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5월 7일(금)

누구와: 테니스 아저씨들과

마신 양: 알면서 뭘.... 주량에다 한잔 더 마심.


전날 술을 마신 후부터,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난 몸이 좋지 않았다. 어제는 그 중 최악이었다. 지도학생을 만나려 했던 걸 취소하고 조신하게 집에 와야겠다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새로 가입한 테니스 클럽 회장이다.

회장: 요즘 왜 안나와요?

나: 죄송합니다. 술 먹느라구요

회장: 오늘 저녁 때 회장 취임식 있으니까 나오세요

나: 아 네 그래야죠.


회원 12명의 평균연령이 58세 쯤, 30대는 내가 유일해서 날보고 ‘젊은 피’라고 하질 않나, “테니스 모임에 30대가 있다는 건 우리 클럽의 경사다”라고 해서 날 민망하게 하기도 했는데, 어쨌든 나이도 있고 하니까 술을 과하게 먹는 일은 없을 듯 했다. 그래서 1차만 하고 가자는 깜찍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1) 술잔을 보니까 헛구역질이 도져 버렸다. 갑자기 속이 거북하면서 헛구역질과 눈물이 함께 났다. 그리고 잘 몰랐는데 양말도 빵꾸났다. 안되겠다 싶어 약국에 갔다.

“저 이틀간 술마시느라 속이 너무 안좋아요. 지금 또 마셔야 되는데 약 좀 주세요”

아저씨는 한심하단 표정으로 날 바라보다가 약 한봉을 줬다. 먹었다. 한결 나았다. 오는 길에 양말을 한컬레 사가지고 계단 앞에서 갈아신었다. 기분이 상쾌했다. 그런데.


2) 전에 겪은 분위기와는 달리, 이분들이 소주를 계속 돌린다. 나중에는 맥주잔에 따라서 돌린다. 안먹고 버티려고 했더니 째려본다. 할 수 없이 원샷을 몇 번 했다. 몽롱했다. 2차도 가잔다. 노래방에 가서 맥주를 좀 마셨다. 나이드신 아저씨들과 간 노래방이 뭐가 재밌겠는가. 덕수궁 돌담길을 비롯해서 세자리 번호가 붙은 노래만 잔뜩 부른다. 그분들을 즐겁게 해드리려고 <나성에 가면>을 부르며 무리한 춤을 추다가, 소파 위로 뛰어오르는 씬에서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져 버렸다. 하필 어느 분이 맥주를 엎어서 바닥에 맥주가 흥건했는데. 다른 곳은 괜찮은데 히프가 젖으니 앉아있기가 영 불편했다. 역시 춤은 내게 무리야.


3) 아저씨들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점. 종업원 하나가 써빙을 했다. 내가 보기에 결코 미인이 아니었다. 근데 그녀가 써빙할 때마다 종아리를 만지고, 소주를 주면서 마시라고 한다. 종아리를 만지는 거야 음험한 욕망의 발로라고 해도, 술은 대체 왜 주는 걸까. 우리 먹자고 시킨 거고, 그녀도 원하지 않는데. 술 취해서 불판 갈다가 엎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지게?


대접을 받으려고 팁 2만원을 건냈다. 그 다음부터 “팁까지 줬는데 이게 뭔가?”는 말을 하고, 계산서가 나오니까 너무 많이 나왔다면서, “좀 줄여서 다시 가져와!”라고 한다. 열명이서 배터지게 고기를 먹었는데 17만원이 나온 건 당연하지 않는가. 백세주 네병까지 시켰는데. 난감해하고 있기에 종업원을 밖으로 불렀다. 2만원을 주면서 “2만원 깎아서 계산해 주세요”라고 했다. 겁나게 고마워했다.


4) 예상대로, 오늘 아침에 속이 영 말이 아니다. 오전 내내 헛구역질을 하다가, 밥을 조금 먹으니까 구역질이 멈췄다. 내가 입덧을 하는 걸까. 석달 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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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5-0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을 일이 아니지만 웃습니다. 푸하하하하 좀 줄이시라니까요^^;;;

날개 2005-05-0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마태님..! 이러다가 큰일나겠어요.. 좀 천천히 드세요..
근데, 오늘 또 알라딘 오프 아닌가요? 저런저런~
글구, 어제는 5월 6일입니다.. 7일이 아니라.... 아직 덜 깨셨죠? ^^

하루(春) 2005-05-07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난하네요. 게다가 빵꾸난 양말이라니...

마태우스 2005-05-0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그러게요 하필 또 방에 들어가 앉는 곳이라...
날개님/아 글쿤요. 오늘이 7일이네요!
만두님/만두님, 어케 웃으실 수가.. 흑흑

노부후사 2005-05-07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50번이 넘어가니까 이제 가속도를 붙이시네요. 전 마태님이 그러실 줄 알았어요. 덕분에 올해도 즐거이 술일기를 읽을 수 있겠네요. 혹시나 진짜 50번에서 멈추나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여튼 화이팅이요~

비로그인 2005-05-07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의대 근처에도 못가본 사람이지만
헛구역질은 간이 안 좋다는 신호로 알고 있는데요...
건강 좀 챙기셔야 겠어요.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어떤 선물보다 마태님이 건강하신 게 어머님께 가장 먼저 효도하시는 길일 거라고 믿어요.

울보 2005-05-0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부리님에게 부탁을 해야겠어요,,
마태님대신 술을 드시라고,,
너무 많이 마시는것 같아요,,
걱정입니다,

줄리 2005-05-07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이 안좋으셨던거는 미녀가 아닌 사람들과 술을 마셨기 때문인거 맞죠?^^

클리오 2005-05-0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덧이라.. 부리 님이 여자분인줄 알았더니, 사실은 마태 언니였던 것이야... (무지 피곤한 날의 횡설수설이니 이해해주시길...)

하이드 2005-05-08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흐흐흐

마냐 2005-05-0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마태님....그 나이에 아직도 맥주컵 소주 원샷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오오오.

니르바나 2005-05-08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 (마태님을 여성으로 아시는 분들이 꽤 있지요. ㅎㅎ)

마태우스 2005-05-08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저...미역국 먹어야 하는 건가요.
마냐님/어머 제 나이가 어때서요!!
미스하이드님/그 웃음의 의미는...제 맘대로 해석할께요. 감사드려요
클리오님/아 피곤하면 유머 내공이 떨어지는구나...
줄리님/맞다 그런 것 같아요!
울보님/아니 마태만 중요하고 저는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요!
고양이님/사실 저도 무섭습니다. 오늘은 그래서 술 쉬었습니다
에피님/다들 걱정해 주는데 에피님은...으음.... 술일기의 팬이셨군요. 더 노력해 볼께요. 으 배야.

moonnight 2005-05-10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너무 착하신 거 같애요. 그 종업원 정말 고마왔겠는걸요. ^^
그런데 테니스클럽아자씨들 응큼하군요. -_- 언젠가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나네요. '아무리 느끼한 총각도 유부남보단 산뜻하다'-_-
홀몸도 아니신데 ^^; 술쪼금 줄이셔야겠어요. 부디 건강을 보살피셔서 멋진 글 계속 읽을 수 있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