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5월4일(수)

누구와: 학계 동료와

마신 양: 겁나게 많이, 정신 잃음


아직도 난 술을 마실 때 승패를 따진다. 요즘 세상에 술시합을 하는 인간이 어디 있냐고 할지 몰라도, 내 주위에는 희한하게 그런 친구가 많다. 이날 만난 친구-감마라고 하자-도 그 중 하나다.


내가 승패를 따지는 기준은 딱 두가지다. 하나는 오버이트. 오버이트란 몸에서 더 이상의 술을 거부한다는 신호, 그러니 오버이트 하는 사람은 패자가 된다. 두 번째로 자는 거. 잠이 든다는 것은 정신이 술에게 항복을 했다는 표시, 무조건 진거다.(오버이트 하고 자면?) 정신과 육체를 조화롭게 적용한 이 기준에 친구들은 대략 동의하는 편이다.


감마는 술이 꽤 세다. 이 친구 앞에서 고꾸라진 기억이 하도 여러번이라, 이날만큼은 몸을 좀 만들고 술자리에 임했다. 술을 퍼마신 지 세시간이 지났을 무렵, 알파는 잠이 들었다. 이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몇잔의 술을 더 들이켰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알파가 집에 가자고 날 깨우고 있다. 새벽 1시가 조금 못된 시각, 내가 언제 잠이 들었던 걸까.


경황이 없어서 그냥 집에 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안난다. 내가 이긴 걸까 진 걸까.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니 “니가 이긴 걸로 해라”고 하는데, 그렇게 선심 쓰듯 얻는 승리는 내가 원하지 않는다. 먼저 잔 사람이 진 거라고 우기고 싶지만, 마라톤을 할 때 지쳐서 걷다가 다시 달려서 우승을 한 사람도 있으니 그렇게만 따질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졌다고 인정하려니 도저히 승복을 못하겠다. 감마 녀석, 화끈하게 오버이트라도 할 것이지 왜 자는 척을 해가지고 날 방심하게 한담? 언제 어디서나 방심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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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5-0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에 마태님이 자고 있었으니깐 마태님이 진거에요. 그리고 다음날도 중요하지요. 다음날 회사를 못 간다거나 학교를 못간다거나 하면 힘든 몸 이끌고 회사 간 사람이 이긴거구요.

날개 2005-05-06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마가 중간에 알파로 변신해요? ^^
여하튼 50번의 술일기 축하드립니다....!!!!!

인터라겐 2005-05-06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마신 양: 겁나게 많이, 정신 잃음 이건 좀 심한거 아닌가요? 할머니와 어머니를 생각하셔서....정신을 잃을정도는 자제해 주심이....ㅎㅎㅎ


울보 2005-05-0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로 마태님의 술일기는 재미있는데 ,,,
보는이는 즐거운데,,당사자도 즐거울까 심히 걱정됩니다,,님말고 님의 뱃속이요,,,후후

플라시보 2005-05-0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무승부로 하시고 다음에 한번 더 붙으세요. 두 사람 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자버렸으니..그래도 굳이 따진다면 좀 더 오래 버틴 님이 이긴게 아닐까요? 상대가 이미 퍼 자고 있으니 님도 조금은 마음을 느슨하게 가졌을것이고 그게 잠을 부른게 아닌가 싶습니다.^^

숨은아이 2005-05-06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수정구슬로 들여다보니, 감마님이 잠든 뒤에 마태님은 술을 몇 잔 더 마셨습니다. 그러니까 감마님보다 마태님이 술을 더 많이 드신 겁니다. 감마님(알파 아니라 감마 맞지요?)이 잠에서 깨어보니 마태님도 졸고 있기에 어이, 이제 가자 하고 깨우신 겁니다. 그러니까 마태님이 이긴 게 맞아요.

히나 2005-05-07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술 대결할 때 저도 이거 이용해보려고 하는데요. 코코펀 5월호에 보니까 이런 글이 있네요. 마태우스님은 의학계에 종사하시니까 알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

술 안 취하는 알약.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 KGB들은 비밀리에 RU-21을 먹었다. 상대방과 술을 마시기 전에 미리 복용, 자신은 제정신을 유지하면서도 상대방은 술에 취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약의 주성분인 호박산이 술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하는 과정을 막아 덜 취하게 하고 숙취를 예방한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애용한다는 007 아이템스러운 이 약에 힘을 빌려보자. 약국에서 6정 들이 6.000원에 구입 가능.

포도나라 2005-05-07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과 마음의 쾌락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뱃속의 미래도 생각해 주심이 어떠하실는지?!...^^;;...

마태우스 2005-05-07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자의 노래님/그래야겠어요 안그래도 요즘 속이 너무 거북해요
스노우드롭님/약을 이용해서 이기면 좀 떳떳하지 못해 보이지 않을까요...
숨은아이님/그렇죠? 제가 이긴 거죠??
플라시보님/그래도 님 말씀 듣고 무승부로 하겠습니다. 통산 전적이 어떻게 되더라... 2승 1무 13패.....호홋
울보님/아닌 게 아니라 어제부터 헛구역질을 하고 있어요
인터라겐님/네.....앞으로 착한 마태가 될께요
날개님/아아 예리하신 날개님...근데 50번이 축하받을 일인지는 잘...
하이드님/안되요 인정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