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검색을 하다가 이 글로 들어오는 분이 계실지도 몰라 다시 언급해 두자면 나는 국어의 문외한이다.  지난 겨울에 우연히 EBSi 윤혜정의 개념의 나비효과를 수강하게 되었는데, 수십 년만에 배우는 국어 문법은 낯설뿐 아니라 너무 어려웠다.

 

 

<한국어 어문 규범>을 참고하다가  문법의 기초를 조금 더 탄탄히 하려고 정리하는 중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요컨대 이 글이 그다지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완전히 알고서 쓰는 것이 아니라, 알아가면서 궁금해하면서 갸우뚱하면서 쓰는 중이라 틀린 부분이 많을 것이다. 가능하면 오류를 줄이려고 이 글 저 글 참고하고 있지만 전공자가 아니니 이해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1. 음의 첨가

 

표준 발음법에서 규정하는 음운의 변동에는 받침의 발음, 동화, 경음화, 첨가가 있다.  수능 교재와는 순서가 다르지만  표준 발음법에 맞춰 글을 써왔다.  이제 7장 음의 첨가이다.

 

 

여기가 진짜 어렵다. 첨가인데 첨가가 아닌 것도 같고,  ㄴ첨가와 사이시옷이 맞물리는 부분은 특히 그렇다. 7장의 29항은 ㄴ첨가, 30항은 사이시옷의 발음에 관한 규정이다.

 

 

 

 

2. ㄴ첨가

 

 

 

 

 

 

음운 첨가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음운 환경 즉 조건이다.  물론 모든 음운 변동이 그렇긴 하다. 그래도 특히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ㄴ첨가의 조건은 세 가지이다.  첫 째 복합어에서 발생한다. 복합어는 합성어와 파생어로 나뉜다. 합성어는 두 낱말이 합쳐진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둘 이상의 실질 형태소가 결합하여 하나의 단어가 된 말" 로 정의한다.  이때 실질 형태소는 어근이다. 어근은 각각 독자적 의미를 갖는다.  '꽃잎'에서 '꽃'과 '잎'은 동등한 자격으로 결합한다.

 

파생어는 합성어에 비해 종속관계가 분명하다. 어근에 접사가 붙은 파생어는 어근에 뿌리를 두고 갈라진 말이다.  '바늘'에 '질' 이 붙으면 '바느질'이 되는 식이다. 아무것도 없는 '손'인 '맨손'도 파생어다. 접사는 '질'처럼 뒤에 붙는 접미사, '맨'처럼 앞에 붙는 접두사가 있다.

 

 

복합어는 문법의 또 다른 내용이므로 나중에 정리할테니 여기서는 한 낱말이 아니라 결합된 낱말이라는 정도로 이해해 두어도 좋겠다.

 

둘 째 조건은 앞 음절에 (어근이나 접두사) 종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음으로 끝나야 한다.

 

셋 째 조건은 뒤 음절이 (어근이나 접미사) 'ㅣ'나 '반모음 ㅣ'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세가지 음운 환경이 만들어지면 뒤 음절의 초성 자리에 'ㄴ'이  첨가된다. 이것이 기본적인 'ㄴ첨가' 현상이다.

 

 

 

 

 

'맨입'은 1. 파생어 2. 종성'ㄴ'  3. 모음 'l'로 시작이라는 조건을 갖추었다. 초성 자리에 ㄴ첨가가 되어 맨입〔맨닙〕 이다.

 

'담요'는 1. 합성어 2. 종성'ㅁ' 3. '반모음 ㅣ'로 시작(ㅛ) 한다.  모음에서 정리했듯이 모음은 10개의 단모음과 11개의 이중모음이 있다. 이중모음은 반모음과 단모음이 결합하여 만들어 지는데, 반모음에는 '반모음 ㅣ'와 '반모음 ㅗ/ㅜ'가 있고, '반모음 ㅣ' 가 결합된 이중모음은 'ㅕ ㅑ ㅠ ㅛ ㅖ ㅒ' 이다. '요'는 '반모음 ㅣ + 단모음 ㅗ' 로 만들어진 이중모음이다. 이런 모음을 반모음 ㅣ로 시작하는 모음이라고 한다.  이런 까닭으로 담요는 〔담뇨〕 로 소리를 낸다.

 

 

 

 

3. ㄴ첨가에 잇따른 2차 음운의 변동

 

 

ㄴ첨가는 2차적 음운 변동을 불러오는 경향이 강하다. ㄴ이 뒤 음절의 초성에 들어가면서 앞 음절의 종성을 비음화시킬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혹은 앞 음절의 'ㄹ'을 만나면 'ㄴ' 자신이 유음으로 동화될 수도 있다.

 

 

 

 

 

'꽃'과 '잎'은 각각의 낱말이 결합하여 합성어 '꽃잎'이 되었다. 둘 다 실질 형태소이니 절음이 되어 〔꼳+입〕이 된다. 여기서 1. 합성어 2. 종성'ㄷ' 3. 'ㅣ'로 시작이라는 'ㄴ첨가'의 환경이 조성된다. 〔꼳닙〕이 된다.

 

〔꼳닙〕에서 'ㄷ'은 비음'ㄴ'을 만나 비음인 'ㄴ'이 된다. 2차 음운변동인 비음화가 발생하여 최종 발음은 〔꼰닙〕이다.  표면적으로 'ㄴ'이 두 개이지만 실질적으로 첫 번째 'ㄴ'은 첨가, 두 번째 'ㄴ'은 교체이다.

 

'물약'의 경우는 'ㄴ 첨가'를 간파해 내기가 쉽지 않다. 소리를 내보면 〔물략〕이다.  'ㄹ'첨가인가?  이런 규정은 없다.  먼저 음운 환경부터 따져 보자. 1. 합성어  2. 종성 'ㄹ'  3. '반모음 ㅣ'로 시작 (ㅑ). 

 

1차 음운 변동은 'ㄴ첨가' 로  〔물냑〕이다.  '유음ㄹ'과 '비음ㄴ' 이 딱 만났다.  이 두 개의 자음이 1:1로 맞붙으면 대략 ㄹ이 승리하여 유음화가 이루어진다.  〔물략〕 이다.  물약〔물략〕은 표면상 'ㄴ'이 보이지 않지만 ㄴ첨가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음운변동 때문에 영등포역〔영등포역〕 , 명동역〔명동녁〕, 서울역〔서울력〕의 '역'은  음운 환경에 따라  제각각 소리를 낸다.

 

 

'ㄴ첨가' 조건이 아닌데, ㄴ이 첨가되는 경우도 있다. 수능 관련 시험에 나오는 단어로 '금융'과 '검열'이 대표적이다. 두 단어 모두 단일어이다. 복합어가 아니므로 당연히 연음만 시켜야 한다. 〔그뮹〕과 〔거:멸〕. 그런데 〔금늉〕과 〔검:녈〕로 발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뮹〕과 〔거:멸〕도 허용하기는 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표준 발음법 29항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한 번 더 연습해 보자.  여기서 문제의 사이시옷이 등장한다. '나뭇잎'은 앞에서 본 '꽃잎'의 사례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분명히 다르다. 무엇일까?

 

 

 

 

4. 사잇소리 현상

 

사잇소리는 "두 개의 형태소 또는 단어가 어울려 합성 명사를 이룰 때 그 사이에 덧생기는 소리" 이다.  여기서 '나뭇잎'을 보자.  문자를 생각하지 말고 소리만 생각해 보면 나무 〔나무〕와 잎〔입〕이 합성명사 〔나문닙〕이 되면서 두 단어 사이에 ㄴ이 두 개 덧생겼다.  〔나무〕는 음운 4개, 〔입〕은 음운 2개로 두 낱말을 합치면 음운이 총 6개인데, 합성어 〔나문닙〕의 음운은 총 8개이다. 이 차이가 ㄴㄴ이고 이때 덧생긴 소리를 사잇소리라고 한다.

 

사잇소리 현상은 "합성 명사에서, 앞말의 끝소리가 울림소리이고 뒷말의 첫소리가 안울림 예사소리이면 뒤의 예사소리가 된소리로 변하는 현상. 또는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는데 뒷말이 ‘ㅁ, ㄴ’으로 시작되면 앞말의 끝소리에 ‘ㄴ’ 소리가 하나 덧나고, 모음 ‘ㅣ’나 반모음 ‘ㅣ’로 시작되면 앞말의 끝소리와 뒷말의 첫소리에 ‘ㄴ’이 둘 덧나는 현상을 이르는 말" 이다.

 

사잇소리 현상은  '나뭇잎'의 경우처럼 ㄴㄴ이 덧나는 경우 이외에도 ㄴ이 1개만 덧나는 경우와 경음화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5. 사이시옷 표기

 

 

한글 맞춤법에는 사잇소리를 표기하는 규정이 있다. 30항의 사이시옷를 받치어 적는 규정이다. 

 

사이시옷은 "한글 맞춤법에서, 사잇소리 현상이 나타났을 때 쓰는 ‘ㅅ’의 이름" 이다.  두 낱말이 합쳐 합성어가 될 때, 그 사이에 음운의 변동이 있다는 것을 표시해 주는 일종의 기호이다. 그런데 이 'ㅅ'은 음운이 아니라 기호로 정의되면서, 원칙적으로는 소리나지 않는 것으로 치부한다. ... 고 나는 생각한다. 근거는 마지막에 ^^;;

 

사잇소리가 난다고 해서 모두 사이시옷을 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이시옷 표기의 조건은 네 가지이다.

 

첫 째, 합성어이다. 파생어는 안된다. 실질적 의미를 가진 어근 혹은 낱말이 어울려야 한다.

 

둘 째, 합성어를 이루는 두 낱말 중 적어도 하나는 순우리말이어야 한다. 둘 다 한자어인 경우는 적용되지 않는다.

 

세 째, 앞 낱말의 종성이 없어야 한다. 그 빈 자리에 사이시옷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네 째, 사잇소리 현상이 있어야 한다. 즉 음운의 변동이 있어야 한다. 가능한 사잇소리는 3가지이다. 1) ㄴ첨가 2)ㄴㄴ첨가 3) 경음화 이다.  사잇소리 현상이라는 이 조건 때문에 사이시옷의 표기에 관한 규정은 표준 발음법의 ㄴ첨가 혹은 경음화 현상과 교집합을 갖게 된다.  

 

 

 

 

 

한글 맞춤법 30항의 해설을 보면, 사이시옷은 합성어이면서 음운론적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야 표기할 수 있다.  사례를 보면 표기와 음운 사이의 순서를 알 수 있다. 발음이 먼저이다.

 

'바다〔바다〕'와 '가〔가〕' 를 합성하면 〔바다까〕가 된다.  경음화는 이 두 낱말이 합성어가 되었다는 사실을 소리로서 알려주고 있다면,  사이시옷은 그 사실을 문자 기호로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내 생각으로 . ^^;;   사이시옷이 들어가서 결국 '바다+가'는 '바닷가'가 된다.

 

'코〔코〕'와 '날〔날〕'도 합성어가 되면 〔콘날〕이 된다. 이때는 'ㄴ' 소리가 덧나면서 합성어임을 알린다. 5개의 음운이 6개의 음운으로 늘어나니 'ㄴ첨가' 이다.  이 변화를 맞춤법은 '콧날'로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예사〔예사〕'와 '일〔일〕' 을 합성하면 〔예산닐〕이 되는데, 이 경우는 말 그대로 예삿일은 아니다. 복잡하다.  5개의 음운이 7개의 음운으로 늘어났고 없던 'ㄴ'이 2개 더 들리니  'ㄴㄴ첨가' 이다. 여하튼 표기는 사이시옷을 넣어 '예삿일'이 된다. 

 

 

 

조금 더 연습해 보자.  '햇님 달님' 이냐, '해님 달님' 이냐가 더 이상 헷갈리지 않을 수 있다.

 

'님'은 접미사다. 어근 '해'와 접미사 '님'으로 된 복합어 '해님'은 파생어이다. 파생어는 일단 사이시옷 표기 대상이 아니다. 

 

 '해'와 '빛'의 결합은 합성어이다. '해'와 '살'의 결합도 합성어이다. 소리도 모두 〔해삗〕 〔해쌀〕 로 경음화 된다. 사이시옷을 넣어서 '햇빛' '햇살'로 표기한다.

 

 

 

 

합성어에서 'ㄴ첨가' , 'ㄴㄴ첨가'로 음운 변동이 일어나, 사이시옷이 표기된 '빗물'과 '뒷일' 이다.

 

충분히 연습이 되었으면 이제 닭과 계란의 문제를 생각해 볼 때이다.

 

 

그전에 예외가 있다. 사이시옷 표기 조건에서 벗어나지만 사이시옷을 표기하는 6개의 2음절 한자어가 있다.

 

"셋방. 숫자. 찻간. 툇간. 곳간. 횟수"

 

 

 

 

6. 음운변동이냐? 맞춤법이냐? 

 

 

 

 

 

말이 문자보다 먼저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그렇다.  뜻을 혹은 소리를 문자로 바꾸는 것에 문명의 운명이 달려 있었다. 그런데 지금 한국어 표준 발음법의 과제는 쓰인 문자를 어떻게 교양있는 현대 서울말로 소리 내는가에 있다. 

 

 '소리 → 표기 → 소리'로 바뀌는 과정에서 닭이 먼저? 계란이 먼저? 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날 그대로의 소리와 문법으로 다듬어진 소리는 같아야 하지만 다름을 품고 있기도 하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어 어문 규범의 표준 발음법과 한글 맞춤법의 관계는 이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ㄴ첨가와 사이시옷의 문제다. ...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앞에서 살펴본 '나뭇잎'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첫 째 단계는 소리이다. 〔나무〕와 〔입〕을 붙여서 말하다 보니 아마  〔나문닙〕 이라는 하나의 말이 되었을 것이다.

 

둘 째 단계는 이 소리를 한글 맞춤법에 따라 정확하게 적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 최대의 난제가 받아쓰기인 것은 소리나는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써야 하기 때문이다.  〔나문닙〕 의 '어법에 맞도록'은 사이시옷을 표기한 '나뭇잎' 이다. 사이시옷이 들어갈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합성어에 순 우리말 조합,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고 'ㄴㄴ'이 첨가되었다.  

 

이제 나뭇잎은 소설 속에도, 시험 문제에도, 인터넷 기사에도 '나뭇잎'으로 쓰인다. 셋 째 단계가 되었다. 문자로 된 '나뭇잎'에 대한 음운변동을 따져 보자. 합성어에, 종성 ㅅ, 모음 l 로 시작하는 말이면, ㄴ첨가 조건이다. 나뭇잎〔나묻입〕은 〔나묻닙〕이 된다. 이제 첨가된 'ㄴ'에 의해 앞 음절 'ㄷ'이 'ㄴ'으로 비음화 했다. 〔나문닙〕이다.

 

소리 〔나문닙〕이 문자 '나뭇잎'을 거쳐 표준 발음법에 따른 〔나문닙〕이 되었다.  달라진 것은 없다. 당연히 없어야 한다. 표준 발음법이라는 것이 나뭇잎을 〔나문닙〕으로 발음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니까. 그런데 첫 〔나문닙〕은 ㄴ첨가가 두 번인데, 마지막 〔나문닙〕은 ㄴ첨가 1 번에 비음화 1번이다.

 

문제는 사이시옷 때문이다.  합성어에 사이시옷이 없다면 나무잎이 〔나문닙〕이 되는 것은 +2 즉 음운이 2개 첨가된 것이 맞다. 그런데 나뭇잎이 〔나문닙〕이 되는 것은 +1 즉 음운이 1개 첨가된 것이다. 

 

표준발음법과 한글 맞춤법 어디에서 시작하든 동일한 결과를 얻으려면 사이시옷을 음운으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 눈으로 보이지만 음운은 아니라고 하면 나뭇잎이 〔나문닙〕으로 음운 변동을 하는 것은 +2 즉 음운 2개의 추가이다.

 

 

 

 

 

사이시옷을 소리가 없는 기호로 취급한다는 생각의 근거는 표준발음법 30항이다.

 

사이시옷을 표기할 때의 전제 조건으로서의 음운변동은 ㄴ첨가 이외에 경음화가 있다.  따라서 역으로 사이시옷이 들어간 합성어를 발음할 때는 ㄴ첨가/ㄴㄴ첨가/경음화 중 하나가 발생한다.

 

깃발을 보자. 〔기빨〕이 원칙이나 〔긷빨〕도 허용한다. 이 규정의 의미는 사이시옷을 발음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 음운으로 인정하여 'ㄷ'으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한다는 것이다.

 

'깃발'을 사이시옷이 들어간 합성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제까지 배운 음운변동을 일반적으로 적용해 보자.

 

앞음절 종성 'ㅅ'은 음절 끝소리 규칙을 받아 평파열음인 'ㄷ'이 된다.  깃발 →〔긷발〕. 이제 앞 음절 종성 'ㄷ'에 의해  뒤 음절 초성의 'ㅂ'은 'ㅃ'으로 경음화 한다. 가장 강력하고 흔하게 일어나는 경음화이다.  〔긷발〕 → 〔긷빨〕.

 

만약 'ㅅ'을 음운으로 취급한다면 '깃발'은 〔긷빨〕이 되어야 마땅하다. 표준 발음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빨〕이 원칙이라는 것은  사이시옷은 음운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긷빨〕을 허용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발음하기 때문이다.  쓰여진 '깃발'을 보면서 'ㅅ'을 음운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지 않을까?  문자가 발명된 이후 인간은 문자를 통해 세상을 배워왔기 때문은 아닐까?  

 

콧날의 발음법을 보자.  〔콘날〕이다.  코+날이 합성어가 될 때 음운의 변동은 'ㄴ'첨가라고 했다. 그런데 '콧날'로 표기된 후에는 사실상 첨가는 보이지 않는다. '콧날'도 음운이 6개, 〔콘날〕도 6개.  콧날이 〔콛날〕 로 음절끝소리 규칙을 적용 받았다가  〔콘날〕로 비음화 되었다. 두 번의 교체가 있을 뿐이다. 음운 개수의 변동은 없다.  재미있는 것은 표준 발음법 30항도 비음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도 ㄴ첨가라고 하려면 역시 사이시옷의 음운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코날'의 5개 음운이 〔콘날〕의 6개 음운으로 늘어나야 첨가라고 부를 수 있다.

 

사이시옷 규정인 표준발음법 30항은 7장 음의 첨가의 하위 항목이다. 따라서 사이시옷이 들어간 합성어의 발음은 음운 첨가라는 의미다. 교체가 아니라 첨가이다. ㄴ첨가나 ㄴㄴ첨가의 문제는 사이시옷을 음가없는 기호로 치부하면 그럭저럭 해결이 된다.  물론 음운 첨가의 경로를 문법적으로 설명하려면 부득이 비음화를 인정해야 하는 자가당착에 빠지지만 말이다. 수학이 아니라 국어 문법이니 이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하자. 수만년의 세월이 바꾸어 온 것을 인간의 법으로 단기간에 정리하려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런데 경음화의 경우는 사이시옷을 음운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첨가되는 음운이 없다. 경음화는 어떻게 해보아도 그냥 교체이다. 이렇게 생각해도 저렇게 생각해도 참 이해하기 어려운 규정이다. ;;

 

 

 

 

7. 음운 ㄴ의 첨가 vs 기호 사이시옷의 표기

 

두 문법을 공부하면서 복잡하고 헷갈리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나름대로 생각하고 정리한 내용이다. 정확한 지는 모르겠지만. 

 

사이시옷은 ㄴ첨가와 경음화가 맞물려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사이시옷과 전혀 관계없는 경음화, ㄴ첨가도 있다. 다만 사이시옷은 경음화나 ㄴ첨가 중 하나와 반드시 연관되어 있다.

 

 

 

경음화는 워낙 광범위하게 발생하므로 그 조건이 사이시옷과 헷갈릴 것은 없다. ㄴ첨가의 경우에는 사이시옷 표기와 비슷하거나 상보적인 조건이 있으므로 구분해서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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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학자 2023-05-2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발음법 30항의 1을 보면 된소리를 원칙으로 하되 사이시옷을 ㄷ으로 허용한다에서 ㄷ이 첨가되고요.
3항의 나뭇잎을 보면 1항의 연장선에서 사이시옷을 ㄷ첨가로 보기에 뒷말에 첨가된 ㄴ에 동화된 ㄴㄴ도 첨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지러운 규정 맞습니다만 1항의 된소리화를 교체만으로 보기보다는 근본은 ㄷ첨가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1. 구개음화

 

영어 문법은 드문드문, 배웠던 내용이나 개념이 떠오르는데 거짓말처럼 국어 문법에 대해서는 배웠던 기억이 없다. 딱 한 개만 제외하고. 바로 구개음화 ! (생각해 보니 두음법칙도 있다. ^^;;)

 

구개음화가 음운 변동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비음화나 경음화처럼 강력한 현상도 아닌데, 왜 ' 같이〔가치〕'는 이토록 또렷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는지 모를 일이다.

 

 

 

 

구개음화는 자음이 모음에 동화되는 현상이다.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것은 두 개의 형태소가 만날 때만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것도 실질 형태소의 종성 'ㄷ/ㅌ' 이  'ㅣ나 반모음ㅣ'로 시작하는 형식 형태소와 만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발생한다.

 

 

 

 

구개음화는 먼저 연음된 후 일어나므로 실질적으로는 두 단계를 거친다.  '굳이' 에서 받침 'ㄷ'은 뒤 음절의 초성이 비어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구디'로 연음된다.

 

'ㄷ'은 치조음이고, 'ㅣ'는 전설 모음이다.  전설 모음 'ㅣ' 의 위치는 센입천장 부위이다.  '디'를 발음할 때는 먼저 혀끝이 치조에 닿았다가 뒤로 센입천장까지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 마침 센입천장에서 발음이 되는 자음이 있다. 'ㅈ'이다.

 

'지'를 발음해 보면 혀가 거의 움직이지 않고 한자리에서 소리가 난다. 음운의 변동은 대부분 소리를 편안하고 효율적으로 내려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다. '디' 보다 편한 '지'로 바뀌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것을 구개음화라고 한다. 

 

 

 

'같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ㅌ' 역시 치조음이라 '가티' 보다는 '가치'가 쉽게 발음된다.

 

자음 'ㅎ'의 특수성 때문에  'ㄷ/ ㅌ 실질 형태소' + 'ㅣ/ 반모음ㅣ 형식 형태소' 조합 이외에 'ㄷ 실질 형태소' + '히 접미사' 조합이 있다. '히'는 사동이나 피동을 만들어 주는 접미사인데, 접미사도 형식 형태소이다.  '히'는 문을 '닫다' 라는 능동적인 동작을 문이 '닫히다' 라는 피동적인 동작으로 바꾸는 기능을 한다.

 

'히'는 비록 초성에 자음이 있는 형식 형태소이지만 'ㅎ'이 앞 음절의 종성과 만나서 독자적으로 발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사소리 'ㄷ'은 'ㅎ'을 만나면 거센소리 'ㅌ'으로 축약된다.  이런 변동을 거센소리되기라 부르는데 자음 2개가 1개로 줄어들기 때문에 축약으로 분류된다. 나중에 공부할 내용이다.

 

'닫히다'는 '다티다'로 축약되었다가 '티'가 구개음화되어 '다치다'가 된다. 구개음화는 굉장히 제한된 음운 변동으로 위의 세 경우 외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구개음화가 발생하지 않는 사례도 익혀두면 덜 헷갈린다.  처음에 말했듯이 구개음화는 두 개의 형태소가 만날 때만 일어난다. 하나의 형태소 안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견디다' 의 '견디-'는 어간으로 실질 형태소이다. 이때 '디'는 그대로 '디'로 발음한다.  '마디'라는 명사도 마찬가지다.

 

형태소가 두 개여도 실질 형태소와 실질 형태소의 결합이면 구개음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곧이어'는 복합어로 '곧' 과 '이어' 가 결합한 부사다.  각각이 의미를 가진 실질 형태소들이므로, 절음한 이후 종성을 뒤 음절의 초성으로 넘겨 〔고디어〕로 발음한다. 여기서 구개음화를 시켜 버리면 원래 의미가 흐려질 위험이 높다.

 

 

 

 

2. 된소리 되기 (경음화)

 

"예사소리였던 것이 된소리로 바뀌는 현상" 이다. 정의가 간단한 만큼이나 일상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음운 현상이다. 이런 것까지 배울 필요가 있나 싶은데, 의외로 간단치가 않다. 표준 발음법 6장 전체가 '경음화' 이고,  무려 6개의 항으로 세분되어 있다.

 

  

유독 하기 싫은 공부가 있다. 내게는 경음화가 그렇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내용이 즉 잔소리가 많다.  처음 강의 들을 때는 쓱 보고만 지나갔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유독 비음화나 경음화가 많다.  오늘 읽고 있는 책은 서평(?)인데, 한 페이지만 읽어도 우수수 떨어질 것 같다.  우리말에 속속들이 배어 있고 복잡하지만 나름의 기준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  조금 정교하지 못해도 가능한 큰 틀의 기준을 찾아 외우기 쉽게 정리해 보려고 한다.

  

 

 

된소리되기는 앞 음절 종성과 뒤 음절 초성이 만나서 뒤 음절 초성의 평음이 경음 즉 된소리로 바뀌는 현상이다.  따라서 뒤 음절 초성은 무조건 'ㅂ ㄷ ㄱ ㅅ ㅈ' 중에 하나여야 한다. 이 5가지 외에는 경음으로 바뀔 수 있는 평음이 없다. 그러니 뒤 음절은 무엇이 오는지 굳이 정확히 구별하여 외울 필요가 없다.  

 

문제는 앞 음절 종성이다. 종성에 무엇이 오느냐, 종성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된소리가 일어나기도 하고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표로 정리한 5가지 이외에 1가지 조항이 더 있긴 한데 여기선 생략한다.

 

 

 

자음은 크게 장애음(안울림소리)과 공명음(울림소리)으로 나뉘고, 장애음에는 파열음, 파찰음, 마찰음이 있고 공명음에는 비음과 유음이 있다. 복습을 하자면 음절 끝소리 규칙의 대표음 7가지 중 4가지는 공명음이고 3가지는 장애음이다. 공명음 4가지 (비음 ㅁ ㄴ ㅇ / 유음 ㄹ) 는 그대로 소리가 나고, 장애음들은 모두 평파열음 3가지 (ㅂ ㄷ ㄱ)로 바뀌어 소리가 난다.  

 

여기서 앞 음절 종성의 'ㅂ ㄷ ㄱ'는 모두 음절 끝소리 규칙이나 자음군 단순화가 적용된 이후의 대표음을 말한다.

 

뒤 음절 초성은 모두 장애음 중 평음이다. 된소리되기는 앞 음절의 장애음/비음/유음을 만나서 뒤 음절의 장애음이 경음화되는 현상이다. 결국 앞 음절에는 모든 자음이 올 수 있고, 뒤 음절은 장애음의 평음이 와야 되는 음운변동이다. 물론 그 앞음절의 모든 자음은 일정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앞 음절 받침에 장애음이 오는 경우 뒤 음절의 평음은 무조건 경음으로 바뀐다. 예외가 없다고 할만큼 국어의 대표적인 음운 현상이다.  

 

언제나 맞춤법에 논란이 많았던 '깍두기'는 '깍두기'라고 쓰고 〔깍뚜기〕 라고 읽을 뿐이다. 장애음 'ㄱ'이 장애음 'ㄷ'을 만나서 'ㄷ'이 'ㄸ'으로 변한다. 앞 음절이 아니라 뒤 음절이 변한다. 따라서 〔깎두기〕는 안된다.

 

앞 음절의 종성도 자음이고 뒤 음절의 초성도 자음이기 때문에 앞 음절의 종성은 먼저 대표음으로 바뀌어야 한다.  '닭장'의 'ㄺ'은 자음군 단순화가, '옆집'의 'ㅍ'은 음절 끝소리 규칙이 먼저 적용된 후 된소리되기가 일어난다.

 

 

 

 

앞 음절 종성에 비음이 왔다. 이때 비음은 어간 말음이어야 한다. 어간은 용언에서 의미를 가진 형태소를 말한다. 활용할 때 변하지 않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먹다' 는 '먹고, 먹으니, 먹어서' 등등으로 활용되는데 , 변하지 않는 부분이 '먹-'이다. '먹-'을 어간이라고 하는데, 먹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어간은 실질 형태소이다. 이에 반해 변하는 부분들, '-다, -고, -으니, -어서,' 등은 어미라 부르고, 먹는다는 실질적 의미는 없기 때문에 형식 형태소라고 한다.

 

앞 음절 종성이 어간 말음이니 뒤 음절 초성은 당연히 어미가 된다. 이 어간 말음이 비음이고, 어미 초성이 평음으로 만나면 평음은 경음화 한다.

 

'신다'라는 용언의 어간은 '신-' 이고, 어미는 '-고' 이다. 어간 말음 'ㄴ'과 어미 첫소리 'ㄱ'이 만나 〔신:꼬〕로 경음화 한다.  자음군 단순화 이후 어간 말음이 'ㄴ'으로 남는 경우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얹다'가 그런 예이다.

 

 

 

앞 음절 종성이 유음 'ㄹ'인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이 '-ㄹ'이 용언의 관형사형 전성어미일 경우다. 용언은 동사와 형용사이다. 즉 동작이나 상태를 표현하는 술어이다. 그런데 이 술어가 관형사처럼 쓰이어 뒤에 오는 체언을 꾸며줄 때 'ㄹ'과 같은 어미가 붙는다.

 

예를 들어서 '하다'라는 동사의 어간 '하-'에 어미 '-ㄹ'을 결합하면 '할'이 되는데 이 '할'은 뒤에 오는 명사(체언) '것'을 수식하는 관형사로 기능한다. '할 것' 처럼 쓰이는데, 이 때 경음화가 일어난다. 〔할껃〕

 

아직 품사를 공부하지 않아서 용어가 낯설고 개념이 어려울 수 있다. 아! 이 문장에도 경음화가 일어나고 있다. '어려울 수' 에서 '-ㄹ'이 '어렵다'의 관형사형 전성어미이고 뒤에 오는 '수' 라는 명사를 꾸미고 있다. 발음은 〔어려울 쑤〕 ^^

... 여하튼 유음 'ㄹ'은 관형사형 전성 어미일 때 뒤 음절의 예사소리를 된소리화 한다.

 

 

유음 'ㄹ'이 경음화의 음운 환경을 만드는 또 다른 경우는 한자어이다. 한자어 안에서 종성'ㄹ'과 초성 평음이 만나면 경음화가 일어난다. 갈등이 〔갈뜽〕으로 바뀐다.

 

 

 

 

다섯 번째 경음화는 합성어 안에서 일어난다.  합성어는 '둘 이상의 실질 형태소가 결합하여 하나의 단어가 된 말' 이다. 표준 발음법 28항에 다양한 사례가 나와 있다.

 

경음화는 합성어에서도 앞 음절과 뒤 음절 사이에 있어야 할 사이시옷이 생략되어 보이지 않을 경우의 현상이다. 원래 사이시옷은  '~의' 라는 관형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앞 말이 뒷말을 꾸며줄 때 앞 말의 종성에 표기된다. 방금 쓴 문장의 '뒷말' 같은 경우이다. '뒤+말' 이 복합된 합성어인데 '뒤의 말' 이란 의미를 가지므로 사이시옷이 들어가 '뒷말'이 되었다. 이때 '뒤'는 종성이 없으므로 'ㅅ' 표기가 가능하다. 그런데 앞 말에 받침이 있을 경우에 사이시옷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이때는 28항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표기는 하지 못하지만 발음은 된소리가 된다.

 

이 경우 다만 앞 말의 종성이 모두 울림소리라는 특징이 있다. 이것은 사잇소리 현상 중의 하나인데, 다음글에서 다루겠지만 경음화와 관련된 부분만 살펴보면 , "합성 명사에서 앞말의 끝소리가 울림소리이고 뒷말의 첫소리가 안울림 예사소리이면 뒤의 예사소리가 된소리로 변하는 현상. 또는 (....……) " 이다.

 

'술잔'은 술을 마시기 위한 용도로 만든 잔이다. 즉 '술의 잔' 이므로 술은 잔을 꾸며주는 관형격이다. 이때 술과 잔 사이에 사이시옷이 들어가야 하는데 '술'의 받침 때문에 표기할 수 없다. 발음만 〔술짠〕으로 한다.

 

이에 반해 '물불' 의 경우 물과 불은 수식 관계가 아니다. 물의 불이 아니라 물과 불이 나란히 동격으로 쓰였다. 사이시옷을 쓸 상황이 아니니 발음도 그대로 〔물불〕이다.

 

 

그런데 앞 음절이 모음으로 끝나는 경우에는 경음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아니다. 책을 읽다보면 '합리성'  〔합리썽〕도 사건 〔사껀〕도 나온다.  이유나 규정은 잘 모르겠지만, 된소리되기가 앞음절 받침이 있어야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쯤되면 왜 된소리되기 공부를 하기 싫었는지 공감이 될 것이다.  분류 기준이 많고, 음운학적 법칙으로 설명하지도 않으니, 단순 암기같아 피로하다. 하지만 워낙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고 글 한편만 읽어도 엄청 많이 찾아낼 수 있는 교체 현상이니 일상의 국어 생활에서 꾸준히 연습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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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소설을 몇 권 읽었습니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과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빠져들기 좋은 오스틴의 소설들 중 『노생거 사원』입니다. 디킨스는 역시 디킨스이고 오스틴은 언제나 오스틴임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런데 단숨에 읽어야 할 소설을 방해하는 요소가 생겼습니다. 중간

 중간에 문법들이 자꾸 보이는 것입니다. 여기는 비음화, 저기는 구개음화, 이게 조사였나? 접미사였나? ...

 

이렇게 눈에 띄는 단어들 때문에 <국어 어문 규범>을 헤매다 다시 소설의 주인공에게 돌아가는 일이 잦았습니다. 국어 문법은 정말 우리 일상 속에 있습니다.

 

 

 

 

 

1. 음운 동화

 

"소리와 소리가 이어서 날 때에, 한 소리가 다른 소리의 영향을 받아서 그와 같거나 비슷하게 소리가 나는 음운 현상" 을 말한다.

 

동화에는 성격에 따라 자음 동화, 구개음화, 모음동화, 모음조화가 있다.

 

동화의 정도에 따라 완전 동화와 부분 동화, 동화의 방향에 따라 순행 동화, 역행 동화, 상호 동화로 분류하기도 한다.

 

수능의 빅3는 비음화, 유음화, 구개음화라고 한다. 실제 생활에서도 빈번히 적용되는 동화 작용들이다.

 

 

 

 

 

 

2. 비음화

 

비음화는 유음화와 더불어 자음동화이다. 자음과 자음이 연이어 소리를 내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이다. 자음이 연이어 오려면 앞 음절의 종성과 뒤 음절의 초성이 모두 있어야 한다.

 

뒤 음절이 자음으로 시작하므로, 앞 음절의 종성은 음절 끝소리 규칙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앞 음절의 종성은 7가지 중 하나의 소릿값을 갖는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문법4. 음절 끝소리 규칙 및 ..> 에 정리해 놓았다.

 

 

 

종성의 7개 대표음은 3개의 비음 (ㅁ ㄴ ㅇ)과 1개의 유음 (ㄹ) 그리고 3개의 평파열음(ㅂ ㄷ ㄱ) 으로 이루어져 있다.  종성의 평파열음, 비음, 유음과 초성의 비음, 유음이 서로 영향을 미쳐 비음화 혹은 유음화가 일어난다.

 

 

비음화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앞 음절 종성의 평파열음이 비음화 되는 현상이고, 두 번째는 뒤 음절 초성의 유음 'ㄹ'이 비음 'ㄴ'으로 동화되는 현상이다.

 

 

 

 

3. 평파열음의 비음화

 

 

 

 

비음화는 "평파열음 ‘ㅂ, ㄷ, ㄱ’ 뒤에 비음인 ‘ㅁ, ㄴ’이 올 때 앞선 자음인 ‘ㅂ, ㄷ, ㄱ’이 뒤에 오는 비음의 조음 방식에 동화되어 동일한 조음 위치의 ‘ㅁ, ㄴ, ㅇ’으로 바뀌는 음운 변동" 이다.  "이 변동은 예외 없이 적용되며 서로 다른 단어 사이에서도 적용될 만큼 강력하다."

 

‘ㅂ, ㄷ, ㄱ’ 이니 ‘ㅁ, ㄴ’이니를 시시콜콜 외울 필요는 없다. 종성의 평파열음이 뒤에 오는 초성의 비음에 의하여 비음으로 바뀌는 것만 이해하면 된다. 종성에 평파열음은 ‘ㅂ ㄷ ㄱ' 밖에 없다. 초성의 비음이 'ㅁ ㄴ' 인 이유는 비음 3개 중 나머지 하나인 'ㅇ'은 초성에 올 수 없기 때문이다. 초성의 'ㅇ'은 자음 'ㅇ'이 아니라 그냥 빈 자리를 메꾸는 동그라미에 불과하다.

 

 

 

 

울림소리는 장애음인 평파열음보다 강한 소리인가 보다. 평파열음과 비음이 만나면 속된 말로 비음의 승리다. 비음화는 있지만 역은 발생하지 않는다. 여하튼 입으로 소리를 내다가 곧바로 코로 바꾸어 소리를 내는 것보다는 한꺼번에 한군데로 소리를 내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긴 하다.

 

비음화될 때 평파열음은 원래 자신의 조음 위치를 지키면서 소리를 내는 방식만 코로 바꾼다. 비음의 사전적 정의는 "입 안의 통로를 막고 코로 공기를 내보내면서 내는 소리" 이다.

 

 

종성에 바로 평파열음이 오는 경우 비음화는 1회의 음운 변동으로 끝난다. 그런데 종성이 마찰음, 파찰음 혹은 경음, 격음일 경우 그리고 자음군이 올 경우에는 먼저 대표음으로 바뀌는 음운의 변동을 겪어야 한다, 비음화는 그 이후에 일어나므로 총 2회의 음운 변동으로 완료된다.

 

 

 

'밥물, 닫는, 국민' 은 각각 종성이 'ㅂ,ㄷ,ㄱ' 이므로 바로 비음화가 일어난다.

 

이에 반해 '쫓는' 은 종성 'ㅊ'이 음절 끝소리 규칙의 적용을 받아 'ㄷ'으로 교체 된 이후에 비음화 된다. '깎는'의 쌍받침 'ㄲ'도 'ㄱ'으로 교체된 후 비음화 된다. 비음화도 교체이므로 이 경우 교체가 2회 발생한다.

 

'없는'의 자음군 'ㅄ'은 'ㅂ'으로 단순화 된 이후 비음화 된다. 탈락이 먼저 일어나고 비음화 즉 교체 현상이 있다.

 

 

 

 

4. 유음의 비음화 : 'ㄹ'의 'ㄴ'되기

 

유음과 비음은 둘 다 울림소리이다. 유음과 비음이 만나면 누가 더 강할까? 동화는 어느 방향으로 일어날까?  결과는 재미있는데, 비음화도 있고 유음화도 있다.

 

 

 

유음 'ㄹ'과 동일한 조음 위치의 비음은 'ㄴ' 이므로, 결국 'ㄹ'이 'ㄴ'이 되거나  'ㄴ'이 'ㄹ'이 되어야 한다. 비음화와 유음화를 결정짓는 음운 환경은 무엇일까? 먼저 비음화부터 보자.

 

 

'ㄹ'과 'ㄴ'이 바로 붙으면 비음화 보다는 유음화가 일어난다. 1:1일 경우 'ㄹ'의 승리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그런데 ,초성 'ㄹ' 앞에 종성의 자리에 'ㄴ'과 그 자신인 'ㄹ'을 제외한 나머지 대표음 'ㅁ ㅇ / ㅂ ㄷ ㄱ'가 오면 재미있게도 초성의 'ㄹ'이 'ㄴ'으로 비음화 된다. 이 특별한 비음화를 'ㄹ의 ㄴ되기' 라고도 부른다.

 

또 한번 그런데,  'ㄹ'에 의한 비음화는 경우에 따라 2차 비음화를 촉발한다. 뒤 음절 초성인 'ㄹ'이 'ㄴ'이 되고 나면, 앞 음절 종성이 'ㄴ'에 의해 다시 비음화될 음운환경에 놓이게 된다. 물론 앞 음절 종성이 비음 'ㅁ ㅇ' 인 경우는 2차 비음화 없이 'ㄹ의 ㄴ되기' 로 비음화는 종료된다.  앞 음절 종성이 평파열음 'ㅂ ㄷ ㄱ' 인 경우는 'ㄴ'에 의해 'ㅁ ㄴ ㅇ'로 2차 비음화가 일어난다.

 

 

 

앞 음절 종성이 대표음이 아닐 경우는 음절 끝소리 규칙이든 자음군 단순화든 먼저 대표음으로 바뀐 이후에 비음화를 거친다. 

 

사례의 '몇리'의 경우 1.  'ㅊ'은 대표음 'ㄷ'으로 음절 끝소리 규칙의 적용을 받은 후  2. 'ㄹ'이 'ㄴ'으로 비음화 되고, 다시 3. 'ㄴ'에 의해 바뀐 'ㄷ'이 비음화 되어 'ㄴ'이 된다.

 

'ㄹ의 ㄴ되기'라는 특별한 비음화의 경우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종성이 'ㄹ'과 'ㄴ'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7개의 대표음 중 'ㄹ'과 'ㄴ'을 제외한 5개가 올 경우에만 뒤 음절의 초성 'ㄹ'이 'ㄴ'으로 바뀔 수 있다.

 

 

 

 

5. 유음화

 

이번에는 'ㄹ'과 'ㄴ'이 1:1로 만나는 상황이다. 순서는 상관이 없다. 'ㄹ'이 종성이고 'ㄴ'이 초성이든 그 역이든 동화의 승률은 'ㄹ'이 우세하다.  확률로 말하는 이유는 경우에 따라 'ㄴ'으로 비음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개는 유음화가 발생한다.

 

 

 

다양한 사례들 중 '물난리'가 유음화의 두 가지 경우를 한꺼번에 보여준다. '물난' 에서는 'ㄹ' 종성과 'ㄴ'초성 조합이고, '난리'에서는 'ㄴ'종성과 'ㄹ'초성 조합이다. '물난'도 유음화로 '물란' 이 되고 '난리'도 유음화로 '날리'가 되어 '물란+날리' 즉 '물랄리'로 최종 유음화가 완료된다.  

 

 

 

 

표준 발음법 20항 유음화 규정 중 예외 사례 즉 'ㄹ'이 'ㄴ'으로 비음화 되는 경우에 대한 설명이다. 'ㄹ'과 'ㄴ'이 1:1로 붙었는데 유음화가 아니라 오히려 비음화가 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다만 한자어로 된 경우에 ' ㄴ으로 끝난 2음절 한자어 + ㄹ로 시작하는 한자어' 의 사례에서 'ㄹ'이 'ㄴ'이 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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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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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겹받침

 

음절 받침에는 홑받침, 쌍받침 그리고 겹받침이 있다.

 

 

 

홑받침과 쌍받침의 자음은 각각 1개의 소리값을 가진다.  예를 들어 'ㄱ'와 'ㄲ'은 〔그〕와 〔끄〕라는 각각의 소리가 있다. 물론 한글 제자 원리에 의하면 'ㄲ'은  'ㄱ'을 두 번 쓴 것이다. 이런 것을 각자병서라고 하는데, 그 뜻은 "같은 자음 두 글자를 가로로 나란히 붙여 만든 글자" 이다. 그렇지만 음운상으로 두 자음은 관련이 없는 별개의 소리다.  이 받침들은 음절 끝소리 규칙의 적용을 받아 대표음으로 각각 발음된다. '부엌'이 〔부억〕으로 바뀌는 것이나 '밖'이 〔박〕으로 바뀌는 것이나 동일하게 음운의 교체이다.

 

겹받침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자음으로 이루어진 받침이다."  이 두 개의 자음은 각자의 音이 있으므로, 겹받침은 2개의 소리값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두 자음을 한꺼번에 발음하지는 못한다. 둘 중 하나는 탈락하고 하나만 발음이 된다. 이런 현상을 자음군 단순화라고 한다. 물론 선택된 자음이 7개의 대표음 중 하나가 아닐 경우 또 한번 음절 끝소리 규칙이 적용된 후에 최종 발음된다. 여하튼 이  선택의 기준은 무엇일까?

 

 

 

2. 자음군 단순화

 

 

 

 

자음군 단순화가 나는 은근히 어려웠다. 일단 자음'군'이니 시각적으로도 복잡해 보인다. 자음 두개를 조합하여 만들 수 있는 자음군이 엄청 많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다 외울 수도 아니 외우고 싶지도 않다. 다행히도 실제 겹받침으로 사용되는 자음군은 11개이다.

 

자음군 단순화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두 자음 중 살아 남아 발음되는 것이 첫 째 자음인가, 둘 째 자음인가 하는 것이다. 굳이 11개의 자음군을 외울 필요는 없고 이 두 부류를 구분할 수만 있으면 된다.

 

외우기 쉽게 생각하면, 살아 남는 것은 더 중요한 것이고, 중요한 것은 앞에 오기 마련이다. 자음군 단순화의 기본은 첫 째 자음이 살아 남는다는 것이다. 8개의 자음군에서는 첫 째 자음이 발음된다.

 

이제 예외만 외우자. 원칙 따위는 없는 것 같으니 무조건 외워야 할 것 같다. 둘 째 자음이 예외적으로 살아 남는 자음군 3개는 'ㄺ, ㄻ, ㄿ' 이다. 다른 블로그에서 본 암기법인데, " 닭 삶으며 <광야>를 읊다" 로 외운다. 여기 겹받침 3개가 둘째 자음이 발음되는 경우이다. https://blog.naver.com/okedu/220000265446 주인장에게 감사드린다.

 

 

이육사의 <광야>에는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라는 시행이 있다.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시행의 의미가 이 시 전체의 의미를 좌우한다는 황현산의 매우 탁월한 해석도 있다. 기존의 해석과는 달리 황현산은 시인의 의도는 '닭이 울었겠느냐'란 부정적인 의미였음을 강조한다. 그래야만 마지막 행의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가 제 의미를 온전히 획득하여, 비로소 시 전체가 완결되기 때문이다.

 

 

11개의 자음군을 첫 째 자음이 남는 것 8개와 둘 째 자음이 남는 것  3개로 분류하고, "닭 삶으며 <광야>를 읊다" 로 일차 난관을 넘었다. 그런데 아직 자잘한 난관이 몇 개 남았다.

 

 

 

원칙적으로 첫 째 음절이 발음되는 'ㄼ'에 있어서 예외적 사례가 있다. 이유는 알 수 없고 두 가지 사례가 있다. '밟다'와 '넓죽하다' 혹은 '넓둥글다' 

 

어간 '밟-' 다음에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오는 경우에 'ㄹ'이 아니라 'ㅂ'이 발음된다. 〔밥:따〕 〔밥:꼬〕 등.

 

'넓다'는 원칙과 동일하게 〔널따〕이다. 그런데 '넓'이 포함된 복합어 중 몇 가지 경우 'ㄹ'이 아니라 'ㅂ'이 발음된다. '넓죽하다' 〔넙쭈카다〕 '넓둥글다' 〔넙뚱글다〕

 

원칙적으로 두 번째 자음이 살아 남는 'ㄺ' 에도 예외적 경우가 있다. 용언의 어간 말음 'ㄺ' 다음에 'ㄱ'으로 시작하는 음절이 올 때이다.  '읽다'는 원칙대로 〔익따〕인데, '읽- + -고' 로 용언이 활용되면 〔일꼬〕가 된다. 'ㄱ'이 탈락하고 'ㄹ'이 남는다.

 

이쯤되면 하기 싫어진다. 원칙도 힘든데 예외라니 !  이럴 경우는 우선 원칙만 기억하고 예외는 나중에 기억하는 것이 나는 속이 편하다.

 

 

어쨌거나 1. "닭 삶으며 <광야>를 읊다"  2. "책을 〔일꼬〕 〔넙쭈카게〕〔밥따〕" 

 

 

 

3. 자음군 단순화 적용 요건

 

 

자음군 단순화도 표준 발음법 4장의  '받침의 발음' 에 속하는 항목이다. 받침의 발음과 관련해서는 < 문법4. 음절 끝소리 규칙 ..> 에서 1차 정리하였다. 음절 끝소리 규칙과 자음군 단순화 둘 다 받침의 발음과 관련한 음운의 변동이다. 이 두 가지 음운 변동은 또한 연음/절음과 관련이 있다.

 

연음 자체는 음운의 변동이 아니다. 받침을 발음할 때 그냥 연음을 시킬 것인가 아니면 음운 변동 즉 음절 끝소리 규칙이나 자음군 단순화를 통해 대표음으로 발음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그러므로 자음군 단순화가 일어나는 음운 환경은 음절 끝소리 규칙과 동일하다.

 

 

 

 

 

적용되는 경우는 자음군 다음의 음절이 자음으로 시작하거나 모음으로 시작하는 실질 형태소일 경우이다.

 

'닭+고기 ' 합성어에서 '닭' 다음에 자음 'ㄱ' 이 오므로 '닭'은 자음군 탈락을 거쳐 〔닥〕이 되어 '고기'와 결합한다.  이때 '고기'는 된소리가 되어 〔닥꼬기〕가 된다.

 

'닭'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지만 뜻을 가진 실질 형태소 '앞에'가 오는 경우에도 절음이 되어 즉 자음군 단순화가 적용 되어 '닭'이 〔닥〕이 되어서  〔닥앞에〕로 일차 음운 변동이 있다.  '앞에' 만 떼어 보면 '앞' 다음의 '에'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식 형태소이므로 'ㅍ'이 그대로 연음되어 '에'의 초성으로 넘어가서 〔아페〕가 된다. 두 음운 현상을 연결하면 〔닥 + 아페〕 → 〔다가페〕로 최종 발음된다. 전 글에서도 보았지만 받침이 대표음으로 바뀐 이후에 받침은 뒤 음절의 초성으로 넘어간다. 실질적으로 보면 연음이라 할 수 있으니 절음 이후 연음이 되는 것과 같다.

 

자음군 단순화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음절 끝소리 규칙과 마찬가지로 뒤 음절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형식 형태소일 경우다. 바로 연음시키면 되는데, 음절 끝소리 규칙과 다른점은 자음군 즉 두 개의 받침이 있으니 둘 째 받침만 연음시키고 첫 째 받침은 그대로 앞 음절에 남겨 두는 것이다. 사이 좋게 하나씩 나누어 가지면 된다. '닭' 과 형식형태소 '을' 의 경우 〔달 + 글〕 로 ㄺ이 나누어 져서 〔달글〕이 된다. '닭이'도 연음되어 〔달기〕이다.  〔다글〕이나 〔다기〕 가 아니니 조심하자.

 

 

 

표준 발음법 14항과 15항 붙임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형태소의 종류에 따른 자음군 단순화 적용에 관한 규정이 있다.  

 

 

 

 

4. 받침의 발음 : 음절 끝소리 규칙과 자음군 탈락

 

두 가지 음운의 변동을 표로 정리, 비교하여 받침과 관련한 내용을 마무리 한다.  받침에 오는 'ㅎ' 이 남았지만, 'ㅎ'은 거센 소리 되기에서 정리하는 것이 나을 듯 하다.

 

 

 

EBSi 강의에서는 음운의 변동을 교체, 탈락, 축약, 첨가로 분류해 놓고 있다. 음절 끝소리 규칙은 교체 항목에서, 자음군 단순화는 탈락 항목에서 가르친다. 반면 표준 발음법에서는 4장 받침의 발음 항목 안에 모아서 설명한다. 나는 연음의 개념과 더불어 한꺼번에 받침을 정리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더 체계적으로 이해가 된다.

 

교체와 탈락은 음운 개수에서 차이가 있다. 교체는 말 그대로 바꾸는 것일 뿐이니 음운 개수에는 변화가 없다. 변화는 0 이다. 탈락은 없어지는 것이니 음운 개수가 줄어든다. 겹받침에서 첫 째 자음이 탈락되든 둘 째 자음이 탈락되든 자음군이 단순화되면서 2개의 음운이 1개의 음운으로 줄어든다. -1의 변화가 있다.

 

대표음으로 바뀌는 두 가지 음운 변동에서의 공통점은 계속해서 상세히 살펴보았기에 덧붙일 설명은 없다. 다만 종성 다음 음절이 모음으로 시작할 때 형태소 구분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것만 다시 확인하자. 

 

 

 

5. 덧붙임 : 'ㄺ' 예시

 

닭 먹고 책 읽기?  책 읽고 닭 먹기? 

아무래도 좋아하는 두 'ㄺ'에 대해 정확한 사례를 정리해 두고 싶어서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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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절 끝소리 규칙

 

 

 

 

음절에 관한 내용은 <문법1. 음운과 음절>에서 공부하였다. 음절은 중성을 기본으로 초성과 종성이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데, 중성(가운뎃소리)은 모음이고, 초성(첫소리)과 종성(끝소리)은 자음이다. 모음은 21개, 자음은 19개의 소리값이 있다.

 

 

 

 

 

종성에 대부분의 자음을 표기는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발음될 수 있는 자음은 7개뿐이다. 이것을 음절 끝소리 규칙이라고 한다. 표준 발음법 8항에 규정되어 있다.

 

 

 

 

 

2. 7개 대표음

 

 

음절 끝소리로 발음할 수 있는 7개의 자음은 울림소리인 비음 3개와 유음 1개, 그리고 파열음 중 예사소리인 평파열음 3개이다. 비음 'ㅁㄴㅇ' / 유음 'ㄹ' / 평파열음 'ㅂ,ㄷ,ㄱ' 가 그것이다.

 

울림소리는 표기된 음가 그대로 소리가 난다. 그런데 파열음, 파찰음, 마찰음은 도표에 묶어 놓은 것처럼 끝소리에 표기된 자음이 무엇이든 'ㅂ,ㄷ,ㄱ' 로 바뀌어 발음된다. 이 음운의 변동을 가리켜 음절 끝소리 규칙이라고 한다. 'ㅂ,ㄷ,ㄱ'는 파열음 중 예사소리(평음)에 해당하므로 평파열음화라고도 한다.

 

'ㅍ'이 'ㅂ'으로, 'ㅋ,ㄲ'이 'ㄱ'으로 바뀌는 것은 조음의 위치와 방식이 같으니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ㄷ'으로 바뀌는 자음의 범위가 상당히 넓은 것은 놀랍다.  'ㅌ'뿐만 아니라 'ㅅ,ㅆ'과 'ㅈ,ㅊ'까지 'ㄷ' 을 대표음으로 삼는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조음 위치가 인접해 있기는 하다. 경우에 따라 'ㅎ'도 대표음으로 바뀔 때 'ㄷ'이 된다.

 

'ㅎ'은 종성에 표기 되기는 하지만 제 음가 그대로 발음되지는 않는다. 음운 환경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나타내므로 별도로 다루게 될 것이다. 다만 앞 문단에서 언급한 대로 다른 음운변동이 없을 때, 'ㅎ' 종성의 대표음은 'ㄷ'이다.  

 

 

 

3. 음절 끝소리 규칙의 사례

 

 

 

 

 

 

4. 연음과 절음  

 

 

 

 

연음은 " 앞 음절의 끝 자음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뒤 음절의 초성으로 이어져 나는 소리. ‘봄이’가 ‘보미’로, ‘겨울이’가 ‘겨우리’로 소리 나는 것 따위이다."

 

초중종의 형식을 갖추어 한 음절, 한 음절씩 마디가 지는 우리나라 말에서 흐지부지 되기 쉬운 소리가 끝소리다.  말끝을 매듭짓고 다음 음절로 넘어가야 하니 발음상으로 시간이 더 걸리고 힘이 든다. 이때 그 다음 음절에 초성이 없는 경우 즉 모음으로 시작하는 경우 자연스럽게 앞 음절의 종성이 뒤 음절의 초성으로 넘어간다. 발음하기도 쉽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연음이라고 한다.  

 

그런데 연음이 될 때 뒤 음절로 넘어가는 앞 음절의 종성은 음절 끝소리 규칙의 적용을 받을까? 받지 않을까?  사례에서 보듯이 'ㅅ'이 끝소리 대표음인 'ㄷ'으로 바뀌지 않고, 제 소리 그대로 'ㅅ'으로 연음된다. 연음법칙이 적용될 때는 음절 끝소리 규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옷안'의 경우는 사정이 달라 보인다. 앞 음절의 종성은 'ㅅ'이고, 뒤 음절의 초성이 없는 것은 '옷이'의 경우와 같다. 그런데 종성이 뒤 음절의 초성으로 넘어갈 때 'ㅅ'이 'ㄷ'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ㄷ'은 어디에서 나타난 것일까?

 

'옷안'을 〔오단〕으로 발음할 때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1음절의 '옷'을 발음할 때 처럼 소리를 한 번 끊어 준다. 음절 끝소리 규칙을 적용한다는 뜻이다. 1차적으로 '옷'이 〔옫〕으로 발음되고, '안'도 〔안〕으로 발음되므로 각각의 의미가 구분된다. 연음은 2차적으로 발생한다. 바뀐 종성 'ㄷ'을 '안'의 비어 있는 초성 자리로 넘겨준다. 최종 발음은 〔오단〕이다. 이렇게 소리가 바뀌는 것을 절음이라고 한다.

 

절음은 연음에 비해 발음상 비경제적일지는 몰라도 '옷'과 '안'을 구분하여 의미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 연음과 절음, 연음법칙과 절음법칙은 어떤 경우에 적용되는 것일까?

 

 

 

5. 연음법칙과 절음법칙

 

연음법칙은 "앞 음절의 받침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형식 형태소가 이어지면, 앞의 받침이 뒤 음절의 첫소리로 발음되는 음운 법칙" 이다.

 

절음법칙은 "합성어나 단어 사이에서 앞의 받침이 그다음에 있는 모음에 이어져 소리 날 때, 받침이 그 모음에 연음되어 제 음가로 소리 나지 않고 일정하게 바뀐 다른 소리로 발음되는 법칙" 이다.

 

 

 

 

 

정의된 개념은 항상 어려운 법이니 사례를 통해 차이를 찾아 보자. 앞의 사례 '옷이'와 '옷안'의 차이는 뒤 음절 '이'와 '안'에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정의에 적용해 보면, '옷이'의 '이'는 형식 형태소이다. '옷안'의 '옷'과 '안'은 두 개의 단어이다.  한 음절로 된 두 단어는 각각 실질 형태소이다. 사전의 '합성어나 단어 사이' 란 말은 뒤 음절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실질 형태소인 경우를 뜻한다. 즉 모음으로 시작하는, '옷이'의 '이'와 '옷안'의 '안'의 차이는 형태소에 있다. 형식형태소인가, 실질형태소인가. 

 

형태소에 관해서는 품사에서 자세히 공부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간단히 구분해 보겠다. 형식형태소는 말의 뜻보다는 형식적 역할을 가진 말의 단위이다.

 

 '옷이'에서 '이'는 주격 조사로, '이'는 문장 안에서 '옷'이 주어의 역할을 맡는다는 것을 나타내는 형태소이다. '이'는 '옷'이라는 말의 뜻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옷 안'에서의 '안'은 하나의 단어로서 독자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옷 안'의 '안'은 '옷'을 '옷의 안쪽'으로 의미상 제한하고 있다.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의 단위를 실질 형태소라고 한다.

 

간단히, 고유의 의미를 갖고 있으면 실질 형태소, 실질 형태소에 붙어서 그것의 역할을 나타내면 형식 형태소라고 알아 두자.

 

 

 

 

뒤 음절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식형태소인 경우 연음이 되는 것은 그 음절이 의미를 갖지 않기 때문인 반면, 실질형태소인 경우 절음하는 이유는 실질적 의미를 구분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국립국어원의 표준발음법 13항의 연음에 관한 규정에 우리가 공부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15항은 절음에 관한 규정이다. 

 

 

 

 

6. 다시 음절 끝소리 규칙으로

 

이제 연음과 절음을 이해했으니 처음으로 돌아가 음절 끝소리 규칙이 적용되는 경우와 적용되지 않는 경우를 정리해 두자. 

 

뒤 음절이 자음으로 시작하는 경우 즉 초성이 있는 경우는 무조건 음절 끝소리 규칙이 적용된다. 연음이 될 수 없으니 종성에서 발음해야 하기 때문이다. 뒤 음절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경우에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 째,  실질 형태소이면 절음하므로 음절 끝소리 규칙이 적용된다. 둘 째, 형식 형태소이면 음가 그대로 연음하므로 음절 끝소리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음절 끝소리 규칙이 적용되는 경우(절음)와 적용되지 않는 경우(연음)를 한 단어 안에서 보여 주는 대표적 낱말이 '헛웃음' 이다.

 

 

 

첫 음절과 둘 째 음절 모두 종성으로 'ㅅ'을 갖고 있는데 각 'ㅅ' 뒤에 오는 음절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실질형태소 (웃)이냐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식형태소(음)이냐에 따라 'ㅅ'들의 음가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헛'은 음절 끝소리 규칙이 적용되어 'ㅅ'이 'ㄷ'으로 바뀐 후에 둘 째 음절의 초성으로 넘어가는 반면, '웃'은 'ㅅ'이 음가 그대로 연음되어 세 째 음절의 초성으로 넘어간다. 최종 발음은 〔허두슴〕 이다.

 

 

그런데 연음과 절음에서 우리가 공부하지 않는 것 중에 종성에 자음군이 올 때이다. 음절 끝소리에는 홑받침과 쌍받침뿐만 아니라 겹받침이 올 수도 있다. 홑받침과 쌍받침은 하나의 소리이지만, 겹받침은 두 개의 소리이다. 현대 국어 맞춤법에는 종성에 겹받침 즉 자음군이 올 수 있다. 그렇다면 발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두 소리 모두 내야 하는 걸까? 내용이 많으므로 이 경우는 다음 글로 넘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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