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4월 29일(금)
누구와: 미녀와
마신 양: 죽이게 마셨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다음주 5월 6일부터 한달간 난 술을 마실 수가 없다. 그런데 그게 어렵게 되버렸다. 5월 11일부터 예과 애들이 제주도로 수료 여행을 가는데, 예과 과장이라 1박2일 정도는 같이 있어 줘야 한다. 그 동안 술도 못마시는 몸으로 이빨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갑갑하다. 애들이 날 좋아하는 이유가 몸을 아끼지 않고 술대결을 펼치는 것에 매료되서인데, 소주 한잔 놓고 “저 마시면 안되요”를 연발하면 “왜 따라왔냐”고 비난할 게 아닌가.
그래서, 잇몸 치료의 시작을 일주만 연기해야 할 것 같다. 잇몸에 암이 생긴 것도 아닌데, 일주쯤 늦게 치료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으니 말이다. 더구나 5월 9일에는 클리오님이 주최하는 청주 번개가 있다. 클리오님도 한 술 하는 분인데, 그 앞에서 “여기 참이슬 세병하고요, 저는 녹차 주세요”라고 하면 사람이 얼마나 없어 보이는가.
문제는 작년에도 이랬다는 거다. 당장 치료를 하자는 후배에게 “큰 술자리가 언제 언제 있으니 이거 지나고 하자”고 했고, 당연한 얘기지만 큰 술자리는 일년 내내 계속되었다. 나 정도 술을 마셔온 사람에게 한달이나 큰 술자리가 없으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 아닐까. 물론 이번엔 워낙 의지가 확고해 술자리의 규모에 관계없이 5월 13일부터 치료를 할 것이지만 (그럼...5월 5일까지 급히 잡아둔 술자리는 다 뭐란 말인가!)
차제에, 올해 술 목표도 재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둑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을 때 그냥 방치하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다. 둑이 무너지면 물이 범람하고, 집도 절도 다 물에 잠긴다. 그러니 둑이 무너질 위기에 놓이면 더 튼튼히 쌓아야 주민들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 그래서.... 이참에 둑을 더 튼튼히 쌓기로 했다. 무슨 말인지 짐작이 가실 거다. 올해 초만 해도 내 술 목표는 50번이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몰라도 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날이 가면 갈수록, 그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특히 잔인하기 짝이 없는 4월에 십여차례 술을 마신 게 결정적이었다. 술 횟수가 30회를 넘었을 때부터 50회는 이미 물건너 간 것이었다.
다짐한 것을 지키지 못한 것에 나 자신에게, 그리고 옆에서 지켜봐 준 분들에게 죄송하기 그지없다. 이제는 둑을 튼튼히 쌓을 차례, 목표를 200번 정도로 수정하면 지나친 튼튼함을 추구하는 것이 되겠고, 70회 정도라면 둑 위에 흙만 더 쌓은 미봉책이 될 것이다. 4월까지 49번, 이런 식이면 12월까지 147회를 마시게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술일기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술에 대한 경각심을 조성해 술을 덜마시는 것이니, 목표 달성이 실패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후반기엔 페이스를 훨씬 느리게 할 것이다. 더구나 5월 13일부터 한달간 술을 아예 못마시지 않는가. 그래서 결정된 숫자가 100번,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좋은 숫자인 듯하다. 이 목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