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 위의 PGA(남자골프투어) 도전에 대해 난 부정적이었다(그래서 ‘여자랑 놀면 안되겠니?’라는 글도 쓴 바 있다). 미셀 위보다 월등히 실력이 좋은 소렌스탐도 역부족을 절감하고 도전을 포기한 마당에, LPGA(여자골프투어) 우승 한번 못해본 십대 소녀가 뭘 믿고 남자랑 해보겠다는 건가.


미셀 위보다 두 살 연상인 폴라 크리머는 흔히 미셀 위의 라이벌로 간주된다. 분홍색 옷을 좋아해 ‘핑크 팬더’로 불리는 크리머의 인터뷰 한 대목.

질문자: 미셀 위를 라이벌로 생각하느냐?

폴라: 그는 우승을 노리는 많은 골퍼 중 하나일 뿐이다. 난 그녀를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다.

질문자: 그렇다면 지금 당신의 라이벌은 누구인가?

폴라: 애니카 소렌스탐이다. 그녀야말로 세계 제일의 선수니까.

폴라 크리머


 

펜들턴 고교를 졸업하기 일주일 전 크리머는 LPGA 우승컵을 안는데, 18세 9개월의 나이는 역대 최연소의 기록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크리머는 메이져 대회보다 상금이 더 많다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함으로써 최연소 (18세, 11개월)로, 프로 입문 후 최단시간(4개월)에 상금 100만달러를 돌파한 선수가 된다. 2006년 2월 발표된 랭킹은 소렌스탐에 이어서 크리머를 2위에 올려놓았다. 이런 크리머이니 아직 우승컵이 없는 미셀 위와 비교되는 게 싫을 법도 하다. 거기에 더해서 크리머의 반응에는 미셀 위가 실력에 비해 과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불만스러움이 곁들여 있는 듯하다.


하지만 미셀 위도 그리 평범한 선수는 아니다. 1989년생인 그녀는 만 13세 때인 2003년, 메이져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쉽에서 컷을 통과한 최연소 선수가 되며 그 대회 우승자 소렌스탐을 위협했고, 그 후 참가한 대회들에서 위는 5위 이내의 수준급 성적을 내며 자신이 왜 특별한 존재인지를 입증하고 있다. 문제는 미셀 위가 수시로 남자 대회의 문을 노크한다는 것. 빈번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위는 2003년 소니 오픈에서 한타 차이로 컷오프 된 것을 비롯, 아직까지 한 차례도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번번이 탈락만 하는 그녀를 사람들은 조롱하기 시작했다. 가장 흔히 하는 말이 “여자 대회에서 우승이나 하고 나와라”인데, 사실 그녀가 LPGA 우승을 못한 건 LPGA 규정상 만 18세가 되기 전엔 한정된 숫자의 대회만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미셀 위가 복통으로 경기를 포기한 존 디어 클래식에서 비난은 절정에 달했는데, 아무리 도전이 아름답다 하더라도 무모하기 짝이 없는 그런 도전까지도 아름답게 봐줘야 하냐는 말도 나왔다. 

미셀 위


 

사람들이 그녀의 도전을 좋지 못한 시각으로 본 이유는 이벤트성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었다. PGA에선 관심이 집중되니 좋고, 미셀 위도 언론의 조명을 듬뿍 받았으니 그건 서로에게 좋은 이벤트였다. 하지만 대회 참가가 거듭될수록 그녀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다. 매번 예선에서 미끄러지고, 얼마 전 끝난 오메가 유러피언 마스터스에서는 최하위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제 댓글도 많이 줄었다). 2년 전과 달리 지금은 “어린 선수”라는 메리트마저 사라지고 있다. 지켜보는 사람이 줄어든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도전정신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진정으로 PGA 도전이 꿈이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닐까. 다행스럽게도, 미셀 위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PGA 도전에 대한 그녀의 의지는 확고한 듯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일단 LPGA 석권부터 하고 오라고. 설령 PGA 컷오프를 통과한다 할지라도, PGA에서 우승할 것도 아닌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하지만 사람들은 간과한다. 소렌스탐이 왜 PGA 도전에 실패했는지를. 근력운동을 통해 비거리도 늘리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한 소렌스탐이 실패한 이유는, LPGA와 PGA의 코스 난이도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었다. LPGA에서만 공을 치면 평생 PGA에 도전할 수 없다. 소렌스탐이 “다시는 PGA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미셀 위의 꿈이 PGA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LPGA에서 여자 코스만 열심히 도는 걸까, 아니면 무모해 보이더라도 PGA에 참가하는 것일까?


소렌스탐을 제치고 여자 1인자가 되겠다는 폴라 크리머의 꿈은 소중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PGA에 도전해 성공하겠다는 미셀 위의 꿈 역시 그 자체로 소중하다. 그리고 미셀 위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자질이 있는 선수다. 팬들의 관심이 사라져 가는 지금, 중요한 것은 미셀 위의 의지일 것이다.


* 원래 이 글의 제목은 ‘미셀 위, 그만해라 지겹다’였다. 그런데 글을 쓰다가 글의 논지가 나도 모르게 바뀌었고, 제목도 ‘미셀 위 힘내라’로 바뀌었다. 손가락이 머리를 설득한, 흔하지 않은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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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9-10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셸 위, 영악한 짓좀 그만해라! 넌 연예인이 아니잖아! 이 말 좀 전해주세요.

마태우스 2006-09-10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영어로 해야 할텐데... 뭐라고 해야 할지..."Hey, Michell Wie, don't behave like a blue-fox! You are not a talent, aren't you?" 맞나요

기인 2006-09-1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마지막의 부가의문문(이 용어 맞나요? 아른거리네요 ㅎㅎ) aren't you?는 왠지 친절한 느낌이랄까 어쩌면 매우 비난조의 느낌일 수도 ㅎㅎ
역시 마태우스님은 자상하셔서 그래욧 ^^

마법천자문 2006-09-10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셸 위와 최희섭 얼굴이 닮았다고 생각하는 건 저뿐인가요?

마법천자문 2006-09-10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ey, Michell Wie, Um...Um..... You're not a student, Oh NO, sorry, You must don't... Um... I'm not a pencil.... 에이, 남자대회에 나가든 말든 알아서 해라."

모1 2006-09-10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pga와 pga와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 몰랐어요. 마태우스님이 빔을 많이 쏴주시길..

2006-09-11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11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9-11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받아줘서 감사합니다^^
속삭이신 ㄹ님/아아 그렇군요 전 다르다와 틀리다를 잘 모르겠어요. 틀린 건 옳은 것의 반대말이군요... 저도 뭐 미셀위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매너도 그렇구.... 그냥 열심히 해보라는 거죠 뭐.
모1님/아앗 제가 미셀 위에게 빔 쏠 여력은 없습니다. 챙겨야 할 우리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나스랄라님/이런 초절정 유머 고수가 계시다니...한수 가르쳐주시어요!
기인님/자상하긴 하죠 음하하핫. 기인님만 하겠냐만요^^

Mephistopheles 2006-09-11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혔을 수도 있고..아님 고집이 대단한 걸지도 모르고..^^
혹은 아버지의 압력때문일지도 모르고요..^^
 

 

* 독립영화, 저예산 영화를 모두 비주류 영화라 칭했습니다. 제가 쓰는 개념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치고 비주류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미도>가 천만 관객을 동원했을 때, 어느 분은 이렇게 썼다.

“한편에 천만 관객이 드는 것보다는 10만명이 본 영화 백편이 있는 것이 훨씬 아름답다”

<괴물>이 엄청난 스크린 수를 기록하며 흥행몰이를 하던 때도 그런 비판은 어김없이 나왔다. 그 분들의 말을 빌면 비주류 영화는 지금 대량 마케팅을 하는 영화들 때문에 고사 직전이고,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한 것 같다.


하지만 <시네 21> 덕분에 비주류 영화의 재미에 눈을 뜬 내가 보기엔 비주류 영화들은 이 땅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다. 하이퍼텍나다(동숭아트 센터)에서 <돈 많은 친구들>을 보러 갔을 때 전회가 매진된 걸 알고 놀랐고,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사랑의 유통기한>을 볼 때도 평일임에도 객석이 가득 메워진 걸 보곤 가슴이 뭉클했다.

오다기리 조입니다. 여기선 아닌데 영화 속에선 장동건과 비슷하단 생각이 마구마구...


 

주말을 즐길 자격이 충분할만큼 열심히 일한 지난주, 명동 CQN에서 <유레루>를 봤다. 객석이 그리 넓은 건 아닐지라도 관객은 빼곡이 들어찼고, 그들은 장동건을 닮은 일본 배우의 열연을 넋을 놓고 감상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가는데 ‘유레루 3만명 돌파 사은 이벤트’라는 홍보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8월에 개봉했는데 3만이라니, 한달 남짓한 기간에 매일 천명씩 관객이 들었단 애기. <괴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스크린 한두개를 겨우 차지한 영화를, 붐비기로 유명한 명동 거리를 찾아 헤메며 보러 온 사람이 그리 많다는 게 난 놀라웠다.


인터넷 다운로드를 적발하려 노력했기 때문이라지만, <조제....>를 만든 감독이 들고 온<메종 드 히미코>는 7만 관객을 동원했단다. 비주류에 대한 애정이 듬뿍 생긴 내게는 그 7만이란 숫자가 한없이 위대해 보인다. 지방의 상황은 분명 열악하겠지만, 서울만 놓고 볼 때 비주류 영화는 주류 영화의 틈바구니에서 힘겹게나마 생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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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9-10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다운로드.... 저는 그나마 그것으로 인해 영화를 볼 수 있었어요. 물론 '박치기'도 그 중 하나고요. 메종 드 히미코, 역시. 아무도 모른다,는 디비디가 있지만 그전에 다운로드해서 봤어요. 서울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비주류(이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문화가 차츰 그 영역을 넓혀간 것이 인터넷이라고 생각하면 저는..인터넷이 좋아져요. ^^;;;
'유레루' 역시 이곳에서는 개봉안하겠죠? ㅡㅡ;;;

chika 2006-09-10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너무 멋진 사진을 퍼와서... 창을 못닫고 있잖아요. 쳐다보느라...^^;;;;;;;;;;;

프레이야 2006-09-10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엔 기회가 잘 없네요 ㅜㅜ

비자림 2006-09-10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을 사랑하는 분들은 비주류 영화의 진가도 다들 아실 것 같아요.^^

근데 오다기리 조의 사진이 너무 멋있네요. 호남이기도 하지만 왜 쓸쓸하면서도 지친 눈빛을 보이는 것인지..
크헉 치카님처럼 갈 수가 없잖아용! 갈 수가...ㅋㅋㅋ

기인 2006-09-10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장동건이랑 쫌 많이 다르지 않나요? 쿄쿄 저도 이 배우 멋있다고는 생각했지만. ;)

하루(春) 2006-09-10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립영화(인디영화)는 주류영화(제작비 많이 들고, 따라서 수익을 제1목표로 하는)에 비해 당연 비주류영화죠. 맞습니다. 저는 솔직히 '괴물' 아직도 여전히 하루 종일 상영하는 거 보고 혀를 내둘렀어요. 심한 거 아닌가 싶더군요.

모1 2006-09-10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다기리 조란 배우..좀 독특하다고 하지 않았나요? 주로 비주류영화에 많이 참여하는데 매력적인 배우라고 들었어요. 뭐랄까...어딘가에 매어있지 않은..그런 분위기랄까나?

하루(春) 2006-09-10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지만 보통은 독립영화 혹은 인디영화, 그도 아니면 저예산영화라 해요.

미완성 2006-09-11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다기리 조를 좋아하는데요, 좋아하긴 하지만...사진 볼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흰색 배바지의 충격은...-_- 메종 드 히미코의 영향이 너무 강해요 ㅜ_ㅜ
츠마부키 사토시('조제..' 주연)랑 닮지 않았나요?? 슬쩍 봤을 땐 동일인물인 줄 알았다는...돈도 무쟈게 잘 번대요! -_-;;

드팀전 2006-09-11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리 아들도 저렇게 생겼음 좋겠다.아들덕에 돈이나 좀 벌어보게.헐랭 헐랭.
그러나...유전의 법칙은 예외가 없다는.ㅋㅋ

바람에 맡겨봐! 2006-09-11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레루, 참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렇죠. 이런 영화들을 지방에서는 접할 수 없다는 것이 참.........

moonnight 2006-09-11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저도 이 영화 보고 싶어요. ㅠㅠ;

stefanet 2006-09-1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레루...참 사람 사이의 감정을 세심하게 잘도 잡아냈지요..마지막 부분만 빼면 무척 좋겠습니다만.
오다기리 조는...정말 '보기 좋게' 생겼지요? ^^ 사실 저런 잘난 동생이 있으면 형이 그런 행동을 취하는 것도 이해될거 같다는...

마태우스 2006-09-12 0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테파넷님/처음으로 뵙는 것 같네요. 저 역시 마지막 부분이 이해가 안됐지만, 영화 후 토론 하다보니 이해가 되더군요. 아니 억지로 이해를 시킨 건지도... 오다기리 조 정말 잘생겼어요.... 근데 자식이 그 얼굴을 무기로 여자를.... 그럼 안되는데..... 그죠?
달밤님/울지 마세요 달밤님 요즘 늘 우는 모드....^^
바람에 맡겨봐님/영화 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다 그렇죠 뭐. 서울 사는 사람만 문화를 즐기라는 건지 참...
드팀전님/그렇죠 제가 애를 안낳는 이유이기도 하죠^^
미완성님/앗 처음 뵙겠습니다. 오다기리 조를 안조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남자들이 '느끼해서 싫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요... 메종 드 히미코에도 나왔나봐요? 조제 주연과는...글쎄요. 별로 안닮은 듯 싶은데...그 사람은 좀 발랄, 어리버리 이 스타일 아닌가요?
하루님/그러니까 제가 쓴 개념도 그리 틀린 건 아니란거죠? 하여간 괴물은 지나치게 띄우는 분위기였죠... 흥행 신기록을 세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느껴지더이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스크린쿼터에 맞서서 괴물이 우리 영화를 지켜야 한다, 뭐 이런 생각이 있지 않았을까요
모1님/아 원래 비주류 영화에 참여하는 배우군요. 더 멋져 보이는데요^^
기인님/사진은 그런데요 영화 보다보니 분위기가 비슷하더라구요...
비자림님/그렇죠 그런 쓸쓸한 느낌이 한층 더 매력을 더해주죠
배혜경님/그게 안타깝죠............ 다운받아 보는 수밖에...
치카님/영화에서 나오는 오다기리 조에 비하면 저 사진은 암것도 아닙니다. 치카님, 유혹에 흔들리지 마시고 알라딘 열심히 합시다 우리^^ 제가 오다기리조만큼은 아니지만....오닭대가리는 되잖아요

stefanet 2006-09-15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처음 아니긴 하지만...저번에 승진하셨다는 페이퍼 (아마도 '저 그런 사람 아니어요, 진짜로요!'라는 제목의...)에 축하 댓글을 달았는데 그게 처음이죠...그때 인사드렸는데...댓글로 축하해주신 분들이 너무너무 많긴 하더라구요~ 기억 안나시겠지만 그 글에 달린 댓글 중 마태우스님의 답댓글을 제외하고는 가장 아래쪽에 있답니다~ ^^ 처음 댓글쓰면서 인사도 안하고 불쑥 썼다는 인상 주기 싫어요~~
 

 

 

 

 

가출 하나.

어린 시절, 아버님은 서너달에 한번씩 우리들 책상을 검사하셨다. 검사 때마다 아버님이 보시기에 하등 쓸모없는 것들이 왕창왕창 버려젔다. 종이로 접은 개구리들, 좋아하는 여자에게서 받은 지 2년 쯤 지난 사탕, 구슬, 종이 비행기....

“이건 안돼요”란 내 외침은 아버님의 무서운 표정에 부딪혀 사그라들었다. 고등학교 때 어찌어찌 구한 안소영(영화배우, 애마부인이 히트작) 사진을 찢긴 기억이 있는 걸 보면 아버님의 서랍검사는 내가 고등학교 때까지도 계속되었던 것 같다. 세월이 흘렀고, 아버님이 당시 버린 것들이 내게도 쓸모없게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 지금 난 아버님이 서랍검사를 한 숭고한 뜻을 이해하고 거기에 대해 고마워할까? 전혀 아니다.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의 내게도 어린 시절의 서랍검사는 아버님이 권위주의적이고 무서운 분이셨다는 걸 증명하는, 별반 떠올리기 싫은 기억일 뿐이다.


엄마가 오늘 단단히 마음을 먹으셨다. 잡동사니들로 가득찬 할머니 방을 치우기로 한 것. 계기는 타이레놀이었다. 허리가 아프시다는 할머니한테 타이레놀 세갑을 사다드렸는데, 할머니가 방 안에서 잃어버리신 것. 미로 같은 그 방에서 뭔가를 찾는 건 사실 불가능했는데, 추석도 다가오고 하니 남들 보기에 너무하지 않을 정도는 치워야 한다는 어머님 말씀이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었다.


문제는 그 방법이 너무 폭력적이었다는 거였다. 할버니가 “버리면 안된다”고 만류하는 것들을 엄마는 “이걸 어디다 쓰게요!”라며 내동댕이쳤다. 그 시절 분들이 다 그렇듯이 할머니 역시 버려야 할 것들을 잔뜩 갖고 있긴 했다. 택배로 온 책 박스를 비롯해서 박스만 보면 죄다 주워다가 방에 들여놓으셨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남은 막대기를 씻어서 보관하고, 양파 껍질을 비료로 준다고 모아놓는 건 치우는 사람을 질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긴 해도 할머니를 윽박질러 가며 그것들을 버리는 건 지나쳤다. “쓸데없다”는 건 우리의 기준일 뿐, 그 물건들 하나하나는 할머니에게 의미가 있는 것들이었다. 지저분하다고 해도 그 방은 할머니의 세계였고, 그 세계만큼은 누구한테도 침해받고 싶지 않다는 게 할머니의 마음이었다.


책상검사가 끝날 때마다 의기소침해져 쓰레기통을 뒤지던 어린 시절의 나처럼, 할머니는 엄마가 한바탕 휩쓸고 간 자리에서 남은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할머니의 참담한 마음을 내가 십분의 일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위로한답시고 다가간 날 붙잡고 할머니는 울음을 터뜨리셨다.

“느그 엄마가 나가라니 어쩔 것이냐. 어서 죽었으면 좋겠는데 죽도 안하고.”

할머니는,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박스에 차곡차곡 물건들을 담으셨다.


가출 둘.

할머니를 대충 달랜 후 엄마와 늦은 아침을 먹으며 말을 꺼냈다.

“사람은요 열 번 잘해줘도 한번 서운하게 한 걸 더 잘 기억해요. 어느 여자가 남편이 고시공부하는 거 뒷바라지를 해가며 판사를 만들어 줬는데요, 아내가 돈 벌랴 집안일 하랴 고생한 건 생각도 안하고 서운하게 몇마디 한 것만 기억하고 이를 가는 거예요. 결국 남자가 바람 피우다 이혼을 했다죠 아마. 엄마가 할머니 모시는 게 힘들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할머니는 엄마 때문에 서러운 것만 기억한답니다. 오늘도 ‘귀신이 되어도 이 집에 다신 안온다’고 하시잖아요. 다른 사람이 보기엔 엄마가 옳더라도 할머니는 그렇게 생각을 안한다고요. 왜 제 말을 안들으세요. 할머니를 댁에 계시게 하고, 밥 해줄 사람을 붙여주자고 제가 얼마나 여러번 말했어요. 한달에 60만원이면 되고, 제가 30씩 내면 되잖아요. 그럼 엄마도 할머니 끼니 걱정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고, 할머니도 텅 빈 우리집에서 심심하게 있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요(안양 할머니라고, 할머니와 말이 잘 통하는 적합한 후보가 있다)”


하지만 엄마는 그 60만원이 아까운 눈치였다.

“그게 60만원만 드냐. 생활비도 드려야지.”

“엄마, 엄마는 행복을 돈으로 사야 해요. 생활비 그게 얼마나 한다고 그러세요. 엄마가 할머니 때문에 마음 쓰는 거, 그거 한달에 100만원어치는 될걸요. 마음 놓고 여행도 못가잖아요 지금. 그리고 우리, 몇 년 전보단 사정이 훨씬 좋지 않나요? 99년, 2000을 생각해 보세요. 그땐 아버님 병원비가 한달에 천만원씩 들었고, 누나랑 여동생 파출부 값, 여동생 산후조리비, 삼촌에게 주는 생활비에다 할머니 용돈까지, 이런 거 돈 대느라 엄마 허리가 휘었잖아요. 그때 우리 네 형제는 돈 보탠 거 하나 없구, 엄마 혼자 빚 내가면서 그 돈 댔어요. 우린 그냥 가끔씩 문병 가서 한 십분 들여다보고, 비싼 밥만 얻어먹고 자리를 떴죠. 그런 망나니같은 자식들은 이제 그만 챙기고, 엄마와 할머니를 위해 60만원 쓰자구요, 네?”


말해 봤자 소용이 없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엄마는 늘 내 앞에선 알았다고 했지만, 그뿐이었다.

“엄마, 삶은 재미있게 살아도 짧다고 엄마가 그랬잖아요. 엄마 여행도 가고 친구도 만나셔야죠. 엄마가 다음달에 미자(가명. 여동생) 터키 간다고 일주일 동안 애 봐주기로 하셨잖아요. 엄마가 앞으로 얼마나 더 사신다고 그러세요. 엄마에게 일주일은 20대, 30대의 일주일보다 훨씬 더 소중한 거라고요. 한비야 씨가 암인 줄 알고 그간 못했던 걸 하려고 리스트를 만들었데요. 다행히 암이 아닌 걸로 나왔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데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지금은 왜 못하냐고. 그래서 그 분,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요. 엄마도 제발 좀 그렇게 사세요. 결혼하고 나서 엄마가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하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 법, 우리 엄마는 역시 우리 엄마였다. 난데없이 누나 이야기를 꺼낸다.

“어제 미숙이(가명. 누나)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병원비가 8만얼마가 나왔데. 그래서 아줌마 시켜서 내가 10만원 보냈어.”

난 거기서 머리가 돌아 버렸다(누나가 왜 병원에 갔는지, 엄마가 왜 병원비를 주면 안되는지는 제가 쓴 다른 글을 참조하세요). 내가 그렇게 알아듣게 말씀드리고 화도 내고 그랬는데, 엄마는 결국 저렇게 밖에 못하는구나. 엄마는 평생 이따위로밖에 못 살 운명이구나.

“엄마, 엄마는 그 망나니같은 자식새끼들한테 쓰는 돈은 안아깝고, 할머니랑 엄마를 위해 쓰는 돈은 아까워 죽겠나요? 할머니가 우리한테 퍼준 돈이 얼만데 그러세요?”

엄마는 실수했다면서 둘러댄다.

“돈을 보낸 게 아니라 주려고 마음만 먹었다는 거야.”

“엄마, 나 엄마랑 같이 있기가 싫어요. 나 지금 집 나갈래요. 이제 나 없으니까 엄마가 살고 싶은대로 사세요. 누나랑 여동생 집 가서 애도 봐주고 파출부 노릇도 하면서 즐겁게 사시라고요.”


난 2박3일치 짐을 쌌고, 여전히 짐을 싸고 있는 할머니한테 가서 인사를 드렸다. 할머니가 미리 작별인사를 한다.

“나 오늘부터 우리집 가서 있을 테니, 잘 있거라. 가끔 놀러와.”

할머니는 여전히 울고 계셨다. 할머니 집엔 먹을 것도 하나 없는데, 당장 저녁은 어쩐담?

“할머니, 왜 나가시려고 하세요. 아줌마 구할 때까지 며칠만 여기 계세요.”

“느그 엄마가 나 데리고 있지 니가 모시냐. 엄마가 나가라는데 난들 어쩌겠냐.”

난 울면서 손을 흔드는 할머니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여기는 천안으로 가는 기차 안이고, 기차는 지금 막 평택을 지났다.


엄마

내일 아침 엄마는 갑상선 때문에 S병원 예약을 해놓으셨다. 난 원래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간 뒤 출근을 할 예정이었다. 자식을 데리고 가기가 황송한 엄마는 “혼자 가련다”고 고집을 부리셨지만, 난 모교에 일이 있다며 겨우 허락을 받았다(그러기 위해 오늘 강의준비를 다 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천안에 와버린 지금, 엄마는 여느 때처럼 혼자 병원에 가야 한다. 어쩌면 엄마는 자식이 모시고 병원에 가는 호사를 누릴 자격이 없는 분인지 모른다. 그건 자식을 괴물로 키웠고, 그것도 부족해 티라노사우르스를 만들려고 온갖 애를 다 쓰신 대가일 것이다. 말리는 엄마를 뿌리치고 집을 나온 내 마음이 편한 건 아니고, 이런다고 해서 엄마가 바뀌리라 생각지도 않는다. 하지만 가출이라도 안한다면 내 안을 온통 차지한 분노를 표출할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술을 먹는다면 내일, 모레 강의는 어쩌고?). 엄마는 자식과 남편을 위해 당신의 삶 전부를 희생하신 할머니를 비판하며 “난 저렇게는 안 살 거야”고 하셨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엄마는 할머니의 판박이다. 자식에게 너무 잘해주기만 한다고 해서 그 자식이 효자가 되는 게 아니라는 건 엄마도 잘 알고 있을텐데, 왜 엄마는 그렇게밖에 못사는 걸까.


내가 옷가지를 가지러 집에 갈 화요일 밤, 엄마는 날 어떻게 맞아줄까. 가족이란 존재에 대한 회의가 내 머릿속을 맴돈다. 아으동동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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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9-10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는 오래도록 그렇게 사셨으니까요..쉽게 바꾸기 어렵지요..
그나저나 저도 가끔 애들 책상이고 서랍이고 검사하러가서 종이접기한거 쌀쓸어 휴지통에 버리곤 하는데 그때의 기분이 그렇게 비참한거군요..그럼 잔소리를 해야한단 소린데...

겨울 2006-09-10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부모에게 자식은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잖아요.
오히려 그러한 어머니가 대단해 보여요.
음... 그리고 물건 버리는 건, 저도 버리는 쪽이라 사수하는 할머니와 매일 전쟁을 하지요.

chika 2006-09-10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은 각자의 물건은 손 안댑니다. 아무리 추접하게 쌓아놓고 살아도 그 사람이 치우는거니까요. 물론 예전엔 안그랬습니다. 제게 중요한 메모지 한 장을 쓰레기로 버려버린 다음 제가 지랄지랄(^^;)을 했더니 그 다음부터 암묵적으로 그리 흘러가더군요. 지금은 오히려 부모님이 필요없는 것들 마구 쌓아놓고 지내시는데, 각자 서로 그냥 참습니다. 사실.. 제게 중요한 책들도 부모님 보시기엔 쓸데없는 종이쪼가리들 묶어놓은것뿐이잖아요.
페이퍼의 주요점은 이게 아닌거 같은데, 뭐라 할 얘기가 없네요.
오늘 성당에서 애들에게 니들 태도가 나쁘면 욕먹는건 니들을 그리 교육시킨 부모님이다,라고 했는데...다 내뜻같지는 않아요, 그죠?

근데요.... 가족,은 내가 쌩지랄(^^;;)을 해도 받아주는게 가족이라 생각해요. 맛있는 김밥을 싸주셨던 어머니를 생각하세요. ^^

프레이야 2006-09-10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두 분 사이에서 마음 잘 풀어드려야할 것 같아요. 애교작전으로다 귀여운 컨셉으로 나가실래요? ^^ 어머님이나 할머님이나 다 안쓰러운 분들입니다. 생각하면 가슴 터질 것 같이요.. 착한 님이 잘 해드리실 거라 생각되옵니다^^

비자림 2006-09-10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님 가슴에서 불끈불끈 치미는 화, 답답한 심정, 그럼에도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안스러운 심정들이 느껴지네요.
캔맥주 한 잔이라도 하시고 강의 준비 하시길!(술꾼 비자림^^)
님의 감정도 위로해 주시길!

그리고 집에 가셔서 또 어머님, 할머님 보듬아 드리세요... 화이팅, 마태우스님!!!!!!

마태우스 2006-09-10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캔맥주라...정말 그게 먹고 싶네요. 이제 글 그만 쓰구 강의준비 할께요. 지금이라도 집에 가면 좋겠지만.... 서울은 예서 너무 머네요..
배혜경님/사실 오늘은 제가 엄마를 제일 속상하게 했죠. 나가지 말라고 사정하는데 뿌리치고 나와버렸거든요... 낼 엄마 모시고 병원 가면 좋은데 그러지도 못했고.....휴, 저도 괴물 중 한명입니다.
치카님/김밥이 아니더라도 엄마는 제게 은인이십니다. 잘해드리고 싶어 죽겠는데,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일 때문에 엄마한테 화를 내야 한다는 게 괴로워요.... 흑...
우울과 몽상님/버리는 걸 잘해야 집이 깨끗하죠... 글구 우리 엄마가 자식들에게 그만 휘둘렸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잘 살아야 제 맘이 편하니 말입니다....근데 그게 잘 안되서 화가 나는거구요..
속삭이신 분/정말 가족이란 게 뭔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사실 제가 대단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두 아닌데...개콘 보구 열시부터 강의준비하다 자구, 두시에 야구보고 이런 계획을 세웠었는데 그게 다 깨졌어요. 흑...제 연구실에서 이게 뭐예요...
해리포터님/오옷 님도 서랍 검사를.... 그래도 님은 때리진 않으시겠죠??^^

기인 2006-09-10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힘내세요. 인생 후배인 저로서는 님의 글에서 많이 배울 수 밖에요. 그래도 배혜경님이나 비자림님 말씀이 따뜻하고 보기 좋을 것 같아요. 자상하신 마태우스님 ^^*

춤추는인생. 2006-09-10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지금 연구실이신거세요? ;; 경험부족인 저는 뭐라 드릴말씀없지만.
어머님을 기쁘게 해주실분은 마태우스 님 딱 한분일거예요^^
힘내세요..*^^*

모1 2006-09-10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어려운 문제군요. 어머님과 같이 있다가 서로 마음 상하는 것보다는 잘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그래요 내일 병원에는 같이 가셨으면...하네요.

마노아 2006-09-10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의 함정같아요. 식구들이 모두 집에 있으면, 평소에 없을 분쟁이 발생하거나 맘상하는 일이 곧잘 생기거든요. 저도 아까 울 언니 땜시롱 너무 화가 나서 분을 참느라 한참 애썼어요. 전 짐 싸서 나갈 데도 없거든요ㅡ.ㅜ 나간대도 아무도 무서워하지도 않는답니다...;;;; 화요일에 돌아올 때는 서로의 마음이 좀 더 편안해졌음 좋겠어요. 사람 마음 쉽게 변하지 않는 것 모두가 알지만, 그래도 조금씩 달라졌음 합니다. 제 마음두요ㅠ.ㅠ

다락방 2006-09-10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럴까요? 왜 유독 엄마에게만 그럴까요? 그건 제게도 풀지 못할 숙제 같은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분노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셨나요?
식구잖아요. 아무리 서운하고 아무리 화가 나도 결국 진실한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은 결국 식구 뿐이라고 생각해요.

기분이 풀리셔서 좀 편안히 주무셨으면 좋겠네요. 휴~

2006-09-11 0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viana 2006-09-11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들어도 매번 저에게 머나먼 남의 나라 이야기에요..아무리 그래도 님은 어머님 모시고 삼성병원 같이 갔어야 됬어요.아시죠?
할머니 문제는 님이 무조건 우기세요. 맘 맞는 분이 계시다면 할머니에게도 그게 훨씬 나으세요.님이 그돈 다 내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 하세요.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고, 아직까지 그정도 여유는 있으시잖아요. 술만 좀 줄이세요.ㅎㅎ

moonnight 2006-09-1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구. 슬픈 일요일을 보내셨군요. ㅠㅠ; 할머님 문제는 마태님 말씀대로 하시는 게 모두를 위해서 가장 좋겠네요. 어머님 고집도 보통이 아니시라고 생각되지만 @_@;; 이번엔 마태님이 꼭 이기셔요. 불끈! 오늘도 학교에서 주무실 건가요? 이런이런. 허리아프실텐데. 마태님 마음이 더 아프시겠지만요. ㅠㅠ;

달콤한책 2006-09-1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나 가족들 이야기하실 때의 마태님은 사진 속의 느낌이 아닙니다. 굉장히 여리고 어린 마태우스라고 느껴져요. 뭐 그렇다고 꼭 지금 마태우스님이 늙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에고...줄행랑쳐야겠다...

또또유스또 2006-09-11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도 철없던 시절엔 엄마에게 발악발악 대들고 엄마 맘에 대못을 치던 자식이었답니다.
지금도 뭐 잘해드리는 건 없지만 엄마가 우리에게 서운하셔도 우리 앞에선 뭐라 안하시고 설겆이 하시며 콧물 훌쩍이시는 걸 볼때면 제 가슴을 주먹으로 치게 됩니다...
엄마에겐 자식이란 어쩌면 한없이 흘러내리게 되는 강물과 같은게 아닐까 합니다
오로지 자식쪽으로만 흐르는...
님... 어머님께 무뚝뚝한 전화라도 한통하심이...
이게 모두 님이 효자라서 그런거라지요...^^

2006-09-12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9-12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님 서재에 찾아뵙고 댓글 달겠습니다...감사합니다.
유스또님/전화는 벌써 드렸구요...당근 후회하고 있죠.... 그 덕분에 강의준비를 잘 하긴 했지만 혼자병원에 가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요...담부턴 안그럴께요.
달콤한책님/제가 좀 유아적이었던 거 인정합니다. 따지고보면 별것도 아닌데, 엄마의 그 답답함에 지나치게 반응했네요. 히유..전 왜이럴까요
달밤님/허리 아플까봐 단골 모텔 가서 잤습니다... 여러가지로 감사합니다...
파비님/님 말씀이 맞아요 어찌되었건 엄마 모시구 병원 갔어야 했어요... 부끄럽습니다
속삭이신 ㅅ님/설마 제가 밖에 있다고 잘 못먹겠습니까^^
다락방님/화가 가라앉은 지금은 당연히 후회하고 있지요.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가 마구마구........ 나이가 마흔인데 아직까지 이런다니 문제가 있어요 전...
마노아님/전 늘 말하죠. 엄마랑 친하고 싶은데 다른 형제들 때문에 그게 안된다고..하지만 사실 그건 핑계일 뿐입니다. 그럴수록 제가 더 잘해야 하는 게 합리적인데, 전 오히려 엄마를 더 속상하게 하니 말입니다
모1님/같이 못갔어요....흑흑. 죄송해요
춤추는 인생님/경험부족 이런 걸 다 떠나서요, 제 행동은 열살 짜리도 안되는 그런 것이었어요...
속삭이신 ㅍ님/준엄한 꾸지람을 주실 줄 알았는데..... 앞으로는 바르게 살겠습니다. 엄마에게 잘할께요. 이유가 어찌되었건 제게 가장 소중한 분에게 그러는 건 옳지 않지요...
기인님/낼모레면 군대 가시죠? 그 전에 엄마한테 가서 싹싹 빌겠습니다..죄송하다구요...
 

 

 

 

 

난 ‘교수’라는 단어를 별반 좋아하지 않는다. 하는 일에 비해 지나친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 때문인데, 남자 파악에 능한 술집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직업군이 교수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됨됨이로 따지자면 평균에 결코 미치지 못할 사람들이 왜 그리도 목에 힘을 주고 사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들은 조교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존재가 아닌가.


아무리 학교 내에서 일어난 일이라 해도 수업과 무관한 걸 가지고 “나 교수인데”라고 말하며 기선을 제압하려는 행태를 난 특히 싫어한다. 언젠가 우리 학교 학생이 교내에서 치대 선생과 접촉사고를 낸 적이 있다. 서로 잘잘못을 가리던 중 치대 선생은 “나 교수야. 넌 뭐냐?”라고 했는데, 단과대도 다른데 그런 말에 기죽을 학생이 아니었는지라 별반 좋지 못하게 결말을 맺었나보다. 분이 안풀린 그 교수는 우리 대학 의학과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렇게 말했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당신 말야 학생 교육 좀 똑바로 시키라고.”

자기들끼리의 문제를 권력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거, 문제 있지 않는가. 나 같으면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무시했겠지만, 우리 의학과장은 나보다 훨씬 멋진 사람이었다.

“그 학생이 잘못했다고 치자. 하지만 이렇게 불쑥 전화해서 그딴 말을 하는 당신도 잘한 거 없다.”


오늘 낮, 의학심리학을 가르치는 러시아과 선생에게 전할 게 있어 인문대로 갔다. 그 선생 방에 갔더니 자리에 없다. 조교 선생에게 전해야겠다 싶어서 과사무실을 찾았더니 못찾겠다. 다른 과 사무실에 가서 러시아과 사무실을 찾았다. 당시 난 전날 집에 못간 탓에 무척 남루한 행색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거기선 날 위아래로 보더니 “한층 내려가세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거다. 평소 스스로를 교수라고 하는 걸 부끄러워했지만, 이런 말이 나올 뻔했다. ‘나 교순데....좀 잘해 주면 안되겠니?’


3층에서도 러시아과 사무실은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러시아과’라고 쓰인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들어갔더니 학생 비슷한 젊은이 셋이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다. 정중하게 물었다.

“러시아과 사무실이 어디지요?”

젊은이 하나가 날 슥 쳐다봤다. 그리고는 컴퓨터 화면에 눈을 고정시키며 한마디 내뱉는다.

“옆에.”

조교를 만나 전할 걸 주고 의대로 오는 동안, 그 학생이 말한 ‘옆에’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무리 내 행색이 초라해도 자기보다 몇십년 위인데, 말버릇이 그게 뭔가.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여기 교수야. 엊그제 부교수도 됐어. 어따 대고 반말이야?”

무더위 속을 걸으면서 난 이런 말을 해주지 못한 걸 자책했다. 물론 오래지 않아 난 이성을 찾았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수업 외의 일로 생긴 문제에 교수라는 백을 동원하는 건 옳지 못한 일이니까.


그렇긴 해도 한가지는 결심했다. 인문대 갈 땐 빨간 모자는 쓰지 말고 가야겠다는. 그것 때문에 내가 너무 젊어 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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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6-09-08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수님~~~ !

프레이야 2006-09-08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부교수님 되신거부터 축하드려요^^ 지금도 충분히 젊은 나이니까, 님, 너무 어려보여 그런 일 당하신거잖아요.ㅎㅎ 교수님~~~ 그래도 말을 뚝 잘라먹는 버릇, 학생이라해도 잘못된 거에요.. ^^ 친절까진 못하더라도...

비로그인 2006-09-08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어려보여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상대가 세살박이 어린아이였다 해도 말꼬리 뚝 잘라먹는 건 고쳐야 할 언어습관이에요. 아니 예의는 어따 두고 반말입니까, 반말이!

해리포터7 2006-09-08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빨간모자를 쓰신 마태우스 교수님~~~ 다 젊어보여서 그러신거라고 생각하시지요..ㅎㅎㅎ

진/우맘 2006-09-08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참....대단하신 분이라니까요. 경직된 우리 교육계에서, 교정을 빨간모자를 쓰고 활보하면서 부교수가 되시다니~~~~^0^

아영엄마 2006-09-08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어려보이면 종종 황망한 일들을 겪죠! 대2쯤 휴학한 기간에 초등학교에서 임시직으로 다닌 적 있는데 아침에 출근한다고 학교 건물 현관으로 들어가는데 선생님이 소리치시더군요.
"야, 넌 왜 실내화 안 신어!!"
"엑, 저 학생 아닌데요..." 당황한 선생님과 주위 초등 학생들의 시선 집중...@@;;
근데 정말 학생도 나이 그정도 됐으면 상대에 대한 언어 예의는 지킬 줄 알아야죠.

해적오리 2006-09-08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왜 이케 웃기지요? 빨간모자 아저씨!

엔리꼬 2006-09-08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모자'라는 국내 피자집 배달 아저씨로 착각한거 아닌가요? ==33

짱구아빠 2006-09-08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모자의 진실"-----> 어려 보이시는 자랑하기 위한 염장성 뻬빠되겠슴다. 저처럼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보이는 인간은 그거 땜에 기분상하는 일이 많거들랑요...
어려보이시는 데다가 빨간 모자까지 착용하셨으니,"옆에"라고 말한 학생이 후배라고 볼만도 했을 듯... 아무리 그래도 "예의가 없는 것"이긴 하군요...

다락방 2006-09-08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끈 열받으며 읽어가다 보면 끝에 꼭 웃게 만드시네요. 하하.
왜 마태우스님은 국문과 교수가 아니라 의대교수인걸까요? ㅋㅋ

깐따삐야 2006-09-08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모자 아가씨였으면 정중하게 안내했을텐데 빨간 모자 아저씨라서...=3=3=3

마노아 2006-09-0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모자 안 쓰고 파란모자 쓰는 건 아니죠? 너무 영한 부교수님 마태우스님께서 너그러이 이해하셔요^^

Mephistopheles 2006-09-08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찰 하나 맞췄드려야 겠어요... 부교수`마태우'

세실 2006-09-08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아직 학생으로 아는건가요? (이건 쫌 아니다~)아님 누구로 알아서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 걸까요???
이제 부교수님도 되셨으니 아무래도 의상에도 신경쓰셔야 할듯~ 코디도 구해야 되는건 아닌지... 부교수님이잖아요~~

비자림 2006-09-0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안(?)인데다 아이를 늦게 낳아 다들 어리게 볼 때가 많아요. 좀 친해진 동네 아줌마가 반말을 툭툭 하다가 기세좋게 제 나이를 물었는데 저보다 네 살 어리더군요. 저는 나이가 상관없었는데 그 아줌마가 많이 당황해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나저나 예의 없는 그 학생 말투에 적잖이 황당하셨겠어요.^^

paviana 2006-09-08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학과장님은 꼭 본받으세요..
춘님이 하신 명언이 생각나는군요.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험하다...
조교에게라도 한마디 하고 오셨어야죠.러시아과는 과사무실에 오는 사람들에게 모두 반말하는게 전통이냐고.....
이래서 님은 비서가 필요하세요. 험한 세상에 혼자 다니시기에 넘 여리시잖아요.
제 이력서는 잘 받으셨죠? 기억해주세요.ㅎㅎ

ceylontea 2006-09-0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모자 부교수~~ 학교 게시판에라도 올리던지 해야겠어요.. ^^

달콤한책 2006-09-0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달의 기수로 본게 분명하군요...피자, 택배 등등 ㅋㅋ

maverick 2006-09-0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 생각하니..
마부교수님이라고 불러 드려야 하나요 ㅋㅋㅋ ^^

기인 2006-09-08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인문학도라고 다 그런건 아니에요~~ 진정 인문학도라면 타인에 대한 예의와 세상에 대한 냉철한 시선과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겠죠!!
(물론;; 제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혹시 그 '러시아과' 학생이 유학생이라서 한국말이 서툴지도;;;; 아닐까요? ㅜㅠ )

비로그인 2006-09-08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건 인문학도라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기본이 없는 거 같네요. 괜히 찔리는 사회과학도-_-;;

마태우스 2006-09-08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대생님/아앗 저도 그런 뜻으로 쓴 건 아니어요. 의대 쪽은 다 저를 알기에 모자 써도 관계가 없지만, 인문대에선 절 모르니까 그런 거였어요...
기인님/여대생님한테도 썼지만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믿어 주세요... 의대 애들이라고 뭐 예의가 바르나요. 글구 그 학생, 아마 유학생일 거예요^^
올리브님/제말이.... 우린 서로 호형호제하고 살아요^^
매버릭님/아이 부끄럽게.... ^^
달콤한책님/그럴지도...하지만 배달의 기수 치곤 너무 피부가 좋지 않나요?^^
실론티님/모자는 맨날 바뀌니까 게시판에 올려도소용없음^^
파비님/글쎄요 좋은 비서가 하나 필요하긴 한데... 강의준비 대신 해줄 비서!!
비자림님/님 사진 봐서 동안인 거 알죠. 학생 같더이다^^
세실님/님 의상이 더 걱정입니다. 님의 미모를 손상시키지 않을 옷이 이 땅에 얼마나 있을지....^^
메피님/호호, 그럼 진짜 학생 같을걸요^^
마노아님/초록, 검정, 파랑.... 골고루 바꿔서 씁니다^^
깐따삐야님/그, 그랬을까요??? 치마입고 가볼까...
다락방님/제가 의대니까 이렇게 설치고 다니지 국문과였다면 존재 자체가 없었을 거예요. 국문과의 뛰어난 감수성을 제가 어찌 감당하겠어요...
짱구아빠님/오옷 아니어요 절대로 자랑이 아니어요 그냥 그거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어려보여서 그렇다고 생각하련다, 이런 페퍼죠!!
서림님/아, 오랜만이네요! 하지만 손에 피자를 들고 있지 않았다는 거~^^
해적님/그건 님의 마음이 따뜻해서 그런 거랍니다. 섭시 97도 되겠습니다^^
아영엄마님/세상 사람들 모두가 자신이 동안이라 우겨도 아영엄마님 앞에서는 다들 까빡 죽습니다. 님의 피부와 초롱한 눈을 어찌 따라가겠습니까...^^
진우맘님/호호, 님 만날 땐 모자 안썼었는데...올해 2월부터 갖게 된 취미랍니다
해리포터님/그렇게 생각하고 기분 풀어야죠 뭐^^
주드님/제말이 그말입니다. 님같은 미녀분도 그러시는데 그죠??
배혜경님/미소라도 한번 지었으면 모르겠지만, 한번 슥 보고 다시 컴 모니터 보면서 한마디 내뱉는 그 센스, 좀 불쾌했답니다. 신하균에게 부탁해볼까...
매직님/부교수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잖습니까^^ 신혼생활에 대한브리핑 써주세요!

춤추는인생. 2006-09-0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모자가 문제일꺼예요..
저는 왜 이글은 읽는동안 분에 안차고 동안이신 님의 얼굴에 부러움만 느껴지는지.
ㅎㅎ

딸기 2006-09-08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모자에 '교수'라고 써붙이고 다니셔요 ^^

제가 아는 어떤 친구는 올봄에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됐는데,
아무리 갓 졸업해 취직한 새내기라도 그렇지...
교장선생님이 계속 이름부르며 반말한대요. 기본이 안 된 사람들...

모1 2006-09-08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모자를 썼든 안썼든 그 학생들 기본이 안되있네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반말을...
(근데 그 치대교수님도 대단하시네요. 사고난것이랑 교수랑 무슨 상관??)

산사춘 2006-09-08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두루두루 씹새들입니다. (갑자기 서재 없어지면 제 욕질 때문입니다.)

승주나무 2006-09-09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 님의 페이퍼에 등장하는 책들은 어디서 따오는 건가여? 한 번도 구경해보지 못한 것들이라... 전공 서적인가여?(궁금)

2006-09-09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9-10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ㄹ님/그러니까 자주자주 들리셔야죠^^ 좋은 소식 많이 준비해 놓을께요^^
승주나무님/호홋, 전공서적은 아니구요 페이퍼용 서적이죠. 페이퍼를 위해 준비된...^^
산사춘님/님과 한잔 하고픈 마태입니다
모1님/제말이 그말입니다 사고난 거랑 교수는 아무 관계 없죠...
딸기님/들들 왜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좋은 사람끼리만 모여살면 좋겠다는...^^
춤추는 인생님/님은 제 나이 되어도 20대 같으실 걸요 어찌 아냐구요? 호호, 다 아는 수가 있죠
 

 

 

 

 

 

 

‘표리부동’이란 한자어를 배우면서 전 절대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되지 않고자 했습니다.

맛없는 걸 맛있다고 말하지 않으려 했고

시험 전에 공부 안했다고 사기를 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좋으면서 싫은 척 내숭을 떨지 않으려 했고

시험 잘 보고서는 못 봤다고 하는 친구들을 미워했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냐고 물으신다면

내숭에 관한 한 감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사옵니다.


이 학교에 발령을 받고나서 늘 잘릴 것을 걱정했습니다.

“설마 내숭을 떠는 거겠지”라며 절 의심하던 분들도

제가 발령 1년 후 연구실적 미비로 경고를 받는 걸 보면서

절 진심으로 이해했고

언제까지 버티나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서 차차차,라는 말이 있듯이

지난 8년의 세월은 한 순간도 마음 편할 날이 없는 나날이었습니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던 작년 12월,

운좋게 재임용을 통과했던 쾌거를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재임용 통과로 앞으로 3년을 보장받았다고 좋아할 무렵

올 8월에 부교수 승진 심사가 있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치기 시작했습니다.

전 부교수가 싫은데, 계속 조교수로 있고 싶은데 하는 생각까지 했었지요.

승진은 때가 되면 당연히 되는 거라고 믿는 학장님한테 달려가

“제가 이번에 승진 못해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라고 하고픈 충동을 겨우 참았습니다.

운명의 8월은 갔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9월이 왔습니다.

‘탈락’이라는 통지서가 언제쯤 올까 싶어서

웃어도 웃는 게 아니요,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에선 우리가 감히 이해하지 못할

신기하기 짝이 없는 일들이 가끔씩 일어나나 봅니다.

수업이 끝나서 연구실에 앉아 넋을 놓고 있는데

문자가 한 통 왔습니다.

교학과 직원 분이 보낸 “부교수 승급 축하드려요”라는 글귀를 보고서

전 아무 느낌이 없었습니다.

답을 했지요.

“진짜예요? 거짓말이면 저 너무 상처받을텐데, 진실을 말해 주세요.”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후 다섯시 회의에 들어갔는데

학장님이 “부교수 되었는데, 한턱 안내냐?”고 합니다.

부교수 될 줄을 미처 모르고 돈 준비를 못했지만

“당연히 내야죠”라고 대답했습니다.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부교수가 된 걸 말이죠.

제 방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못추는 춤을 추었습니다.

누구에게 전화를 걸까 지금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전화 받는 분들이 저만큼 좋아해줄지 모르지만

오늘은 아는 사람들에게 다 전화를 걸고 싶습니다.

저같은 날라리가 부교수가 되었다고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전 내숭을 떠는 사람이 아닙니다.

잘릴까봐 걱정한 것도 진짜였고

승진을 포기한 것도 100% 사실이었어요.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는지 저는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제가 부교수가 되었다는 겁니다.

절 아끼는 누군가가 저를 위해 마법의 빔을 쏴준 걸까요?

전 진짜로, 위에서 열거한 그런 내숭떠는 사람이 아닙니다.

경고 맞는다고 떠들고 다니다가 4.3 만점을 받고야 만 후배와는 질적으로 틀린 사람입니다.

혹시 절 그런 눈으로 보신다면

부디 거두어 주세요.

그저 억울할 뿐입니다.


저 자신은 제가 잘 안다고

부교수가 못될 걸 누구보다 잘 알았는데

되버린 걸 제가 어떡하냐고요.

사실 지금도 전 걱정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 앞으로 갈 공문이 제게 온 거고

‘탈락’이란 글자가 쓰인 게 다시 올까봐요.

이런 소심한 저한테 ‘내숭’이란 말은 하지 마세요.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전 정말 억울하다니까요.


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과정이야 모르지만,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어쨌든 전 이제 부교수랍니다.

제가 ‘부’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 사람들은 승진 안해도 부교수니까요.

지금 전, 정씨 성을 가진 교수를 부러워하기 시작했어요.

사람 욕심이란 끝이 없는가 봅니다.^^

아름다운 밤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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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6-09-0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교수님, 축하드려요~~~

maverick 2006-09-0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의학계에 희망찬 성과가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의학계에 유머의 기름칠은 더해주시겠져 ㅎㅎ
축하드립니다~~

건우와 연우 2006-09-0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축하드려요... 승진하셨다니 줄줄이 달리는 축하 메세지...^^ 평소 마태님의 인기를 증명해주는군요...^^

로드무비 2006-09-06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수상하고 내숭의 기미가 좀 보이지만,
축하드립니다.=3=3=3

뷰리풀말미잘 2006-09-06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그런데 조교수랑 부교수가 뭐가 다른건가요? -_-a

진/우맘 2006-09-06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저도 말미잘님이랑 비슷한 궁금증을 갖고 있구요,
흠, 저도, 전화 안 주면 삐질거예요! 축하해요~^^

바람에 맡겨봐! 2006-09-06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교수 승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2006-09-06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6-09-0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알라딘에서의 활동이 인사고가에 반영되는 게 틀림없을 듯하네요.^^ 그렇지 않고서야, "감히 이해하지 못할 신기하기 짝이 없는 일들" 마태우스님에게만 그렇게 자주 일어난다는 게...

페일레스 2006-09-0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정말 축하드립니다. ^^

마태우스 2006-09-08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문자로도 축하해 주셔서 더욱 감사.
로쟈님/그러게 말입니다... 이사장이 알라디너일지도...^^
속삭이신 무명님/감사합니다. 근데 누구시더라....^^
바람에 맡겨봐님/바람에 맡겼더니 부교수 되었다는...^^
속삭이신 분/이상해요 저도 님의 경사가 제 일처럼 기쁘구, 애사가 제가 겪은 양 슬퍼요... 제가 님을 존경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진우맘님/요즘 여건이 어려워서 전화 못드렸어요. 감사드립니다. 제맘 아시죠?
말미잘님/원래 부교수가 되면 안잘리고 정년까지 가는 거였습니다. 근데 우리학교는 규정이 강화되어 정교수부터라는....
로드무비님/감사합니다. 근데 정말 내숭 아네요....ㅠㅠ
건우님/호호, 그러게 말입니다. 평소 열심히 서재질을 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든든한데요^^
매버릭님/그, 그렇게까지야...^^ 알라딘의 경사인 건 맞아요 제가 안잘리고 서재질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미완성님/아앗 감사합니다. 저도 일과 서재질을 다 잘하는 완성된 놈이 되겠어요^^
올드핸드님/월급은 거의 차이가 없지 않을까요... 호봉제로 하는 거니 연수가 올라가면 올라가는....
깐따삐야님/아유 아네요. 운이 좋았을 뿐, 전 될 사람은 결코 아니어요. 감사해요 하여간.
속삭이신 ㅌ님/와 승진하니까 님과 이렇게 얘기도 나눠보고...호홋. 감사합니다.
속삭이신 ㅁ님/어맛 그, 그런 일이.... 죄송합니다. 서재 찾아뵙고 말씀드릴께요
미래소년님/아앗 알라디너분들은 다 알고 계셨다구요? 저희 교학과 사람들은 의외라고 놀라는 분위기...^^ 감사합니다


울보 2006-09-08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교수님,,
불러보고 싶었어요,축하축하하고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이있으시기를,,,왠지 내일처럼 좋네요,

stefanet 2006-09-0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여기와서 눈팅만 하고 님이 써놓으신 재미있는 글들을 읽으며 즐거워하면서 삶의 자그마한 활력소를 얻고 가는 사람입니다. 첫 댓글인데, 정말 축하드립니다. 어서어서 정교수 되셔서 좀 편히 지내시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마태우스 2006-09-10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fanet님/첫 댓글 감사합니다. 님에게 즐거움과 활력소를 드릴 수 있다니 정말정말 기쁜데요^^ 그리고 정교수 된다고 더 편해지진 않겠지만, 안잘린다는 사실에서 받는 마음의 위안이 꽤 크겠지요?>^^
울보님/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불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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