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이야기 2 -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 일본인 이야기 2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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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를 떠올리면, 오다노부나가, 도요토미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대표되는 센코쿠 시대를 떠올린다. 일본인 이야기1의 표지만 보고 센코쿠시대부터 메이지 유신까지의 역사를 서술한 책으로 오해했다. 일본 근대가 궁금했기에 일본인 이야기2부터 읽기 시작했다. 나의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에도시대 민중의 삶에 대한 책이었다. 일본사 책들 중에서 일본인들이 쓴 책들은 상당히 읽기 힘들다. 일본인 인명을 외우기도 힘들고 지명들의 날립으로 읽으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시덕이 쓴 책들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서술되었기에 믿고 읽었다. 일본 근대를 알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으며, 에도시대 일본인들의 삶을 속속들이 알 수 있어 나름데로 재미있었다. 


  김시덕은 글을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이 지배층 위주의 역사 서술에서 탈피해서 민중의 삶을 들여다보는 역사서술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그가 소개한 에도시대 민중의 삶은 상당히 고달팠다. 내가 아르치는 한 학생은 조선을 싫어한다. 조선이 임진왜란때 멸망했다면, 개항도 빨리되고 더 잘살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선의 백성은 살기 힘들었기에 일본의 지배를 받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의 백성들은 수탈을 당했고 양반들은 배불리 먹고 살았다는 잘못된 역사교육이 이러한 엉터리 역사관을 가진 학생을 만들었다. 

  일본 지배층들은 백성들이 죽기를 면할정도의 삶을 살도록 수탈했다. 일본사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녀석은 일본은 모두 잘살았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설명을 해주어도 들으려하지 않는 녀석에게 이 책에 소개된 '마비키(영아살해)'를 들려주고 싶다. 18세기 일본인들 사이에서 한두명의 자녀만 남기고 보두 낳자 마자 마비키(영아살해)하는 풍속이 있었다. 동화 헨젤과 그래텔을 분석하면 흉년으로 먹을 것이 없어 자녀를 버리는 행위가 중세시기에 서양에서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도 인구조절과 집안 생활향상을 위해서 냉혹하게 마비키를 행했다. 중국과 조선에서도 먹고 살기 힘든 가정에서 자녀를 버리거나 살해하는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단순히 흉년으로 인해서 먹고 살기 힘든 것만이 아니라, 집안 생활 향상을 위해서 마비키를 행했다. 

  냉혹한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권이라는 개념이 근대의 발명품이라는 생각을 한다. 농업생산력이 낮고, 자연재해에 취약했던 과거에는 인권보다는 생존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모습은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없고, 조선과 일본의 차이가 없다. 단지, 일본의 마비키는 더욱 냉혹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본의 역사를 알면 알 수록, 일본인들의 냉혹함에 간담이 서늘할 때가 많다. 그중에 하나가 자국민을 노예로 팔어먹는 일본인의 모습이다. 어느 윤리 교사에게 그리스 로마시대의 노예는 결혼도 할 수 없었으며, 아무런 권리가 없었던데 비해서 조선의 노비는 달랐다고 설명했다. 즉, 외거노비는 결혼을 하고 재산을 축적해서 노비를 거느리기 까지했다. 물론, 재산을 모아 신분상승도했다. 특히 세종은 임신한 노비에게 출산휴가를 주도록 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윤리교사는 "에그 그래도 조선은 같은 동족을 노비로 말들었잔아"라고 반론을 펼쳤다. 그래서 "그럼, 다른 종족을 노예로 삼아도 되고, 같은 종족은 노예로 삼으면 안된다는 말인가요?"라고 반문하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전근대 시기에 인권이라는 개념이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노예와 노비 중에서 어느쪽의 삶이 더 나은가?라는 질문이 부질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센코쿠시대 일본에서는 상대편 영지의 백성을 노예로 팔어저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17세기 말까지 포르쿠갈 리스몬, 남아메리카 리마에서 일본인 노예의 흔적이 보인다. 임진왜란 시기 조선인 포로가 노예시장에 나타나자, 국제 노예값이 폭락했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에 조선인 노예가 사라졌다면, 일본인 노예는 그 후에도 계속 국제시장에 출몰했다. 같은 일본인이라는 관념이 형성되지 않았고, 인권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일본에서 이웃 영지의 백성을 노예로 파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김시덕은 책 표지에서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라고 에도시대를 규정한다. 그는 "퇴보"쪽에 힘을 실어 에도시대를 설명한다. 센코쿠시대 유럽과 교류하며 더 많은 발전을 하였으나, 에도막부가 쇄국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를 포기했다. 서양의학을 더 빨리 더 많이 들여올 수 있는 기회를 에도막부가 막아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발전인가? 센코쿠시대보다 에도시대가 퇴보했다고 주장하기에는 센코쿠시대에 벌어졌던 수 많은 잔혹한 일들이 너무도 많았다. 에도막부의 안정은 전쟁의 소멸로 이어졌다. 비록 서구의 문물이 늦게 일본에 들어왔다 할지라도 에도시대를 살았던 일본의 서민들에게는 센코쿠 시대보다는 에도시대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저자 김시덕의 책은 쉽게 쓰여져 있는 것이 매력이다. 일본인이 쓴 일본사 책들을 읽으면서 이해도 못하면서 책장을 넘겼던 아픈 기억을 떠올린다면, 김시덕의 책은 일본을 이해할 수 있는 고마운 책이다. 특히 일본 지배층 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서, 피지배층의 삶을 조망하고, 간간히 조선과 중국, 서양의 역사도 비교해서 서술한 점이 무척 흥미롭다. 미처 읽지 못한 '일본인 이야기1'도 읽어 보아야겠다. 


ps. 에도막부의 5대 쇼군, 도쿠가와 쓰나요시를 '개쇼군'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살생금지령' 때문이다. 그러나 도쿠가와 쓰나요시는 개를 살생하지 말라는 명령만 내린 것이 아니라, 버려진 아이를 거두는 정책, 백정 즉, 히닌에게 쌀을 주는 정책, 죄수 복지에 관한 정책도 시행했다. 역사를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면, 제대로 과거를 알 수 없다. 이 책을 통해서 도쿠가와 쓰나요시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된 것도 커다란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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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7-21 17: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고 싶어서 담아둔 책인데 자세한 리뷰덕분에 대충 감을 잡을 수 있겠네요. 에도 시대를 퇴보로 보는것은 저도 역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에도막부시대 서민경제의 성장과 새로운 문화의 등장같은 걸 보면 단순히 쇄국정책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건 역시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 그런데 고대 로마와 그리스의 노예는 좀 다양했습니다. 노예들 중에는 지금으로 치면 지식인 전문가 그룹도 많았었고, 그들의 생활은 일반 노동 노예들과는 당연히 차이가 많이 났고요.

강나루 2021-07-21 17:13   좋아요 2 | URL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김시덕의 책은 읽을만 하다는 걸 다시 확인한 책입니다.

scott 2021-07-21 1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 좋아합니다(이 페이퍼 읽자 마자 장바구니 속으로 ~@@@)
과장된 일본 대하 소설 읽다가 의문 생길때 마다 들춰봐야 겠네요.


강나루 2021-07-21 17:55   좋아요 1 | URL
일본사에 대한 색다른 접근을 맛볼수 있죠^^

scott 2021-08-06 15: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

담달에는 중국인 이야기로 ^.~

강나루 2021-08-06 19:56   좋아요 1 | URL
저보다 당선소식을 먼저 아셨군요.
감사합니다.^^

mini74 2021-08-06 15: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강나루 2021-08-06 19:57   좋아요 1 | URL
min74님 감사합니다.^^

초딩 2021-08-06 1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짝짝짝~

강나루 2021-08-06 19:57   좋아요 0 | URL
감사 감사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08-06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1-08-06 19:57   좋아요 0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1-08-06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1-08-06 19:58   좋아요 0 | URL
thkang1001님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8-06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1-08-06 20:00   좋아요 1 | URL
부지런한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황후화 2021-08-06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강나루 2021-08-06 19:58   좋아요 1 | URL
황후화님, 감사드려요^^

겨울호랑이 2021-08-06 2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의 글을 통해 이웃나라이면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의 모습은 ‘서구인의 눈에 비친 일본‘, ‘고대 우리에게 문화를 전수받은 후진국‘ , ‘우리를 식민지로 만든 적국‘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강나루 2021-08-06 20:1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물감 2021-08-06 2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도 당선 축하드립니다^^
너무 넘사벽 리뷰를 쓰셔서 평소 댓글달지 못했는데 이 기회에 친한척 해봅니다.ㅎㅎ

초딩 2021-08-06 21:55   좋아요 2 | URL
저도요!!!

강나루 2021-08-06 21:5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물감님의 리뷰도 넘사벽이지요^^

bookholic 2021-08-07 0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일본인과 중국인을 같이 읽으시는 것 같던데요..
다음달에는 중국인으로 이달의 당석작 기대하겠습니다...^^

강나루 2021-08-07 07:05   좋아요 0 | URL
bookholic님 감사합니다^^