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이 먼저? 글이 먼저? 

 

물론 말이 먼저이다. 말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표준 발음법을, 글을 정확하게 쓰기 위해서는 맞춤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현재 이 '정확'을 결정하는 주체는 국립 국어원이다.

 

 

한국어 어문 규범 사이트의 네 영역 중 첫 번째가 한글 맞춤법이다. 국립 국어원은 말보다 글을 먼저 배치해 놓았다. 두 번째에 나오는 표준어 규정이 말 즉 발음에 관한 내용이다.

 

 

 

한글 맞춤법 제1항의 규정에 의하면 한글 맞춤법은 " (...) 음성 언어인 표준어를 표음 문자인 한글로 올바르게 적는 방법이다." 올바른 한글 사용을 위해서는 먼저 표준어에 관해 알아야 한다는 말이겠다. 그럼 표준어를 찾아 가도록 하자.

 

표준어 규정은 제1부 표준어 사정 원칙과 제2부 표준 발음법으로 나뉜다.

 

사정은 "조사하거나 심사하여 결정함" 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어떻게 결정하였는지 알아 보자.

 

제1항은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다.

 

교양은 차치하고라도 지방출신인 나는 일단 표준어에 매우 취약한 환경에서 자랐다. 대학교를 다니기 위해 처음 상경했을 때 서울말은 귓가에 와닿는 것만으로도 스멀스멀 가려운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하여튼 표준어는 음성 언어 - 말이다. 한글은 글 - 문자이다. 말이 먼저이고 글이 나중이라는 것은 표준어를 기반으로 한글 맞춤법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 교양있는 서울말을 어떻게 해야 잘 구사할 수 있을까? 그 세부적인 규정이 바로 제2부 표준 발음법이다.

 

  

2. 표준어의 도구, 음운  

 

 

교양있는 서울말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음과 모음에 관한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 이 카테고리의 글을 시작할 때 썼던 <문법0. 국어 문법을 공부한다고요?>에서 정리한 것처럼 '한글 자모'와 '표준어 자음과 모음'은 다르다. 같으면서도 다르다고 해야 할까?

 

자모(字母)는 직역하자면 한글이라는 문자의 엄마 즉 낱낱의 글자이고, 표준어 자음과 모음은 말 그대로 소리다. 자음(子音)은 자식 소리, 모음(母音)은 엄마 소리다. 모음과 자음은 음운을 구성을 하는 주요 요소로 표준 발음법의 기초가 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문법1. 음운과 음절>에서 정리하였다. 음운의 정의는 다시 상기해 보자면 "말의 뜻을 구별하여 주는 소리의 가장 작은 단위" 이다.

 

 

3.  모음 母音

 

모음은 "성대의 진동을 받은 소리가 목, 입, 코를 거쳐 나오면서, 그 통로가 좁아지거나 완전히 막히거나 하는 따위의 장애를 받지 않고 나는 소리" 이다.  모음은 '1. 울림 소리, 2. 비장애음' 이다. 이에 반해 자음은 '1. 안울림 소리(예외 있다) 2. 장애음' 이다.

 

 

모음은 단모음과 이중모음으로 나뉜다. 단모음은 하나의 소리이므로 입술 모양이나 혀의 위치가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나오는 소리인데 반해, 이중모음은 두 개의 모음이 연이어 하나의 모음처럼 발음되므로 짧은 순간에 입술의 모양이나 혀의 위치가 변하여 나오는 소리이다. 

 

단모음 10개, 이중모음 11개, 모음은 총 21개다. 이중모음은 반모음(특정 단모음을 스치듯 짧게 반만 발음)과 단모음의 결합이므로, 모음의 기본은 단모음이다.

 

 

4. 단(單)모음

 

 

단모음 표라는 것이다. 복잡해 보이는데 생각만큼 복잡하지는 않다. 감각을 혀 끝에 집중시키면 자연스럽게 이 표의 단모음들을 지각할 수 있다. 굳이 이상한 말을 만들어 무조건 외워야 될 필요도 없다. 예를 들면 "키위제외해 그거나주소" 같은 말들이 유행한다. (자음을 제외하고 모음만 연결하면 위의 단모음표가 된다.) 

 

단모음 10개는 세 가지 분류 기준에 따라 나누어 진다. 혀의 앞뒤(前後) 위치와 혀의 높낮이(高低), 그리고 입술 모양이다. 혀의 앞뒤 위치는 '혀의 위치'로, 혀의 높낮이는 '개구도'로, 입술 모양은 '원순성'으로 항목의 이름을 붙였다.  

 

(ref: 천재교육)

 

첫 번째 분류는 혀의 앞뒤 위치를 기준으로 단모음을 후설모음과 전설모음으로 나누는 것이다.  후설모음은 "혀의 정점 (주로 혀끝이 된다)이  입 안의 뒤쪽에  위치하여 발음되는 모음" 이다. '뒤쪽'이라 함은 그림과 같은 위치이고, 입천장을 기준으로 보면 혀가 여린 입천장 정도까지 뒤로 물러난다. 후설 모음이란 명칭이 붙는 것은 이 때문이다.

 

(ref: 천재교육)

 

전설 모음은 혀가 조금 더 앞으로 놓여진다. 입 천장을 기준으로 보면 센입천장 위치 정도가 된다. 전설이라고 해서 혀가 입술 가까이 쑥 나오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분류의 기준은 혀의 높낮이다. 혀의 위치를 상,중,하로 나누어 고모음, 중모음, 저모음이라고 분류한다. 그런데 혀의 높낮이는 결국 입을 벌리는 정도에 달려 있다. 입을 점점 크게 벌릴수록 혀는 아래로 내려간다. 그래서 개구도(開口度)라고도 한다.

 

세 번째 분류 기준은 입술의 모양이다. 원순 모음은 입술을 동그랗게 하여 내는 소리이다. 쪽하고 뽀뽀할 때 입술 모양이다. 'ㅜ, ㅗ, ㅟ, ㅚ' 로 4개의 모음이 있다. 평순 모음은 입술이 평평하게 벌어지는 나머지 6개의 모음이다.

 

이제 10개의 단모음을 이 기준에 따라 각각 분류해 보도록 하자.

 

 

5. 후설(後舌) 모음

 

 

후설 모음의 기준 모음은 'ㅡ' 이다. 후설 중 혀의 위치가 가장 높다. 즉 입을 가장 적게 벌리고 발음한다. 세종대왕의 제자 원리에서 땅을 상징하는 모음이다.

 

이제 〔으. 으. 으〕 하고 발음해 보자. 거울을 보며 직접 크게 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좋다. 혀끝이 즉 혀의 정점이 어디쯤 오는지 느껴지시는가? 그렇다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입을 조금 더 크게 벌린다. 〔어〕 라는 소리가 난다. 'ㅓ'라는 모음을 의식하지 않고 입만 벌려도 〔어〕라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자 이제  최선을 다해 입을 더 크게 벌려 보자.  〔아~〕가 들린다.  입 크기를 연속하여 벌여 보면 〔 으 → 어 → 아〕 로 소리가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놀랄 때 〔어.어.어 .. 〕하다가 〔아.아.악〕 하는 것도 놀람의 강도에 따라 입이 더 크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정리해 보면, 혀를 뒤쪽에 놓고 입을 조금씩 더 크게 벌리면 후설 모음의 분류 대로  "ㅡ → ㅓ → ㅏ"가 된다. 세종대왕께서 이 원리를 아시고 훈민정음을 창제하셨으니 당연히 이렇게 발음이 되어야 한다. 무엇 때문에 억지로 외우겠는가? 입만 벌리면 되는데.

 

여담 하나. 경상도 사람들은 〔으〕와 〔어〕를 구분 못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조카 중에 성희도 있고 승경도 있는데, 나는 성희도 〔승히〕라고 한다. 승희와 승경이 된 셈이다. 왜 이 발음이 똑같이 나오는지 몰랐는데, 지금 보니 혀의 높낮이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것 같다. 성희야 이제 〔성히〕라고 불러 줄께 ^^

 

 

6. 전설(前舌) 모음

 

 

이번에는 전설 모음을 발음해 보자. 후설 모음의 'ㅡ'에 상응하는 것이 전설 모음의 'ㅣ'라고 생각하자. 엄밀히 말하면 조금 다르지만 큰  틀에서 그렇게 생각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세종대왕에 의하면 'ㅣ'는 사람을 상징한다.

 

먼저 전설 모음 〔으〕를 소리내 보고 이어서 〔이〕를 소리내어 보면 혀끝이 조금  앞쪽으로 옮겨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림을 보면 위쪽으로는 단단한 입천장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가 '이'의 조음 위치다.  후설 모음 때와 마찬가지로 그 위치에서 입을 조금 더 벌려 보자. 〔에〕 소리가 난다. 나야 한다. ^^;; 한껏 더 벌리면 〔애〕로 소리가 바뀐다. 연속적으로 반복해서 입의 크기를 조절해 보면 점점 더 확실하게 소리의 변화가 느껴질 것이다.  〔이 → 에 → 애 / 이 → 에 → 애 / 이 → 에 → 애 ... 〕 외우지 않아도 이렇게 발음이 된다.

 

 

7. 원순(圓脣) 모음

 

 

원순 모음에는 후설 모음에 속하는 것과 전설 모음에 속하는 것이 있다. 일단 후설 모음부터 시작하자. 후설 모음이 더 기본적인 모음이다. 입술을 동그랗게 만들어 〔우〕를 발음해 보자. 조금 더 크게 벌리면 〔오〕가 된다.  더 크게 벌리려고 하면 입이 옆으로 벌어지면서 즉 평평해 지면서 〔아〕가 된다. 그래서 원순 모음에는 고모음과 중모음만 있다.

 

원순 모음 중 전설 모음도 발음해 보자. 혀를 'ㅜ' 위치에서 조금 더 앞쪽으로 내밀어 보자. 〔위〕 소리가 나온다. 그 위치에서 입을 조금 더 크게 벌리면 이번에는 〔외〕가 된다.  'ㅟ'와 'ㅚ'는 소리를 내는 중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고정하여 발음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모음이다. 그런데 현대에는 단모음으로 발음하지 않고 입술을 움직여 이중 모음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두 단모음은 발음을 이중으로 하는 것도 허용한다.

 

 

8. 단모음 종합

 

(ref: 천재교육)

 

인터넷에는 이렇게 그려놓은 것들도 많이 있는데,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역삼각형으로 그려진다. 가장 입을 크게 벌리면 후설에서 시작하든 전설에서 시작하든 심지어 원순에서 시작해도 최종적으로는 후설-저모음-평순모음인 〔아〕 로 수렴이 되기 때문인 듯하다.

 

 

마지막으로 후설 모음과 전설 모음의 모양 즉 기호를 비교해 보자. 기본 모음인 'ㅡ'와 'ㅣ'를 제외하면 재미있는 특징이 보인다. 후설 모음에 'ㅣ'를 하나 더하면 대응되는 위치의 전설 모음이 된다. 한글은 이렇게 체계적으로 만든 문자다.

 

 

9. 반(半)모음

 

이중 모음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반모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이중모음은 반모음과 단모음이 결합한 소리이기 때문이다. 반모음은 홀로 쓰이지는 않는다.그래서 전체 모음의 숫자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반모음에는 두 종류가 있다.

 

  

 

반모음 'ㅣ' 와 반모음 'ㅗ/ㅜ' 이다.  반모음 'ㅗ/ㅜ' 는 양성 단모음과 결합하느냐 음성 단모음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ㅗ' 혹은 'ㅜ'가 쓰인다. 모음조화로 볼 수 있다. 'ㅣ'는 원래 중성 모음이다.

 

 

 

반모음은 짧게 스치듯이 발음한다. 말 그대로 하면 반만 발음한다. 사전에는 "모음과 같이 발음하지만 음절을 이루지 못하는 아주 짧은 모음" 이라고 되어 있다.

 

 

10. 이중(二重) 모음

 

 

 

이중 모음은 전설 이중모음과 원순 이중모음으로 나뉜다. 전설 이중모음은 반모음 'ㅣ'와 단모음이 결합한 것이고, 원순 이중모음은 반모음 'ㅗ/ㅜ'와 이중모음이 결합한 것이다. 'ㅣ'가 전설 모음이고, 'ㅗ/ㅜ'가 원순 모음이어서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 반모음과 단모음이 결합할 때 반모음이 먼저 오기 때문에 첫 소리는 반모음이 짧게 나고 끝소리는 단모음이 길게 난다.

 

 

전설 이중 모음부터 소리내어 익혀 보자. 반모음 'l'와 결합할 수 있는 단모음은 후설 모음의 'ㅓ·ㅏ ·ㅜ ·ㅗ' 와 전설모음의 'ㅔ·ㅐ'로 총 6개이다.

 

이중 모음 'ㅕ'를 연습할 때 처음에는 단모음 〔이〕와 단모음 〔어〕를 또박 또박 발음해 보고, 그 다음부터 앞의 단모음 〔이〕를 점점 짧게 발음하면서 〔어〕를 연이서 발음하면, 결국 〔이···어··· → 이··어··· → 이·어··· → 이어··· → 여〕로 소리가 변하면서 하나의 이중모음이 됨을 알 수 있다. 거울을  보면서 연습을 하면 입모양이 확실히 변하는 것이 보인다.

 

이중모음의 특징은 한번 발음을 한 후 그 상태에서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고정시킨 채 그 이중모음을 되풀이 소리낼 수 없다는 것이다.  〔여〕를 한번 발음한 후 그 상태에서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연이어 〔여〕를 소리내려고 해 보자. 소리가 얼어 붙은 듯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중모음은 첫소리와 뒷소리가 다르기 때문에 입술 모양이나 혀의 위치가 바뀔 수밖에 없다. 이것이 단모음과의 차이다. 단모음 〔어〕는 한 번 발음한 후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그 상태에서 그대로 몇 번이고 소리를 낼 수 있다.

 

 

반모음 'ㅗ/ㅜ'와 결합 가능한 단모음은 후설 모음의 'ㅓ·ㅏ' 와 전설 모음의 'ㅔ·ㅐ' 로, 총 4개다. 반모음  'ㅗ/ㅜ' 자체가 원순 모음이기 때문에 단모음의 원순 모음과는 결합하기 힘들다.

 

단모음 중 'ㅓ'와 'ㅜ'는 음성 모음이다. 반대로 'ㅏ'와 'ㅗ'는 양성 모음이다. 개구도가 더 크고 밝고 산뜻하게 들리는 모음이 양성 모음이다. 우리 문법에는 모음 조화라는 것이 있다. 양성 모음은 양성 모음끼리, 음성 모음은 음성 모음끼리 어울린다. 현대 음운에서는 많이 사라졌다는데 의성어나 의태어에 아직 남아 있는 것이 많다. 깡총깡총 -껑충껑충, 도란도란 -두런두런 등의 단어에서 모음들의 어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중 모음을 만들 때도 모음 조화가 적용된다. 양성 모음은 양성의 반모음 'ㅗ'와 음성 모음은 음성의 반모음 'ㅜ'와 결합한다. 그래서 반모음은 3가지가 아니라 'ㅣ'와 'ㅗ/ㅜ' . 이렇게 2가지인 것이다.

 

단모음 'ㅓ'와 'ㅔ'는 음성 모음이기 때문에 앞에 반모음 'ㅜ'가 결합하여 이중모음 'ㅝ'와 'ㅞ'를 만들고, 단모음 'ㅏ'와 'ㅐ'는 양성 모음이기 때문에 반모음 'ㅗ'가 결합하여 이중모음  'ㅘ' 와 'ㅙ'를 만들었다.

 

 

이중 모음 'ㅢ' 는 분류에 대한 논란이 있다. 자료에 따라 분류가 다르다.  한국어 어문 규범의 표준 발음법에 따르면 'ㅢ'는 반모음 'ㅣ'로 끝나는 이중 모음이다. 여기서는 EBSi의 강의에 따라 기타로 분류하였다. 실제 발음에서 'ㅢ'는 〔의〕〔이〕〔에〕 등 둘 이상으로 발음할 수 있다. 

 

 (ref : 표준어 규범,  2부 표준 발음법 5항 해설)

 

 11. 포인트 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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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22-06-29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진짜 너무 상세하게 잘 정리해놓으셨어요.. 지나가다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