이 드문 좀 떨어진 장소, 집이 밀집된 주택지는 피할 것, 수상한 소리를 내면 주민들을 깨울 수 있으니 조심할 것, 동작은 천천히, 신중하게 할 것, 사적인 대화는 삼갈 것, 내려올 때가 어려우니 항상 도망갈 곳을 생각해 두어야 하고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에 함석 지붕에 올라갔다가 위험에 처했던 에피소드는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함석에서 그렇게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줄도 모르고 올라갔는데 당황해서 바동바동거릴 때마다 함석 지붕에서 나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주인에게 들키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요코는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새 담임 선생의 정성 때문이었을까. 2주간의 등교거부는 그렇게 끝났다. 그런데 누군가 다가왔다. 왜 학교에 안 나왔는지,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등 왜 모임에 나오지 않았는지 물었다. 동생 링 편에 편지를 전해준 그 남학생이었다. 별명은 키오스크로 통했다. 뭐든지 다른 사람의 잔심부름꾼 노릇을 하면서도 싫은 기색이 없었다. 평소와 달리 생기있는 키오스크의 말을 듣다가 그만 요코는 자기도 모르게 빠지게 된다. 세기말에 인류가 멸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최후의 결전을 위해 하는 모임이었다. 중학생부터 치과의사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활동을 한다고 일장 연설을 하며 키오스크는 요코에게 집회에 나올 것을 재촉한다. 요코는 그런 이상한 사람들과는 놀기 싫다며 거절한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미짱이 편지를 건네주며 키오스크를 조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소문 난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생 링에게 좋지 않은 소문이 들린다고 말한다. 금시초문이었다. [어린 풀 이야기]라는 네 명의 그룹 중 나나세와 링이 교제하고 있다는 얘기였다.그리고 그룹의 허브가 되었다는. 원래 링은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중학교 1학년이고 그런 적이 없어서 요코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키오스크도 알고 있는 걸 요코만 몰랐다.

 



어느 날 링과 요코가 저녁을 먹는데 내일은 친구를 데리고 와서 자기가 식사 당번을 한단다. 자연스럽게 말을 꺼내고 나나세 얘기가 나오는데, 나나세는 링과 같은 육상부원이었다. 그런데 그 나나세가 요코를 동경했다는 말을 전해준다. 별로 얘기도 하지 않은 친구가 그런 말을 하다니 요코는 놀란다. 링은 그래서 초대했다고. 소문처럼 나나세는 그룹에서 왕따를 당한 건 아니었다. 육상부에 들어와서 연습하느라 자연히 멀어진 것이었다. 링이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요코와 나나세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밥을 먹고 얘기를 하다가 자기도 지붕에 올라가는 걸 끼워달라고 말한다. 링은 위험해서 안 된다고 하지만 결국 나나세와 함께 지붕에 오르기로 한다. 부모님이 죽을 정도로 바빠서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고 한 날을 찬스로 여기고 날씨가 좋기만을 바란다.

 



한편 키오스크는 요코에게 다가오더니 다시 집회가 있으니 가자고 꼬드긴다. 인류 멸망의 전조가 보이는 데이터를 알려주는 작가 선생이 온다는 등 이럴때만 생기있는 키오스크의 말에 다시 말려들다가 질문을 하고 만다. 각자 사명을 다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는 대전사다,

 



셋은 드디어 지붕에 오르기로 한 날 요코네 집에서 자고 한밤중이 되어 밖으로 나간다. 오르기 좋은 지붕을 찾았지만 결국 함석 지붕이었다. 차례대로 무사히 올라가 뿌듯한 마음과 함께 하늘의 달과 별들 구름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 있는데 그만 들키고 만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들은 적 있는 목소리다. 하필이면 키오스크에게 들키다니. 키오스크는 위험한데 왜 지붕에 올라갔느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꼬치꼬치 캐묻는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밤 8시만 되면 전화를 걸어 아무리 생각해도 지붕에 올라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며 귀찮게 군다.

 



그러더니 결국은 키오스크가 자기도 지붕에 올라가고 싶다고 한다. 요코는 거절하지 못한다. 자기도 처음에는 지붕에 오르는 것이 겁이 났지만 올라가 보고 싶은 호기심이 더 컸었다. 

링이 들뜬 발걸음로 뛰어온다. 엄마 아빠는 일이 너무 바빠서 집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했다. 찬스다! 링이 들뜬 발걸음로 뛰어온다. 이제 지붕에 올라갈 사람은 네 명이 되었다. 처음인 키오스크는 왠지 겁나는 모양이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다며 걱정을 한다. 미끄러울 것 같다, 들킬 것 같다며 불평을 한다. 아무튼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 나나세, 키오스크, 요코 이 순서대로 오르기로 미리 정해두었다. 링과 나나세는 이미 지붕에 올라가 여유자적 하고 있다. 겁이 나서 도저히 못 올라갈 것 같았느지 키오스크는 요코에게 먼저 가라고 한다. 그런데 올라가던 요코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키오스크가 보이지 않는다. 키오스크는 한 발짝도 올라오지 않고 먼 곳을 바라보는 것 같았고 울기 시작한 것 같았다. 괜찮다고, 이건 놀이에 불과하다면서 올라오고 싶으면 올라오고 그러고 싶지 않으면 안해도 된다며 요코는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하지만 결국 키오스크는 뒷걸음질 치며 돌아갔다. 키오스크가 울음소리도 들었던 것 같다. 다음 날 키오스크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사흘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카와는 감기로 결석]했다고, 또는 꾀병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요코는 걱정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키오스크가 없어서 마음이 편했다. 얼른 잊고 싶었다. 왜 그랬을까. 딱히 싫어하지도 않았는데. 하지만 그 날 밤 키오스크의 얼굴과 겁먹은 두 눈동자가 또렷이 떠올랐다. 그때 요코의 집에도 사건이 생겼다. 링이 식욕을 잃은 것이었다. 밥알을 한 톨도 남기지 않는 링이, 카레라이스를 그토록 좋아하던 링이 절반이나 남기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했다. 내일 나나세에게 물어보려고 궁금해도 참았다.

그런데... 학교에 가서 나나세에게 가까이 가니 웃는 얼굴도 부자연스럽고 일어나서 나가는게 아닌가. 몇 번이나 말을 해보려고 시도했지만 말을 걸 수 없었다. 마치 요코를 피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링도 나나세도 세상 사람 모두가 자기를 피하는 건 아닐까 침울했다.

 



집에 돌아가서는 작정을 하고 링과 얘기해 보려고 링의 방에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링은 링대로 그동안 고민하고 있었다. 육상부에 들어오고 나서 연습을 하려면 나나세의 방앞에서 기다려야 했고, 연습 중에 발이 삐어 먼저 가려고 하지 나나세는 자기도 갈 거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육상부에서 나나세가 좀 이상한 아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나나세를 지켜본 링도 실망한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그만 발끈해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혼자서 달리는데 왜 그러지 못하느냐고 소리치자 울면서 돌아갔다는 것이다. 얘기를 들은 요코는 평소와 달리 링이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는 것에 놀란다.

 



한편 요코의 2주간의 결석이 끝나자 이번에는 키오스크가 자살했다는 소문이 퍼져서 학급 친구를 놀라게 한다. 경찰의 조사를 받으면서도 그다지 키오스크에 대한 미안함도 느끼지 않았다. 친한 친구도 아니었는데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요코였다는 사실을 두고 경찰이나 학년주임 선생이 귀찮게 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러한 무미건조한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있었으니 요코가 사오리씨 집에 찾아간 날 부터다. 공원에 8시간이나 앉아있다가 불쑥 사오리씨에게 왜 찾아갔을까. 사오리씨는 엄마의 친구였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터라 편안한 사이였다. 동생 링도 와서 저녁을 먹고 이야기하면서, 갑자기 온 요코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캐묻지만 어쩐지 숨기고 싶은 이야기다. 사오리씨가 학창시절 에피소드를 얘기를 듣고 요코는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게 된다. 양호실에 누워있다가 어쩐지 쓸쓸한 생각이 들었는데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우당탕하는 발소리가 들려서 안심했다는 사오리씨의 말이다.

 



요코는 학교를 가지 않는 동안 친구들이 걱정을 해주고 노트를 필사해주고, 담임 선생님이 전화를 걸고 찾아와 주어서 기뻤던 것을 떠올린다. 다행히 자살은 실패했다고 소문이 났다.요코는 키오스크를 만나고 나나세에게 사과를 할 마음의 변화가 생긴다. 키오스크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담임 선생이 찾아와도 입을 꼭 다물고 한 마디도 안 했기에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났다는 거였다. 제각각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 소녀 그룹에서 왕따를 당하던 나나세는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육상부를 선택했지만 혼자서 달리는 것이 두려워서 망설였고, 짖궂은 친구들의 온갖 심부름을 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장했던 키오스크는 그것을 극복하려고 지붕에 올라갔다가 떨어졌던 것이었다. 이들은 엄동설한의 겨울 마지막으로 지붕에 올라가 키오스크가 전해주는 선생님의 메시지를 들으며 서로 손을 잡으며 훈훈한 우정을 꽃피운다. 도미츠카 선생이 학교를 그만두기 전에 자기집에 와서 해준 말이란다. 누구나 우리는 우주의 고아이기 때문에 제각각 태어났다가 모두 흩어져 죽는 고아이니까, 자기 힘으로 반짝반짝 빛나지 않으면 우주의 어둠에 삼켜져 사라진다고.

 



인쇄소 일 때문에 바쁜 엄마 아빠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꼭 부모가 보살펴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보고 배우고 자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잘못 될까봐 조바심내기보다는 지켜보고 믿어주는 것이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는 것도. 친구들과도 대면대면했던 요코가, 특히 키오스크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을 만큼 마음이 자란 것도 예뻤다. 엄마 아빠가 바빠서 안 계서도 동생 링과 사이좋은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이 작품을 쓴 모리 에토는 제33회 노마 아동문예상 신인상과 제45회 산케이 아동출판 문화상 일본 방송상을 수상하는 등 상복이 많은 매우 유명한 여류작가라고 한다. 변하는 것이 두렵지만 결국 그 변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해가는 중학생 소녀의 내면세계를 치밀하고 섬세하게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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