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5월 5일(목)
누구와: 미녀와
마신 양: 제법, 하지만 정신은 멀쩡했다
유명하다는 식당에 갔다가, 여기가 왜 유명한걸까 하는 의문을 품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2년쯤 전 친구 추천으로 강남에 있는 냉면집 우래옥을 갔었다. 20분을 헤매다 들어갔더니 드넓은 식당에 빈자리가 없기에 “대단한가보다!”고 생각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새치기를 하려는 다른 일당을 견제하며 겨우 자리를 잡고 냉면을 시켰는데, 먹어보니 나랑 잘 안맞는 것 같다. 물어보니까 같이 간 두 미녀도 별로라고 한다. 그런데 왜 유명한 걸까?
이름은 까먹었는데, 서울여고 옆에 있는 냉면집도 추천을 받아 갔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또 한 삼십분쯤 헤맸다. 그 과정에서 도로를 역주행한 적 한번, 보도블록을 정면으로 부딪힌 적 한번, 지나쳐서 유턴 한번, 그리고 시장 골목으로 잘못 들어가서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마주보고 서 있기도 했다. 그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서 친구가 말했던 냉면집에 갔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근데 맛이 별로였다. 냉면이 특이하다는 건 인정한다. 맛집 치고는 양이 무진장 많았던 기억도 난다. 그럼 뭐하나. 맛이 없는데. 그때 느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맛있는 집에 가는 게 아니라, 사람 많은 집에 간다는 걸.
하지만 우리 동네에 있는 황소곱창은 명성과 맛이 일치하는 몇 안되는 집이다. 밤 9시 경 갔는데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다. 그것도 어린이날인데. 어린이날에 곱창을 먹으면 안된다는 건 아니지만, 어린이날의 곱창은 어버이날에 TGI를 가는 것만큼이나 이상한 일이다. 하여간 곱창은 잘못 조리하면 맛이 불쾌할 수 있는 음식이라 맛있는 집에서 먹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쏘시지 볶음이나 삼겹살이야 어디서 먹든 그게 그거지만, 영 아닌 곱창집에서 곱창을 먹는 건 그야말로 고역이다. 그러니 집에서 5분쯤 되는 거리에 <황소곱창>같은 곳이 있다는 것은 축복 그 자체라 할만하다. 곱창이 비리지 않으니 여성의 비율도 무지하게 높아, ‘여자는 곱창에 약하다’는 내 편견은 그 집을 다니면서 교정이 되었다. 곱창도 맛있지만 밥을 볶아주는 게 어찌나 맛있는지, 배가 불러도 꼭 밥을 비벼먹게 된다. 이쯤되면 그집에서 번개라도 한번 하자고 할 만 하지만, 그건 안된다.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번개 같은 걸 할 분위기가 아니다. 밤 11시에 만나서 먹는 거라면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