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 위의 PGA(남자골프투어) 도전에 대해 난 부정적이었다(그래서 ‘여자랑 놀면 안되겠니?’라는 글도 쓴 바 있다). 미셀 위보다 월등히 실력이 좋은 소렌스탐도 역부족을 절감하고 도전을 포기한 마당에, LPGA(여자골프투어) 우승 한번 못해본 십대 소녀가 뭘 믿고 남자랑 해보겠다는 건가.


미셀 위보다 두 살 연상인 폴라 크리머는 흔히 미셀 위의 라이벌로 간주된다. 분홍색 옷을 좋아해 ‘핑크 팬더’로 불리는 크리머의 인터뷰 한 대목.

질문자: 미셀 위를 라이벌로 생각하느냐?

폴라: 그는 우승을 노리는 많은 골퍼 중 하나일 뿐이다. 난 그녀를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다.

질문자: 그렇다면 지금 당신의 라이벌은 누구인가?

폴라: 애니카 소렌스탐이다. 그녀야말로 세계 제일의 선수니까.

폴라 크리머


 

펜들턴 고교를 졸업하기 일주일 전 크리머는 LPGA 우승컵을 안는데, 18세 9개월의 나이는 역대 최연소의 기록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크리머는 메이져 대회보다 상금이 더 많다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함으로써 최연소 (18세, 11개월)로, 프로 입문 후 최단시간(4개월)에 상금 100만달러를 돌파한 선수가 된다. 2006년 2월 발표된 랭킹은 소렌스탐에 이어서 크리머를 2위에 올려놓았다. 이런 크리머이니 아직 우승컵이 없는 미셀 위와 비교되는 게 싫을 법도 하다. 거기에 더해서 크리머의 반응에는 미셀 위가 실력에 비해 과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불만스러움이 곁들여 있는 듯하다.


하지만 미셀 위도 그리 평범한 선수는 아니다. 1989년생인 그녀는 만 13세 때인 2003년, 메이져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쉽에서 컷을 통과한 최연소 선수가 되며 그 대회 우승자 소렌스탐을 위협했고, 그 후 참가한 대회들에서 위는 5위 이내의 수준급 성적을 내며 자신이 왜 특별한 존재인지를 입증하고 있다. 문제는 미셀 위가 수시로 남자 대회의 문을 노크한다는 것. 빈번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위는 2003년 소니 오픈에서 한타 차이로 컷오프 된 것을 비롯, 아직까지 한 차례도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번번이 탈락만 하는 그녀를 사람들은 조롱하기 시작했다. 가장 흔히 하는 말이 “여자 대회에서 우승이나 하고 나와라”인데, 사실 그녀가 LPGA 우승을 못한 건 LPGA 규정상 만 18세가 되기 전엔 한정된 숫자의 대회만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미셀 위가 복통으로 경기를 포기한 존 디어 클래식에서 비난은 절정에 달했는데, 아무리 도전이 아름답다 하더라도 무모하기 짝이 없는 그런 도전까지도 아름답게 봐줘야 하냐는 말도 나왔다. 

미셀 위


 

사람들이 그녀의 도전을 좋지 못한 시각으로 본 이유는 이벤트성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었다. PGA에선 관심이 집중되니 좋고, 미셀 위도 언론의 조명을 듬뿍 받았으니 그건 서로에게 좋은 이벤트였다. 하지만 대회 참가가 거듭될수록 그녀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다. 매번 예선에서 미끄러지고, 얼마 전 끝난 오메가 유러피언 마스터스에서는 최하위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제 댓글도 많이 줄었다). 2년 전과 달리 지금은 “어린 선수”라는 메리트마저 사라지고 있다. 지켜보는 사람이 줄어든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도전정신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진정으로 PGA 도전이 꿈이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닐까. 다행스럽게도, 미셀 위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PGA 도전에 대한 그녀의 의지는 확고한 듯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일단 LPGA 석권부터 하고 오라고. 설령 PGA 컷오프를 통과한다 할지라도, PGA에서 우승할 것도 아닌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하지만 사람들은 간과한다. 소렌스탐이 왜 PGA 도전에 실패했는지를. 근력운동을 통해 비거리도 늘리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한 소렌스탐이 실패한 이유는, LPGA와 PGA의 코스 난이도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었다. LPGA에서만 공을 치면 평생 PGA에 도전할 수 없다. 소렌스탐이 “다시는 PGA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미셀 위의 꿈이 PGA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LPGA에서 여자 코스만 열심히 도는 걸까, 아니면 무모해 보이더라도 PGA에 참가하는 것일까?


소렌스탐을 제치고 여자 1인자가 되겠다는 폴라 크리머의 꿈은 소중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PGA에 도전해 성공하겠다는 미셀 위의 꿈 역시 그 자체로 소중하다. 그리고 미셀 위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자질이 있는 선수다. 팬들의 관심이 사라져 가는 지금, 중요한 것은 미셀 위의 의지일 것이다.


* 원래 이 글의 제목은 ‘미셀 위, 그만해라 지겹다’였다. 그런데 글을 쓰다가 글의 논지가 나도 모르게 바뀌었고, 제목도 ‘미셀 위 힘내라’로 바뀌었다. 손가락이 머리를 설득한, 흔하지 않은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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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9-10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셸 위, 영악한 짓좀 그만해라! 넌 연예인이 아니잖아! 이 말 좀 전해주세요.

마태우스 2006-09-10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영어로 해야 할텐데... 뭐라고 해야 할지..."Hey, Michell Wie, don't behave like a blue-fox! You are not a talent, aren't you?" 맞나요

기인 2006-09-1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마지막의 부가의문문(이 용어 맞나요? 아른거리네요 ㅎㅎ) aren't you?는 왠지 친절한 느낌이랄까 어쩌면 매우 비난조의 느낌일 수도 ㅎㅎ
역시 마태우스님은 자상하셔서 그래욧 ^^

마법천자문 2006-09-10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셸 위와 최희섭 얼굴이 닮았다고 생각하는 건 저뿐인가요?

마법천자문 2006-09-10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ey, Michell Wie, Um...Um..... You're not a student, Oh NO, sorry, You must don't... Um... I'm not a pencil.... 에이, 남자대회에 나가든 말든 알아서 해라."

모1 2006-09-10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pga와 pga와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 몰랐어요. 마태우스님이 빔을 많이 쏴주시길..

2006-09-11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11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9-11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받아줘서 감사합니다^^
속삭이신 ㄹ님/아아 그렇군요 전 다르다와 틀리다를 잘 모르겠어요. 틀린 건 옳은 것의 반대말이군요... 저도 뭐 미셀위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매너도 그렇구.... 그냥 열심히 해보라는 거죠 뭐.
모1님/아앗 제가 미셀 위에게 빔 쏠 여력은 없습니다. 챙겨야 할 우리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나스랄라님/이런 초절정 유머 고수가 계시다니...한수 가르쳐주시어요!
기인님/자상하긴 하죠 음하하핫. 기인님만 하겠냐만요^^

Mephistopheles 2006-09-11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혔을 수도 있고..아님 고집이 대단한 걸지도 모르고..^^
혹은 아버지의 압력때문일지도 모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